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유온씨는 어떤 사람이야?”“들리는 말로는 시원한 성격에, 한번 마음에 들면 끝까지 가는 타입이라던데.”“그래?”“나는 실제로 같이 일해본 적이 없어서.”“아하. 그렇구나.”“그런데.”시우가 주하를 힐끗 봤다.“네가 AI에 관심이 있는 줄은 몰랐는데. 왜 하필 유온이 필요한 거야?”‘주하의 어머니인 세나가 절대 먼저 꺼내지 않을 이름인데.’누가 유온을 콕 집어 소개했을까 싶었다.“유온 씨가 개발하는 AI가 필요해서.”의외의 대답에 시우의 얼굴을 살짝 구겼다.“AI?”“응. 이왕이면 스카우트 제안을 해보려고.”“스카우트 제안까지?”시우의 눈빛이 조금 진지해졌다.“소개해준 사람이 유온 씨가 절대 포기 못 할 달콤한 유혹을 날렸다고 해서.”시우는 잠시 그 말을 되새기더니 장난스럽게 웃었다.“포기 못할 달콤한 유혹이라….”마침 신호에 걸려 차가 멈췄다. 시우가 고개를 돌려 주하를 부드럽게 바라봤다.“난 유혹 안 해 줘?”“어? 무슨…유혹!!”“나도 달콤한 유혹 좋아하는데.”시우의 손가락이 주하의 손 사이로 천천히 얽혀들었다.맞잡은 손을 들어 손등에 입을 맞추자 주하는 다른 손으로 제 입을 가리고 고개를 돌렸다.입술을 대자, 주하는 다른 손등으로 제 입을 가리며 고개를 돌렸다.“응?!! 아니 내가 했다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했다고!”“와, 다른 사람이 한 유혹은 신경 쓰면서. 나에게는 언제 유혹 해줄 거야?”“아니….그게!”주하가 손을 빼려 했지만, 시우의 손가락이 더 단단히 얽혀들었다. 주하는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고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아침부터 만나자고 해 놓고.혼자 열기에 달아오른 기분이었다.신호가 바뀌어도 시우는 잡은 손을 놓지 않고 태연하게 운전했다. 그 옆모습에 주하만 괜히 입술을 달싹였다.‘결국엔 부끄러운 건 나지.’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현무가의 핵심 회사인 (주)현무였다.토요일 이른 아침이라 출근하는 사람들이 적어 주차장은 한
“글쎄? 그걸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설화와 주화.”“아…그렇구나.”“그래서 리셉션 이후 일정은 몇몇 회사와 설화, 주화 관계자만 참여해. 괜찮은 기술을 가진 회사나 연구팀의 기술 이전을 두고 경매하거든.”주하의 눈이 커졌다.“경매?”이전 생에서 주라헬이 아직 개발되지도 않은 신기술을 어떻게 가지고 있었는지 늘 의문이었다. ‘숨겨진 다른 연구소가 있나 싶었는데.’주하의 표정이 조금씩 굳었다.하지만 그 의문의 답이 의외의 장소였다.학회의 비공식 일정이 있었구나.“재미있겠네.”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던 주하의 입에서 혼잣말처럼 나직하게 흘러나왔다.“확실히 밟으면.”주하의 눈빛이 서늘해지고 입꼬리를 살짝 올라갔다.그 표정을 본 시우가 피식 웃었다.“역시 너라면, 그럴 줄 알았어.”주하는 운전하는 시우를 힐끗거리다, 살며시 장난스런 투정 섞인 목소리를 냈다.“그런데….우리, 데이트야? 일하는 거야?”“음…. 둘 다?”“둘 다? 네가 일하는 곳에 내가 따라가는 기분인데.”“하하하. 너도 막상 가면 좋아할 거야.”“정말 가도 되는 거 맞아?주하는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보안상 안 되는 거 아냐?”“내가 가주인데, 그 정도는 하지. “시우가 태연하게 덧붙였다.“게다가 네 손에 반지를 보여주면 다들 넘어갈 거야.”주하는 팔짱을 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내가 벌써 잡히다니. 좀 더 놀았어야 하는 건데.”“뭐?”시우가 기겁하듯 주하를 돌아봤다가 다시 앞을 봤다. “놀다니. 이미 그 정도로 엇갈렸으면 충분하지.”시우의 발끈한 반응이 재미있어진 주하가 그의 뺨에 입술을 살짝 댔다가 떨어졌다.금세 시우의 눈가가 풀어지며 입꼬리가 헤벌쭉 올라갔다.“회사까지 얼마나 걸려?”“한 50분?”시우의 대답에 주하는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냈다. 그 모습을 본 시우가 가볍게 웃었다.“남자친구랑 데이트 중인데, 노트북을 꺼내?”“아니, 그래도 할 건 해야지.”주하
세나는 주하의 등을 토닥였다.“너를 품은 날부터 지금까지 넌 엄마의 행복이고 기쁨이야.”“…나…난…엄마. 엄마….”“누가 뭐래도, 넌 엄마아빠 딸이야.”목소리가 잠시 흔들렸다.“아빠도…널 무척 사랑해.”“엄마!!”주하는 더 세게 세나를 끌어안았다.“유주하. 이제부터 너도 단단히 해야 해. 알지?”주하는 품 안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세나는 나직하게 속삭였다.“네가 포기하지 않으면, 우리도 포기 안 해. 절대. ““…….”“그리고 시우도.”주하의 몸이 순간 굳었다.“그러니까 네 삶을 포기하지 마.”“…엄마?”자기 생각을 눈치챈 것 같은 말에 주하가 놀라 고개를 들었다. “길은 언제나 있으니까.”세나는 손을 뻗어 사랑하는 딸의 얼굴을 따뜻하게 쓰다듬었다.“네가 누구든지.”주하의 눈가가 다시 뜨거워졌다.“엄마 아빠의 사랑하는 딸이라는 것. 이것만 잊지 마.”“응! 엄마 고마워. 사랑해.”주하는 환하게 웃자, 세나가 품에서 그녀를 놓아주었다.***주하는 가방에 노트북을 넣었다.“넌 데이트에 노트북까지 들고 가니?”“혹시라도 시간 나면 봐야 해서, 헤헤”가방을 어깨에 맨 주하가 현관으로 향했다.“엄마, 다녀올게.”현관문을 열고 집을 나서자마자, 어떻게 알았는지 손에 쥔 휴대폰이 진동했다.화면에 찍힌 이름을 확인한 주하의 입가에 조용히 웃음이 번졌다.“어디쯤이야?.”-도착했어. 천천히 내려와.“천천히 내려오라면서 왜 전화했대?”-그러게? 네 목소리 듣고 싶으니까?“뭐야. 그게. 엘리베이터 안이라서 금방 도착할 거야.”지하 주차장으로 내려선 주하의 시선 끝에 공동현관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남자가 들어왔다.검은색 바지 위에 짙은 남색 카디건을 걸치고 차분한 회색 티셔츠를 매치한 모습에 눈이 풀어지며 환하게 웃었다.반가운 마음에 장난스럽게 말했다.“어머나, 엄청나게 잘생기고 멋진 남자가 보여서 좀 이야기하다가 가도 될까?”-하하하. 아마 그
주하는 눈을 깜박였다.방이 많은 건 나도 알지.그런데?! 이렇게 빨리 꺼낸다고?조심스럽게 물었다.“저기, 너무 빠른 거 아냐?”-뭐가? 우리 집에 오라는 거?“응.”주하가 선뜻 대답하지 못하자, 시우가 작게 웃었다.-나랑 몇 번이나 붙었는데?“아….!”-하하하. 이미 병원에선 네가 내 반려인 거 다 아는데.주하는 뒤늦게 아차 싶었다.아, 맞다. 그렇게 붙어 다녔으니, 모르는 게 이상하지.-게다가 그 반지의 의미도 알잖아.“어. 그렇긴 한데.”-그러니 일찍 들어와서 적응하는 편이 더 좋기도 하고.“….”-무엇보다 보안도 확실하지.“!!!”뭐라고 반박하고 싶었지만 전부 다 맞는 말이었다. 자신이 치료제를 만든다고 소문까지 나버리면 주작가에서 어떻게 협박할지 그려졌다.에밀리에게 그랬던 것처럼 부모님까지 인질로 삼는다면, 또 같은 일을 반복하게 될 수도 있었다.-필요하다면, 현무가에서 네 부모님도 지킬게.“바보…시우.”문득 두려움에 걸음을 주저할 때면, 시우는 늘 가야 할 곳을 알려주는 불빛 같았다.어디에 있든지, 언제든지 자신을 일으켜 세우는 그 포근한 빛.너의 그런 마음이, 그런 행동과 모습들이 정말 고마워.주하의 생각을 알기라도 하는 것처럼 한결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러니까. 주하야. 괜찮아. 네가 내 곁에 있겠다고 하면 뭐든지 다 해줄게.시우가 보고 싶었다. 지금 당장.그의 얼굴, 달콤한 향기, 따뜻한 온기도 모조리.‘네가…현시우, 네가 보고 싶어.’“바보….그런 말을 하면... 어떻게 해. 보고 싶어도 지금 못 보잖아.”주하는 북받친 감정을 감추지 못한 채 울먹이며 투정을 부렸다.시우가 지금 올 수 없다는 걸 알고 있기에 더 그랬다.그러자 구가 살며시 물었다.-…보고 싶어?“응.”-그럼, 내가 빨리 가도 될까?“아침에도 일이 있어서 가고 있는 거잖아?”-괜찮아. 지금 가고 있거든.“뭐?”- 20분 안에는 도착할 것 같은데?“그게 지금
“빨리 데리고 와야겠네.”시우는 다시 눈앞에 떠오른 주하를 바라봤다. 그 속에서 자신은 너무나 행복해 보였다.감출 수도, 지울 수도 없을 만큼 행복에 완전히 젖어 있는 사람처럼보였다.‘그런데도, 그렇게 떠났지.’오전에 있을 회의를 급하게 마무리하고, 주하에게 갈 생각이었다. 그러다 문득 미소가 떠올랐다. “음, 아침 미팅에 같이 참석해도 될 것 같은데. 소개해줄 겸.”얼굴의 미소가 선명하게 떠오르는 새벽녘의 햇살처럼 밝아졌다.‘아직은 안 일어났겠지?’시간이 이제 막 5시를 지나고 있었다. ***AI라.여전히 생소한 분야였다. 항상 머리로 구상하고 직접 풀어나가는 데 익숙했으니까. AI가 내놓는 결과와 실제 실험실 결과가 맞물리는 순간도 있지만, 어긋나는 경우가 많아서 주하는 잘 사용하지 않았다.[아키하: 이럴 땐, 너랑 잘 맞네.][저기, 우린 항상 잘 맞았는데?][에밀리: 쯧쯧, 시대가 지금 어느 시대인데! 너희가 안 써봐서 그래.][아니. 난 써봤어. 그런데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많던데.][에밀리: 그래서 지금이 중요한 거지.][아키하: 그렇긴 하지.]아침부터 커피를 마시며 주하는 모니터를 집중해서 들여다보고 있었다. 머릿속에서 에밀리가 설명해 줄 때마다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AI를 활용한 논문들이 이렇게 많았다니.아직 개발 초기인 줄 알았는데.재미있겠는데.에밀리와 아키하와 이야기를 나눌수록 앞으로의 일에 대한 기대가 차올랐다.절망으로 가득 찼던 미래를 바꿀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 여자를 제대로 무너뜨리고도 그와 함께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희망이 들었다.그 생각만으로도 온몸이 짜릿했다. 이제야 살아 있는 기분이 들었다.잘 설계하면 그 여자가 바이러스를 이용하는 방식부터 빠르게 무너뜨릴 수 있을지도 몰랐다.다행이네. 주라헬은 테러나 전염병의 빌미로 자신의 목적에 방해되는 사람들을 가장 교묘하게 정당한 방법으로 제거했다. “주
“그리고 널 이렇게 다시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하단다.”눈가에 물기가 차올랐다.“특히 시우한테.”“…….”“그러니 이 정도쯤은 몇 번이고 해줄 수 있지. 네가 환하게 웃기만 한다면 그걸로 됐어.”세나는 주하를 꼭 끌어안고 눈을 감았다.네가 주화로 가지 못하게 지켜준 것만으로도 난 충분해. 우리 딸을 지켜준 것만으로도….품 안의 주하가 세나의 등을 조금 더 단단히 끌어안았다.“엄마, 정말 고마워.”“우리 딸이 더 고맙지.”“난 시우가 좋아. 현무가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그냥 시우라서.”주하의 목소리가 한결 밝아졌다.“나를 웃게 해줘.”“그래.”세나는 딸아이의 등을 천천히 쓸어내렸다. 오랫동안 네가 우리를 선택해주길 바랐단다.그래도 결국 네 인연은 그 사람이었나 보구나.***방에 혼자 남은 주하는 칠흑처럼 어두운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혼잣말이 흘렀다.“시우와 닮았네.” 깊은 밤에 홀로 뜬 달. 그 빛에 가려진 작은 별들을 바라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언제까지 너와 있을 수 있을까.”미안해, 너는 함께 하자고 했지만,너와 백유겸이 오래 살아야 해.내가 없어도 네가 잘 살 수 있기를.시우에게만큼은 절대로 들켜서는 안 되는 비밀을 가슴 깊이 숨겼다.침대로 향한 주하는 베개에 얼굴을 묻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아침 일찍 일어난 시우는 집 지하에 있는 수영장으로 내려갔다.길게 뻗은 팔이 물살을 가르며 수면 위로 올라왔다. 다시 물속으로 잠기자, 몸을 감싼 물결이 그를 끌어당기듯 뒤따랐다.젖은 검은 머리카락이 간간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순식간에 열 바퀴를 돌던 시우는 거친 숨을 내쉬며 수영장 한쪽 벽에 몸을 기댔다. “분명 여기도 좋아할 텐데.”그 순간.눈앞에 또다시 주하가 나타났다.수영을 하고 있던 자신의 곁에서 함께 수영했다. 그러다 어느새 벗어 놓은 수영복이 수면 위에 떠 있었고, 알몸이 된 두 사람이 거리낌 없이 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