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허허허, 괴물이로고…"
"네, 괴물이네요."
전격의 반동에 의해 바닥에 쓰러졌던 할톤영감이 한마디 하자, 몸을 일으키던 나라그라실도 말을 보태었다.
지지지지직!
움직일 때마다 정전기가 요란한 소리를 내었다.
몸이 부서질 것처럼 아팠다.
배는 여전히 둥실둥실거리며 흔들리고 있었고, 갑판 위에 쓰러졌던 수많은 이들
다크란과 오크들의 안내를 받으며 깊은 숲속으로 들어선 지 세시간 째.처음에는 울창한 나무들 사이로 간간이 들려오던 새소리와 벌레들의 울음소리가 어느 순간부터 뚝 끊겼다.바람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마치 숲 전체가 숨을 죽이고 있는 것 같았다."……."나도 모르게 걸음을 늦췄다.피부에 와닿는 공기 자체가 끈적하게 느껴질 정도로, 짙고 순수한 마나가 사방에 가득했다."아를린!""네, 분위기가 달라졌어요. 아무래도 드래곤의 영역에 들어선 것 같아요."숲의 냄새도 달라졌다.나무 냄새, 풀 냄새.분명 숲에 있어야 할 냄새들이 느껴지기는 했다.하지만 그 사이에 다른 것이 섞여 있었다.차갑고
"취잌! 다들 모였군."함께 온 부족원들이 짊어지고 온 아크호른의 사체 서른마리를 내려놓자, 모여있던 부족원들이 환호성을 질렀다."역시 족장이다! 취잌!""취잌! 취잌! 이 많은 아크호른을 잡다니. 족장 강해졌다. 취잌!"부족원들 가운데 다크란 보다 조금 덜 못생긴 우락부락한 오크가 나왔다."족장! 그 인간들은 무엇인가? 취잌! 산채로 잡아오다니! 취잌!""부족장! 이들은 식량이 아니다. 취잌!""취잌! 식량이 아니라니! 무슨 말인가!""이들은 하이오크가 섬기는 인간. 우리의 친구이다. 앞으로 우린 이들을 따른다. 취잌!""정신 나갔군. 하이오크는 전설일 뿐. 식량을 친구로 삼다니 정신 나갔는가? 취잌!"부락의 부족원들이 취잌취잌 거리며 웅성거렸다.저 취잌 소리 꼭 내야 하나? 오크스럽긴 하다만, 자꾸 들으니까 좀 지겹다.
순간, 오크 대장의 눈이 심하게 떨렸다."하… 하이오크? 취잌. 그… 그대는 하이오크인가? 취잌!"오크 대장이 수정구 속의 다크혼을 향해 물었다."하이오크? 그게 뭐지?""취잌! 전설이 있다. 인간의 말을 하고 인간의 지혜를 가진 하이오크가 나타날 것이라는…""......""그대는 하이오크인가? 취잌!""그대가 말하는 것이 하이오크라면, 난 하이오크가 맞다.""취이잌! 취잌!"오크 대장이 흥분한 듯 취잌 취잌을 연발했다."그대는 하이오크! 우린 그대를 따른다. 취잌! 이 자들은 그대의 친구인가? 취잌!""친구? 그렇다. 우리의 친구이다. 그들을 적대하지 말라.""알겠다. 취잌! 이들은 우리의 친구! 취잌!"쾅! 쾅!
셀린의 사슴늑대 대학살(?) 사건의 여파였을까?깊고도 음습한 숲속에서 더 이상의 몬스터 습격은 없었다."셀린. 소문 다 났나봐. 몬스터들이 안 나타나. 책임져야지?""아니, 내가 뭘…"셀린이 겁에 질린 채 답했다.타닥타닥!모닥불이 고풍스럽게 타들어가고 있는 가운데…그러고 보니 이세계에 온 첫날밤의 모닥불이 생각난다.그날 이후로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구나.새삼 이 곳 역시 세월의 빠름을 느꼈다.그건 그렇고…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아를린이 나서서 선언했다."자, 그럼 셀린에 대한 재판을 시작하겠어! 사리엘님?"사리엘이 눈을 감고 자그맣게 외쳤다."
안트레오네 산맥으로 이어지는 숲.우리는 꽤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 있었다.나무의 크기부터 달랐다.헬프레온에서 보았던 나무들과 비교해도 훨씬 거대했고, 빽빽하게 뻗은 가지들이 햇빛을 가리고 있어 숲 안은 낮인데도 어두웠다.새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대신.스스스스……어딘가에서 무언가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모두 정지! 엘프의 감각!"아를린이 자신의 특성을 개방했다.모두가 동시에 멈춰 섰다.잠시 후,"몬스터에요. 대략 서른 마리. 실버급이에요.""적당하네. 그럼, 숨만 적당히 붙여 놓으면 되는거지?""응, 어차피 우리에겐 경험치 조차 안되."
헬프레온력 1년 5월 15일 목요일.마르센 왕국에 온 지 어느덧 2주가 지났다.그 동안, 이주민들의 임시 막사 생활은 어느 정도 안정이 되어갔고,마르센 왕국과 우리는 교류청을 신설하여 서로의 언어와 문화, 군사와 기술, 그리고 지리와 역사를 서로 공유하고 비교하는 작업을 시작하였다.교류청에서 얻어지는 정보는 우리가 아탈란시아 대륙에 정착하는 데에 큰 자산이 될 것이다.그러한 자리인 만큼, 교류청은 행정부 관할로 두어 할톤 영감님의 지휘아래 두었고, 저들은 재상인 노르곤 공작이 직접 참여하였다.항구에 정박해 있는 거대한 갤리선 세 척이 문제가 되었다.워낙에 규모가 큰 배다 보니 항구의 공간을 많이 차지하였다.그리고 어차피 우리의 마법으로 움직이는 배라 마르센 왕국에 관리를 맡기는 것도 어려웠다.그렇다면 방법은 한 가지.다만, 그걸 쓰면 얘네들이 놀랄텐데…할 수 없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