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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Author: 영준
“효진아, 뭘 멍하니 서 있어? 얼른 지훈 씨한테 의자 빼 드려!”

김명덕이 그녀에게 말했다.

“괜찮습니다.”

이효진이 다가가기 전에 남지훈이 입을 열었다.

“김 사장님, 오늘 제가 이렇게 찾아온 건 보상금 때문입니다.”

“그럼요, 물론이죠!”

남지훈을 당황하게 만든 것은 바로 김명덕의 마치 다른 사람이라도 된 것 같은 태도였다!

김명덕이 말했다.

“회사가 지훈 씨를 해고한 건 제 잘못이에요. 저도 제 잘못을 인지하기도 했고요. 이런 일에 휘말리게 하여 정말 죄송합니다. 그리고 지훈 씨도 더 이상 회사 다니고 싶지 않을 것 같아서요.”

“제가 2배로 보상해드리죠. 저와 함께 일한 시간이 7년도 넘었잖아요. 아니지, 거의 8년이네요. 그러니까 총 9개월의 월급의 2배로 보상해드리죠. 그러면 총 2600만 원이네요.”

그는 이내 책상 서랍을 뒤지더니 2600만 원의 현금다발을 남지훈 앞에 내밀었다!

김명덕은 그 돈을 가리키며 말했다.

“전부 지훈 씨 거예요.”

남지훈은 어안이 벙벙하였다!

김명덕은 지금 개과천선하려는 걸까?

그건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김명덕은 왜 그에게 이렇게 많은 돈을 순순히 내놓는 거지?

갑자기 해고당해 보상금을 받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지만, 김명덕이 순순히 보상금을 준다는 건 이상한 일이었다.

2600만 원은 그가 일을 다시 시작할 때까지 살아가기엔 충분한 금액이었다.

하지만 그는 김명덕이 이렇게 순순히 돈을 내놓을 인물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그럼 이렇게 하죠.”

잠깐 골똘히 생각하던 남지훈은 좋은 생각이 떠오른 듯하였다.

명덕 테크에서 그를 해고했으니 그 돈은 응당 그가 받아야 할 돈이었다.

자신이 받아야 할 돈인데 굳이 그가 거절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그는 그래도 김명덕의 계략에 빠지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가 입을 마저 열기도 전에 김명덕은 서랍에서 종이 한 장을 그의 앞에 내밀었다.

“잘 확인하고 밑에 사인만 해주시면 됩니다.”

보상금 협의서!

종잇장엔 아주 똑똑하게 쓰여 있었다. 남지훈은 회사에서 7년이나 근무했던 직원으로서 회사에선 월급의 2배로 보상해주는 제도를 적용하여 남지훈에게 2600만 원을 보상해준다는 내용이었다.

남지훈이 걱정했던 것은 바로, 이 협의서 때문이었다.

협의서가 없으면 김명덕은 언제든지 그에게서 돈을 다시 빼앗아 갈 수 있었고 심지어 그가 회삿돈을 횡령했다고 누명을 씌울 수도 있었다.

이 협의서만 있으면 이 돈은 그는 아주 당당하게 받고 쓸 수가 있었다!

사인을 한 후, 남지훈은 자신에게 복사본을 한 부 남겼고 2600만 원에서 900만 원을 꺼냈다.

“이건 사장님의 컴퓨터를 망가뜨린 값입니다.”

말을 마친 남지훈은 나머지 돈을 들고 나갔다.

“명덕 오빠, 쟤한테 왜 그렇게나 많이 준 거야?”

이효진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김명덕은 남지훈에게 두 대나 얻어맞고도 남지훈을 찾아가 귀찮게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엄청나게 많은 보상금을 주었다.

“지피지기 백전백승이지.”

김명덕은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제 내가 너랑 VIP 병실로 옮긴 것에 관한 얘기를 나눴었잖아. 저 자식 배후엔 분명 누군가가 있어. 그러니까 얼른 가서 조사해. 뻔뻔하게 가서 달라붙든, 아니면 미인계를 쓰든 샅샅이 조사해!”

“쟤가 전에 너한테 손도 까딱 안 댔다며. 미인계를 쓰면 분명 쉽게 넘어올 거야!”

“명덕 오빠...”

이효진은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저런 멍청한 놈이 내 몸 만지는 거 싫어. 내 몸은 명덕 오빠만 만질 수 있어!”

김명덕은 크게 소리를 내어 웃더니 이내 이효진의 엉덩이를 찰싹 때리며 말했다.

“이 일은 나한테 엄청 중요한 일이야. 걔한테서 두 대나 맞았는데 가만있을 순 없잖아. 그러니까 가서 잘 조사해 봐. 잘하면 내가 포르쉐 한 대 사줄 테니까!”

“그리고, 걔가 가져간 돈도 어떻게든 다시 가져오게 생각해봐. 그럼, 그 돈은 전부 네 거야!”

포르쉐와 돈이라는 단어에 이효진은 마음이 설렜다.

미인계는 그녀가 제일 잘하는 것이 아닌가!

그게 아니라면 그녀는 절대 김명덕을 유혹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 편, 남지훈은 이렇게 순조롭게 일이 잘 풀릴 줄은 몰랐다. 설마 자신이 김명덕의 약점을 손에 넣은 것을 알게 된 건 아닐까?

남지훈이 보상금으로 2600만 원을 받았다는 소식에 이현수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저도... 그냥 그 자식을 두 대 때려버릴까요? 그럼, 저도 해고당하겠죠?”

남지훈은 그를 흘겨보더니 이내 그의 어깨를 두어 번 두드리며 말했다.

“비록 저도 왜 순순히 주는지 모르겠지만 그 사람을 두 대 때리면 아마 무조건 이현수 씨 앞으로의 생활이 아주 귀찮아 질겁니다.”

“그냥 회사에서 농땡이를 피우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이현수는 헤헤 웃었다.

그는 이미 자신에게도 김명덕과 이효진의 대화 기록 복사본을 남겨두었다. 김명덕이 그를 찾아와 괴롭힌다면 그는 그 대화 기록을 김명덕의 와이프에게 보여줄 생각이었다.

역시 농땡이는 제일 즐거워!

남지훈은 이현수와 얘기를 좀 더 나눈 후 병원으로 갈 생각이었다.

이변이 없다면 오늘 후로 그는 절대 다시 명덕 테크에 오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가 길가에서 택시를 잡고 있을 때 이효진이 하이힐 소리를 내며 다가왔다.

“지훈 씨, 기다려!”

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남지훈은 순간 역겹게 느껴져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그러나 이효진은 아주 뻔뻔한 사람이었다. 그녀는 남지훈의 곁으로 다가가 마치 연인처럼 남지훈의 팔에 자신의 팔을 감았다.

남지훈이 그녀의 팔을 뿌리치면서 말했다.

“이효진! 지금 뭐 하자는 거야?”

화려한 옷을 입은 그녀는 외모도 아름다웠지만 남지훈이 보기엔 길가의 거지보다 더욱 더러워 보였다.

“지훈 씨!”

이효진은 순간 울먹이면서 말했다.

“내가 잘못했어. 나한테 다시 한번만 기회를 주면 안 될까? 우리 다시 시작하자. 앞으로는 돈 달라는 말도 하지 않을게. 심지어 결혼할 때도 아무것도 해주지 않아도 돼!”

그녀의 말을 들은 남지훈은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며칠 전만 해도 그녀는 그에게 자신의 청춘을 낭비한 비용으로 1억 6000만 원을 요구했다. 그런데 오늘 그녀는 그에게 다시 시작하자고 말한다.

이효진의 말이 진심이든 아니든 남지훈은 절대 받아들일 리가 없었다.

소연과 결혼하지 않았어도 그는 두 번 다시 이효진을 용서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바람 안피는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피는 사람은 없다고 누가 그랬던가.

대답을 하지 않는 남지훈에 이효진은 눈물방울을 똑 떨구며 말했다.

“지훈 씨, 그간의 감정도 있는데, 딱 한 번만 날 용서해 줄 수도 없는 거야? 한 번만! 제발 딱 한 번만!”

남지훈은 여전히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고 심지어 이효진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택시가 오자마자 그는 바로 탑승하고 떠났다.

“나쁜 놈!”

점점 멀어져 가는 택시를 보며 이효진은 발을 동동 굴렀다.

이효진은 황급히 택시를 잡더니 남지훈을 따라갔다.

그녀는 포르쉐를 얻어내기 위해 김명덕이 시킨 일을 반드시 해내야 했다.

병원에 도착해서도 이효진은 남지훈의 곁에서 질척거렸다.

“이효진, 도대체 무슨 생각이야?!”

남지훈은 고개를 홱 돌리며 말했고 분노 가득한 눈빛으로 이효진을 보았다.

예전의 남지훈이라면 절대 그런 눈으로 이효진을 볼 리가 없었다.

이효진에게 화를 내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었고 아무리 화가 났다 하더라도 이효진이 울먹거리기만 하면 그는 누그러진 어투로 말했었다.

이효진이 원하는 것을 사다 주지 않으면 절대 이효진의 기분을 풀 수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효진답지 않게 남지훈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지훈 씨, 제발 날 용서해줘! 딱 한 번만! 우리 다시 시작하자!”

“앞으로 돈도 흥청망청 쓰지 않을게. 지훈 씨 말도 잘 들을 테니까, 응?”

남지훈은 눈썹을 찌푸렸다.

“내 말도 잘 듣겠다고?”

“응! 뭐든지 잘 들을게!”

이효진은 순간 속으로 기쁨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는 속으로 자신의 유혹에 넘어오지 않는 남자는 없다고 생각했다. 남지훈도 결국 그녀의 유혹에 넘어오지 않았는가!

“그럼 내 말을 듣겠다고 했으니까...”

남지훈은 병원 입구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럼, 당장 꺼져! 내 앞에서 사라지라고!”

이효진은 순간 벙쪄 있었고 이내 화가 나기 시작했다!

“지훈 씨!”

그녀는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

“너무한 거 아니야?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가 있어! 난 이미 지훈 씨한테 사과했잖아! 여기서 더 이상 뭘 더 어떻게 하라고!”

“어떻게 하냐고?”

남지훈은 여전히 담담한 어투로 말했다.

“꺼지면 돼. 너만 보면 난 기분이 참 더러워지더라.”

남지훈은 성큼성큼 VIP 병실로 걸어갔다.

이효진과 김명덕의 대화 기록을 본 후 그날로 남지훈은 이효진에 대한 마음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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