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붙일 수 없는 마음

이름 붙일 수 없는 마음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10-30
By:  서담In-update ngayon lang
Language: Korean
goodnovel18goodnovel
Hindi Sapat ang Ratings
15Mga Kabanata
84views
Basahin
Idagdag sa library

Share:  

Iulat
Buod
katalogo
I-scan ang code para mabasa sa App

스물여덟 민방실이 박승철의 민원실에 들어온 첫날, 그는 확신했다. 이 여자, 좀 이상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자꾸 눈이 가고, 신경 쓰이고, 결국 좋아하게 됐다. 문제는 연애를 시작한 뒤였다. “너는 내가 다른 여자랑 있어도 질투 안 나?” “오빠가 그 여자 좋아해?” “아니.” “그럼 됐잖아.” 남의 사랑은 누구보다 잘 알아보면서 정작 제 마음에는 서툰 남자와, 사랑을 확신하는 순간 질투할 이유조차 없어지는 여자. 도무지 이름 붙일 수 없던 마음이 사랑이 되기까지.

view more

Kabanata 1

1화. 특이사항 없음

“민방실 주무관.”

“네.”

방실이 고개를 들었다.

과장이 종이 한 장을 내려놓았다.

“인사이동 났어요.”

“어디로요?”

방실은 종이를 받아 들었다.

제법 멀었다.

출퇴근은커녕 이사를 해야 할 거리였다.

“언제부터요?”

“다음 주 월요일.”

“알겠습니다.”

“……끝이에요?”

“네.”

“멀리 가는데?”

“그러니까 이사해야죠.”

과장이 할 말을 잃었다.

방실은 다시 모니터를 봤다.

“집부터 알아봐야겠네.”

그날 저녁.

방실이 된장찌개를 떠먹으며 말했다.

“나 인사이동 났어.”

오미자가 고등어 살을 발라내다 고개를 들었다.

“어디?”

방실이 지역을 말했다.

“거길? 멀잖아.”

“그래서 이사하려고.”

민상호가 물었다.

“언제 가는데.”

“이번 주말.”

“집은?”

“구했어.”

“언제?”

“점심시간에.”

오미자의 눈이 커졌다.

“오늘 인사이동 났다며.”

“응.”

“근데 벌써 집을 구했어?”

“가야 되는데 집이 있어야지.”

틀린 말은 아니었다.

민방훈이 물었다.

“무슨 부서?”

“민원실.”

“또 민원?”

“응.”

“팔자가 세다.”

방실이 고등어를 집었다.

“월급은 똑같아.”

“그게 무슨 상관인데.”

“팔자가 세도 월급 나오면 됐지.”

민상호가 물었다.

“혼자 이사할 수 있겠어?”

“짐 별로 없어.”

“침대는.”

“기사님이 들어주시겠지.”

“냉장고는.”

“기사님이.”

“세탁기는.”

“아빠.”

“왜.”

“이삿짐센터가 괜히 있는 게 아니야.”

민상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네.”

오미자가 가족들을 둘러봤다.

“딸이 타지로 간다는데 다들 왜 이렇게 태평해?”

“엄마도 같이 갈래?”

“내가 왜 가.”

“그러니까.”

이번에는 오미자가 할 말을 잃었다.

월요일 오전.

박승철은 인사기록카드를 내려다봤다.

민방실.

스물여덟.

지방 근무 경력이 있었고 근무평정에도 걸리는 부분은 없었다.

빠진 인원을 채우기 위한 전입이었다.

문이 열렸다.

“안녕하세요.”

짧은 커트 머리.

무쌍의 고양이상 눈매.

담담한 표정까지 첫인상은 제법 차가웠다.

“민방실 주무관?”

“네.”

“박승철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팀장님.”

깔끔했다.

승철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부터 같이 근무할 민방실 주무관입니다.”

“안녕하세요.”

방실이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경력도 있었고 차분했다.

적응 문제로 신경 쓸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정확히 삼십 분 동안.

“아니! 시청에서 일을 이따위로 해도 되는 거야!”

민원실에 고성이 울렸다.

“공원에 풀 있잖아! 꽃가루 때문에 내가 비염이 생겼다고!”

하필 방실의 자리였다.

승철이 일어나려던 순간.

“어머. 코 막히세요?”

“그렇다니까!”

“밤에는요?”

“밤에도 막혀!”

“저도 비염 진짜 심했거든요. 근데 병원 바꾸고 많이 좋아졌어요.”

남자의 기세가 순간 꺾였다.

“……뭐?”

방실이 메모지에 병원 이름을 적었다.

“여기요. 공원 관리는 담당 부서 연결해드릴게요.”

“……그래.”

“병원도 꼭 가보세요. 밤에 코 막히면 진짜 힘들잖아요.”

“맞아. 잠을 못 자.”

“그러니까요.”

조금 전까지 소리치던 남자가 얌전히 메모지를 접었다.

“한번 가볼게.”

민원인이 돌아갔다.

승철은 닫힌 문을 바라봤다.

해결된 건가.

저게?

“엣취!”

방실이 코를 훌쩍였다.

“아, 이놈의 지긋지긋한 비염.”

승철의 눈썹이 꿈틀했다.

“고쳤다면서요.”

“많이 좋아졌다고 했지 고쳤다고는 안 했는데요?”

“아까—”

“다음 민원인 오십니다.”

방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자세를 바로 했다.

“안녕하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승철은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

인사기록카드를 다시 봤다.

근무평정 양호.

민원 업무 경험 있음.

특이사항 없음.

“그러니까 쓰레기를 버린 사람은 모르시고요?”

“모른다니까!”

“그럼 제가 찾아낼 수는 없어요.”

“CCTV 있잖아!”

“제가 마음대로 볼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그럼 어떡해!”

“일단 치워드릴게요.”

“범인은?”

“쓰레기부터 치우고 찾죠. 냄새나잖아요.”

“……그건 그렇지.”

“담당 부서에 접수하고 CCTV 확인 절차도 안내해드릴게요.”

일은 잘했다.

민원인의 말을 대충 듣지도, 규정을 무시하지도 않았다.

해야 할 절차는 정확히 밟았다.

그런데 중간중간 뭔가 이상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졌을 때였다.

방실이 승철에게 다가왔다.

“팀장님.”

“네.”

“옥상 가도 돼요?”

“……옥상이요?”

“밥 먹었으니까 자려고요.”

“휴게실 있습니다.”

“사람 많던데요.”

“옥상에서 자려고요?”

“네.”

“첫날부터?”

방실의 눈이 살짝 가늘어졌다.

“첫날에는 자면 안 돼요?”

“그런 규정은 없습니다.”

“그럼 가도 되죠?”

“……네.”

“감사합니다.”

방실은 만족스럽게 돌아섰다.

승철은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 인사기록카드로 시선을 내렸다.

특이사항 없음.

누가 작성했는지는 몰라도.

그 사람과 한번 이야기해보고 싶어졌다.

확실했다.

이 여자.

좀 이상했다.

Palawakin
Susunod na Kabanata
I-download

Pinakabagong kabanata

Higit pang Kabanata

To Readers

굿노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굿노벨에 등록하시면 우수한 웹소설을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완벽한 세상을 모색하는 작가도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로맨스, 도시와 현실, 판타지, 현판 등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읽거나 창작할 수 있습니다. 독자로서 질이 좋은 작품을 볼 수 있고 작가로서 색다른 장르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어 더 나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작성한 작품들은 굿노벨에서 더욱 많은 관심과 칭찬을 받을 수 있습니다.


Walang Komento
15 Kabanata
1화. 특이사항 없음
“민방실 주무관.”“네.”방실이 고개를 들었다.과장이 종이 한 장을 내려놓았다.“인사이동 났어요.”“어디로요?”방실은 종이를 받아 들었다.제법 멀었다.출퇴근은커녕 이사를 해야 할 거리였다.“언제부터요?”“다음 주 월요일.”“알겠습니다.”“……끝이에요?”“네.”“멀리 가는데?”“그러니까 이사해야죠.”과장이 할 말을 잃었다.방실은 다시 모니터를 봤다.“집부터 알아봐야겠네.”그날 저녁.방실이 된장찌개를 떠먹으며 말했다.“나 인사이동 났어.”오미자가 고등어 살을 발라내다 고개를 들었다.“어디?”방실이 지역을 말했다.“거길? 멀잖아.”“그래서 이사하려고.”민상호가 물었다.“언제 가는데.”“이번 주말.”“집은?”“구했어.”“언제?”“점심시간에.”오미자의 눈이 커졌다.“오늘 인사이동 났다며.”“응.”“근데 벌써 집을 구했어?”“가야 되는데 집이 있어야지.”틀린 말은 아니었다.민방훈이 물었다.“무슨 부서?”“민원실.”“또 민원?”“응.”“팔자가 세다.”방실이 고등어를 집었다.“월급은 똑같아.”“그게 무슨 상관인데.”“팔자가 세도 월급 나오면 됐지.”민상호가 물었다.“혼자 이사할 수 있겠어?”“짐 별로 없어.”“침대는.”“기사님이 들어주시겠지.”“냉장고는.”“기사님이.”“세탁기는.”“아빠.”“왜.”“이삿짐센터가 괜히 있는 게 아니야.”민상호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네.”오미자가 가족들을 둘러봤다.“딸이 타지로 간다는데 다들 왜 이렇게 태평해?”“엄마도 같이 갈래?”“내가 왜 가.”“그러니까.”이번에는 오미자가 할 말을 잃었다.월요일 오전.박승철은 인사기록카드를 내려다봤다.민방실.스물여덟.지방 근무 경력이 있었고 근무평정에도 걸리는 부분은 없었다.빠진 인원을 채우기 위한 전입이었다.문이 열렸다.“안녕하세요.”짧은 커트 머리.무쌍의 고양이상 눈매.담담한 표정까지 첫인상은 제법 차가웠다.“민방실 주무관?”“네.”“박승철입니다.”“잘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09-24
Magbasa pa
2화. 오늘 온 사람들
퇴근 후.승철은 익숙한 고깃집 문을 열었다.안쪽에서 로로가 손을 들었다.“여기.”맞은편에는 장혁이 앉아 있었다.“먼저 처먹지 그랬어.”“너 기다렸지.”장혁이 고기를 뒤집었다.“쟤가.”로로가 눈을 흘겼다.“너는 안 기다렸냐?”“배고팠어.”“그러면서 왜 안 먹었는데.”“네가 못 먹게 했잖아.”“그러니까 기다린 거잖아, 새끼야.”장혁은 대꾸 대신 잘 익은 고기를 로로 앞에 놨다.로로는 욕해놓고 냉큼 먹었다.승철이 안경을 벗어 닦았다.“시작부터 지랄들이네.”자리에 앉자 로로가 소주잔을 밀었다.“한잔해.”“내일 출근해.”“나도 해.”장혁이 말했다.“난 사장이야.”“아, 재수 없어.”셋이 잔을 부딪쳤다.장혁이 상추를 밀어주자 로로가 밀어냈다.“싫어.”“먹어.”“고기 먹는데 풀을 왜 먹어.”“처먹으니까.”결국 로로가 상추를 집었다.“연애하더니 잔소리만 늘었어.”“그러니까 먹어.”“시끄러.”승철은 소주를 마셨다.저런 꼴도 이제 익숙했다.“아, 맞다. 우리 회사에 신입 들어왔거든.”“기태네 팀?”“응. 이하랑이라고 스물넷.”“일은 해?”장혁의 물음에 로로가 바로 답했다.“잘해. 엄청 밝고 말 많은데 디자인 잡으면 사람이 달라져. 집중력도 좋고 손도 좋고.”“근데?”“질문이 존나 많아.”“신입이면 물어봐야지.”“그런 거 말고 그냥 궁금한 게 많아.”장혁이 고기를 뒤집었다.“너랑 잘 맞겠네.”“맞아. 나 걔 좋아. 귀여워.”승철이 물었다.“기태는?”로로가 웃었다.“죽으려고 하지. 한 팀장님, 이건 왜 그래요? 저건요? 이것도 봐주세요.”“기태가 제일 힘들어하는 타입인데.”“근데 또 다 대답해줘.”승철도 웃었다.“기태가 원래 물어보면 대답은 하잖아.”로로가 잔을 비우다 물었다.“넌? 사람 안 들어와?”“오늘 왔어.”“남자?”“여자.”“몇 살?”“스물여덟.”“예뻐?”승철이 로로를 봤다.“그걸 왜 물어.”“궁금하잖아. 그래서 예뻐?”아침에 봤던 얼굴이 잠깐 떠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09-24
Magbasa pa
3화. 안 되는 건 안 돼요
출근 사흘째.민방실은 민원실에 적응하고 있었다.정확히는 민원실 사람들이 민방실에게 적응하는 중이었다.“민 주무관님. 점심 뭐 드실래요?”방실이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밥이요.”“그건 아는데요. 뭐 먹을지 물어본 건데.”“아. 아무거나요.”“제일 어려운 대답을 하시네.”“그럼 김치찌개요.”“저 매운 거 못 먹어요.”“그럼 아무거나요.”대화가 처음으로 돌아갔다.맞은편에서 승철이 안경을 밀어 올렸다.사흘 동안 알게 된 게 있었다.방실은 일머리가 빨랐다.한 번 설명한 업무는 두 번 묻지 않았고 모르는 건 정확히 확인했다.“팀장님.”방실이 서류를 내밀었다.“이거 여기까지 처리하고 넘기는 거 맞죠?”“네. 첨부 하나 더 필요합니다.”“현장 사진이요?”“네.”“받아놨어요.”서류 뒤에 사진이 붙어 있었다.“알고 있었습니까?”“전 근무지에서도 비슷한 거 했어요.”“그럼 왜 물었어요?”“여기도 똑같은지 확인하려고요.”깔끔했다.적어도 업무 때문에 골치 아플 일은 없을 것 같았다.오전 열한 시가 조금 넘었을 때였다.“담당자 누구야!”오십대로 보이는 남자가 서류봉투를 들고 들어왔다.“내가 어제도 전화했는데 말이야!”방실이 먼저 말했다.“무슨 일로 오셨어요?”“하천 옆에 천막 좀 치겠다는데 왜 안 된다는 거야!”“서류 있으세요?”방실은 서류를 확인하더니 고개를 들었다.“안 돼요.”“뭐?”“안 된다고요.”“되게 해달라고!”“그건 안 돼요.”승철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왜 안 돼!”“하천구역이에요. 임의로 천막 설치하시면 안 돼요.”“잠깐만 할 거야!”“얼마나요?”“한 석 달?”“그건 잠깐이 아닌데요.”“석 달이 뭐가 길어!”“일 년의 사분의 일이잖아요.”“그걸 누가 몰라!”“아시면서 왜 잠깐이라고 하세요?”승철이 눈을 감았다.저렇게 말하면 안 되는데.“공무원이 시민 편의를 봐줘야지!”“그래서 다른 방법 찾아드리려고요. 천막은 왜 필요하세요?”“낚시 모임 쉼터!”“몇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09-24
Magbasa pa
4화. 제 건 아닌데요
다음 날 아침.승철은 평소보다 조금 일찍 출근했다.컴퓨터를 켜고 서류를 정리하다 서랍을 열었다.딸기맛 사탕이 보였다.어제 민방실이 놓고 간 거였다.승철은 한번 내려다보고 서랍을 닫았다.먹을 생각은 없었다.“안녕하세요.”방실이 출근했다.“좋은 아침입니다.”정시 십오 분 전.업무도 잘하고, 지각도 없고, 민원 처리도 빠르다.말만 조금 이상했다.그것만 빼면 괜찮은 직원이었다.오전 업무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저기요!”한 여자가 다급하게 들어왔다.“지갑을 잃어버렸어요.”방실이 물었다.“어디서요?”“그걸 알면 찾았죠!”방실이 잠깐 입을 다물었다.“그렇네요. 제가 질문을 잘못했어요.”승철이 서류를 넘기다 방실을 한번 봤다.“마지막으로 보신 곳은 기억나세요?”“버스에서는 있었던 것 같아요.”“몇 번 버스요?”“백이십칠 번.”방실은 버스 회사와 분실물센터 연락처를 찾아줬다.“카드부터 정지하시는 게 좋겠어요.”“아, 맞다.”“신분증도 있으면 분실 신고하시고요.”여자가 휴대전화를 꺼내다 물었다.“근데 혹시 여기 들어온 건 없어요?”“검은색 지갑 맞으시죠?”“네!”방실이 분실물 보관함에서 지갑을 가져왔다.“그거예요!”“성함이 어떻게 되세요?”본인 확인을 마친 뒤에야 지갑을 건넸다.“내용물 확인해보세요.”여자의 얼굴이 굳었다.“돈이 없는데?”“얼마요?”“십만 원!”“원래 있었어요?”“그럼 내가 없는 돈을 있다고 하겠어요?”“그건 모르죠.”승철이 고개를 들었다.“제가 지갑 주운 사람이 아니니까요. 원래 돈이 있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는 뜻이에요.”“누가 훔쳐간 거잖아요!”“그럴 수도 있고요.”“그럼 찾아줘야죠!”방실이 접수 기록을 확인했다.“어제 오후 네 시 십 분에 들어왔네요.”“누가 가져왔는데요?”“습득자 정보는 있습니다.”“전화해봐요!”“그분 개인정보를 제가 마음대로 알려드릴 수는 없어요.”“내 돈이 없어졌다니까!”“그러니까 절차대로 확인해야죠.”여자가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09-24
Magbasa pa
5화. 해결됐잖아요
일주일 뒤 오전.민원실에 어김없이 고성이 울렸다.“사람이 잠을 못 잔다니까! 그놈의 가로등을 당장 뽑으라고!”승철은 모니터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민원실에서 고성이 오가는 건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문제는 그 고성을 받는 사람이었다.“그러니까요.”승철의 눈이 들렸다.방실이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저도 빛에 엄청 예민하거든요.”“그, 그래?”“네. 왜 꼭 가로등이 있어서!”“그렇지!”“밤인데 왜 밝히냐고요!”“내 말이 그 말이야!”승철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뭐 하는 거지.가로등을 뽑아달라는 민원인을 말려야 할 공무원이 같이 가로등을 욕하고 있었다.“밤마다 창문으로 빛이 들어온다니까?”“커튼은요?”“커튼?”“암막 말고 도톰한 거요. 그거 치면 불빛이 살짝 비치면서 은은해요.”“……그래?”“무드등 따로 필요 없다니까요.”방실이 진지하게 덧붙였다.“이미 국민 세금으로 가로등 설치해놨는데, 세금 낸 거 잘 이용하셔야죠.”승철의 손이 멈췄다.민원인은 어느새 설득된 얼굴이었다.“커튼은 어떤 게 좋은데?”“베이지 계열이요. 제가 쓰는 거 보여드릴까요?”“그래.”방실은 휴대전화로 사진까지 보여줬다.잠시 뒤 민원인이 만족스러운 얼굴로 일어났다.“한번 해볼게.”“그래도 너무 밝으시면 다시 말씀하세요.”“그래. 고마워.”문이 닫혔다.승철이 방실을 봤다.“……지금 뭐 한 겁니까?”“민원 처리요.”“가로등 뽑아달라던 사람한테 무드등으로 쓰라고 했잖아요.”“해결됐잖아요.”“그게 해결입니까?”방실이 문을 가리켰다.“민원인 만족하고 갔는데요?”“…….”할 말이 없었다.그게 제일 짜증 났다.결과만 보면 맞았다.민원인은 화가 풀렸고.가로등도 살아남았다.“근데 팀장님.”“왜요.”“베이지 괜찮지 않아요?”승철이 안경 너머로 방실을 봤다.“일하세요.”“네.”대답은 또 잘했다.점심시간.승철은 커피를 들고 옥상으로 올라갔다.문을 열자 익숙해진 짧은 머리가 보였다.방실이 벤치에서 자고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09-24
Magbasa pa
6화. 왜 생각나지
토요일 오후.승철은 장혁과 로로를 따라 캠핑장에 와 있었다.정확히는 따라온 게 아니라 셋이 예전부터 종종 하던 일이었다.달라진 게 있다면 하나였다.“혁아. 그거 타.”“안 타.”“아까부터 뒤집으라고 했잖아.”“안 탔다니까.”장혁이 고기를 뒤집어 로로 접시에 올렸다.로로가 냉큼 집어먹었다.승철은 맥주를 마시며 둘을 봤다.“연애하더니 더 지랄들이네.”“부러우면 너도 해.”“안 부러워.”“왜? 할 사람 없어?”“없어.”대답하고 고기를 집는데 문득 어제 일이 떠올랐다.“팀장님. 이거 결재해주세요.”방실이 내민 서류를 읽던 승철의 눈이 멈췄다.“민 주무관.”“네.”“이거 왜 민원인 이름이 김치찌개예요?”“어?”방실이 서류를 내려다봤다.승철이 안경을 밀어 올렸다.“김치찌개 씨가 우리 시에 삽니까?”“아.”방실이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점심 메뉴 생각하다가 잘못 썼나 봐요.”“…….”“수정해서 다시 올릴게요.”그날 진심으로 인사과에 전화할까 고민했다.그런데 오후에는 삼십 분 넘게 다른 직원을 붙잡고 고성을 지르던 악성 민원인을 십 분 만에 웃으며 돌려보냈다.방식은 이상한데 일은 잘했다.아니.일을 너무 잘해서 더 이상했다.“승철아.”“뭐.”“왜 혼자 웃어?”승철이 고개를 들었다.로로가 이상하다는 듯 보고 있었다.“내가?”“응.”입가를 만지자 정말 올라가 있었다.승철의 표정이 굳었다.“……미친놈이네.”로로가 눈을 크게 떴다.“누가?”“나.”“왜?”“아무것도 아니야.”“수상한데?”“고기나 처먹어.”“잘 처먹고 있거든.”로로가 고기를 집으려 하자 장혁이 먼저 한 점을 가져갔다.“야, 씨발. 내 거.”“내가 구웠어.”“내가 사 왔거든?”“둘 다 닥쳐.”승철이 잔을 내려놓았다.민방실을 떠올리며 웃었다는 게 걸렸다.동료일 뿐이었다.그것도 이제 고작 일주일 조금 넘게 본 직원.그런데 왜 캠핑장까지 와서 생각나는지 알 수 없었다.민방실.이름까지 머릿속에 또렷하게 떠올랐다.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09-24
Magbasa pa
7화. 화분한테 말해보세요
월요일 아침.승철은 평소처럼 출근했다.컴퓨터를 켜고 메일을 확인했다.별다를 것 없는 월요일이었다.“안녕하세요.”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승철의 손이 잠깐 멈췄다.고개를 들었다.방실이 직원들에게 인사하며 들어오고 있었다.짧은 머리.한쪽 어깨에 걸친 가방.손에는 작은 봉지가 들려 있었다.주말 내내 쓸데없이 떠올랐던 얼굴이 눈앞에 있었다.승철은 곧바로 모니터를 봤다.“좋은 아침입니다.”평소와 똑같이 말했다.“팀장님도요.”방실도 평소와 똑같았다.자리에 앉은 방실이 봉지를 열었다.계피사탕이었다.하나를 까서 입에 넣었다.승철의 시선이 저도 모르게 그쪽으로 향했다.역시 저거네.생각한 순간 미간이 좁아졌다.뭘 역시야.승철은 다시 모니터를 봤다.오전 열 시쯤.한 여자가 민원실로 들어왔다.방실의 앞에 앉자마자 말했다.“옆집 때문에 못 살겠어요.”“무슨 일인데요?”“화분이요.”“화분이요?”“옆집 베란다에 화분이 있는데 자꾸 우리 집 쪽으로 넘어온다니까요.”방실이 눈을 깜빡였다.“화분이 넘어와요?”“잎이!”“아.”방실이 고개를 끄덕였다.“얼마나요?”여자가 손가락 두 마디 정도를 펼쳤다.“이만큼.”방실이 그 길이를 내려다봤다.“많이 자랐네요.”“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그렇죠.”승철은 서류를 보면서 두 사람의 대화를 들었다.일주일 넘게 겪었더니 알 것 같았다.저 짧은 대답 뒤에는 높은 확률로 뭔가가 나온다.아니나 다를까.방실이 물었다.“그쪽이 남향이에요?”“뭐?”“햇빛 잘 들어와요?”“잘 들어오긴 하는데 왜요?”“햇빛을 좋아하나 봐요.”“누가?”“화분이요.”승철이 눈을 감았다.역시.“화분이 햇빛 좋아하는 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그쪽으로 자라는 이유가 있을 것 같아서요.”“그럼 내가 참아야 해?”“아니요.”방실은 바로 대답했다.“불편하시면 말씀하셔야죠.”“말했는데 옆집이 안 듣는다니까!”“화분 방향을 돌려달라고 해보셨어요?”“했다니까!”“잎을 정리해달라고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09-24
Magbasa pa
8화. 한 잔 더 하시죠
월요일 오후 여섯 시.민원실 직원들이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났다.“오늘 회식인 거 다들 아시죠?”누군가 외치자 여기저기서 한숨이 나왔다.방실이 컴퓨터를 끄다 고개를 들었다.“회식이요?”승철이 방실을 봤다.“전달 못 받았습니까?”“받았어요.”“그런데요?”“혹시 취소됐나 해서요.”“왜 취소됐다고 생각합니까?”“월요일이잖아요.”틀린 말은 아니었다.직원 하나가 웃었다.“민 주무관님 회식 싫어해요?”“아니요. 고기 사주는 건 좋아해요.”“술은요?”“잘 마셔요.”승철은 별생각 없이 서류를 가방에 넣었다.회식 장소는 시청 근처 고깃집이었다.자리를 잡고 주문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술잔이 돌았다.방실 앞에도 소주잔이 놓였다.“민 주무관님, 첫 회식인데 한잔해야죠.”“네.”방실이 잔을 들었다.망설임도 없었다.한 잔.두 잔.세 잔.승철은 처음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그런데 한 시간이 지나도 방실의 얼굴은 그대로였다.말투도 멀쩡했다.눈도 풀리지 않았다.옆자리 직원이 놀라 물었다.“민 주무관님 술 진짜 잘 마시네요?”“그런가?”“지금 몇 잔째예요?”방실이 자기 잔을 내려다봤다.“몰라요.”“안 세요?”“그걸 왜 세요?”“얼마나 마셨는지 알아야 되잖아요.”“취하면 그만 마시면 되죠.”승철이 고기를 집다 방실을 봤다.“취한 건 압니까?”“네.”“어떻게요?”방실이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졸려요.”“술 마시면 졸린 겁니까?”“많이 마시면요.”직원 하나가 웃었다.“얼마나 많이 마셔야 하는데요?”“많이요.”“그러니까 얼마나?”방실이 잠시 고민했다.“제가 술 먹고 잔 게 손에 꼽혀요.”“그 정도로 술이 세요?”“그런가 봐요.”남 얘기하듯 말했다.승철이 물었다.“어디서 잡니까?”“네?”“졸리면 집에 가서 자는 거 아닙니까?”“아뇨.”방실이 고기를 상추에 올렸다.“그냥 자요.”“어디서요?”“있는 데서요.”승철의 젓가락이 멈췄다.“술집에서도?”“네.”“밖에서도?”“졸리면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09-24
Magbasa pa
9화. 못 춘다고 했잖아요
노래방에 도착한 건 밤 아홉 시가 조금 넘어서였다.직원들이 가장 큰 방을 잡았다.테이블에 맥주와 안주가 깔리기도 전에 마이크 두 개가 돌아다녔다.“팀장님부터 한 곡 하시죠!”“왜 내가 먼저 합니까?”“팀장이니까요.”“그런 규정 없습니다.”“민원실 규정 말고 회식 규정이요.”“누가 만들었는데요.”“방금 제가요.”승철이 헛웃음을 흘렸다.“마음대로 만드네.”결국 직원에게 떠밀려 한 곡을 부르고 내려오자 이번에는 방실 차례였다.“민 주무관님!”방실이 마이크를 받았다.“저요?”“신입 환영 회식인데 한 곡 해야죠.”“저 신입 아닌데요.”“우리 민원실에서는 신입이잖아요.”방실이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그건 맞네요.”노래가 시작됐다.승철은 맥주를 마시다 조금 의외라는 얼굴을 했다.방실은 노래를 제법 잘했다.엄청난 가창력은 아니어도 음정과 박자가 정확했다.“오, 민 주무관님!”“잘하는데요?”방실이 노래를 끝내자 박수가 쏟아졌다.승철도 박수를 쳤다.“의외네요.”방실이 돌아봤다.“뭐가요?”“잘해서요.”“제가 못할 것 같았어요?”“춤은 못 출 것 같습니다.”“어떻게 아셨어요?”승철이 웃었다.“진짜 못 춥니까?”“네. 몸치예요.”“그냥 하는 말 아니고?”“보여드려요?”“아니요. 굳이 증명할 필요는 없습니다.”그러나 옆에 있던 직원이 이미 들었다.“민 주무관님 춤춘대요!”“안 춘다고 했는데요?”“보여준다면서요!”“팀장님한테요.”“나는 보여달라고 안 했습니다.”이미 늦었다.신나는 노래가 시작되고 방실이 가운데로 끌려 나갔다.“진짜 못 춰요.”“그냥 흔들면 돼요!”방실이 한숨을 쉬더니 움직이기 시작했다.승철은 삼 초 만에 맥주잔을 내려놨다.오른팔이 올라갔다.왼쪽 다리가 따라갔다.직원이 오른쪽으로 움직였다.방실은 왼쪽으로 갔다.쾅.“아!”“죄송해요.”이번에는 박수를 치면서 앞으로 나갔다.앞에 있던 직원이 피했다.승철이 결국 입을 열었다.“민 주무관.”방실이 춤을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09-24
Magbasa pa
10화. 같은 방향
노래방을 나온 건 열한 시가 가까워졌을 때였다.“내일 아홉 시 출근입니다.”승철의 말에 여기저기서 앓는 소리가 터졌다.“팀장님, 그런 말은 내일 해주세요.”“내일 하면 늦죠.”“분위기 진짜 못 맞춘다.”“내일 지각하고 분위기 탓하지 마세요.”직원들이 웃으며 흩어졌다.택시를 잡는 사람.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사람.대리기사를 부르는 사람.승철도 휴대전화를 꺼냈다.“팀장님.”옆에서 방실이 불렀다.“왜요.”“저 먼저 갈게요.”“어떻게 갑니까?”“버스요.”“이 시간에 있어요?”“있으니까 버스로 간다고 하죠.”승철이 방실을 봤다.“그렇긴 하네요.”“팀장님은요?”“나도 버스입니다.”“어디서 타세요?”승철이 길 건너편을 가리켰다.방실도 그쪽을 봤다.“저도 저긴데.”“같이 가면 되겠네요.”둘은 나란히 횡단보도 쪽으로 걸었다.잠시 조용했다.먼저 입을 연 건 방실이었다.“팀장님 노래 잘하시던데요.”“민 주무관보다는 못합니다.”“저 노래 잘하죠?”“네.”“춤은요?”승철이 바로 대답했다.“왜 굳이 좋은 분위기를 망칩니까?”방실이 웃었다.“많이 심했어요?”“본인이 세 명 셌잖아요.”“두 명 피하고 한 명 밟은 거요?”“정확히 기억하네요.”“제 실수니까요.”“그럼 고칠 생각은 없습니까?”“춤을요?”“네.”방실이 잠시 생각했다.“굳이?”“……왜요?”“춤 안 춰도 사는 데 문제없잖아요.”승철이 웃었다.“그렇게 따지면 노래도 안 불러도 됩니다.”“맞아요.”“회식도 안 가도 되고.”“그건 고기 사주잖아요.”“기준이 고기입니까?”“무료 고기는 중요하죠.”승철이 고개를 저었다.“민 주무관은 생각보다 일관적이네요.”“저 원래 일관적인데요.”“본인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은데.”“어디가요?”“빛에 예민하다면서 옥상에서 햇빛 맞고 자고.”“밤에 예민하다고 했잖아요.”“딸기맛은 싫다면서 남한테 주고.”“버리면 아깝잖아요.”“민원인한테 화분이랑 대화하라고 하고.”“농담이었고요.”“민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09-24
Magbasa pa
Galugarin at basahin ang magagandang nobela
Libreng basahin ang magagandang nobela sa GoodNovel app. I-download ang mga librong gusto mo at basahin kahit saan at anumang oras.
Libreng basahin ang mga aklat sa app
I-scan ang code para mabasa sa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