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깊이 잠들었던 어민경이 살짝 눈썹을 찌푸렸다.그러자 변영준이 또 그녀의 입술을 콕콕 찔렀다.어민경이 속눈썹을 떨며 천천히 눈을 떴다.“어?”잠시 멈칫하며 눈앞의 사람이 진짜인지 확인하더니 갑자기 확 정신을 차렸다.“회의 끝났어요?”또 꿈을 꾸는 줄 알았던 것이다.“응, 방금 막 끝났어.”변영준이 큰 손으로 어민경을 소파에서 번쩍 들어 올리더니 몸을 돌려 그녀를 자신의 무릎에 걸터앉혔다.잠이 확 깬 어민경은 얼굴이 화끈거렸다.변영준이 핑크빛이 감도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대학에 다시 가고
변영준은 아직 회의가 남아 있어서 어민경과의 다정한 시간을 오래 가질 수 없었다.어민경도 변영준의 일을 방해할까 봐 얼른 가서 회의하라고 재촉했다.변영준이 한마디 물었다.“밥은 먹었어?”“비행기 안에서 먹었어요.”어민경이 변영준을 밀며 말했다.“얼른 회의하러 가세요, 사람들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말고.”변영준이 어민경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알겠어. 그럼 방에서 기다려, 나중에 호텔에 연락해서 음식 올려보내라고 할게.”“괜찮아요. 진짜 안 배고파요.”하지만 변영준은 고집을 부렸다.“나 회의 끝나려면 두 시간은
바로 그때 금발 여자 뒤에서 낮고 무거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뒤를 돌아본 금발 여자는 변영준에게 어깨를 한번 으쓱인 뒤 외국어로 말했다.“젊은 아가씨, 혹시 아는 사람이야?”‘젊은 아가씨?’변영준이 잠시 멈칫하더니 큰 걸음으로 문 앞까지 걸어왔다.두 눈이 마주친 순간, 한 명은 깜짝 놀랐고 다른 한 명은 원망 가득한 표정이었다.“민경아?”변영준이 어민경을 훑어보더니 그녀 곁의 사찬영도 쓱 한 번 쳐다봤다. 이내 순식간에 상황 파악을 했는지 갑자기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나를 깜짝 놀라게 하려고?”어민경이 눈썹을 찌푸
안국 시간 오후 두 시 반, 비행기가 착륙했다.어민경이 공항에서 나왔다.일 처리에 빈틈이 없는 차성현은 전문 운전기사에게 연락해 어민경을 마중 가게 했다.어민경은 자신의 외국어 실력이 엉망이라 외국 땅에서 택시를 잡는 것조차 쉽지 않을까 걱정했었다.그런데 차성현이 바로 전용 차량을 보내줬다는 사실에 차성현에 대한 인상이 더 좋아졌다.어민경을 마중 나온 기사는 사실 변영준의 전용 기사이기도 한 교포로 어민경과도 말이 통했다.어민경이 물었다.“변영준 씨는 저를 마중 나온 거 모르시죠?”“네, 걱정 마세요. 차 비서가 특별
어민경은 말문이 막혔다.“그럼 2, 3일 후에 변영준 씨 찾아가!”임예빈이 로봇 강아지와 교감하며 말을 이었다.“물론 내키지 않으면 그러지 않아도 돼. 어차피 귀국하면 먼저 너를 찾아오겠다고 했잖아?”“어냥이를 데리고 북성으로 가겠대. 일단 대신 키워 주겠다고 했어. 우리가 북성에 돌아가면 돌려주겠다고...”임예빈은 평소에 머리가 그리 잘 돌아가는 편은 아니었지만 변영준과 어민경의 연애 문제에 관해서는 어민경 본인보다 더 꿰뚫어 보는 듯했다.변영준이 먼저 어냥이를 데려가겠다는 말을 듣고 고개를 돌려 침대 옆 작은 소파에서
한 시간 후.굳게 닫힌 소녀의 방 안에서 임예빈의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뭐? 너 변영준 씨랑 사귄다고?”어민경이 급히 달려가 임예빈의 입을 막았다.“소리 좀 낮춰! 아빠가 들으면 어쩌려고!”임예빈이 ‘음음’ 소리를 내며 손을 들어 어민경의 손을 톡톡 쳤다.어민경은 그제야 임예빈을 놓아주었다.침을 꿀꺽 삼킨 임예빈은 바닥에 있는 그리준을 가리키며 어민경을 바라보았다.“네 말은 변영준 씨가 너를 만나기 위해 일부러 이 로봇 강아지를 개발했다는 거야?”어민경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섣달그믐날에 먼 곳에서 가족들
한편, 주승희는 요월 팰리스에서는 결혼식을 준비하기 위해 주민기의 특별 허락을 받아 병원에서 퇴원했다. 요 며칠은 임혜주 역시 요월 팰리스에서 머물며 변현민을 돌보거나 결혼식 준비를 돕고 있었다. 저번에 병세가 급격히 악화했을 때 주민기는 해외에서 몇억짜리 특효약을 황급히 공수해 왔고 그 덕분에 주승희는 간신히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올 수 있었다. 특효약을 복용한 후 주승희의 기력은 눈에 띄게 좋아졌고 안색도 한층 건강해졌다. 변승현은 요즘 업무 때문에 출장을 다니고 있었지만 주승희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그에게 영상통화를 걸었
하지만 임혜주의 기억 속엔 오늘 이전까지 심지우를 만난 적이 없었다. 다만 심지우의 엄마는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무식하고 무능하며 재벌가에서 버림받은 여자.’ 임혜주는 강미란이란 존재를 단 한 번도 신경 쓴 적이 없었다. ‘하지만 강미란의 딸이라면?’ 임혜주는 내밀었던 손을 거두고 가지런히 올린 쪽머리를 손으로 매만지며 심지우를 다시 한번 살폈다. 부정할 수 없었다. 강미란과 비교하면 심지우는 외모나 기품 모두 훨씬 뛰어났다. 머리도 잘 돌아가는 눈치였다. ‘하지만 그게 뭐 어때? 결국 내 딸한테 졌잖아! 강미란
그러자 변현민은 금세 기분이 풀려 환하게 웃었다.“엄마, 얼른 열어 봐요!”심지우는 조용히 선물 상자를 열었고 그 안에는 연보랏빛 크리스털 팔찌가 들어 있었다.요즘 유행하는 액세서리였다.“엄마, 백화점 이모가 올해는 뭐 구자리화 운이래요. 하여튼 엄청 복잡하게 설명해 줬는데... 아무튼 팔찌 파는 이모가 올해는 이런 보라색 크리스털이 좋다고 해서 엄마 건강해지라고 엄마 주려고 샀어요!”변현민의 순수한 말투가 심지우의 마음을 툭 건드렸고 심지우는 팔찌를 내려다보며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예전 같았으면 이런 선물을 받으면 감동
한참이 지나서야 전화가 연결됐다. “임혜주?” 거친 남자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자 임혜주의 숨이 멈췄다. 그녀는 휴대폰을 꼭 움켜쥐었다. 상대는 그녀의 침묵을 느꼈는지 조급해졌다. “혜주야, 나 너인 거 알아. 무슨 일 있는 거야? 네가 나한테 전화한 거면 뭔가 어려운 상황인 거잖아. 걱정하지 마, 네 일이면 내가 뭐든 도와줄게!” 임혜주의 머릿속을 스친 건 번개가 몰아치던 그 밤이었다. 그날, 심명훈은 2층에서 떨어졌다. 그녀는 떨리는 숨을 내쉬며 간신히 말을 이었다. “이번에도 한 번만, 한 번만 더 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