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미는 눈을 깜빡이며 약간 믿기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지우야, 이상해. 예전에는 변승현을 죽도록 사랑했지만 그렇게 사랑하면서도 사실 변승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잖아. 그런데 지금은 변승현을 사랑하지 않는데 오히려 더 잘 아는 것 같아...”심지우는 잠시 멍해졌다.거실은 조용했고 주전자에서 나는 물 끓는 소리만 맴돌았다.이 주제에 대해 더 이상 아무도 말을 이어가지 않았다.남호 팰리스, 2층 침실.링거를 맞은 뒤, 변승현의 상태는 안정되었지만 여전히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진태현은 약상자를 정리한 뒤 침실에서 나왔다
심지우는 부송 그룹에서 있었던 일과 변승현이 피를 토하는 모습을 본 사실을 고은미에게 모두 이야기했다.고은미는 듣고 나서 한동안 말없이 앉아 있었다.그러다 갑자기 무언가 떠올린 듯 그녀의 눈이 번뜩였다.“그렇구나! 그래서 진태현 씨가 요즘 응급실 출동이 잦다고 느꼈던 거야. 병원에 간 게 아니라 변승현 치료하러 간 거였구나?”심지우는 입술을 굳게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럼 방금 진태현 씨가 병원에 간다고 한 것도 또 변승현 보러 간 거겠지?”“그럴 거야.”고은미는 잠시 말없이 앉아 있었다.이미 피를 토했으니
“장은희 씨, 오늘 본 일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마요.”송해인이 장은희를 바라보며 얼굴을 굳혔다.“특히 심지우와 두 아이에게는 절대 비밀이에요, 알겠죠?”장은희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잠시 망설이다가 물었다.“그럼 저는 지금 뭘 도와드릴 수 있을까요?”전화를 걸려고 휴대폰을 꺼내던 송해인은 장은희의 질문에 잠시 멈칫하더니 말했다.“아래층에 가서 흰쌀죽 좀 끓여줘요.”“네!”장은희는 고개를 끄덕이고 곧장 아래층으로 내려가 죽을 끓였다.한편, 운귀에 도착한 심지우는 차를 주차장에 세우고 내리자마자 진태현이 황급히 달려 나오는
지강은 심지우를 쫓아가려고 했다.“지우 씨...”“지강.”뒤에서 변백훈의 목소리가 들렸다.지강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렸다.변백훈은 그의 앞에 다가와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오늘은 네가 부송 그룹의 대표가 되는 중요한 날이야. 주요 주주들이 다 모였어. 지금 나랑 같이 들어가. 내가 소개해 줄게.”지강은 고개를 떨구고 꾹 참으며 대답했다.“알겠어요.”변백훈은 몸을 돌려 변승현을 바라보며 비웃음을 날렸다.“부송 그룹은 오늘부로 너랑 아무 상관 없어. 스스로 나가, 경비원 불러서 내쫓게 하지 말고!”지강은
심지우는 옆에서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빛은 평온하고 담담했다.지강은 변승현을 노려보며 핏발 선 눈으로 윽박질렀다.“앞으로 지우 씨를 또다시 모욕하기만 해봐. 그땐 내가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유지현이 황급히 달려와 지강을 붙잡고 억지로 변승현 위에서 떼어냈다.지강은 휘청거리며 몇 발짝 물러나더니 겨우 몸을 가다듬고 흐트러진 옷깃을 정리한 뒤 다시 변승현을 노려보았다.“도련님, 괜찮으십니까?”유지현은 긴장한 눈빛으로 변승현을 바라보더니 눈가가 붉어졌다.변승현은 몸을 바로 세운 채 유지현의 손길을 가볍게
회의실에 들어온 변백훈은 지강이 보이지 않자 얼굴이 금세 어두워졌다. 하지만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어서 그는 곧바로 화를 내진 않았다.자신의 자리에 앉은 변백훈은 비서를 불렀다.비서가 몸을 숙여 말했다.“변 대표님.”“가서 지강을 찾아와. 빨리.”“네.”비서는 회의실을 나갔다.변승현은 손가락 끝으로 회의 테이블을 두드리며 느릿한 리듬을 만들고 있었다. 분명 오늘 모인 사람들은 그를 끌어내리려는 이들이었지만 정작 변승현은 대표석 자리에 앉아 여전히 모든 걸 장악하는 자의 위압감을 풍기고 있었다. 심지어 변승현이 아무 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