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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다른 한편.

소한용은 몰래 계속 남지훈을 미행하다가 우연히 송씨 가문의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J 도시의 재벌가 가문은 소씨 가문과 송씨 가문뿐이었다. 그들은 암암리 라이벌 사이였지만 겉으로는 아주 사이가 화목해 보였다.

“아저씨.”

소한용은 예의를 지키며 중년 남자를 불렀다.

“한용이구나.”

송태수가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너 또 할아버지 보러 온 게냐? 가자, 병실로. 아저씨랑 차 한잔해야지.”

송태수의 말에 소한용은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송씨 가문도 VIP 병실로 입원해 있었다.

소한용은 눈을 쓱 한 번 훑어보더니 입을 열었다.

“아저씨, 혼자 계셨어요?”

송태수는 송 어르신을 침대로 부축해 드린 후에야 소한용에게 차를 따라주었다.

“굳이 많은 사람을 이곳에 남길 필요가 없겠더라고.”

그는 소한용의 뜻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았다.

어쩌면 모른 척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었다.

소한용은 민망한 듯 웃어 보였다.

그가 송씨 가문의 송유리를 좋아한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송태수는 송유리의 아버지였기에 당연히 그의 뜻을 모를 리가 없었다.

“아저씨, 그럼 쉬고 계세요. 전 이만 가볼게요.”

소한용은 몸을 일으켰다. 그는 송태수와 같이 마주 보고 앉아있자니 너무나도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래, 조심히 가거라.”

송태수는 굳이 그를 붙잡지 않았다.

소한용이 나가자마자 오 원장이 VIP 병실로 달려왔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오 원장은 잔뜩 긴장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송태수는 잔뜩 어두워진 얼굴로 오 원장을 보면서 말했다.

“제대로 확인해 봤어?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 봐.”

오 원장은 급히 입을 열었다.

“당시 구급차에 환자가 있었습니다. 환자를 살리는 데 혈안이 되어서 어르신을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큰 사고가 나지 않아서 정말 다행입니다.”

그의 말에 송태수의 표정이 조금은 누그러졌다.

송태수가 입을 열었다.

“누가 우리 아버지를 구해주셨다던데...”

“다행입니다!”

오 원장은 그 순간 남지훈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다.

“어르신을 구한 그 사람 저도 아는 사람입니다!”

“그 사람은 지금 어디에 있지?”

송태수가 물었다.

다른 한편, 소연도 병원에 도착했다.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어도 그녀는 아주 돋보였다.

이효진은 여전히 병실 밖에서 가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

남지훈의 마음을 돌릴수 만 있다면 포르쉐가 차려지기에 그녀는 절대 쉽게 포기할 사람이 아니었다.

남지훈이 용서해 줄 때까지 그녀는 계속 뻔뻔하게 들이밀 생각이었다.

“동생아, 네가 여긴 웬일이야?! 설마 남지훈한테 따지러 온 거야?”

소연의 기세등등한 모습에 소한용은 움찔거렸다.

더이상 다가갈 수 없었던 소한용은 몰래 뒤에서 따라가는 걸 택했다.

그는 자기 동생인 소연이 남지훈에게 따지러 가는 모습을 구경하고 싶었다.

이효진이 병실 밖에서 포르쉐에 대한 꿈을 꾸고 있을 때 순간 누군가가 다가왔다!

소연의 등장에 그녀는 뒤로 몇 발짝 물러나는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자태만 봐도 이효진은 소연에게 한참 밀렸다.

소연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에게 말했다.

“넌 이미 지훈이랑 헤어졌잖아. 다른 남자랑 불륜을 저지른 것도 모자라니? 왜 아직도 지훈이한테 질척대는 건데? 아님 그냥 뻔뻔한 건가?”

이효진은 소연이 두려웠지만, 남지훈의 이름이 거론되자 그녀는 순간 욱한 감정이 올라왔다.

그녀는 두 손을 허리에 척 올리더니 가소롭다는 눈빛으로 소연을 쳐다봤다.

“너 정말 웃긴다. 나랑 지훈이 일이야. 너랑 무슨 상관이 있는데?”

짝!

싸늘한 표정을 짓고 있던 소연은 이효진의 뺨을 세게 때렸다.

“넌 뻔뻔하기만 한 게 아니라 입도 더럽구나!”

요란한 소리를 들은 남지훈은 황급히 병실에서 나왔다.

이효진이 손을 올려 소연을 때리려는 순간 남지훈은 소연 앞에 막아서며 싸늘한 눈빛으로 이효진을 쳐다봤다.

“그만하라고 했잖아! 아직도 못 알아들었어?!”

그는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이효진이 뻔뻔하게 질척대는 것만 해도 그는 머리가 아파졌다. 하물며 그는 여자에게 손찌검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쟤랑 무슨 사이야?”

이효진은 소연을 감싸도는 남지훈의 모습에 이를 악물었다.

남지훈이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그녀랑 재결합하지 않으려 하는 이유가 아마도 뒤에 있는 여자 때문인 것 같았다.

남지훈이 입을 열려던 순간, 소연이 앞으로 다가갔다.

“이효진, 오늘 똑똑히 새겨들어. 난 남지훈의 와이프야!”

“내 남편은 누구도 건들지 못 해! 용납 못 해! 빼앗아 가는 것도 안 되지!”

남지훈은 어안이 벙벙하였다.

이 여자가 이렇게나 박력 있었나?

이효진은 깜짝 놀랐다.

눈앞에 있는 자신보다 아름다운 여자가 남지훈의 와이프라고?

남지훈이 정말 결혼을?

심지어 이렇게나 아름다운 여자랑?

한편 구석에서 몰래 그들을 지켜보고 있던 소한용은 깜짝 놀랐다.

“소연이가 매제를 감싼다고? 매제가 그렇게나 매력적인 사람인가?”

그는 남지훈을 만나 제대로 얘기를 나누고 싶어질 지경이었다.

전 여자친구와 현 와이프가 만났는데도 살아있는 남지훈의 모습에 소한용은 감탄을 하였다.

이효진은 하는 수 없이 터벅터벅 자리를 떠났다.

소연은 눈을 가늘게 뜨며 남지훈을 쳐다보았다.

“두 번째네. 더 이상 세 번째 만남은 보고 싶지 않아.”

말을 마친 소연도 병원에서 나갔다.

남지훈은 머리를 긁적였다. 이 일은 그가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소연에게 발이 괜찮은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소연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명덕 테크.

이효진은 자신이 알게 된 정보들을 김명덕에게 알려주었고 김명덕도 무언가 알아낸 듯하였다.

“뭐 하러 걜 두려워하지? 걘 어차피 평범한 일반인이잖아.”

김명덕은 말하고도 웃음이 나왔다.

이틀 동안 평범한 사람에게 겁을 먹었다는 소식이 세간에 전해지면 아마 사람들이 배를 잡고 웃을 것이었다.

남지훈은 알고 보니 그저 돈이 좀 있는 와이프랑 결혼했을 뿐이었다.

김명덕은 이효진을 힐끔 쳐다보며 말했다.

“아 참, 와이프... 어떻게 생겼어?”

“명덕 오빠!”

이효진은 김명덕이 다른 마음을 품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얼른 김명덕의 몸에 기대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효진이만으로 오빠는 만족못해? 설마 지금 효진이 말고 다른 여자 만나려고 하는 거야?”

“하하하!”

김명덕이 큰 소리를 내어 웃었다.

“네가 뭘 알아? 넌 원래 걔 여자친구였잖아. 근데 내가 뺏은 거고. 걔 와이프도 내가 뺏으면 더욱 재밌어지지 않겠어?”

“나 김명덕은 말이야, 남지훈의 천적이라고!”

남지훈의 배후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김명덕은 더욱 분노가 치밀었다.

자신이 맞은 그 두 대는 꼭 다시 남지훈에게 되돌려줄 생각이었다!

한 시라도 되돌려주지 않으면 그는 화가 나서 잠도 못 잘 지경이었다.

병원.

송태수는 미소를 지으며 남지훈을 보았다.

“정말 원하는 것이 없습니까? J 도시의 사람이라면 이 송태수를 찾아와 원하는 것을 얻어가려고 안달 났을 텐데요!”

남지훈은 고개를 저었다.

“그저 우연히 사람을 구했을 뿐이고, 우연히 제가 그곳에 있었을 뿐입니다.”

송태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났다.

“알겠습니다.”

그는 명함 한 장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J 도시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이 번호로 연락하세요.”

남지훈은 송태수가 병실을 나가는 모습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요 며칠, 그는 자신의 운세가 너무나도 좋다고 느끼고 있었다. 손쉽게 소연과 결혼한 것도 모자라 아버지의 수술비 1800만 원도 마련하고 심지어 우연히 송씨 가문의 송 어르신을 구하기도 했다.

소연과 소한용은 남지훈이 이미 송씨 가문과 인연이 생기게 될 줄은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한 편, 소연과 소한용은 알파드 미니밴을 타고 있었다.

“동생아.”

소한용은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형이 시킨 거야. 오빠들이 네 걱정을 많이 하고 있는거 알지?”

소연의 질책에 그는 소연의 큰 오빠까지 끌어들였다.

동생이 화를 내니 그는 당연히 이 일을 뒤집어씌울 사람이 필요했다.

소연은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

“큰오빠 머리로 내가 왜 결혼했는지도 알고 있을텐데 굳이 날 미행할 필요가 있을까?”

“집에 가서 오빠한테 전해.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한다고.”

말을 끝낸 소연은 소한용에게 내리라는 손짓을 하고 차를 출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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