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운학은 흔쾌히 동의했다. “그래, 나도 마침 영준이 데리고 고향에 가보고 싶었어.”주승희는 미간을 찌푸렸다.“고향이요?”홍운학이 덤덤하게 웃었다.“우리 증조할아버지가 강성 사람이야.”주승희는 별생각 없이 물었다. “그럼 나도 같이 가요?”“국내에서 예능 프로그램 녹화에 참여해야 하는 거 아니야?”주승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미 계약을 맺었어요.”“그럼 내가 알아서 영준이 데리고 갈게.”주승희는 속으로 남몰래 안도하며 말했다. “그래요. 나도 일 끝나면 강성에 가서 합류할게요.”홍운학이 입술을 달싹이
변승현이 입술을 말아 올리며 말했다.“강성 옛 마을, 별빛 어린이집. 귀엽고 그림도 잘 그리던데.”“변승현!” 심지우는 이를 악물고 그를 노려보았다.“걔는 내 딸이야. 당신과 아무런 관계도 없어!”“만약 이혼을 고집한다면.” 변승현은 검은 눈동자로 심지우를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쳐다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나는 딸의 양육권을 두고 너랑 싸울 거야.”짜악!심지우는 다시 한번 변승현의 뺨을 내리쳤다.“변승현, 4년이 지났지만 당신은 여전히 파렴치해!”변승현은 맞아서 얼굴까지 돌아갔지만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
가로등 아래서 남자가 점점 다가왔고 심지우는 자리에 선 채 피하지 않았다.고작 4년이 흘렀는데 격세지감이 느껴졌다.차가운 표정의 여자를 바라보며 변승현의 눈빛은 복잡했다.그녀는 아직 살아 있었다.예상했던 대로라 그는 별로 놀랍지 않았다.지난 2년 동안 그는 문화에 특별히 관심을 기울였고 이우가 심지우라는 것을 대충 짐작했지만 그녀를 찾아다니지는 않았다.심지우가 살아 있다면, 그들이 아직 이혼하지 않았다면 언젠가 그를 찾아올 것이라고 확신했으니까.그들이 다시 만나는 다양한 가능성을 상상해 봤지만 이곳에서 만날 거라고는 전
“상관없어요.” 심지우가 담담하게 말했다,“북성으로 돌아왔다는 건 언젠가 변승현과 마주칠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는 뜻이에요.”진태현은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 말은 변승현이랑...”“첫번째는 당연히 이혼 소송이죠.”심지우가 진태현을 돌아보았다.“알다시피 나는 지금 귀인의 도움을 받고 있으니 변승현이 당해내긴 어려울 거예요.”진태현은 입술을 달싹이다가 한참 후에야 물었다.“지난 4년간 늘 궁금했던 건데 이제 그쪽이 먼저 연락했으니까 나도 더 이상 참지 않을게요. 대체 어떤 대단한 분이 그쪽을 도와주는 거죠?
“살게!” 온주원이 웃으며 말했다.“네 그림은 아빠가 다 살게!”“와, 정말 감동이에요. 하지만 아빠, 조금만 더 기다려야 해요!”온주원이 미간을 찌푸렸다.“왜?”“할아버지 할머니도 분명히 사고 싶을 거예요.” 윤영이 눈썹을 치켜세웠다.“세 사람 중 누가 돈을 더 많이 내면 그 사람에게 팔 거예요!”“...”‘몇 달 안 본 사이에 애가 더 영악해졌네?’온주원은 작은 소녀의 영리한 모습을 보며 마음속으로 조금은 씁쓸해졌다.이런 계산은 친아빠를 닮은 것이었다.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변승현의
윤영의 붓이 툭 떨어졌다. 아이가 몸을 굽혀 주우려는데 갑자기 한 쌍의 반짝이는 검은 가죽 구두가 그녀의 앞에 나타났다.윤영은 잠시 멈칫하며 호기심에 가득 찬 눈으로 고개를 들었다.변승현은 몸을 굽혀 심지우와 매우 닮은 얼굴을 응시하며 검은 눈동자에 격렬한 감정이 일렁였다.윤영의 검은 눈동자도 크게 떠졌다.‘너무 잘생긴 아저씨다! 지강 삼촌이랑은 다른 느낌으로 잘생겼어!’하지만 어딘가 좀 이상해 보였다.윤영은 자신의 붓을 들고 매우 경계하며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변승현은 목울대가 꿈틀거리며 얇은 입술을 벙긋하다가 겨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