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현은 놀라지도, 당황하지도 않았다. 심지어 눈빛에 작은 파문조차 일지 않았다. 마치 민윤서가 꺼낸 이혼이라는 주제가 아무런 의미 없는 홧김에 내뱉은 얘기인 것처럼 말이다.신태현은 무심하게 대꾸했다.“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여유로우면서도 차분하고, 또 덤덤한 목소리였지만 그 속에는 쉽게 눈치챌 수 없는 짜증이 담겨 있었다.신태현에게 민윤서는 언제나 고분고분하고 분별력이 있으며 묵묵히 자신의 의무를 다해서 단 한 번도 짐이 된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그래서 지금처럼 이혼을 언급하며 자신을 막아서는 것도 질투심 때문에 투정을 부리는 거라고 여겼다.신태현은 결국 떠났다.방문이 열리며 쌀쌀한 밤바람이 안으로 들어와 방 안에 남아 있던 신태현의 온기와 민윤서의 마음속에 남아 있던 마지막 미련까지 전부 날려 보냈다.신태현은 민윤서가 정중히 꺼낸 이혼 얘기가 정말로 홧김에 한 마음에도 없는 소리인 것처럼 굴었다.민윤서는 차가운 벽에 등을 기댄 채 천천히 입꼬리를 올리더니 처연한 얼굴로 웃음을 터뜨렸다.정말 어처구니없었다.어쩌면 오해일지도 모른다고, 신태현의 마음 한구석에는 자신을 향한 마음이 조금쯤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고 바보처럼 기대를 품었다.심지어 이혼 얘기를 꺼낼 때조차 신태현이 잠깐이라도 걸음을 멈춰 이유를 물어봐 주기를, 조금이라도 자신을 붙잡아 주기를 은근히 기대했다.그러나 현실은 잔인했다.민윤서는 신태현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은 하찮은 존재였다.그날 밤 신태현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민윤서는 조금도 놀라지 않았고 마음속에 파문 하나 일지 않았다.지금 병원에 누워 누군가의 보살핌이 필요한 연약한 민윤아야말로, 신태현이 기꺼이 곁을 지키고 싶은 사람이었다....다음 날 아침, 창밖에는 짙은 안개가 끼어있었고 날이 흐려 분위기도 조금 어두웠다.먹구름이 뒤덮인 하늘에서 가는 빗줄기가 쉬지 않고 쏟아지면서 세상을 잿빛으로 물들였다.바로 그때 민윤서의 휴대폰이 울렸다.연구소에서 걸려온 전화였다.“윤서야, 지금 국가 핵심 연구과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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