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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Penulis: 금붕어
신태현은 놀라지도, 당황하지도 않았다. 심지어 눈빛에 작은 파문조차 일지 않았다. 마치 민윤서가 꺼낸 이혼이라는 주제가 아무런 의미 없는 홧김에 내뱉은 얘기인 것처럼 말이다.

신태현은 무심하게 대꾸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여유로우면서도 차분하고, 또 덤덤한 목소리였지만 그 속에는 쉽게 눈치챌 수 없는 짜증이 담겨 있었다.

신태현에게 민윤서는 언제나 고분고분하고 분별력이 있으며 묵묵히 자신의 의무를 다해서 단 한 번도 짐이 된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지금처럼 이혼을 언급하며 자신을 막아서는 것도 질투심 때문에 투정을 부리는 거라고 여겼다.

신태현은 결국 떠났다.

방문이 열리며 쌀쌀한 밤바람이 안으로 들어와 방 안에 남아 있던 신태현의 온기와 민윤서의 마음속에 남아 있던 마지막 미련까지 전부 날려 보냈다.

신태현은 민윤서가 정중히 꺼낸 이혼 얘기가 정말로 홧김에 한 마음에도 없는 소리인 것처럼 굴었다.

민윤서는 차가운 벽에 등을 기댄 채 천천히 입꼬리를 올리더니 처연한 얼굴로 웃음을 터뜨렸다.

정말 어처구니없었다.

어쩌면 오해일지도 모른다고, 신태현의 마음 한구석에는 자신을 향한 마음이 조금쯤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고 바보처럼 기대를 품었다.

심지어 이혼 얘기를 꺼낼 때조차 신태현이 잠깐이라도 걸음을 멈춰 이유를 물어봐 주기를, 조금이라도 자신을 붙잡아 주기를 은근히 기대했다.

그러나 현실은 잔인했다.

민윤서는 신태현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은 하찮은 존재였다.

그날 밤 신태현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민윤서는 조금도 놀라지 않았고 마음속에 파문 하나 일지 않았다.

지금 병원에 누워 누군가의 보살핌이 필요한 연약한 민윤아야말로, 신태현이 기꺼이 곁을 지키고 싶은 사람이었다.

...

다음 날 아침, 창밖에는 짙은 안개가 끼어있었고 날이 흐려 분위기도 조금 어두웠다.

먹구름이 뒤덮인 하늘에서 가는 빗줄기가 쉬지 않고 쏟아지면서 세상을 잿빛으로 물들였다.

바로 그때 민윤서의 휴대폰이 울렸다.

연구소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윤서야, 지금 국가 핵심 연구과제가 하나 있는데 우리 팀이 경쟁력이 꽤 있어. 참여할 생각 있어? 일단 내일 저녁에 간단한 미팅이 있거든.”

민윤서는 전혀 망설이지 않았다.

결혼 생활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굳이 신태현에게 매달리며 괴로워하기보다는 차라리 자신의 일에 열정을 쏟아붓는 편이 훨씬 나았다. 그것이 앞으로 민윤서의 삶을 지탱해 줄 기반이 될 것이니 말이다.

“네, 알겠어요. 일단 준비하고 있어요. 잠시 뒤에 연구소로 갈게요.”

민윤서는 전화를 끊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민윤서는 알지 못했다. 어제 병원 로비에서 신태현이 민윤아를 자신의 뒤에 세우면서 차가운 표정으로 취재진들을 내쫓고 임산부를 감싸는 사진을 누군가 몰래 찍어 인터넷에 올렸고, 그 사진들이 인터넷에 퍼지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간이 큰 한 연예부 기자가 어젯밤 그 사진을 올렸다. 비록 이름은 밝히지 않았으나 업계 내 또는 외교부 쪽 인맥이 좀 있는 사람들은 그 남자가 외교부 최연소 부국장 신태현이라는 사실을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인터넷에 글이 올라오자마자 신태현은 곧바로 자신의 인맥과 영향력을 동원해 실시간 검색어와 관련 게시물을 삭제하고 여론을 관리했다. 신태현이 빠르고 깔끔하게 일을 처리하여 모든 것이 순식간에 정리되었다.

그러나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는 법이었다.

그 사진들은 신씨 가문 본가에 있는 신태현의 할머니 노희숙에게까지 전해졌다.

노희숙은 평소에도 체면과 가문을 무엇보다 중시했고 특히 신태현의 결혼 후 명성을 가장 신경 썼다. 그래서 신태현이 사진 속에서 다른 여자를 감싸면서 다정하게 구는 모습과, 그 여자가 임신했다는 소문까지 듣고 크게 화가 났다.

노희숙은 곧바로 사람을 시켜 신태현에게 민윤서를 데리고 즉시 본가로 돌아오라고 했다.

전화를 끊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민윤서는 집 밖에서 자동차 엔진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는 걸 들었다.

아마 신태현이 돌아왔을 것이다.

3년 동안 해외에서 일하면서 신태현은 업무 보고 때문에 잠시 귀국한 적이 몇 번 있었는데 두 사람이 만난 횟수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결혼 첫해에는 잠시나마 행복했던 순간들이 있었지만 3년 동안 떨어져 있다 보니 그때의 감정도 모두 희미해졌다. 그래서 지금 두 사람은 남보다도 더 어색한 사이였다.

민윤서는 창밖을 바라봤다. 빗속에서 신태현이 검은색 차에서 내렸다.

키가 큰 신태현은 검은 캐시미어 코트를 걸치고 있어 한층 더 차갑고 고고한 분위기를 풍겼다. 신태현은 검은색 우산을 들고서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왔다.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민윤서는 신태현의 뚜렷한 이목구비와 날카로운 턱선이 더 낯설게 느껴졌다.

마치 지금 눈앞에 있는 남자가 그저 법적으로만 남편일 뿐, 단 한 번도 자신의 삶 속으로 들어온 적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신태현이 집 안으로 들어왔을 때 민윤서는 아무렇지 않은 듯 덤덤한 표정으로 거실 소파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이혼합의서가 펼쳐져 있었다.

민윤서가 문가로 걸어오자 신태현은 우산을 접었다. 그러자 우산 끝에서 빗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왜 여기 서 있는 거야?”

신태현이 평온한 어조로 말했다. 부드럽고도 차분한 목소리였지만 말로는 쉽게 표현할 수 없는 한기가 느껴져서 아무리 걱정하는 말을 해도 따뜻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예전의 민윤서는 그렇게 느껴지는 이유가 신태현의 교양과 절제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저 뼛속까지 몸에 밴 위선 때문이라는 걸 알았다.

민윤아와 바람을 피우고 심지어 아이까지 가졌으면서 왜 민윤서의 앞에서 다정한 남편인 척 연기하는 걸까?

민윤서가 입을 열어 이혼합의서에 서명해 달라는 말을 꺼내려는 순간, 신태현은 민윤서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며 먼저 입을 열었다.

“나랑 같이 본가에 다녀오자.”

민윤서는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좋게 끝내려면 협조는 해야 했다.

두 사람의 사이는 이미 완전히 틀어졌지만 본가로 돌아가면 어른들의 시선 때문에라도 화목한 부부인 것처럼 연기해야 했다.

이 결혼은 처음부터 잘못되었다.

원래는 민씨 가문에서 뒤늦게 찾아낸 친딸 민윤아가 신태현과 결혼해야 했다. 신씨 가문은 민씨 가문과 집안 수준이 비슷했고 어른들은 당연히 두 사람이 결혼하기를 매우 기대했다.

그러나 당시 민윤아는 어디선가 신태현이 남자 구실을 못한다는 소문을 듣고는 결혼을 완강히 거부했다. 그리고 민씨 가문으로 돌아온 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서 체면도 지키고 싶고 까다롭게 군다는 말도 듣고 싶지 않아 약을 써서 함정을 파놓은 뒤 민윤서에게 자신의 약혼자를 유혹했다는 누명을 씌웠다.

양가 어른들의 압박 속에서 결국 민윤서는 신태현과 결혼하게 되었다.

신태현이 민윤서와의 결혼을 받아들인 것은 아마도 책임감과 그동안 받아온 교육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민윤서는 바보처럼 진심을 다하면 언젠가는 서로 사랑하게 되는 날이 올 거라고 믿었다.

심지어 순진하게도 결혼 첫해에 서로 존중하고 배려했던 걸 사랑이 싹트는 과정이라고 착각했다.

“할 얘기가 있어.”

신태현은 테이블 위에 놓인 이혼합의서를 보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다녀와서 얘기해. 괜히 고집부리지 마.”

민윤서는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신태현과 함께 본가에 가지 않으면 제대로 얘기를 나눌 기회조차 없을 것 같았다.

신태현은 이미 밖으로 나갔다.

민윤서는 생각을 정리한 뒤 간단히 꾸미고 나갔다.

그리고 아주 자연스럽게 조수석 문을 열었다가 차 안에 놓인 인형들을 발견하고는 흠칫했다.

예전에 민윤서도 차에 인형을 두고 싶어 했는데 신태현은 너무 유치하다며 싫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이 차에 인형을 놓는 건 허락해 주었다.

민윤서는 시선을 돌린 후 차 문 안쪽의 차가운 손잡이를 손끝으로 쓸어 보았다. 이제는 그 차에 타는 것조차 역겨웠다.

신태현은 민윤서가 차에 타자 읽고 있던 서류를 덮고 민윤서를 힐끗 바라봤다.

민윤서는 대수롭지 않은 듯 무심한 눈길로 신태현의 두 눈을 마주 봤다.

“안색이 왜 이렇게 안 좋아?”

신태현이 별 뜻 없이 물었다.

민윤서는 고개를 돌리더니 애써 역겨움을 참으면서 대꾸했다.

“당신이랑 상관없잖아.”

신태현은 차에 시동을 걸고 나서 느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으면서 아직도 투정을 부리네.”

민윤서는 속으로 웃음을 터뜨렸다.

신태현은 민윤서가 자신과 다른 여자가 함께 침대에 있는 모습을 보게 되더라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저 참고 인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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