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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크게 말씀하셔도 똑같아요

Penulis: 서담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10-31 14:48:58

다음 날 오전.

“내가 지금 몇 번째 말하는 줄 알아!”

민원실에 고함이 울렸다.

소라가 슬쩍 고개를 들었다.

태호도 모니터 너머를 봤다.

승철은 한숨을 삼켰다.

오늘도 시작이었다.

문제의 중심에는 역시 민방실이 있었다.

“세 번째요.”

방실이 대답했다.

남자의 얼굴이 벌게졌다.

“뭐?”

“같은 말씀 세 번째 하셨어요.”

“지금 횟수 세고 있었어?”

“아뇨. 듣다 보니까요.”

태호가 고개를 숙였다.

소라가 입술을 깨물었다.

승철은 안경을 고쳐 썼다.

웃으면 안 된다.

민원이었다.

“그러니까 내 집 앞에 차를 못 대게 해달라고!”

“말씀하신 곳 도로 맞죠?”

“그래!”

“선생님 땅 아니고요?”

“도로라니까!”

“그럼 선생님 전용 주차구역으로 만들어드릴 수는 없어요.”

“내 집 앞이잖아!”

“네.”

“그런데 왜 남이 차를 대!”

방실이 잠시 생각했다.

“도로니까요.”

남자의 목소리가 더 커졌다.

“그걸 몰라서 묻는 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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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름 붙일 수 없는 마음   18화. 크게 말씀하셔도 똑같아요

    다음 날 오전. “내가 지금 몇 번째 말하는 줄 알아!” 민원실에 고함이 울렸다. 소라가 슬쩍 고개를 들었다. 태호도 모니터 너머를 봤다. 승철은 한숨을 삼켰다. 오늘도 시작이었다. 문제의 중심에는 역시 민방실이 있었다. “세 번째요.” 방실이 대답했다. 남자의 얼굴이 벌게졌다. “뭐?” “같은 말씀 세 번째 하셨어요.” “지금 횟수 세고 있었어?” “아뇨. 듣다 보니까요.” 태호가 고개를 숙였다. 소라가 입술을 깨물었다. 승철은 안경을 고쳐 썼다. 웃으면 안 된다. 민원이었다. “그러니까 내 집 앞에 차를 못 대게 해달라고!” “말씀하신 곳 도로 맞죠?” “그래!” “선생님 땅 아니고요?” “도로라니까!” “그럼 선생님 전용 주차구역으로 만들어드릴 수는 없어요.” “내 집 앞이잖아!” “네.” “그런데 왜 남이 차를 대!” 방실이 잠시 생각했다. “도로니까요.” 남자의 목소리가 더 커졌다. “그걸 몰라서 묻는 줄 알아?” “아시면 설명이 빨라지겠네요.” 승철이 결국 고개를 숙였다. 이마를 짚었다. 저 말은 틀리지 않았다. 그래서 더 문제였다. “민 주무관.” 승철이 불렀다. 방실이 돌아봤다. “네?” “조금 천천히 설명하세요.” “저 천천히 말하고 있는데요.” “속도 말고요.” 방실이 잠깐 생각했다. “아.” 알아들은 모양이었다. 다시 민원인을 봤다. “불편하신 건 이해해요.” “그렇지!” “집 앞에 다른 차가 계속 있으면 신경 쓰이시죠.” “내 말이 그 말이야!” “그런데 일반 도로면 특정 개인이 자리를 지정해서 쓰실 수는 없어요.” “그러니까 그걸 되게 해달라고!” “안 되는 걸 어떻게 되게 해드려요.” 승철이 눈을 감았다. 결국 제자리였다. 남자가 책상을 손바닥으로 쳤다. 쾅! 소라가 움찔했다. 태호의 표정도 굳었다. 방실만 그대로였다. 눈도 깜빡이지 않았다. “내가 세금 내는 시민이야!” “저도 내는데요.” 승철의 입꼬리가 꿈틀했다.

  • 이름 붙일 수 없는 마음   17화. 존나 이상해

    퇴근 후. 승철은 장혁의 타투샵 소파에 앉아 있었다. 영업은 끝난 뒤였다. 테이블 위에는 배달 음식과 맥주가 놓여 있었다. 로로는 장혁 옆에 붙어 감자튀김을 먹고 있었다. “혁아.” “왜.” “맥주.” 장혁이 자기 앞에 있던 캔을 건넸다. 로로가 자연스럽게 받아 마셨다. 승철은 맞은편에서 그 꼴을 보다가 말했다. “손이 없냐?” 로로가 가운데 손가락을 들었다. “있어.” “그럼 네가 가져가.” “얘가 주는데 왜.” 장혁은 아무렇지도 않게 로로 입가에 묻은 소스를 엄지로 닦았다. 승철이 얼굴을 찌푸렸다. “씨발. 술맛 떨어지게.” “그럼 집에 가.” “네 가게냐?” 장혁이 승철을 봤다. “내 가게야.” “……그러네.” 로로가 웃음을 터뜨렸다. 승철은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잠시 조용해졌다. 장혁은 내일 예약을 확인했고 로로는 장혁 휴대전화를 같이 들여다봤다. 승철은 멍하니 맥주 캔을 굴렸다. 그러다 낮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옥상 벤치. 햇빛 아래에서 자고 있던 방실. 그리고. 열두 시 오십팔 분.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기가 다시 옥상으로 올라갔다. 승철의 미간이 좁아졌다. “존나 이상해.” 로로가 고개를 들었다. “뭐가?” 승철은 대답하지 않았다. “야.” “왜.” “뭐가 이상하냐고.” 승철이 맥주를 마셨다. “그냥.” “또 회사?” 승철의 눈이 로로에게 향했다. “또라니.” “지난번 캠핑 때도 회사 생각하면서 혼자 실실 웃었잖아.” 장혁도 휴대전화에서 눈을 들었다. “김치찌개.” 승철이 인상을 썼다. “그걸 아직 기억하냐?” “웃겼어.” 로로가 장혁을 봤다. “뭐야, 너 기억하고 있었어?” “응.” “나는 까먹었는데.” “넌 원래 잘 까먹잖아.” “씨발, 갑자기 왜 나를 까.” “사실이잖아.” “둘이 싸울 거면 나 간다.” 승철이 맥주를 집었다. 로로가 바로 물었다. “민방실?” 승철의 손이 멈췄다. “뭐가.” “그 직원 이름.”

  • 이름 붙일 수 없는 마음   16화. 자고 있습니다

    점심을 먹고 민원실로 돌아온 건 열두 시 삼십 분쯤이었다. 소라는 자리에 앉자마자 커피를 꺼냈고 태호는 휴대전화를 충전기에 꽂았다. 승철도 책상에 앉았다. 그런데 한 자리가 비어 있었다. 민방실. 소라가 주변을 둘러봤다. “방실 씨 화장실 갔어요?” “아니요.” 태호가 대답했다. “같이 들어오다가 어디로 갔는데.” “어디?” “몰라요. 계단 쪽?” 승철은 별생각 없이 말했다. “옥상 갔겠죠.” 두 사람이 동시에 그를 봤다. “팀장님은 어떻게 알아요?” 승철의 손이 멈췄다. “전에 갔으니까요.” “옥상에 왜요?” “잡니다.” 소라가 눈을 깜빡였다. “네?” “자러 간다고요.” 태호가 웃었다. “설마요.” “가보든가요.”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소라가 일어났다. “가봐요.” “진짜요?” “궁금하잖아요.” 태호도 따라 일어났다. 승철이 둘을 봤다. “두 사람도 자러 갑니까?” “확인만 하고 올게요.” “뭘 확인해요.” “민 주무관님이 진짜 옥상에서 자는지.” “내가 거짓말합니까?” 소라가 웃었다. “팀장님도 가요.” “내가 왜요.” “팀장님만 봤잖아요.” “봤으니까 안 가도 되죠.” “그럼 저희끼리 갑니다.” 둘이 나갔다. 승철은 모니터를 봤다. 십 초. 다시 시계를 봤다. 점심시간은 아직 이십오 분 남아 있었다. 굳이 갈 이유는 없었다. 정말 없었다. 승철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커피나 마실 생각이었다. 옥상 정원 문을 열자 소라와 태호가 서 있었다. 둘의 시선은 한곳에 꽂혀 있었다. 승철도 그쪽을 봤다. 역시나. 방실이 벤치에 앉아 있었다. 정확히는 엉덩이는 벤치에 있고 몸은 거의 누워 있었다. 팔짱까지 끼고 고개를 뒤로 젖힌 채였다. 햇빛이 얼굴에 그대로 쏟아지고 있었다. 소라가 작게 말했다. “진짜 자네.” 태호도 목소리를 낮췄다. “엄청 잘 자는데요?” 승철이 커피를 마셨다. “말했잖아요.” “저러다 목 아프겠다.” 소라가 방실에게 다가

  • 이름 붙일 수 없는 마음   15화. 갈색설탕

    점심시간. 민원실 네 사람은 근처 백반집에 앉아 있었다. “방실 씨.” 정소라가 국을 한 숟갈 뜨다 말고 방실을 봤다. “네.” “아까 할머니 커피요.” 방실이 제육볶음을 집었다. “네.” “엄청 짰잖아요.” “짰죠.” “괜찮았어요?” “뭐가요?” 소라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그걸 다 마셨잖아요.” “네.” “나는 한 모금 먹고 혀 떨어지는 줄 알았는데.” 옆에서 김태호가 바로 끼어들었다. “저도요. 아직도 입이 짜요.” “김 주무관님은 한 모금도 제대로 안 마셨잖아요.” “입에 넣었으면 마신 거죠.” “다시 뱉었잖아요.” “삼킬 수 있는 맛이 아니었습니다.” 방실이 고개를 끄덕였다. “많이 짜긴 했어요.” 소라가 더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이 됐다. “근데 왜 할머니한테 갈색설탕이 맛있다고 했어요?” 방실이 밥을 먹으며 대답했다. “그래서 갈색설탕이 맛있다고 한 겁니다.” 소라가 숟가락을 든 채 멈췄다. “네?” “갈색설탕이요.” “그러니까 그게 무슨 말이에요?” 방실이 소라를 봤다. “그냥 그 말인데요.” 소라는 갸웃했다. 태호도 옆에서 고개를 기울였다. “저도 이해 못 했습니다.” “뭘 이해해요?” “왜 소금커피 마시면서 갈색설탕 얘기를 했냐고요.” 방실이 이번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제육볶음 한 점을 상추에 올렸다. 그 모습을 보던 승철의 손이 멈췄다. 갈색설탕. 소금. 잠시 생각하던 승철의 표정이 달라졌다. “아.” 세 사람의 시선이 승철에게 향했다. 소라가 물었다. “팀장님은 알아들었어요?” 승철은 방실을 봤다. 방실은 여전히 태연하게 밥을 먹고 있었다. “민 주무관.” “네?” “할머니가 설탕이랑 소금을 헷갈렸다고 생각한 겁니까?” 방실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소라가 눈을 크게 떴다. “아.” 승철이 물었다. “그래서 갈색설탕이라고 한 거고?” “네.” “다음부터 헷갈리지 말라고?” “갈색이면 소금이랑 색이 다르잖아요.” 그제야

  • 이름 붙일 수 없는 마음   14화. 오늘도 박하입니다

    그날 이후였다. 오전 열 시만 되면 민원실 문이 열렸다. “왔어.” 처음에는 직원들이 고개를 들었다. 두 번째 날에도 봤다. 사흘째부터는 아무도 놀라지 않았다. 할머니는 자연스럽게 방실 앞으로 갔다. 민원도 없었다. 그냥 앉았다. “오늘은 왜 오셨어요?” “내가 오면 안 돼?” “안 된다고 안 했는데요.” “그럼 됐지.” “네.” 방실은 일을 했다. 할머니는 이야기했다. 윗집 남자가 새벽에 또 화장실을 갔다. 옆집 며느리가 이번 주에도 안 왔다. 복지관 국에 감자가 너무 컸다. 버스 기사가 정류장에서 너무 멀리 세웠다. 방실은 서류를 보면서도 중간중간 대답했다. “네.” “그래요?” “감자가 크면 잘라 드세요.” “그걸 내가 몰라?” “아시는구나.” 승철은 이제 웬만해서는 끼어들지 않았다. 오전 열 시부터 십오 분쯤. 이상하게도 할머니는 방실 앞에서 실컷 말하고 나면 얌전히 돌아갔다. 대신 방실에게는 할 일이 하나 생겼다. “할머니.” “왜.” “저기 잠깐 앉아 계시다가 혈압 재고 종이 가져오세요.” “내 혈압을 네가 왜 봐.” “지난번에 높았잖아요.” “오늘은 안 높아.” “재보셨어요?” “안 재봤지.” “그럼 어떻게 알아요?” “느낌이 그래.” 방실이 할머니를 빤히 봤다. 할머니도 방실을 봤다. 잠시 뒤. “아휴, 지겨워.” 할머니는 투덜거리며 혈압계 쪽으로 갔다. 그리고 꼬박 종이를 뽑아왔다. “자.” 방실이 수치를 확인했다. “오늘은 괜찮네요.” “내가 괜찮다 그랬잖아.” “느낌으로 맞히셨네.” “내 몸인데 내가 알지!” “내일도 재세요.” “싫어.” 다음 날에도 쟀다. 그다음 날에도. 계피사탕을 두고 싸우는 것도 매일 똑같았다. “갈색 하나 줘.” “안 됩니다.” “그거 하나가 뭐라고!” “제가 좋아하니까요.” “박하는 맵다고.” “계피도 매워요.” “그 매운 거랑 이 매운 거랑 같아?” “다르긴 하죠.” “그럼 줘.” “싫어요.”

  • 이름 붙일 수 없는 마음   13화. 계피는 안 됩니다

    오전부터 민원실 분위기가 묘했다. 직원 하나가 출입문 쪽을 보더니 작게 말했다. “팀장님.” “왜요.” “저분 또 오셨는데요.” 승철이 고개를 들었다. 허리가 조금 굽은 할머니가 천천히 들어오고 있었다. 낯익은 얼굴이었다. 혼자 사는 노인이었다. 노인복지 관련 담당 부서에서도 이미 여러 번 상담했던 사람이었다. 문제는 상담할 일이 없어도 온다는 거였다. 외롭거나 심심한 날이면 시청에 와서 괜한 시비를 걸곤 했다. 직원이 한숨처럼 말했다. “민 주무관님이 걸리셨어요.” 승철의 시선이 돌아갔다. 할머니가 정확히 방실 앞에 앉았다. “뭘 도와드릴까요?” “도와주긴 뭘 도와줘!” 시작부터 목소리가 높았다. “나라에서 늙은 사람은 죽으라고 하는 거지!” 방실이 눈을 깜빡였다. “왜요?” “전기세도 나오지! 수도세도 나오지! 약값도 들지!” “네.” “내가 평생 세금을 얼마나 냈는데!” “많이 내셨어요?” “많이 냈지!” “얼마나요?” 승철이 고개를 들었다. 할머니도 멈칫했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저도 몰라서 물어봤어요.” “지금 나 놀려?” “아니요.” 방실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할머니는 그 뒤로도 한참을 쏟아냈다. 버스가 늦게 왔다. 동네 마트 콩나물이 비싸졌다. 윗집에서 밤마다 의자를 끈다. 복지관 반찬은 지난주보다 싱거웠다. 시청에서 대체 하는 일이 뭐냐. 민원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말들이 줄줄이 이어졌다. 방실은 끊지 않았다. “네.” “그래요?” “그건 불편하셨겠네요.” 딱 그 정도만 대답했다. 승철은 어느 순간 서류보다 방실 쪽을 더 보고 있었다. 평소 같으면 중간에 이상한 해결책 하나쯤 나올 때였다. 그런데 오늘은 없었다. 할머니의 목소리가 조금 갈라졌다. “그리고 말이야. 요즘 공무원들은 사람이 말을 하는데 물 한 잔 주는 놈도 없어.” 방실이 벌떡 일어났다. 할머니가 움찔했다. 방실은 정수기로 가더니 종이컵에 따뜻한 물을 받아왔다.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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