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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7화

Penulis: 락희
성심 병원, VIP 병실.

강미진은 어젯밤 온채아가 무사히 집에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는 다시 푹 잠들었다.

이제 막 깨어난 그녀 곁에는 하선호와 하도연이 한시도 떨어지지 않은 채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하선호가 아닌 큰딸을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너도 어젯밤 내내 집에 안 갔어?”

“엄마가 아픈데 제가 어떻게 마음 편히 집으로 가요?”

하도연의 눈가에 피로가 묻어났지만 이미 오랜 세월 익숙해져 있었다. 강미진을 화장실로 데려가 씻긴 뒤 그녀의 요구에 따라 어젯밤 일에 대해 사소한 것까지 꼼꼼히 보고했다.

모두 무사히 돌아왔지만 강미진은 듣는 내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면 걔 혼자서 180 넘는 남자를 제압했다는 거야?”

“네.”

고개를 끄덕인 하도연도 동생이 제법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들 세 남매는 어릴 적부터 하용건의 요구로 무술을 배웠다. 하지만 그 안경남은 누가 봐도 실력자였기에 그녀였어도 쉽게 제압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은침을 소매 속에 숨길 때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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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제 와서 빌어? 나 임신했어!   제860화

    구정훈은 휴대폰을 중간에 있는 팔걸이에 내려놓고 눈을 감고는 마음속에 떠오른 의심을 억지로 눌러 버렸다.적어도 지금은 이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지금으로서는 자신이 가진 것들을 지킬 수 있으니까.얼마 지나지 않아 차가 그린 빌라 안으로 들어가 철문 앞에 천천히 멈췄다.강준태가 내려 초인종을 눌렀다.가정부가 문을 열어 주자 구정훈은 양복 재킷과 커프스 단추를 정리하며 흐트러진 곳이 없는지 확인한 뒤에야 안으로 들어갔다.이 시간, 하도연은 겨우 점심을 끝낸 참이었다.가정부가 식탁 위 그릇을 치우고 있었다.하도연은 짙은 녹색 벨벳 원피스에 같은 계열의 숄을 걸쳤다. 머리는 낮게 틀어 올렸고, 귓불에 걸린 에메랄드 귀걸이가 조명 아래에서 차갑게 빛났다.여유롭고 단정한 차림으로 온몸에서 흠잡을 데 없는 모습이었지만 눈빛에는 온기 한 점 없었다.구정훈이 다가가도 하도연은 머리조차 들지 않았다.“갈까?”구정훈은 평범한 남편이 아내를 데리러 온 것처럼 최대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응.”그제야 하도연은 자리에서 일어나 옆에 놓인 클러치를 들고 현관으로 향했다.그녀는 구정훈 곁을 지나면서도 멈추지 않았다. 눈을 마주치지도 않았고, 단 한 순간도 더 머무르지 않았다.구정훈은 하도연의 뒤를 따라갔다. 그녀의 곧고 가느다란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는 문득 낯선 기분이 들었다.두 사람이 마지막으로 함께 구씨 집안 본가에 간 것이 아주 오래전처럼 느껴졌다.그때도 하도연이 살갑게 굴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일 얘기 몇 마디는 했고, 가끔 날씨가 추우니 옷을 따뜻하게 입으라는 말도 건넸다.그러나 지금은 침묵뿐이었다.차 안은 숨이 막힐 만큼 조용했다.운전기사는 앞만 바라본 채 입을 다물었고, 강준태는 고개조차 뒤로 돌리지 못했다.구정훈은 좌석에 기대어 옆에 앉은 하도연을 바라봤다.하도연은 고개를 숙인 채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손가락으로 화면을 넘기는 걸 보니 업무 메시지를 확인하는 모양이었다.햇빛이 차창을 통과해 하도연의 옆얼굴에 내려앉았다. 날카로운

  • 이제 와서 빌어? 나 임신했어!   제859화

    가족 식사 날, 오랜만에 날씨가 맑았다.구정훈은 약속 시간보다 30분 일찍 회사에서 출발했다. 검은 승용차가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올 때 조수석에 앉은 강준태가 서류 한 부를 내밀었지만, 구정훈은 손을 들어 막았다.“오늘은 일 얘기 그만하자.”그는 뒷좌석에 기대 눈을 감고 휴식을 취했지만, 무릎 위에 놓인 손가락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쥐었다가 풀리기를 반복했다.발신 번호는 알아보기 힘든 난수처럼 보였다.구정훈은 저도 모르게 전화를 끊으려다가 이상하게 마음이 바뀌어 전화를 받았다.그러나 그는 먼저 말을 꺼내지는 않았다.수화기 너머에서 쉰 목소리가 천천히 흘러나왔다. 진한 차에 오래 담가 둔 나무처럼 거칠고 묵직한 목소리였다.“구 대표, 요 며칠 꽤 편하게 지내셨나 보군.”구정훈은 곧바로 서강진임을 알아차렸다.그는 부정하지 않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서 회장님 덕분이지요. 성 대표 쪽도 확실히 손을 뗐고, 중단됐던 사업들도 하나씩 정상화되고 있어요.”“나와 손잡으면 손해 보지 않을 거라고 했지.”서강진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넘쳤다.구정훈은 빠르게 뒤로 밀려나는 가로수를 바라보며 솔직하게 인정했다.“네. 손해 볼 건 없더군요. 집안일도, 결혼 문제도요.”“그래.”서강진이 담담하게 대답했다.구정훈은 어쩐지 그 목소리가 평소와 다르게 느껴졌다.그의 일이 잘 풀리고 있다면 서강진 역시 안도해야 맞았다.그래야 구정훈이 그의 계획에 더 적극적으로 협조할 테니까.하지만 서강진의 목소리에는 편안함 대신 오히려 일말의 긴장감이 묻어 있었다.곧 서강진이 화제를 돌렸다.“구 대표, 일이 순조롭더라도 너무 방심하지는 마.”구정훈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무슨 뜻이에요?”“성유준이라는 사람을 구 대표가 아직 잘 모르는 모양이군.”서강진이 말의 속도를 늦췄다.“그 사람은 절대 손해 보는 장사를 하지 않아. 구 대표가 패 한 장을 들고 협박했다고 바로 손을 뗐다고? 정말 그렇게 쉽게 발목 잡힐 사람이라고 생각해?”구정훈은 대답하지 않았다.

  • 이제 와서 빌어? 나 임신했어!   제858화

    구정훈은 말할 생각이 없었다.적어도 지금은, 구진택에게조차 알려 줄 생각이 없었다.“할아버지, 그런 건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그의 말투는 부드러웠지만 자신감이 넘쳤다.“구씨 집안이 되찾아야 할 건 하나도 빠짐없이 되찾을 거예요. 성유준 쪽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구진택은 더 캐묻지는 않았지만 그냥 넘어가지도 않았다.“알아서 한다고? 네가 언제부터 할아비한테 알아서 한다며 큰소리를 쳤어?”이 말은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았다. 언뜻 듣기에는 농담처럼 들렸지만, 구정훈은 그 안에 담긴 무게를 느꼈다.구진택은 그를 떠보고 있었고, 어쩌면 경고하고 있었는지도 몰랐다.구씨 집안은 이익을 위해 비상 수단을 사용하는 것을 꺼리지 않지만, 그 전제는 구씨 집안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에서 손을 써야 한다.“할아버지.”구정훈이 목소리를 낮췄다.“구온 그룹을 안심하고 저한테 맡겨 주세요. 앞으로 더 좋아질 겁니다.”그는 확신에 찬 말투로 말했다.구진택은 한참 침묵했다. 구정훈의 말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지 가늠하는 듯했다.마지막으로 그는 가볍게 알았다고 대답했다.“정훈아.”구진택이 화제를 바꿨다.“너하고 도연이 이혼 문제는 어떻게 할 생각이야?”앞선 이야기와 아무 관련 없어 보였지만, 사실 구진택이 구정훈에게 얼마나 권한을 넘길지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였다.구정훈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의자에 등을 기댔다. 그는 저도 모르게 두 손을 꽉 움켜쥐었다.혼인 관계만 유지되면 하씨 가문과의 연결도 아직 남아 있는 셈이었다.“할아버지.”구정훈이 흔들림 없이 말했다.“이혼 안 합니다.”수화기 너머로 희미한 소리가 들렸다. 구진택이 몸을 바로 세운 듯했다.“이혼을 안 해?”구진택이 다시 확인했다.“확실해?”“네.”구정훈은 말했다.“도연이하고 얘기했어요. 이혼 문제는 당분간 보류하기로 했어요.”구정훈은 일부러 모호하게 말했다.하도연이 다시 시작하겠다고 한 건 아니었다. 그저 협박 때문에 일단 한발 물러섰을 뿐이었다.하지만 구정훈

  • 이제 와서 빌어? 나 임신했어!   제857화

    다음 날, 강준태가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구정훈은 통유리창 앞에 서 있었다.창밖으로 경성의 잿빛 스카이라인이 펼쳐졌다. 빽빽하게 늘어선 고층 건물과 개미처럼 흐르는 차량 행렬까지, 어디를 봐도 답답한 기운이 감돌았다.“구 대표님, 좋은 소식입니다.”강준태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한층 가벼웠다.“전에 한빛 그룹 쪽에서 중단시켰던 사업 몇 개가 오늘 오후에 연락이 왔어요. 원래 계획대로 계속 진행하라고 합니다.”구정훈은 한참 동안 창밖만 바라보다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의 입꼬리에 희미한 미소가 걸렸다.“몇 개?”“현재는 3개예요.”강준태는 태블릿을 넘겨 보며 말했다.“성남 물류 사업, 동쪽 외곽 신에너지 입찰 사업, 그리고 북쪽 지역의 협력 공사가 있어요. 마지막 건은 이미 계약 해지 합의서까지 작성했던 건데, 전부 메일이 왔어요. 내부 재검토 결과 기존의 중단 결정이 신중하지 못했다고 판단해서 계약을 계속 이행하겠다고요.”구정훈은 책상 앞으로 가서 식어 버린 커피를 들어 한 모금 마셨다.분명 쓴맛인데도 어쩐지 끝맛이 달게 느껴졌다.“다른 건?”그는 컵을 내려놓으며 물었다.“아직은 이것뿐이에요.”강준태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덧붙였다.“그래도 이 세 사업이 복구됐다는 건 한빛 그룹 쪽에서 더는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겠어요? 나머지도 시간문제일 겁니다.”구정훈은 의자를 빼서 앉은 후 책상을 천천히 두드렸다.‘이겼어. 적어도 지금까지는 도박이 통했어.’전날 서강진의 차에서 내릴 때까지만 해도 확신은 없었다.그 노인은 온몸에서 설명하기 힘든 음침한 기운을 풍겼다. 말도 느긋했고, 마치 모든 일이 자기 손바닥 안에 있다는 듯 굴었다.구정훈은 본능적으로 그런 부류를 경계했다. 하지만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것 역시 알고 있었다.성유준에게 완전히 눌려 끝장나느냐, 아니면 한 번 크게 걸어 보느냐.다행히 선택은 맞았고 하도연도 겁을 먹고 물러났다.온채아는 하도연이 20년 넘게 잃어버렸다가 겨우 찾은 하나뿐인 여동생이었다. 게다가

  • 이제 와서 빌어? 나 임신했어!   제856화

    명안 한의원.성유준의 시선이 그 글자 위에 머물렀다. 그는 엄지로 휴대폰 화면 가장자리를 천천히 문질렀다.그 롤스로이스는 한의원 근처에도 나타났었다.그러니까 구정훈이 오늘 오후에 올라탄 차와 명안 한의원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가 있다는 뜻이었다.그리고 그 연결고리의 반대편에는 박명하가 있을 가능성이 컸다.달리 말하면, 서강진일 수도 있었다.성유준은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눈을 감고 머릿속으로 지금까지의 정보를 하나씩 다시 정리했다.궁지에 몰린 구정훈.그리고 어둠 속에 숨어 있는 박명하.두 갈래의 선은 모두 온채아에게로 이어졌다.성유준이 눈을 떴지만 그 눈빛은 서리가 낀 것처럼 싸늘했다.그는 휴대폰을 들어 성구에게 짧게 답장을 보냈다.[계속 지켜봐.]곧이어 그는 하지훈에게 전화를 걸었다.“뭐 나온 거 있어?”하지훈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네 매형이 탄 차가 명안 한의원 근처에도 나타났어.”성유준은 돌려 말하지 않았다.“십중팔구 박명하와 관련 있어.”수화기 너머로 2초쯤 정적이 흘렀다. 하지훈이 낮은 목소리로 욕을 뱉었다.“그럼 오늘 오후에 구정훈을 찾아간 게 박명하였다는 거야?”“그래.”“둘이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나눴을까?”하지훈이 미간을 찌푸렸다.“궁지에 몰려 구씨 집안에서 밀려날 판인 놈이랑 20년이나 숨어 지낸 마약왕이 붙어서 대체 뭘 하려고...”“채아.”성유준이 그의 말을 대신 이었다.“채아를 이용해서 판을 뒤집으려는 거야.”전화 너머가 완전히 조용해졌다.잠시 뒤 하지훈이 조금 갈라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그러니까 박명하가 구정훈한테 채아 신분을 알려 주고, 구정훈 손을 빌려 하씨 가문을 협박한 거네. 성씨 가문이랑 하씨 가문이 스스로 흔들리게 만들어 놓고, 그 틈에...”성유준이 말을 이었다.“자기는 어둠 속에 숨어 있고 구정훈을 앞에 세우는 거지. 잘되면 가만히 앉아서 이득을 챙기고, 실패해도 자기한테는 손해가 없어.”하지훈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가슴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분

  • 이제 와서 빌어? 나 임신했어!   제855화

    성유준은 더 대답하지 않고 바로 전화를 끊었으나 곧장 서재로 돌아가지는 않았다.얼마 전 전화에서 구정훈이 보였던 조심스럽고 공손한 태도와, 방금 하지훈이 전한 뻔뻔하고 자신만만한 모습은 도저히 같은 사람이라고 보기 어려웠다.사람이 아무 이유 없이 한순간에 그렇게 기세등등해질 리는 없었다.성유준은 눈을 가늘게 뜨며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 하나를 천천히 굴렸다.잠시 후 성유준은 다시 서재로 돌아갔다.문을 여는 손길은 아주 조심스러웠다.온채아는 예상대로 소파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우유컵은 이미 비어 있었고 휴대폰으로 무언가를 보고 있다가 문 여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벌써 끝났어?”“응.”성유준은 온채아 옆에 앉아 빈 컵을 자연스럽게 집어 옆으로 치웠다.“가자. 이제 자야지.”성유준은 온채아의 어깨를 감싸 자신의 품에 기대게 했다.부드러운 홈웨어 너머로 온채아의 따뜻한 체온이 희미하게 전해졌다.온채아는 순순히 성유준에게 기대며 자연스럽게 그의 손목에 손을 얹었다.“아까 지훈 오빠랑 통화한 거야?”“맞아.”“구 대표님 일 때문에?”성유준은 고개를 숙여 온채아를 한번 바라봤다.이 여자는 머리가 좋은 건지 귀가 좋은 건지,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도 대충 무슨 이야기였는지 다 맞혔다.“맞아.”“도연 언니를 또 귀찮게 했어?”“그래.”성유준은 숨기지 않았다.“하지만 별일 아니야. 넌 신경 쓰지 마.”온채아는 더 캐묻지 않고 성유준의 품에서 조금 움직여 더 편한 자세를 잡았다.잠시 뒤 온채아가 답답하다는 듯 중얼거렸다.“구정훈이라는 사람은, 진짜 너무 싫어.”성유준은 고개를 숙여 온채아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웃음기가 섞여 있었다.“맞아. 정말 싫어.”“성윤혁보다 더 싫어.”“그래.”성유준은 온채아의 말에 맞장구쳤다.“그러니까 우린 그냥 신경 쓰지 말자.”온채아는 성유준의 품에서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 더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는 신호였다.온채아는 성유준을 잘 알고 있었고 하도연도 잘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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