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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남지훈은 송태수의 방문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이러나저러나 그는 그저 일반인이었고 그저 열심히만 살아가기만 하면 되는 것으로 생각했다.

아버지가 퇴원하게 되면 그때 다시 직장을 알아볼 생각이었다.

그의 능력과 기술이라면 다른 회사에 취직하는 건 아마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었다.

소연과의 결혼 생활은 어차피 3년만 버티면 되는 것이었다.

그날 오후, 남지훈은 최선정이 약을 먹는 모습을 지켜본 후 병실에서 나갔다.

간호사도 최선정이 약을 먹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매번 약 먹을 시간대가 되면 최선정에게 귀띔해주었다. 그렇기에 남지훈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병원을 나온 그는 마트로 가서 장 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누군가가 그의 어깨에 팔을 올려놓았다.

“어이, 친구. 시간 있어? 돈 좀 빌려줘 봐.”

그 말을 들은 남지훈은 바로 상대가 뭐 하는 사람인지 알아챘다.

그는 자신의 주머니를 만지며 말했다.

“친구, 이거 어쩌나. 난 돈 한 푼도 안 가져왔는데.”

이 시대에 날강도라니, 남지훈은 다소 어이가 없었다.

지금 시대에 누가 현금을 많이 들고 다니겠는가?

“괜찮아!”

그 남자는 허허 웃더니 휴대폰을 꺼내 결제 코드를 그에게 내밀었다.

“우리는 모두 시대를 따라가는 사람이지!”

남지훈의 안색이 어두워졌고 바로 그 남자를 밀쳐내고 뛰었다!

김명덕에게서 받아낸 2000만 원은 카드에 있었고 그는 절대 남자에게 그 돈을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남자의 속도는 아주 빨랐다. 남자는 얼마 지나지 않아 남지훈을 바로 따라잡았다.

“아이고!”

남자는 비아냥거리면서 말했다.

“아주 잘 달리네! 우리 한번 겨뤄 볼까? 얘들아, 얼른 이 사람 휴대폰 좀 뺏어 봐. 안에 분명 돈이 있을 거야!”

순간 여러 사람이 남지훈을 덮쳤다.

그러나 남지훈은 절대 순순히 휴대폰을 빼앗길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주먹을 무자비하게 마구 휘둘렀다.

한편 스카이 팰리스.

시간을 확인하던 소연은 미간을 찌푸렸다.

항상 이 시간이면 남지훈은 돌아와 저녁 식사를 차렸었다.

늦게 오면 왜 늦게 온다고 문자를 보내지 않는 거지?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남지훈에게 연락을 하려고 하던 순간 휴대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누구세요?”

소연이 물었다.

“소연 씨 맞으신가요?”

“안녕하세요, 저 여기 J 도시 경찰서입니다. 당신의 남편이 폭행 사건에 휘말리게 되어 경찰서로 오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소연 씨께서 경찰서로 방문해 주셔야겠습니다.”

소연은 어이가 없었다!

남지훈이 폭행 사건에 연루되었다고?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던 소연은 얼른 옷을 갈아입고 J 도시 경찰서로 달려갔다.

경찰서에 도착하자마자 소연은 남지훈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소연은 간단하게 사건을 전해 들은 후 합의금 50만 원을 내고 남지훈과 함께 나왔다.

“저 사람들이 돈 뜯으려고 했어.”

남지훈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마치 잘못을 저지른 아이처럼 살짝 울먹거리기도 했다.

소연은 남지훈을 흘겨보았다.

“사건에 대해서는 나도 전해 들었어. 다음에도 이런 양아치들이 찾아오면 나한테 먼저 연락해.”

남지훈은 고개를 들고 소연을 보았다. 그는 소연이 조금 낯설게 느껴졌다.

연락하라고?

그건 스스로 호랑이 굴에 들어가는 거랑 별반 다를 게 없잖아.

소연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소한용에게 문자를 보내 남지훈과 싸운 남자들을 조사하라고 했다.

소한용이 조사하자마자 또 김명덕의 이름을 조사하게 되었다.

“이 새끼가.”

소한용은 냉소를 터뜨렸다.

“마음껏 즐기고 있어. 내가 곧 처리해줄 테니까!”

그는 조사한 정보들을 소연에게 보내면서 물었다.

“동생아, 어떻게 할 생각이야? 내가 도와줄까?”

소연은 소한용의 문자를 보고도 그냥 무시해버렸다.

그러나 다음 날 오후, 그녀는 병원으로 왔다.

소연의 등장에 남지훈은 깜짝 놀랐다.

“뭘 봐? 가자!”

소연이 그에게 말했다.

남지훈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설마 나를 데리러 온 건가? 왜지? 설마 오늘도 양아치들에게 당할까 봐?’

그는 보기와는 다르게 은근히 싸움을 잘했다.

병원에서 나오자마자 남지훈은 또 어제 그 양아치들에게 찍혔다.

“어이! 오늘은 이런 예쁜 아가씨랑 같이 있네? 왜, 우리랑 같이 즐기려고? 아이고, 고마워라!”

양아치를 보자마자 남지훈은 황급히 소연을 등 뒤로 숨겼다.

“나만 기다리고 있었나 봐? 도대체 무슨 생각이지?”

남지훈은 분노가 치밀어올랐다.

그 양아치들은 마치 남지훈만 노리고 있는 것 같았다.

“무슨 생각이냐고?”

양아치의 대장으로 보이는 남자가 웃으면서 말했다.

“돈과 여자만 남겨두고 얼른 꺼져!”

남지훈은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솟아 올랐고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바로 이때, 양아치 중 한 명이 남지훈의 어깨에 팔을 올리며 말했다.

“우리랑 같이 놀고 싶은가 본데. 그럼, 우리가 함께 어울려주지...”

“소연아?”

남지훈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소연의 뜻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러나 양아치들은 아주 큰 소리로 웃었다.

소연은 그 양아치들을 향해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가까이 와봐.”

그녀는 매력적인 자태로 서 있었다!

그런 그녀의 아름다운 자태를 누가 거부할 수 있을까?

남지훈은 주먹을 꽉 쥐었다. 만약 이 일에 소연이 연루된다면 그는 엄청난 죄인이 되는 것이 아닌가?

여자가 어떻게 남자의 상대가 될 수 있을까?

하지만 이어진 그녀의 행동에 남지훈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소연의 자세를 보면 분명 유단자임이 틀림없었고 비록 남자보단 힘이 뒤떨어졌지만, 주먹을 뻗는 족족 아주 큰 상처를 입히고 있었다.

몇몇 사람들은 이미 바닥에 나뒹굴기 시작했다.

대장으로 보이는 남자는 이미 소연에 의해 제압되었다. 소연은 그의 목을 무릎으로 누르면서 말했다.

“말해! 김명덕이 시켰어?”

“살려줘! 살려줘!”

그 남자는 여전히 모른 척하였다.

“김명덕이 누구야? 난 애초에 그 사람을 모른다고!”

“이실직고하지 못 해?”

소연은 자비로운 사람이 아니었고 그녀가 무릎에 힘을 주자 그 사람은 바로 항복하였다.

“말할게! 말하면 되잖아! 김명덕이 시킨 거 맞아!”

소연은 그제야 그 사람을 놓아주었고 이내 남지훈을 쳐다보았다.

남지훈은 애초에 양아치들에게 찍힌 것이 아니었다. 그저 누군가가 그들에게 시켜 남지훈을 괴롭히라고 한 것이었다.

소연은 남지훈의 전 회사 사장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김명덕이라고 했나?

멍한 표정으로 서 있던 남지훈의 눈빛엔 놀라움이 가득 담겨 있었다.

어젯밤 그는 이 양아치들과 싸울 때 겨우겨우 양아치들을 이겼고 심지어 한대 얻어맞기도 했다.

그러나 소연은 단 몇 초 만에 양아치들을 때려눕혔다.

정말 내가 아는 소연이 맞아?

남지훈의 반응을 알아챈 소연은 손을 탁탁 털며 말했다.

“그냥 호신술만 배운 거야.”

그녀는 남지훈의 곁으로 다가갔다.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처리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아주 귀찮아 질거야.”

남지훈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김명덕이 사람을 보내 그를 괴롭힐 줄을 꿈에도 몰랐다.

‘도대체 뭐 하자는 거지? 보상금을 주고 또다시 나를 괴롭히려는 속셈인가?’

“내가 알아서 할게.”

남지훈이 말했다.

소연은 이미 그를 도와 많은 문제를 해결해 주었고 김명덕이 어떤 사람인지는 그가 더 잘 알고 있었다.

만약 소연이도 그에게 찍힌다면 아주 귀찮질 것이 분명하였다.

“내일 회사로 찾아갈 거야. 정 안 되면 그 자리에서 모든 걸 밝혀버리면 돼.”

남지훈이 답했다.

이현수가 가진 물건으로 김명덕에게 협박이 통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일단 해보기로 했다.

어쩌면 그의 반격이 시작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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