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ZER LOGIN다섯 시간의 비행 끝에 비행기는 남성 공항에 착륙했다.어민경은 비행기에서 내려 수하물을 찾은 뒤 밖으로 나왔다.휴대폰을 꺼내 변영준에게 전화하려던 순간, 휴대폰 전원이 꺼져 있었다.배터리가 다 되어 자동 종료되었다.급하게 나오느라 충전을 안 한 것도 모자라 충전기까지 안 챙겨왔다.그동안은 외출할 때 항상 임예빈이나 스태프가 함께 있었기 때문에 혼자 멀리 다닐 일이 거의 없었다.지금은 얼굴도 꽁꽁 가린 상태이지만 누군가에게 충전기 좀 빌릴까 해도 혹시 알아볼까 봐 고민해야 했다.그렇게 난감해하고 있을 때, 커다란 손 하나
어민경은 멈칫했다.“그러네... 그럼 아래에 내려놓아 볼까? 누가 가져갈 수도 있잖아?”“부겐빌레아를 북성에서 누가 가져가.”임예빈은 어민경을 보며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누가 미니멀 라이프 한다고 했더라? 이것도 못 버리고 저것도 못 버리고!”“에헤헤...”어민경은 민망하게 웃었다.“절약이 습관 돼서 그래.”“그건 절약이 아니라 버리기 장애야. 됐어. 그냥 원래 자리 갖다 놓을게. 알아서 살아남아라. 빌레아야!”임예빈은 부겐빌레아를 다시 갖다 놓고 돌아왔다.그런데 나오자마자 작은 캐리어를 끌고 완전 무장한
사흘 뒤, 은가람은 어민경에게 은하 측에서 그녀를 위해 창극 전문 선생님을 구했다고 알려줬다.앞으로 3개월 동안 안성에 가서 1대1 집중 훈련을 받게 된다는 이야기였다.은가람은 원래 팀과 김 대표님 모두 어민경을 파리로 보내 유학시키는 쪽에 더 마음이 기울어 있고, 극장 무대에서 연극을 깊이 있게 배우게 할 계획이었다고 했다.그들이 생각하기엔 연극은 더 국제적이기도 하고, 배우의 신체 표현과 현장 대응 능력을 훨씬 더 시험하는 장르였기에, 어민경이 말한 ‘가장 원초적인 무대’라는 방향성과도 잘 맞는다고 판단했다.하지만 은하의
열세 살에 영화 한 편으로 하루아침에 스타가 된 그녀는 순식간에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그리고 그녀의 외모는 곧 죄가 되었다.의심, 비난, 악의적인 소문들이 그녀의 갑작스러운 성공과 함께 한꺼번에 쏟아졌다.하지만 그때의 그녀는 너무 어렸던 터라 그 목소리들에 완전히 잠식돼 버렸다.무섭고 막막했던 그녀는 임수영에게 도움을 구했지만 돌아온 건 따귀 한 대였다.임수영은 그녀를 한심하다고 욕하며 눈물 닦고 홍보 일정이나 제대로 소화하라고 했고, 사람들 앞에서 절대 울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가끔 참지 못하고 울기라도 하면 집에 돌아
어민경에게 전화한 사람은 예상대로 은하에서 새로 붙여준 매니저, 은가람이었다.은가람은 내일 회사로 와서 새 팀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겸사겸사 회의도 진행하며 앞으로의 연예 활동 방향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자고 말했다.통화는 짧게 끝났다.전화를 끊은 뒤 어민경은 변영준이 계속 문가에 서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그녀가 고개를 들어 그의 시선과 마주치는 순간, 변영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새 매니저 전화였어요?”“네.”어민경은 고개를 끄덕였다.“내일 은하에 가서 회의하래요.”변영준은 눈썹을 살짝 올렸다.“좋은 일 아
식탁 앞변영준과 어민경은 마주 보고 앉아 있었다.두 사람은 조용히 고개를 숙인 채 작은 얇은 피 만두를 먹고 있었다.식탁 가운데에는 정갈한 만두 한 접시가 놓여 있었다.어민경은 틈틈이 변영준을 훔쳐봤다.변영준의 식사 모습은 단정하고 우아했다.평범한 길거리 음식조차 그의 손에 들어가면 미슐랭 레스토랑 요리처럼 고급스러워 보일 것 같았다.어민경은 그의 모습에 또 넋을 잃었다...맞은편 사람이 한참 움직이지 않는 걸 눈치챈 변영준이 살짝 멈칫한 뒤 고개를 들었다.어민경은 숟가락으로 얇은 피 만두를 휘젓고 있으면서도 시선은
임혜주와 변현민이 떠난 후, 심지우는 잠시 생각하다가 휴식실로 돌아가 다시 한번 살펴보았다.하지만 별다른 이상한 점은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자신이 괜한 걱정을 한 게 아닐지 생각했다. 변현민은 아직 어린아이라 딱히 뭘 할 수 있을 리도 없었다.그럼에도 심지우는 다시는 방해받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사무실을 나서며 우영지에게 말했다.“앞으로 어떤 이유든, 변현민이나 변승현과 관련된 사람은 전부 받지 마.”“네.”우영지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지우 언니, 미안해요. 이 선생님 부탁이라는 말에 저는 괜히 이 선
한편, 주승희는 요월 팰리스에서는 결혼식을 준비하기 위해 주민기의 특별 허락을 받아 병원에서 퇴원했다. 요 며칠은 임혜주 역시 요월 팰리스에서 머물며 변현민을 돌보거나 결혼식 준비를 돕고 있었다. 저번에 병세가 급격히 악화했을 때 주민기는 해외에서 몇억짜리 특효약을 황급히 공수해 왔고 그 덕분에 주승희는 간신히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올 수 있었다. 특효약을 복용한 후 주승희의 기력은 눈에 띄게 좋아졌고 안색도 한층 건강해졌다. 변승현은 요즘 업무 때문에 출장을 다니고 있었지만 주승희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그에게 영상통화를 걸었
하지만 임혜주의 기억 속엔 오늘 이전까지 심지우를 만난 적이 없었다. 다만 심지우의 엄마는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무식하고 무능하며 재벌가에서 버림받은 여자.’ 임혜주는 강미란이란 존재를 단 한 번도 신경 쓴 적이 없었다. ‘하지만 강미란의 딸이라면?’ 임혜주는 내밀었던 손을 거두고 가지런히 올린 쪽머리를 손으로 매만지며 심지우를 다시 한번 살폈다. 부정할 수 없었다. 강미란과 비교하면 심지우는 외모나 기품 모두 훨씬 뛰어났다. 머리도 잘 돌아가는 눈치였다. ‘하지만 그게 뭐 어때? 결국 내 딸한테 졌잖아! 강미란
그러자 변현민은 금세 기분이 풀려 환하게 웃었다.“엄마, 얼른 열어 봐요!”심지우는 조용히 선물 상자를 열었고 그 안에는 연보랏빛 크리스털 팔찌가 들어 있었다.요즘 유행하는 액세서리였다.“엄마, 백화점 이모가 올해는 뭐 구자리화 운이래요. 하여튼 엄청 복잡하게 설명해 줬는데... 아무튼 팔찌 파는 이모가 올해는 이런 보라색 크리스털이 좋다고 해서 엄마 건강해지라고 엄마 주려고 샀어요!”변현민의 순수한 말투가 심지우의 마음을 툭 건드렸고 심지우는 팔찌를 내려다보며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예전 같았으면 이런 선물을 받으면 감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