ログイン조용한 지하 주차장에는 두 사람의 콩닥거리는 심장 소리만 들릴 뿐이다.그 입맞춤에는 거의 거칠다고 할 만큼 고집스러운 집착이 묻어 있었다.하지훈은 정다슬의 턱을 가볍게 잡았다. 힘은 세지 않았지만 그녀가 고개를 돌려 피하기 어렵게 만들 만큼 정확했다.하지훈이 먼저 물러났을 때, 정다슬의 입술은 무언가에 데인 듯 은근히 뜨거워져 있었다.그녀는 손등으로 입가를 쓱 닦으며 그를 노려보았다.그녀는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미쳤어요?”“안 미쳤어.”하지훈의 숨결에는 아직 술 냄새가 배어 있었지만 말투는 진지했다.“말했잖아. 많이 마셨지만 정신은 멀쩡하다고.”정다슬은 욕하고 싶었다. 예전처럼 미련 없이 몸을 돌려 가 버리고 싶었다.하지만 두 발은 바닥에 못 박힌 것처럼 한 걸음도 움직일 수 없었다.“하지훈 씨.”그녀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 무엇인가를 필사적으로 억누르는 듯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였다.“지금 무슨 짓 하는지 알아요?”“당연히 알지.”하지훈이 고개를 살짝 숙이며 아까보다 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나중에 후회할까 봐 걱정된다고 했지? 그럼 내가 예전에 가장 후회한 일이 뭔지는 알아?”정다슬은 말하지 않았다.그녀는 하지훈이 마른침을 꿀꺽 삼키는 것을 보았다. 쉽게 꺼내기 힘든 말을 억지로 삼켰다가 용기 내어 다시 말하는 듯했다.“내가 가장 후회한 건, 그때 네가 헤어지자고 했을 때 끝까지 이유를 캐묻지 않은 거야.”하지훈의 목소리는 급하지도 느리지도 않았다.“네가 끝내자고 하니까 정말 놔줬어. 젠장, 난 네 뜻대로 놓아주는 게 너한테 잘하는 거라고 생각했어.”그의 목소리에 자조적인 기색이 살짝 스쳤다가 금세 사라졌다.“내가 왜 한화 그룹으로 돌아갔는지 알고 싶다고 했지? 지금 말해 줄게. 가족이 억지로 시켜서도 아니고, 빌어먹을 집안 책임 같은 것 때문도 아니야.”그는 불타는 듯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솔직히 너 때문이야. 하지만 이건 절대 충동적으로 내린 결정이 아니야.”정다슬의 속눈썹이 떨렸다.
너무 갑작스러운 질문이었다.하지만 어쩌면 예상했던 일이기도 했다.정다슬의 손가락이 움츠러들었다.그녀는 고개를 살포시 숙인 채 차 문밖에 서서 차 안의 남자를 조용히 바라보았다.한순간, 머릿속에 과거 두 사람이 뜨겁게 사랑했던 장면과 헤어지던 장면이 동시에 떠올랐다.그사이에는 사실상 아무런 완충 지대도 없었다.가장 가까웠던 시절, 경성대학교 근처에 있던 하지훈의 아파트 곳곳에는 두 사람이 사랑했던 흔적이 남아 있었다.그녀는 열등감에 사로잡혀 예민했지만 하지훈은 솔직하고 뜨거운 사람이었다.그런 사람 앞에서 정다슬은 더 깊이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그녀가 가장 깊이 빠져 있던 순간, 하씨 가문에서 내민 수표 한 장이 두 사람 사이에 너무나 선명한 경계선을 그었다.정다슬은 잘 알고 있었다. 온 힘을 다해 달려도 자신은 하지훈의 출발점에조차 닿을 수 없다는 사실을.게다가 그녀에게는 시한폭탄과도 같은 남동생까지 있었다.그래서 그녀는 어렵지 않게 이별이라는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정말 힘들었던 건 헤어진 뒤 목숨까지 잃을 뻔했던 것이다.“그때는 우리 집에서 잘못했어.”하지훈은 좌석에 기대 고개를 살짝 돌린 채 그녀의 옆에 늘어뜨린 손가락을 바라보았다.“그래도 우리가 꼭 이렇게 계속 시간만 질질 끌 수는 없어.”정다슬의 속눈썹이 가볍게 떨렸다.그녀는 한참 그를 바라보다가 평소보다 훨씬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못 넘어가요.”정다슬은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말을 돌렸다.“그리고 당신 집에서 동의하든 안 하든, 그건 제가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이 아니에요.”하지훈이 고개를 들었다.“그럼 뭘 신경 쓰는데?”“내가 신경 쓰는 건...”정다슬은 잠시 말을 멈췄다.“언젠가 당신이 나 때문에 꿈을 향한 길이 막혔다고 생각할까봐요.”그녀는 마침내 고개를 들고 그의 그윽한 눈빛과 마주 보았다.“그리고 그날이 왔을 때, 지훈 씨가 돌아갈 수 없게 되는 거예요.”하지훈은 말이 없었다.그는 그녀가 한 말들을 하나하나 곱씹는 듯 시선이 점점 깊
위층으로 올라가 씻은 뒤, 성유준은 아직 잠이 오지 않는 온채아를 끌어안고 침대에 누웠다.“아직 안 졸려?”“네.”온채아는 옆으로 누워 그를 바라보았다. 두 눈에는 아직 욕실에서 묻혀 나온 듯한 촉촉한 물기가 남아 있었다.“기쁘기도 하고 마음이 놓이기도 하고, 아무튼 너무너무 행복해요.”너무 행복해서 오히려 잠드는 게 아까울 정도였다.예전에는 늘 자신이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오늘 밤 그녀는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선명하게 느끼고 있었다.성유준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의 눈동자에서는 다정함이 넘쳐흐를 듯했다.“나도 행복해.”그녀가 곁에 있기만 하면 그는 행복했다.그 행복은 그 어떤 일도, 그 어떤 사람도 대신할 수 없는 것이었다.온채아가 갑자기 바짝 다가와 그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내가 당신과 함께 보낸 첫 번째 생일에 무슨 선물을 줬는지 기억해요?”성유준이 살짝 눈썹을 찌푸렸다.당연히 기억했다.그해 온채아는 이미 성유준의 곁에 있었지만, 소원희는 성유준이 해외 유학을 간 틈을 타 예절을 모른다는 이유로 그녀를 사당에 가두고 하루 종일 무릎 꿇게 했다.성유준이 찾아냈을 때 어린 온채아의 무릎은 시퍼렇게 멍들어 있었다. 그런데도 그를 보자마자 활짝 웃으며 주머니에서 녹아 눅눅해진 레몬 사탕 두 알을 꺼내 내밀었다.“오빠, 생일 축하해요.”예전에 빈소에서 그에게 건넸던 두 알의 사탕과 똑같았다.그리고 성유준이 평생 받아 본 생일 선물 가운데 가장 초라한 선물이기도 했다.온채아는 그가 말이 없자 기억하지 못하는 줄 알고 입을 열려 했다. 그보다 먼저 성유준의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레몬 사탕.”온채아는 잠깐 놀랐다가 입꼬리를 씩 올리며 웃었다.“기억하고 있었네요.”“너에 관한 일을 내가 언제 잊은 적 있어?”온채아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다만 고개를 들고 더 가까이 다가가 그의 턱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부드러운 감촉은 닿자마자 곧 떨어졌다.온채아가 물러나려는 순간, 성유준은 그녀의
월강 레지던스.이미숙은 나이가 있는지라 젊은 사람들만큼 기운이 넘치지 못했다. 손님들을 보내고 온채아에게 몇 마디 당부한 뒤 방으로 들어가 휴식을 취했다.성유준은 온채아의 허리를 감싸고 방으로 들어섰다. 그 순간 하희민이 병풍 옆의 소파에 앉아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 정다슬을 말없이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온채아는 잠시 망설이다가 정다슬을 먼저 보며 물었다.“다슬아, 오늘은 그냥 객실에서 자고 가.”“아니야.”정다슬은 고개를 들고 가방을 챙겨 일어나 온채아 곁으로 왔다.“차도 이미 불러 놨어. 네가 손님들 배웅하고 들어오면 말하고 가려고 기다린 거야.”“알겠어.”온채아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그럼 조심해서 가고, 집 도착하면 연락해.”정다슬은 알겠다고 대답한 뒤 성유준에게도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하고 현관에서 신발을 갈아 신은 뒤 나갔다.그동안 줄곧 자신에게 꽂혀 있던 시선은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그제야 온채아는 하지훈이 술을 마셔 운전할 수 없다는 사실을 떠올렸다.“지훈 오빠.”온채아가 적당한 타이밍에 말을 꺼냈다.“아니면 오늘은 객실에서...”“됐어. 넌 얼른 올라가서 쉬어.”하지훈은 허리를 숙여 테이블 위의 차 키를 집어 들고 성유준을 흘겨본 뒤 한마디를 던졌다.“무슨 일 있으면 전화해.”그러고는 성큼성큼 밖으로 나갔다.온채아는 무심결에 당부했다.“오빠 술 마셨잖아요.”“됐어.”성유준이 그녀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을 끊었다.“지훈이도 나름대로 생각이 있어.”...정다슬이 몇 걸음 걷지 않았을 때 누군가 그녀를 불렀다.“오후에는 내가 널 데리러 갔고, 지금은 내가 운전 못하니까 이번엔 네가 나 좀 데려다줘.”뒤에서 느긋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정다슬이 대답하기도 전에 그는 차 키를 내밀었다.정다슬은 고개를 들어 제법 취기가 오른 하지훈을 바라보다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가요.”그녀는 차 키를 받아 곧장 검은색 롤스로이스 컬리넌으로 걸
하도연은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온채아와 이야기를 나누며 하희민이 오기를 기다렸다.하희민은 내일 해외로 프로젝트 시찰을 떠나기 때문에 그룹의 일들을 미리 하지훈에게 일러두어야 했다.온채아도 덩달아 두 형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때 문득 복도에 서 있는 한 사람이 보였다.임지연이었다. 그녀는 기둥에 몸을 기대고 한 손을 배 근처에 가볍게 얹고 있었다. 현관등 아래 드러난 얼굴이 조금 창백했다.온채아는 하도연에게 한마디 하고 곧장 임지연에게 다가갔다.“어디 불편하세요?”임지연은 온채아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그러나 고개를 들 때는 이미 불편한 기색을 감춰버리고 온채아를 향해 웃으며 입을 열었다.“아니야.”임지연은 화제를 돌렸다.“나도 이제 가 봐야겠어. 너희도 일찍 쉬어.”하지만 온채아는 이미 그녀가 배를 누르는 손끝에 힘이 들어가 하얗게 질린 것을 보았다.“혹시 위가 아파요?”임지연이 입을 열었다. 괜찮다고 말하려 했지만, 부드러우면서도 유난히 진지한 온채아의 눈빛을 마주하자 차마 그 말을 꺼낼 수 없었다.“오래된 병이야.”그녀는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요즘 식사가 불규칙해서 그런 것 같아. 심한 건 아니고.”온채아가 미간을 찌푸렸다.“제가 사람을 불러서 집까지 모셔 줄게요.”“그럴 필요 없어. 나 혼자 갈 수 있어.”“잠깐만 기다려 주세요.”온채아는 거절할 틈도 주지 않고 몸을 돌려 기사를 부르려 했다.그런데 한 걸음 내딛자마자 뒤에서 침착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한 사람이 그녀를 지나 임지연 앞에 섰다.하희민은 임지연의 창백한 안색을 잠시 바라보다가 담담하게 물었다.“차 몰고 왔죠?”임지연이 살짝 굳었다. 막 대답하려던 순간, 갑작스러운 둔통이 예고도 없이 다시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참지 못하고 미간을 찌푸리며 배를 누르던 손에 더 힘을 줬다.하희민이 마침 그 모습을 보았다.기척을 들은 강미진이 차창을 내렸다.“왜 그래? 누가 어디 아파?”“아무것도 아니에요.”하희민은 짧게 대답하고 하도
사람들이 점점 더 흥이 오르기 시작할 무렵, 성유준이 시간을 확인하더니 아쉬운 듯 온채아의 어깨를 툭 두드렸다.“인제 그만. 너 쉬어야 해.”온채아는 아직 아쉬움이 남았지만 반박할 틈도 없이 여승운과 손정원이 나란히 다실에서 나왔다.“채아야, 우리는 먼저 갈게.”여승운은 젊은 사람들 쪽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나이가 드니 밤을 새우기가 힘들구나. 너희 젊은 사람들은 계속 놀아.”온채아는 얼른 일어나 손정원의 팔짱을 끼며 살갑게 말했다.“사모님, 제가 배웅해 드릴게요.”마침 이미숙도 강미진과 함께 나오다가 그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그들은 강미진의 얼굴에 스친 부러운 기색을 놓치지 않았다.이미숙은 강미진의 손을 가볍게 두드렸다.“채아는 참 마음이 착한 아이야. 누가 자신에게 잘해주면 그 사람에게 더 잘해주려고 하지. 어릴 때부터 여 선생님 부부가 돌봐 주셨으니 정이 깊은 게 당연해. 그래도 결국 친엄마를 대신할 사람은 없어.”이미숙이 이런 말을 꺼낸 건 하씨 가문에서 어떻게든 온채아에게 진 빚을 갚으려고 애쓰는 게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만약 하씨 가문이 앞뒤 분간도 못 하는 사람들이었다면, 온채아의 성격상 친엄마는 물론이고 친할머니가 온다고 해도 소용없었을 것이다.강미진은 눈시울에 차오르는 시큼함을 애써 누르며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채아가 사모님과 사이가 좋은 건 당연하죠. 전 그냥 그 아이 인생에서 제가 빠져 있던 시간이 너무 길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온채아는 손정원의 팔을 꼭 끼고 천천히 현관 쪽으로 걸었다. 손정원은 살짝 붉어진 온채아의 뺨을 바라보며 한층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밤 무척 신났구나. 전혀 피곤해 보이지 않는데?”“선생님이랑 사모님이 저 보러 오셨는데 어떻게 피곤해요.”온채아가 부드럽게 대답했다.어릴 때부터 늘 선생님과 사모님 곁을 따라다녀서인지, 이제는 아이까지 가진 몸인데도 두 사람이 곁에 있기만 하면 자신이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아이처럼 느껴졌다.손정원이 뒤를 돌아 여승운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