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지훈은 절대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성격이 아니었기에 소연은 더 이상 끼어들지 않았다.게다가 어차피 계약 결혼이니 굳이 그녀가 상관할 필요도 없었다.남지훈도 소연에게도 모두 그들이 해결해야 할 일들이 있었고 무슨 문제가 생기면 번마다 소연을 불러 해결할 수는 없었다.“발은 괜찮아?”남지훈이 그녀에게 물었다.그는 며칠 전 소연이 아주 심하게 넘어진 것을 기억하고 있었지만, 이틀도 지나지 않아 소연은 이리저리 뛰어다니기 시작했다.소연이 말했다.“약간 아프긴 한데 심각한 건 아니야. 이런 양아치들 정도는 쉽게 해치울 수 있었어.”남지훈의 입가가 파르르 떨려왔다.그는 그제야 소연이 왜 자신을 흔쾌히 스카이 팰리스로 들어오라고 했는지 이해가 갔다. 그녀의 실력으로 그를 가볍게 제압할 수 있는 것이었다.만약 어느 날 그가 이성을 잃고 소연의 방으로 쳐들어갔다간 분명 아주 손쉽게 제압당했을 것이다.그는 그 끔찍한 상상을 더는 하고 싶지 않았다!스카이 팰리스로 돌아온 남지훈은 저녁을 차리기 시작했다.소연도 소파에 앉아 비서에게 업무에 관한 얘기를 듣고 있었다.그녀는 이틀 동안 회사에 가지 않았고 모든 업무는 큰 오빠인 소한진에게 맡기고 있었다.“그래요, 알겠습니다. 내일 오전 9시에 사람들을 불러 모아 회의를 하죠. 그때 가서 결정하죠.”소연은 한숨을 내쉬며 전화를 끊었다.남지훈은 음식을 식탁에 내려놓았다.“무슨 일인데?”그는 어차피 소연의 대답을 얻을 수 없다는 생각에 남지훈은 괜히 먼저 말을 걸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뜻밖에도 소연이 그의 말에 대답했다.“요 며칠 회사에 문제가 생겼거든. 내일부터는 아마 출근해야 할 것 같아. 좀 한동안은 바쁘게 될 거야.”사람과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었고 화제 거리를 찾아 대화를 이어가면 되는 것이었다.남지훈이 또 물었다.“궁금한 게 있는데 넌 S 그룹에서 어떤 직급을 맡고 있어? 혹시 S 그룹이 너희 가문에서 경영하는 회사야?”소연은 순간 긴장되었다!그녀는 줄곧 자신의 정
“그래요! 제가 뒤에서 응원할게요!”이현수가 답했다.그는 아직 김명덕의 회사에 다니는 직원에 불과했기에 굳이 남지훈을 위해 김명덕과 맞설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회사에서 농땡이를 부리며 김명덕이 주는 월급을 꼬박꼬박 받아먹는 것이 아주 편안했기 때문이다.이효진은 여전히 김명덕의 사무실에 앉아 있었다.그 모습을 본 남지훈은 어이가 없어 웃음만 나왔다.‘김명덕 이 자식은 들키는 게 두렵지 않은가 봐!’남지훈을 발견한 김명덕도 씨익 웃어 보였다.남지훈은 마치 그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해 온 것 같았다.어제 소연에게 처리당한 양아치들이 아마 김명덕에게 쪼르르 달려가 보고한 것 같았다.이효진의 말과 양아치들의 증언을 조합해보면 양아치들을 때려잡은 건 바로 남지훈의 와이프가 틀림없었다.“왔어요? 앉으세요!”김명덕은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남지훈은 고개를 저었고 서류 봉투를 김명덕의 앞으로 툭 던졌다.“김명덕 씨, 오늘부터 서로 그냥 제 갈 길 가죠?”남지훈은 직설적으로 말했다.반면 김명덕은 어안이 벙벙하였다.그는 봉투를 뜯어 안에 내용물을 확인해 보고더니 눈살을 살짝 찌푸렸고 이내 다시 표정을 갈무리했다.“지훈 씨, 이게 무슨 뜻이죠? 전... 잘 모르겠네요...”“김명덕 씨.”남지훈이 계속 말했다.“모른 척하실 필요 없습니다. 당신이 사람을 시켜서 저를 괴롭힌 것처럼 저도 이 서류들을 당신 와이프한테 전해줘도 되겠죠?”탁!김명덕은 테이블을 세게 치더니 남지훈을 노려보았다.“지금 저를 협박하시는 겁니까?!”김명덕의 반응에 남지훈은 순간 마음이 놓였다!김명덕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감히 당신이 지금 절 협박하는 겁니까? 제가 와이프 따위를 무서워할 것 같아요? 정말 웃기는군요!”남지훈은 가슴이 철렁하였다!김명덕이 와이프를 무서워하지 않는다고?그럼, 그가 김명덕을 협박하기 위해 모은 증거들은 아무런 쓸모가 없지 않은가!김명덕을 상대하기엔 남지훈의 수법이 약간 모자랐다.그가 김명덕을 위해 일하는 동안 배운 것이라곤
도로변으로 온 남지훈은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그는 아주 철저하게 김명덕에게 찍혀버렸다.만약 예전의 그였다면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그는 아주 평온하였다.김명덕은 절대 그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 분명하였고 회사까지 그만둔 마당에 그는 굳이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그는 손을 들어 택시를 세웠고 곧장 병원으로 가려고 했다. 김명덕은 이미 자신의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아버지에게 해코지하고도 남을 사람이었다.차에 올라타기도 전에 누군가가 남지훈의 어깨 위로 팔을 올렸다.“우리 참 인연인가 봐. 이렇게 또다시 만나고.”남지훈은 고개를 돌렸다. 그 사람은 바로 지난번에 우연히 길에서 만난 소한용이었다.“여긴 어쩐 일이세요?”남지훈은 소한용이 자꾸만 자신을 미행하고 있는 것 같아 미간을 찌푸렸다.소한용이 밝게 웃으면서 말했다.“왜? 내가 여기 있으니 이상해? 난 명덕 테크의 김명덕 사장이랑 같이 협력도 한 사이야. 그 새끼가 내 돈 몇십억을 빌려놓고 아직도 안 갚았거든! 그래서 난 오늘 돈 받으러 온 거야.”“그럼, 아마 돌려받기 힘들 겁니다.”남지훈이 계속 말했다.“김명덕 그 새끼는 깍쟁이 중의 깍쟁이예요. 그런 사람한테서 돈을 받아내겠다고요? 그건 아주 불가능한 일입니다!”“감히 내 돈을 안 갚겠다고! 걔가?”소한용은 아주 자신만만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남지훈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쩌면 이것이 바로 사람과 사람차이의 차이인 것 같았다.김명덕은 소한용의 돈을 한 푼도 빼돌릴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심지어 소한용은 김명덕을 손바닥에 쥐고 있었다!그는 눈앞에 있는 소한용을 빤히 보았다. 그는 소한용도 범상치 않은 사람임을 눈치챘다.생각에 잠기고 있었던 남지훈이 입을 열었다.“지난번에 가르쳐주신 방법은 통하지 않는 것 같더군요. 김명덕은 애초에 와이프를 두려워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거든요. 그렇지 않다면 왜 불륜녀를 데리고 출근까지 하겠습니까.”“어이, 친구.”소한용은 남지훈을
몸무게도 어림잡아 100kg 이상이 되어 보였다!어쩐지 소한용이 김명덕은 와이프를 무서워 한다는 얘기를 했는지 알 것 같았다, 무서울 수밖에 없는 비주얼이었다!심지어 사모의 얼굴은 아주 흉포한 얼굴이었기에 남지훈은 살짝 겁을 먹었다.하지만 그녀의 몸엔 온통 명품만 걸치고있었다.사모님은 자리에 앉더니 남지훈을 흘끗 쳐다보았다.“물건은요?”남지훈은 서둘러 복사해둔 대화 기록을 사모님의 앞에 내밀었다.남지훈은 대화 기록을 본 사모님의 표정이 점차 흉악해지는 것을 보아낼 수 있었다!그녀는 대화 기록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이 새끼가 저번에 물어봤을 땐 아니라고 그렇게 발뺌하더니 여기서는 아주 알콩달콩 콩을 키우고 있었어?!”사모님의 말에 남지훈은 김명덕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었다!사모님은 남지훈을 보며 말했다.“이 증거들은 저에게 주는 이유가 있겠죠?”남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히 전 사모님이 절 도와주길 바라고 온 겁니다. 전 그냥 김명덕이 더 이상 저한테 질척이며 괴롭히지 말아 줬으면 하거든요.”이내 남지훈은 그간 있었던 일들을 그녀에게 말해주었다.사모님은 그의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화가 났다.“가요!”그녀는 몸을 일으켰다.“제가 그쪽과 함께 회사로 찾아가 당장 그 새끼를 처리해 드릴게요! 감히 내 돈으로 먹고 입고 살면서 불륜을 저지르다니!”남지훈은 일이 이렇게나 잘 풀리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명덕 테크.이효진은 마침 김명덕에게 정성스레 약을 발라주고 있었다.“씁! 살살해!”김명덕은 이효진의 손을 확 잡더니 이내 욱하면서 일어났다.“남지훈 그 망할 놈이! 내가 일찌감치 손 좀 봐뒀어야 했어!”“다음번에도 내 앞에 나타나면, 아주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버릴 거야!”“명덕 오빠, 진정해!”이효진은 얼른 그에게 다가갔다.“남지훈은 어차피 병신이야. 오빠가 왜 굳이 그 병신 때문에 화를 내야 해? 오빠가 정 화가 풀리지 않는다면 그럼 효진이 때려! 화풀이해!”김명덕은 크게 웃어 보였다. 그리고 그는 이효진을
이효진은 사모님의 따귀 폭격에 피를 철철 흘리고 있었다.뻔뻔한 사람이 아주 악독한 사람을 만났으니 인과응보였다.김명덕은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만 보았고 숨조차 편히 내쉬고 있지 못했다.사모님은 이효진이 기절하자 다시 김명덕의 컴퓨터 기록을 뒤졌다.김명덕과 이효진의 대화 기록을 본 그녀는 더욱 분노가 치솟았다.처음엔 그녀는 남지훈의 말을 완전히 믿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방금 김명덕 사무실에 앉아있는 이효진을 보자마자 점차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현재 그녀는 대화 기록까지 보게 되었으니 김명덕의 불륜을 확신하게 되었다.‘정말 이젠 더는 못 참아!’콰당!그녀는 모니터를 들고 바닥에 던져버렸다.“나한테는 업무 효율을 위해 고가의 컴퓨터를 사야 한다더니! 이걸로 연애질하려는 거였냐?”모니터는 아주 박살이 나버렸다!김명덕은 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사모님은 컴퓨터를 부숴버린 후 성큼성큼 김명덕 앞으로 다가갔다.김명덕의 키는 대략 170cm 정도의 작은 키였다.사모님은 그를 내려다보더니 이내 그의 귀를 잡아당겼다.“김명덕! 내가 얼마나 잘해줬는데! 감히 이딴 식으로 보답해?”“그래, 연애질이 아주 좋았나 봐? 회사 사무실에서 할 만큼? 오늘 어디 한번 죽도록 해봐!”그녀는 고개를 돌리더니 이내 고함을 질렀다.“몽땅 나가! 그리고 저 여우년도 같이 끌고 나가버려! 오늘 너희 사장이랑 제대로 놀아줘야겠으니까!”남지훈은 어깨를 움츠렸다.김명덕은 오늘 사모님에게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다.이현수는 사람들을 불러 이효진을 끌고 나갔고 남지훈도 조용히 따라 나갔다.그러나 김명덕은 그저 행운을 바랄 수밖에 없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사무실 안에서는 얻어터지는 소리가 들려왔다.그렇게 사무실에서 반 시간 동안이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그들이 문을 열었을 땐 남지훈은 사모님의 만족스러운 표정을 보게 되었다.오한을 느낀 이현수는 남지훈에게 귓속말을 하였다.“김명덕이 왜 바람을 피웠는지 알 것 같네요. 이런 와이프가 있는데 누가 참고 살겠어요!
남지훈이 멀쩡히 나오는 모습에 이현수는 엄지를 척 들었다.“남지훈 씨! 정말 대단하세요! 사모님도 지훈 씨에게 관심이 있는 것 같던데, 한번 잘해 봐요. 다른 건 몰라도 사모님이 지훈 씨를 지켜준다잖아요!”남지훈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그렇게 부러우면 이현수 씨가 잘해 보시던가요!”이현수는 몸을 움츠리며 말했다.“전 그럴 용기가 없네요!”남지훈은 그의 말에 웃음만 지어 보이더니 자리를 떴다.남지훈은 김명덕을 해결했다는 안도감에 한숨을 내쉬었다.비록 그는 김명덕이 앞으로도 그를 귀찮게 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은 없었지만 적어도 지금은 그를 건들지 못할 것이다!사모님의 위력은 역시 대단한 것 같았다. 게다가 사모님은 이미 김명덕과 이혼을 하자고 했으니 김명덕도 한 동안은 그를 상대할 시간이 없을 것이다.명덕 테크에서 나오자 문 앞에 서 있는 사모님을 발견했다. 사모님은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남지훈이 나오자 사모님은 그에게 다가갔다.그녀가 입을 열었다.“제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사람은 바로 바람피우는 사람과 배신하는 사람이에요. 제가 해결한 불륜남만 해도 열댓 명은 족히 될 거예요. 하지만 저와 김명덕은 부부이기도 했으니 한 번 봐주려고 해요.”“제 번호도 갖고 계시니 앞으로도 김명덕이 찾아와서 또 괴롭히면 언제든지 저한테 연락해줘요.”“고맙습니다.”남지훈이 답했다.사모님의 행동 스타일로 봐서는 남지훈도 사모님이 아주 화끈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렇지 않으면 김명덕의 불륜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달려와 혼쭐을 내지 않았을 것이고 이혼하자는 말도 꺼내지 않았을 것이다.적어도 지금은 사모님에게 연락한 것이 아주 잘한 일이라고 생각했다!사모님은 별다른 말없이 바로 떠났다.남지훈은 이마에 맺힌 땀들을 닦아냈다. 그는 이현수가 말했던 것처럼 사모님이 자신에게 관심을 보일까 봐 두려웠다.그럼 나도 저런 신세가 될 것이 아닌가?다행히 사모님은 그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 듯했다.한편 병원에선 남용걸이 죽을 마시고
“지금은 말하기 힘들어.”남가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너도 오랫동안 명원이랑 명석이 못 봤잖아. 애들도 아침에 가끔 삼촌이 보고 싶다고 하더라. 저녁에 시간 괜찮으면 누나랑 같이 저녁 먹을래? 그 김에 엄마가 드실 것도 포장해오고.”남가현은 자신의 엄마가 뭘 좋아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비록 병원 밥은 다양하게 나왔지만, 엄마가 좋아하는 반찬은 없었다.“이따가 오후에 시간 봐둘게.”남지훈이 말했다.소연은 그가 만든 밥을 좋아했고 거기다 계약 결혼이니 그래도 역시 일찍 집으로 들어가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오후가 되자 소연은 야근해야 한다는 문자를 그에게 보냈고 마침 남가현이 같이 저녁을 먹자고 한 시간이었다.남지훈은 저녁에 누나 집에서 저녁을 먹으니 늦게 들어간다고 답장했고 그 두 사람의 대화도 거기서 마쳤다.남가현은 유치원으로 가 아이들을 데리고 오면서 장까지 봤다.남지훈은 택시를 타고 누나의 집으로 갔다.남가현과 신정우가 결혼할 때 두 사람은 함께 노력해서 돈을 모아 J 도시에 집 한 채를 마련하였다.대부분 사람에게 집은 안락한 거주 공간일 뿐만 아니라 생활의 근본이기도 했다.남가현과 신정우가 신혼이었을 땐 아주 행복했었다.남지훈이 도착했을 땐 남가현은 두 아이들을 데리고 돌아왔다.남지훈을 본 명석이와 명원이는 얼른 그에게 달려갔다.“삼촌!”남지훈은 손에 든 울트라맨 피규어를 흔들며 말했다.“삼촌이 뭐 사왔는지 볼래?”“울트라맨!”두 아이는 아주 기뻐하였다.남가현은 키를 꺼내 문을 열었다.집안은 아주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었다.신정우가 출세한 후로부터 남가현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주부로 지내고 있었다.“난 일단 저녁부터 만들게. 네 매형은 주말에 야근하지 않는다고 했으니까 오늘은 아마 일찍 올 거야. 네가 일단 명원이와 명석이랑 놀아주고 있어.”매일 아이들을 집으로 데리고 오면 남가현은 아주 분주해졌다.밥을 하랴, 설거지하랴 심지어 아이들의 숙제까지 봐주고 있었다.한바탕 분주해지니 자신만의
“지훈이 좀 그만 괴롭혀.”남가현은 음식을 들고 주방에서 나왔다.“돈을 버는 게 뭐 그리 대단하다고. 우리 아빠가 교통사고 나시고 수술비 1800만 원 필요하다고 했을 때 당신이 나한테 뭐라고 했는데?!”“결국은 지훈이가 1800만 원을 구해왔어, 알아? 당신이 병원비 먼저 내주는 것보다 우리 아빠 돌아가시는 게 더 빨랐을거라고!”남가현은 그때 생각만 하면 눈물이 핑 돌았다.병원에서 1800만 원의 수술비가 필요하다고 했을 때 남가현은 제일 먼저 신정우를 떠올렸다.그러나 신정우에게서 들려온 답변은 그녀로 하여금 마음이 차갑게 식게 했다.신정우는 차도 바꾼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본가도 지금 다시 수리하는 중이라고 1800만 원은 마련하기 어렵다고 했었다.하지만 남가현은 그의 속셈을 잘 알고 있었다.신정우는 1800만 원을 돌려받지 못하게 될까 봐 두려운 것이었다.“누나.”분위기가 잘못되어가고 있음을 느낀 남지훈이 서둘러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이미 모두 잘 해결되었잖아. 그러니까 그 얘긴 더 이상 하지 말자. 아버지도 지금 회복하고 계시잖아?”남가현은 눈물을 닦고 다시 주방으로 들어갔다.상다리가 휘어지게 음식을 차렸지만 남가현은 입맛이 없었다.그녀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신정우를 빤히 바라보았다.“오늘은 지훈이도 있으니까 날 속일 생각은 하지 마. 정우 씨, 이제 그만 말해 봐. 왜 날 배신한 거야?!”“도대체 또 왜 이래?”신정우는 수저를 탕 내려놓으며 말했다.“내가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을 건데? 난 하루 종일 회사에서 일하느라 바빴어. 하루 종일 처리해야 할 일거리도 산더미였다고. 그런데 집에 와서 너랑 싸우기까지 해야 해?!”“내가 얼른 심리 상담 받아보라고 했었잖아. 하루 종일 이상한 생각에 빠져서는. 내가 보기엔 당신은 낮에 아주 할일이 없어 그러는 것 같아. 매일 이상한 상상이나 하고!”“아이들 돌보기 힘들면 내일 내가 어머니를 모셔 올게. 어머니한테 봐달라고 하고 당신은 출근해!”“됐다. 그만하자. 회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