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주원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지우 씨.”심지우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온주원의 표정이 어딘가 이상한 걸 눈치채고 물었다.“무슨 일이에요?”“저 사실 지우 씨한테 아직 말하지 못한 게 있어요.”심지우는 마지막 옷을 캐리어에 넣고 지퍼를 닫은 뒤, 다시 온주원을 바라보았다.“무슨 일인데요?”“그날 지우 씨가 열 때문에 입원했을 때, 제가 진 선생님을 찾아갔었잖아요. 그런데 우연히 진 선생님이 통화하는 걸 들었어요.”온주원은 잠시 말을 멈추더니 이어서 말했다.“다 들은 건 아니지만 ‘너 죽고 나면 애 데리고 다른 남자
거실의 분위기는 극명하게 갈려 있었다.변승현은 혼자 1인용 소파에 앉아 있었고 진태현과 온주원은 나란히 앉아 있었다.온주원은 차를 우려줄 생각조차 없었기에 진태현에게 시켰다.진태현은 눈치를 보며 묵묵히 차를 따랐다.고은미는 품에 진순영을 안고 변승현 맞은편에 앉아 살벌한 눈빛으로 노려보고 있었다.변승현은 아무렇지 않았다. 마치 감정이 없는 로봇처럼 그 시선을 받아내고 있었다.윤영과 영준은 각각 고은미의 양옆에 앉아 있었다.“은미 이모, 얘는 남동생이에요? 아니면 여동생이에요?”윤영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고은미는 고
“안 가요!”“은미야.”심지우가 달랬다.고은미는 못마땅한 얼굴로 마지못해 자리에서 일어나 진태현 앞으로 걸어갔다.“뭔데요?”진태현은 고은미의 통통한 볼을 두 손으로 감싸더니 입술에 살짝 입을 맞췄다.하지만 곧이어 고은미의 손바닥이 날아왔다.“진태현 씨, 당신 미쳤어요?”진태현은 웃으며 슬쩍 도망쳤다.“오늘 저녁에 은미 씨가 제일 좋아하는 두리안 과자 사 올게요!”“진태현, 이 파렴치한 자식! 다시 오기만 해봐, 때려죽일 거야!”심지우와 온주원은 서로 바라보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음을 지었다.고은미의 이 불같
그 말을 들은 고은미가 소리를 질렀다.“진태현 씨, 당신 멋대로 결정하지 마요! 저는 동의한 적 없어요!”품에 안긴 진순영은 움찔하더니 금세 입술을 쭉 내밀며 울음을 터뜨릴 기세였다.심지우는 얼른 다가와 아이의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넌 이 불같은 성질 좀 죽여. 봐, 아이 놀라잖아.”고은미는 아이의 작은 엉덩이를 살짝 두드리며 부드럽게 달랬다.그러자 잔뜩 찌푸려져 있던 아이의 미간이 서서히 풀렸다.고은미는 진순영을 내려다보며 길게 한숨을 쉬었다.“지우야, 난 엄마가 될 자격이 없는 것 같아.”심지우가 고은
고은미는 순간 멍해지더니 뺨이 붉어졌다. 화가 나서인지 부끄러워서인지 알 수 없었다.그녀는 황급히 진태현의 목을 밀어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진태현 씨, 당장 놔요!”“안 놔요. 당신은 내 아내예요. 우리 결혼은 법적으로 보호받고 있어요. 은미 씨는 저를 버릴 수 없어요.”진태현은 고은미의 발그레한 얼굴을 보며 귀엽고 사랑스러워 어쩔 줄 몰랐다.“저는 당신 꾐에 넘어간 거라고요!”고은미는 거의 무너져버릴 듯이 외쳤다.“진태현 씨, 모르는 척하지 마요! 당신은 변승현의 절친이잖아요. 제가 제정신이었다면 평생 독신으로
아이의 울음소리는 고은미의 모성애를 깨웠다.고은미는 아이를 안고 소파에 앉아 달래주면서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진태현 씨, 먼저 나가줘요.”“은미 씨...”“제발 일단 나가주면 안 돼요? 부탁이에요.”고은미는 고개를 떨군 채 말했다.진태현은 고은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무력한 표정을 지었다.하지만 지금은 자신이 나가는 수밖에 없다는 걸 잘 알았다.“저녁 아직 안 먹었잖아요. 뭐 먹고 싶어요? 해줄게요.”고은미는 대답하지 않았다. 진태현은 한숨을 내쉬고 문을 열고 나갔다.문이 닫히자 고은미의 눈물이 다시 흘러내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