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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작가: 락희
강태무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데 능숙했다.

이 식사 자리에서 온채아는 그저 맛있게 밥만 먹으면 되었다.

그는 이따금 온채아가 좋아할 만한 반찬을 보면 집어주기도 했다. 예를 들어 두부조림 같은 것.

주율천이 두부로 만든 음식을 입에 대지 않았기에 주씨 가문의 식탁엔 두부 요리가 올라오는 법이 없었다.

하지만 온채아는 두부를 참 좋아했다.

그녀는 강태무를 보며 눈웃음을 지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강태무는 그녀의 고마움이 담긴 눈빛을 알아채고는 그녀의 머리를 톡 쳤다.

“따뜻할 때 먹어. 선생님이 나한테 너 꼭 잘 챙기라고 신신당부하셨거든.”

그때 맞은편의 VIP 룸 문이 열렸다.

가장 먼저 나온 이는 쉰에 가까운 외국인 남성이었다. 정장 차림의 부하 직원 몇 명을 이끌며 성공한 사업가 특유의 분위기를 풍겼다. 한눈에 봐도 상장 기업의 고위 임원 같았다.

그는 몸을 살짝 돌려 길을 비켜주면서 환하게 웃으며 유창한 벨린어를 구사했다.

“대표님, 그럼 협력 건 이렇게 하도록 하죠.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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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다슬이 떠날 때 장현진은 그녀를 아래층까지 배웅했다.그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정다슬이 먼저 자신의 차를 가리키며 말했다.“얼른 올라가 봐.”“잠깐만.”장현진이 정다슬을 불러 세우더니 한 걸음 앞으로 다가서서 머릿속으로 할 말을 정리한 뒤 천천히 입을 열었다.“우리 엄마가 아까 하신 말씀은...”“우린 친구야.”정다슬이 붉은 입술을 살짝 올리며 무심한 듯 웃었다.“어른들이 하는 말은 그냥 농담이니까 난 신경 안 써. 이런 걸로 우리 오랜 우정을 망칠 생각도 없어.”빈틈없이 완벽한 말이었다.장현진에겐 아무런 기회가 없었다.그 말인즉 어른이 하신 말씀은 농담으로 넘기며 앞으로 계속 친구로 지내겠지만 그가 꺼낸다면 친구로도 지낼 수 있다는 뜻이었다. 듣고 있던 장현진의 입꼬리가 점점 직선으로 굳어졌다. 잠시 후 그는 떠보듯 농담 삼아 이렇게 말했다.“우리 정 변호사님이 한 사람에게만 매달리는 분인가?”그게 누구를 가리키는지 분명하게 말하지 않아도 그와 정다슬은 잘 알고 있었다.정다슬도 모르는 척하는 대신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누구, 하지훈? 나와 그 남자는 같은 세상 사람이 아니야.”밤이 깊어지자 찬바람이 휘몰아쳤다.뒤편 모퉁이에서 싸움에서 진 듯한 길고양이가 사나운 기세로 멀리 달아나는 소리가 들렸다.정다슬이 잠시 멈칫하다가 가볍게 말했다.“하지만 나는 서로 사랑하고 비슷한 수준의 상대라는 전제하에 연애할 수 있어.”아주 간단하게 하지훈과의 관계를 부인하는 동시에 장현진도 거절했다.전자는 수준이 맞지 않았고 후자는 사랑이 없었으며 순수하기 그지없는 우정뿐이었다.그 말에 장현진은 조금도 실망하지 않고 오히려 안도의 숨을 내쉬며 말했다. “알겠어.”단지 하지훈 때문이 아니라면 다른 사람은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정다슬이 하지훈을 위해 어떤 희생을 했는지 잘 알고 있었으니까.어릴 때부터 득실을 따지는 데 능숙했던 정다슬이 절대 하지 않았을 일이었다.그래서 장현진은 알고 있었다. 하지훈이 정다슬에게 얼마나 특별한 존재

  • 이제 와서 빌어? 나 임신했어!   제64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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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화를 끊은 뒤 성유준은 뒤돌아 서재로 향했다. 발코니 유리문을 닫으려던 순간 시선을 들자 어느새 들어와 있는 온채아를 발견했다.하지만 그는 별로 놀라지 않았다.온 가족이 보물처럼 떠받드는 탓에 온채아는 간신히 성일에게서 커피 나르는 일을 빼앗아 커피잔을 책상에 내려놓으며 의아한 어투로 물었다.“무슨 일 있어? 뭘 당당하게 마주해?”막 들어와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다.하지만 성유준의 말투가 살갑지 않다는 건 느낄 수 있었다.심지어 은근히 화가 난 기색까지 감돌고 있었다.성유준은 온채아를 보고 치밀어오른 짜증이 잠시 사라졌지만 대신 안쓰러운 마음이 커졌다.그는 몇 걸음 다가가 여자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무슨 일이 있기는, 아무 일도 없어.”온채아에게 더 이상 아무 일도 생기지 않게 할 것이다.하씨 가문 사람들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온채아에게 미안한 행동만 하지 않으면 진심으로 그녀를 아껴주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에 오히려 기뻐할 것이다.그렇지 않으면 온채아가 그들을 가족으로 인정하든 안 하든 성유준은 한 마디도 섞지 않을 것이다.어떤 결과가 나오든 자신이 항상 온채아의 든든한 뒷배가 되어줄 거니까.그런데 온채아는 남자의 목소리에서 자신을 달래는 듯한 낌새를 알아차리고는 상대의 시선을 똑바로 마주하며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정말 아무 일도 없어?”왠지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았다.게다가 자신과 관련이 있는 눈치였다.성유준은 온채아의 시선을 피하지 않은 채 잠시 망설이다 되물었다.“너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이 뭐야?”그가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몰라 온채아는 당황했다.아이가 생기기 전에는 양부모님 죽음의 진실을 밝히고 그들의 복수를 하는 게 제일 중요했다. 나중에는 자신의 출생 비밀을 알아내고 친부모를 찾는 일도 생겼다.하지만 어젯밤 배가 무척 아팠을 때 단 하나의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 찼다. 아이가 무사히 이 세상에 태어나길.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다.가정을 꾸리고 성유준

  • 이제 와서 빌어? 나 임신했어!   제638화

    성유준 쪽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었기에 소식을 알려주면 자연히 경계를 늦추지 않을 것이다.하도연도 강미진과 같은 생각이 들어 성유준에게 전화하려 휴대폰을 들자마자 그녀의 휴대폰이 먼저 울렸다.발신자에는 성유준 이름이 떴다.하도연이 멈칫하다가 전화받자마자 말을 꺼내기 전에 상대편에서 성유준의 차가운 목소리가 먼저 들려왔다.“누나, 하예원을 보석으로 풀어준 게 하씨 가문이야?”“...”하도연은 깜빡 잊고 있었다. 여기는 경성, 즉 성씨 가문의 세력권이라는 사실을. 성유준이 소식을 접하는 속도가 그들보다 느릴 리 없었고 오히려 더 빠를 수도 있었다.다만 앞뒤 사정을 파악한 후 연락한 것이었다.하도연은 아버지 쪽을 흘깃 쳐다보며 변명하지 않고 곧바로 말했다.“미안해, 아버지가 그렇게 하셨어. 우리도 방금 알았어.”전화 너머로 한참 침묵이 흐른 뒤 성유준의 차갑고 비아냥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경찰서에 미리 연락할 걸 그랬네. 그런데 회장님께서 친딸 목숨도 나 몰라라 할 줄은 몰랐지.”하도연은 휴대폰 볼륨을 조절하지 않았고 성유준도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지 않았으며 오히려 평소보다 크게 말한 듯했다.그래서 그의 말은 한마디도 빠짐없이 하씨 가문 사람들의 귀에 들어갔다.예비 사위에게 이렇게 조롱당하자 하선호의 표정이 다소 어두워졌지만 고개를 들어 하용건의 책망하는 시선을 마주한 순간 다시 입을 다물었다.이 일은 그가 하예원에게 빈틈을 준 게 맞으니까.하도연이 난감해하는 하선호의 모습을 지켜보며 성유준에게 말했다.“이번 일에 대해 우리도 제대로 설명할게. 하지만 지금은 채아의 안전을 확보하는 게 제일 중요해.”하예원은 하씨 가문에서 지낸 세월 동안 하씨 가문의 힘을 이용해 각계각층의 인맥을 쌓아왔다.비록 이미 공개적으로 정체를 드러냈지만 이익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사람들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하예원이 경찰의 눈앞에서 도망칠 수 있었던 것은 절대 그녀 혼자만의 힘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그건 내가 알아서 해.”성유준이 담담

  • 이제 와서 빌어? 나 임신했어!   제637화

    하희민은 차가운 어투로 말했다. “사라졌다고?”“응.”하도연은 하희민의 말에 대꾸하면서도 시선은 하선호에게서 한순간도 떼지 않았다.30분 전, 하예원은 건강상의 이유로 보석으로 풀려났다.보통 보석 절차는 복잡해서 하루아침에 해결될 일이 아니지만 하예원의 경우는 매우 빠르게 처리되었다.보석이었던 데다 하선호가 뒤에 있다는 걸 알기에 경찰도 따라다니며 감시하기 어려웠다.지금 그들을 건드렸다가 하용건이 세상을 떠난 후 하선호가 권력을 잡으면 본인들 목숨부터 걱정해야 하니까.그런데 조금 방심한 사이에 하예원이 병원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하도연과 하희민뿐만 아니라 하용건과 차경희도 얼굴을 찌푸리며 하선호를 바라보았다.강미진은 말할 것도 없이 놀라는 기색조차 없었다.하선호가 하예원을 감싸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예전 일들은 하용건도 어렴풋이 들었지만 큰 일이 아니어서 눈감아 주곤 했다.하지만 이번은 목숨이 달린 일이었다.하선호가 말을 꺼내려다 멈추는 모습을 본 하용건은 막 누그러졌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지더니 테이블을 ‘쾅’ 내리쳤다.“하선호, 너 이 자식 솔직하게 말해봐. 네가 관여한 거냐?”하선호가 선악을 가리지 못할 지경이 되었다면 저런 아들은 차라리 없는 게 나았다.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훌륭한 하씨 가문의 가풍과 명성도 조만간 하선호 손에 완전히 망가질 테니까.넋이 나갔던 하선호는 하용건의 고함에 더 멍해져서 한참 후에야 느릿하게 하도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왜 사라진 거야?”“그건 제가 할 말 같은데요?”하도연이 되물었다.이 일이 하선호의 도움으로 이루어졌다고 확신한 모양이었다.온 가족이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자 하선호는 변명할 말도 떠오르지 않아 초조하기만 했다.“내가 어떻게 알아!”“하나만 대답해.”하용건의 날카로운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이 일에 관여했어, 안 했어?”“...”하선호는 잠시 침묵했다가 강미진의 호수처럼 차분한 시선 아래 후회막급한 마음으로 입을 열었다.“몸이 안 좋다고 해서

  • 이제 와서 빌어? 나 임신했어!   제636화

    차경희는 손자를 잘 알고 있었다. 무모하기는 해도 선을 넘지 않았고 지나친 짓은 하지 않았다.다른 집 도련님들이 하는 술, 여자, 도박 같은 것도 하지훈은 전혀 손대지 않았다.그러니 더 심한 건 말할 것도 없었다.하용건은 이 녀석이 또 사소한 일을 크게 부풀리는 게 아닌가 싶어 하도연을 쳐다봤다. 그녀가 살짝 고개를 끄덕이자 그도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일단 안으로 들어가서 이야기하지.”말을 마치고는 먼저 집 안으로 들어갔다.하선호는 순식간에 골칫거리가 더 늘어난 것 같아 고개를 돌려 이 상황을 만든 장본인을 노려보았다.하지훈은 태연하게 말했다.“저를 때리실 때 할아버지, 할머니도 계신다는 걸 생각했어야죠.”그러고는 잠시 걸음을 멈추며 차경희와 강미진에게 말했다.“전 퇴사 절차를 마쳐야 해서 병원에 좀 다녀와야겠어요. 집엔 안 들어갈게요.”강미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대로 생각하고 결정한 거야?”“네, 그럼요.”하지훈은 고개를 끄덕인 뒤 차경희가 여전히 안타까운 표정을 짓고 있자 고개를 숙여 할머니 귀에 뭐라고 속삭였다. 차경희는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그만그만, 이 녀석, 얼른 가!”하지훈이 비로소 뒤돌아 자리를 떠났다.그의 차가 멀리 사라진 뒤 차경희가 강미진을 바라보며 말했다.“아직도 그 아가씨를 위해 저러는 거니?”“네.”강미진이 하도연을 바라보며 말했다. “쟤가 나중에 후회하면...”“엄마.”하도연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끊었다.“후회하든 안 하든 그건 본인 몫이고 나중에 벌어질 일이니 아무도 장담할 수 없어요.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건 지금 이걸 선택하지 않았다면 후회할 거란 뜻이기도 하잖아요.”인생에 옳고 그름이란 없다.신이 아닌 인간은 모든 걸 통제할 수 없으니 지금 당장 마음 가는 대로 따르는 게 최선이었다.강미진이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걱정되는 건 쟤가 나중에 정신이 나가서 그 아가씨 탓을 할까 봐 그러지.”의사가 되는 건 하지훈이 어릴 적부터 꿈꿔온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 여자와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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