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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화. 기다린 이유

مؤلف: 아람
last update تاريخ النشر: 2026-09-21 09:10:53

상단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정오가 지나 있었다.

예령은 마차에서 내리며 장호에게 마부가 말한 매듭부터 확인해 달라고 했다. 검은 끈에 붉은 실을 섞은 매듭이라면 특정 집단이 쓰는 표식일 가능성이 있었다.

장호가 고개를 숙였다.

“확인되는 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가 돌아서려던 순간, 안쪽에서 연화가 급히 나왔다.

“아가씨, 큰공자님이 와 계세요.”

예령의 걸음이 잠시 멈췄다.

“언제 오셨는데?”

“조금 됐어요. 밖에 나가셨다고 말씀드렸는데 기다리시겠다고 하셔서요.”

예령은 별다른 말 없이 집무실로 향했다.

문을 열자 창가에 서 있던 무겸이 몸을 돌렸다. 탁자 위에는 찻잔 두 개가 놓여 있었고, 그의 앞에 놓인 차는 이미 김이 사라진 뒤였다.

예령은 자리에 앉으며 곧바로 말했다.

“찾던 마부를 만났습니다.”

하지만 무겸은 바로 사건을 묻지 않았다.

그의 시선이 예령을 한 번 훑었다.

“별일 없었소?”

예령은 잠시 그를 바라봤다.

“없었습니다.”

무겸의 시선이 장호에게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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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 생은 그의 형을 선택했다   80화. 천거한 사람

    이튿날 예령은 예단 목록을 들고 후부에 들렀다.어제 장호가 가져온 이야기는 서신에 적기엔 무거웠다. 병부라는 두 글자가 누구 손을 거쳐 누구 눈에 들어갈지 알 수 없었다. 마침 진북후가 예단 목록을 청해 왔으니, 핑계로는 충분했다.혼례를 앞두고 오가는 물목은 진북후가 직접 보겠다고 했다. 집안의 큰일에는 빠지지 말라던 그가, 제 집안으로 들어오는 것에도 소홀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집사는 그녀를 사랑채 곁방으로 안내했다.“후작께서 손님을 맞고 계십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곁방과 대청 사이에는 얇은 장지문 하나뿐이었다. 목소리가 그대로 넘어왔다.“북방 변경이 소란스럽습니다. 물자는 모자라고, 국경 너머 움직임도 심상치 않습니다.”처음 듣는 목소리였다. 말끝마다 공손했지만, 오래 준비해 온 말처럼 매끄러웠다.“병부에서는 현지 사정에 밝은 분이 필요하다는 뜻을 모았습니다. 대공자께서 다시 나서 주신다면, 품계는 전보다 높이 올려 드리겠다는 전언입니다.”예령은 목록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병부. 어제 장호가 따라간 마차가 떠올랐다.잠시 침묵이 흐른 뒤 무겸의 목소리가 들렸다.“뜻은 고맙게 받겠소.”지팡이 끝이 바닥에 닿는 소리가 한 번 났다.“하나 이 몸으로 말에 오르면 병부에 누만 끼칠 것이오.”“공자께서 많이 나아지셨다고 들었습니다만.”“누가 그리 말하였소?”“아, 그저 소문으로……”사자의 말끝이 잠깐 흐려졌다.예령은 숨을 죽였다. 무겸의 다리가 나아지고 있다는 것은 후부 안에서도 아는 사람이 드물었다. 그것을 병부의 사자가 먼저 입에 올렸다.진북후가 헛기침을 하며 끼어들었다.“아이가 스스로 사양하니 오늘은 이만하시지요.”사자는 더 버티지 않았다. 다만 물러나기 전에 한 마디를 덧붙였다.“병부에서는 뜻을 거두지 않을 것입니다. 이번 일을 가장 먼저 청하신 분의 뜻도 그렇고요.”사자가 대청을 나서며 곁방 앞을 지났다. 장지문에 비친 그림자가 아주 잠깐 멈췄다가 다시 움직였다.발소리가 멀어졌다.예령은 목록을 내려다

  • 이번 생은 그의 형을 선택했다   79화. 붉은 실의 출처

    다음 날 아침, 예령은 상단에 나가자마자 염방의 판매 장부부터 구해 오게 했다. 서씨 상단이 북방 염료를 대 주는 염방이라, 거래를 핑계로 장부를 청하면 거절하지 못할 곳이었다.연화가 두툼한 장부 두 권을 탁자에 내려놓았다.“매듭을 찾으시는 거라면 공방 거리로 사람을 보내는 게 빠르지 않을까요?”“매듭 짓는 공방은 많아. 하지만 그 실을 물들이는 곳은 몇 안 되지.”예령은 장호가 기억해 낸 모양을 종이에 옮겨 그렸다. 검은 끈 세 가닥 사이로 붉은 실 한 가닥이 꼬여 들어간 매듭이었다.검은 끈은 흔했다. 문제는 붉은 실이었다.황도에서 쓰는 붉은 염료는 대개 남쪽에서 올라왔고, 볕을 오래 받으면 누렇게 바랬다. 그런데 장호는 해가 진 골목에서도 그 붉은빛이 검게 죽지 않았다고 했다.“북방의 붉은 뿌리로 물들인 실이야.”잘 바래지 않아 군복 끈이나 깃발에 쓰는 실이었다. 값이 비싸 황도에서 사들이는 곳은 손에 꼽았다.예령은 장부를 넘겼다. 지난 반년 동안 염방에서 그 실을 많이 사 간 곳은 셋이었다. 병부에 납품하는 피복 공방, 군기를 만드는 깃발 공방, 그리고.태성상단.연화가 숨을 삼켰다.“황기문의 상단이요?”“아직은 실을 샀다는 것뿐이야.”예령은 태성상단이 사 간 양을 다시 셌다. 비단이나 곡식을 다루는 상단이 쓸 만한 양이 아니었다. 군복 끈을 수천 벌은 꿸 수 있었다.“이만큼이나 사서 어디에 쓴다는 거죠?”“그게 궁금한 거야.”말은 그렇게 했지만 예령은 이미 다음 수를 생각하고 있었다.“장호.”문밖에서 기다리던 장호가 들어왔다."어제 그자, 오늘도 나타날까요?"“올 겁니다. 곽진 쪽 사람들이 교대하는 시각을 재고 있었습니다.” "그럼 이번에는 따라가 주세요."장호가 고개를 들었다.“아가씨 곁을 비워야 합니다.” "곽진의 사람들이 있지 않습니까. 오늘은 저도 상단 밖으로 나가지 않겠습니다."장호를 떼어 놓지 말라던 무겸의 당부가 떠올랐다. 그러나 그 미행자를 놓치면 다시 붙잡을 기회가 없을지도 몰랐다.예령이

  • 이번 생은 그의 형을 선택했다   78화. 묻지 않는 이유

    오후 늦게 북방에서 서신 한 통이 도착했다.진가상회였다. 태성상단과의 거래는 아직 정하지 않았으니, 서씨 상단에서 사람을 보낸다면 한 번은 만나 보겠다는 짧은 답이었다.예령은 서신을 두 번 읽고 나서야 내려놓았다. 완전히 돌아선 것은 아니었다. 아직 붙잡을 여지가 남아 있었다.그녀는 곧장 진가상회에 보낼 답장을 쓰기 시작했다. 누구를 보낼지, 어떤 조건을 먼저 꺼낼지. 한 번의 만남으로 다시 붙잡아야 했기에 문장 하나도 가볍게 쓸 수 없었다. 반쯤 적었을 때였다.장호가 집무실로 들어왔다.“아가씨. 오후부터 상단 근처에 낯선 자 둘이 머물고 있습니다.”예령이 붓을 멈췄다.그날까지 아무 일도 없다면.무천의 목소리가 먼저 떠올랐다."무천 공자 쪽입니까?"“아닙니다. 곽진이 부리는 사람들입니다. 둘 다 얼굴을 압니다.”예령은 창가로 가 발 틈으로 아래를 내려다봤다. 맞은편 찻집 처마 밑에 앉은 사내는 찻잔을 든 채 길만 보고 있었다. 차를 마시는 사람의 눈이 아니었다."큰공자님께서 붙이셨군요."“예.”"이유는요?"장호가 입을 다물었다.어젯밤과 같은 침묵이었다.예령은 더 묻지 않았다."알겠습니다. 나가 보세요."장호가 물러난 뒤 예령은 쓰다 만 서찰을 내려다봤다.북방으로 직접 가겠다고 했을 때 무겸은 막지 않았다. 다만 순서를 정하자고 했을 뿐이다. 그런 사람이 이번에는 아무 말 없이 먼저 사람부터 붙였다.그만큼 급한 일이라는 뜻이었다.예령은 마지막 줄을 채우고 답장을 봉해 사람을 불러 보냈다.상단 문을 나섰을 때는 이미 등불이 켜져 있었다.계단 아래에 낯익은 마차가 서 있었다. 그 곁에 선 무겸을 보고 예령은 걸음을 멈췄다.“지나가는 길이십니까?”“그렇소.”“그 길은 여전히 자주 겹치네요.”무겸은 대답 대신 마차 문을 열었다.예령은 이번에도 묻지 않고 그의 마차에 올랐다.마차가 움직이자 한동안 바퀴 소리만 이어졌다. 예령은 창밖을 보다가 맞은편으로 시선을 옮겼다. 무겸의 안색은 어제보다 나아 보였지만, 지팡이를

  • 이번 생은 그의 형을 선택했다   77화. 그날의 생존자

    다음 날 아침, 예령은 평소보다 늦게 상단으로 향했다.밤새 장부를 펼쳐 두었으나 제대로 읽은 것은 몇 장 되지 않았다. 북방에서 올라왔다는 사내와 무겸의 다리에 관한 이야기가 자꾸 마음에 걸렸다.그래도 묻지는 않기로 했다.무겸이 먼저 꺼내지 않은 과거를 자신이 캐물을 이유는 없었다. 혼인을 앞두고 있다고 해도 서로의 지난날까지 모두 내놓기로 한 사이는 아니었다.그렇게 마음을 다잡았으나 상단에 도착한 뒤에도 집중은 쉽지 않았다. 장부를 몇 장 넘길 때마다 손이 멈췄고, 자신도 모르게 같은 줄을 두 번씩 읽었다.자신이 모르는 한무겸.그 사실이 이상하리만치 오래 마음에 남았다.그 시각, 후부의 별채에는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아 있었다.무겸은 탁자 맞은편에 앉은 사내를 말없이 바라봤다.거칠게 자란 수염과 햇볕에 그을린 얼굴, 관자놀이에서 턱 아래까지 이어진 오래된 흉터.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낯선 얼굴은 아니었다.한때 북방에서 함께 칼을 들었던 자였다.그는 당시 무겸의 휘하에서 정찰과 길잡이를 맡았던 자였다. 전투가 끝난 뒤에는 시신조차 찾지 못해 죽은 것으로만 남았다. 그런 사람이 몇 해 만에 살아 돌아와 눈앞에 앉아 있었다.무겸이 먼저 입을 열었다.“살아 있었군.”사내가 헛웃음을 흘렸다.“그 말은 내가 해야 할 듯한데.”“어찌 이제야 나타났지?”“나타난 것이 아니라 달아나 온 것이오.”사내는 앞에 놓인 찻잔에는 손도 대지 않은 채 몸을 조금 앞으로 기울였다.“몇 해를 이름까지 바꾸어 숨어 살았소. 북방을 떠난 뒤에는 아는 자도 거의 만나지 않았지. 그런데 얼마 전부터 수상한 자들이 옛 부대 사람들을 하나씩 찾기 시작했소.”무겸의 손가락이 지팡이 손잡이를 천천히 두드렸다.“누구의 짓이냐.”“그걸 알았으면 이리 숨어 다니지도 않았겠지.”사내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다만 사람을 찾는 수법이 그때와 너무 닮았소."방 안의 공기가 서늘하게 가라앉았다.무겸은 잠시 침묵하다 물었다.“그래서 나를 찾아온 것이냐.”“그날

  • 이번 생은 그의 형을 선택했다   76화. 북방에서 온 사람

    문이 닫힌 뒤에도 무천이 남긴 말은 한동안 방 안에 머물렀다.그날까지 아무 일도 없다면.예령은 닫힌 문을 바라보다 천천히 시선을 거뒀다. 단순한 협박이라면 차라리 쉬웠다. 그러나 무천은 이미 한 번 선을 넘었고, 실패했다고 해서 순순히 물러날 사람도 아니었다.“저 사람은 정말 변하지 않네요.”무겸이 옆에서 물었다.“예전에도 저랬소?”예령의 손끝이 잠시 멈췄다.전생의 기억이 스쳤지만 굳이 꺼내지는 않았다.“자기가 원하는 건 결국 손에 들어온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니까요.”무겸은 닫힌 문 쪽을 한 번 바라봤다.“이번에는 뜻대로 되지 않을 거요.”예령이 그를 돌아봤다.“확신하시네요.”“뜻대로 되게 둘 생각이 없으니까.”담담한 말이었다.그런데 그 한마디가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예령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 문득 물었다.“그런데 공자님은 왜 여기에 오셨습니까?”무겸의 시선이 그녀에게 돌아왔다.“무천이 이쪽으로 왔다는 말을 들었소.”“그래서 직접 오신 겁니까?”“어제 일을 벌인 사람이 오늘 예령 낭자를 찾아왔다는데, 확인하지 않는 쪽이 더 이상하지 않겠소.”틀린 말은 아니었다.하지만 굳이 직접 올 필요까지 있었을까.사람을 보내 확인할 수도 있었고, 장호도 곁에 있었다. 그 생각이 들었지만 예령은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무겸 역시 더 설명하지 않았다.다만 바로 돌아가지도 않았다.예령이 탁자 위의 진술서를 정리하는 동안에도 조용히 기다렸다.한참 뒤 예령이 먼저 입을 열었다.“어제는 제가 공자님을 찾아갔고, 오늘은 공자님이 저를 찾아왔네요.”무겸의 시선이 돌아왔다.“그렇군.”“한 번씩입니다.”무겸은 잠깐 생각하는 듯하더니 낮게 말했다.“그럼 빚은 없는 셈이오.”예령이 피식 웃었다.“그걸 빚으로 계산하고 계셨습니까?”“예령 낭자가 먼저 셌잖소.”별것 아닌 대화였다.그런데 조금 전까지 남아 있던 서늘한 긴장이 묘하게 옅어졌다.무겸이 먼저 몸을 돌렸다.“오늘은 일찍 들어가시오. 장호도 데리고.”“공자님은요?”

  • 이번 생은 그의 형을 선택했다   75화. 알면 안 되는 것

    다음 날 오후, 예령은 상단 집무실에서 전날 별원에서 받아낸 진술을 다시 읽고 있었다.붙잡힌 사내 하나는 무천의 지시를 받았다고 인정했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것을 매듭짓기에는 부족했다. 명령은 대부분 말로 전달됐고 돈 역시 몇 사람의 손을 거쳤다. 무천이 자신의 이름이 적힌 증거를 남겨 둘 사람은 아니었다.예령은 진술서를 내려놓으며 손끝으로 관자놀이를 눌렀다.빠져나갈 구멍 하나쯤은 반드시 남겨 두는 사람.전생에도 그랬고, 지금도 다르지 않았다.그때 밖에서 발소리가 가까워졌다.“아가씨.”연화가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조심스럽게 말했다.“한무천 공자가 오셨습니다.”예령의 손이 멈췄다.언젠가는 마주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제 발로 먼저 찾아올 줄은 몰랐다.“들어오라고 해.”잠시 뒤 문이 열렸다.무천은 어제 자신의 계획이 완전히 틀어진 사람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평온한 얼굴이었다. 예령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은 채 그가 맞은편에 앉는 것을 지켜봤다.“무슨 일이죠?”“어제 형에게 일이 있었다고 들었어.”예령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많이 놀랐겠군.”“무슨 일을 말씀하시는 건가요?”무천의 시선이 아주 잠깐 멎었다.예령은 모르는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송 낭자와 함께 있었다고 들었는데.”“두 사람이 만난 게 무슨 일이라도 되나요?”무천은 그녀의 얼굴에서 무언가를 찾으려는 듯했다. 그러나 예령은 아무렇지 않게 찻잔을 손에 들었다.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무천이 먼저 입을 열었다.“혼례를 앞둔 남자가 자신을 오래 마음에 둔 여인과 단둘이 밤을 보낼 뻔했는데도 아무렇지 않아?”예령의 손이 찻잔 위에서 멈췄다.밤을 보낼 뻔했다.그 표현은 이상했다.별원에서 벌어진 일은 아직 밖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송가와 후부로 소식을 전하려던 자들은 모두 붙잡혔고, 그곳에 있었던 사람들에게도 입을 다물게 했다.무천에게 들어갔을 보고라 해 봐야 계획이 실패했다는 것 정도일 터였다.예령은 천천히 찻잔을 내려놓았다.“누가 그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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