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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ผู้เขียน: 소연
리은을 슬쩍 훑어본 광윤은, 바짝 긴장한 그녀를 보고 말없이 시선을 거두었다.

“방금 계약서를 룸에 두고 온 것 같은데. 가서 가져다 줄래요? 저는 주 대표님 일행하고 먼저 내려가 있을게요.”

리은은 멍하니 고개를 쳐들었지만 이번에는 얼른 반응했다.

비록 그 계약서는 바로 자신의 손에 든 서류 가방 안에 있지만.

“네, 대표님.”

대답을 마친 리은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두 사람이 나왔던 룸으로 돌아갔다. 그 때문에 유한이 음험한 눈빛으로 도망치는 자신을 응시하는 걸 보지 못했다.

구연준 역시 똑같이 느꼈는지 직설적으로 물었다.

“아니, 무슨 상황이야? 왜 너를 피하는 것 같지?”

“닥쳐.”

연준은 머쓱한 듯 코를 문질렀고, 그사이 광윤이 엘리베이터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세 사람 중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광윤도 사실 유한이 했던 말이 자기한테 한 말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주강그룹 같은 대기업의 대표가 중소기업 대표인 그에게 물어볼 게 뭐가 있겠는가?

하지만 궁금증이 많은 사람은 어디에나 존재했다.

“허 대표님, 진리은 씨 신분은 알고 있죠?”

광윤은 연준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연준은 눈썹을 추켜올렸다.

“알면서도 받아줬어요?”

광윤은 잠시 멈칫했다. 마치 뭔가를 고민하는 듯했다.

연준은 광윤이 당연히 자기 말뜻을 알아들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곧이어 의외의 답이 날아왔다.

“혹시 무슨 잘못이라도 있나요?”

“...”

구연준은 할 말을 잃었다.

광윤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무표정한 주유한을 한번 훑어보고 말했다.

“구 대표님, 저도 리은 씨한테 왜 우리 같은 작은 회사에 지원했냐고 물어봤어요. 하지만 혼자 아이를 키우며 생활하려면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하더군요. 그것뿐이에요.”

그 말에 놀란 연준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유한의 어두운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때마침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하자, 광윤은 두 사람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엘리베이터를 나섰다.

곧이어 엘리베이터가 닫히더니 계속해서 지하 1층으로 내려갔다.

“아니, 유한아. 방금 허 대표 말이 무슨 뜻이야? 진리은 혼자 아이를 키우느라 생활이 어렵다는 게?”

갑자기 뭔가 번뜩 떠오른 연준은 눈을 가늘게 뜨면서 말했다.

“허. 너 설마 이혼하기로 한 거야? 그 모녀를 집에서 쫓아냈어?”

하지만 놀랍게도 그 말을 들은 유한의 안색이 더 어두워졌다. 심지어 차가운 눈으로 연준을 쏘아봤다.

연준은 유한의 표정에 머쓱한 듯 헛기침하고는 이내 시선을 돌렸다.

“크흠. 비록 네가 진리은이 낳은 아이를 싫어하지만, 그렇게까지 비겁한 짓을 할 사람은 아니지. 그러면 진리은이 제 발로 떠난 거네? 그렇다는 건, 혹시 널 준다는 뜻인가? 너랑 이혼하기로 한 거야?”

“그럼 이제 하씨 가문에 제대로 답을 줄 수 있겠네?”

“너 오늘 저녁 말이 많다?”

유한은 딱 한 마디만 덤덤하게 날렸다.

“나도 널 생각해서 그런 거잖아.”

유한은 넥타이를 매만졌다. 순간 머릿속에 리은이 도망치던 모습이 떠오르면서 눈빛이 우울해졌다.

“필요 없어.”

연준은 그 말에 입을 다물었지만, 이미 그 소식을 친구들의 단톡방에 뿌렸다.

“입단속 잘해. 어디 가서...”

연준은 입꼬리를 살짝 떨며 억울하다는 듯 핸드폰을 들었다.

“이미 늦었어. 방금 단톡방에 말했어. 지금 다들 너 축하한다고 난리야. 축하 파티를 해주겠다고 하는데, 갈래?”

하지만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유한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입 참 싸다니까.”

한편, 리은은 광윤한테 사과했다.

“죄송해요, 대표님. 그리고 고마워요.”

광윤은 그저 싱긋 웃으며 물었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사과해요?”

리은은 그 말에 멍해졌다.

그동안 매번 남한테 피해를 줄까 봐 전전긍긍했고, 걱정했던 것처럼 역시나 매번 남한테 피해를 줘 왔다.

때문에 이미 사과가 입에 붙어 있어서, 그동안 얼마나 미안하다는 말을 했는지 모른다.

“잘못한 게 없으면 사과할 필요 없어요.”

광윤의 말에 리은의 눈이 반짝 빛나더니 천천히 입꼬리를 올렸다.

“고마워요, 대표님. 명심할게요.”

광윤은 기사에게 리은을 먼저 집에 데려다 주라고 당부했다. 차에서 내리기 전 리은은 재차 감사 인사를 하고 나서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갔다.

광윤은 멀리서 사라진 리은의 뒷모습을 한참 보다가 시선을 거두었다.

“가요.”

기사가 백미러를 힐끗 보며 물었다.

“대표님, 리은 씨 신분이 아무래도 좀 특별한데, 곁에 두고 계시다가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겠죠?”

광윤은 눈을 지그시 감으며 등받이에 천천히 기대더니, 손가락으로 무릎을 톡톡 두드렸다.

오늘 밤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은 듯하지만, 자세히 보면 뭔가 심상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꼭 귀찮은 것만은 아니에요.”

...

그 시각, 클럽.

유한과 연준이 들어오자, 왁자지껄 떠들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정말이야? 진리은이 드디어 자기 발로 꺼져 준대?”

“내가 말했지? 얼마 못 버틴다고. 유한이한테 5년이나 무시당하고 아이까지 미움을 받는데, 평생 참고 사는 게 이상하지!”

“어찌 됐든 좋은 일이네. 자, 유한 형, 한잔하자. 드디어 그 악독한 여자한테서 벗어났네!”

“...”

인영은 반짝거리는 눈으로 계속 유한을 응시했다. 기대에 찬 눈으로 유한에게서 직접 확신의 말을 듣고 싶어 했다.

그도 그럴 게, 이날을 오랫동안 기다려 왔으니까.

“유한아, 그 말이 사실이야? 정말 진리은과 헤어지기로 했어? 그 여자가 아이를 데리고 집을 나갔어?”

모든 사람이 유한의 대답을 기다렸지만, 그의 안색은 너무나 평온해서 감정을 읽을 수가 없었다.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인 유한이 연준을 보며 연기를 뿜어냈다.

“헛소리야.”

그 순간 모든 사람이 어리둥절했다.

“무슨 뜻이야?”

“그럼 괜히 기뻐한 거네?”

연준은 유한을 빤히 쳐다보다가 싱긋 웃었다.

“농담이야. 눈치 못 챈 모양이네?”

“농담? 진짜인 줄 알고 축하해주려고 했더만...”

“어쩐지. 그 여자가 어떻게 결혼에 성공해서 주강그룹 사모님이 됐는데, 그렇게 쉽게 포기할 리가 있어?”

“그 여자도 정말 뻔뻔하네. 5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포기 안 한 거야? 껍데기뿐인 주강그룹 사모님 자리를 뭐 하러 그렇게까지 지키고 앉아 있지?”

인영의 눈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실망한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괜찮았다. 화장실로 간다며 자리에서 일어난 인영은, 방금 찍은 영상을 얼른 익명으로 리은에게 보냈다.

지난 5년간, 그녀는 이런 일에 익숙해져 있었다.

이제 막 딸을 재우자마자, 리은의 핸드폰이 띵하고 울렸다.

깊이 잠든 딸의 볼에 살짝 입 맞춘 리은은 핸드폰을 챙겨 방을 나섰다.

하지만 영상을 켜자마자 손가락이 굳어버렸다.

[어찌 됐든 좋은 일이네. 자, 유한 형, 한잔하자. 드디어 그 악독한 여자한테서 벗어났네!]

영상은 고작 몇 초였고, 대화도 그대로 뚝 끊겼다.

보아하니 다들 자기한테서 벗어난 주유한을 축하해주는 모양이었다.

‘이렇게 안달이 났던 거였어?’

리은은 영상을 끈 뒤 유한에게 연락을 하려고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을 게 뻔했다.

지난 5년간, 유한과 연락이 닿았던 때는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때문에 리은은 아예 선호에게 전화했다.

[사모님?]

“장 비서님, 쉬는 데 방해해서 죄송해요.”

선호는 리은이 자기한테 전화한 목적을 알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게, 오늘 저녁 이미 호텔에서 만났으니까.

[사모님, 죄송하지만 이혼은 사모님과 대표님의 사적인 일이고, 저는 일개 비서일 뿐입니다.]

리은은 핸드폰을 꽉 움켜쥐었다.

“그런데 연락이 안 닿아서 장 비서님한테 부탁드릴 수밖에 없어요.”

[...]

선호는 백미러에 비친 남자를 보며 뭔 말을 해야 할지 막막했다.

두 사람이 클럽에서 나온 지 벌써 30분이 지났다. 하지만 그사이, 유한의 핸드폰은 한 번도 울린 적이 없었다.

그때 유한이 천천히 눈을 떴다. 문득 오늘 저녁 자기한테서 도망치듯 자리를 피하던 여자가 떠오르자, 그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장선호, 앞으로 중요하지 않는 전화는 받지 마.”

선호는 전화를 건 리은도 이 말을 들었을 거라고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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