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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Aвтор: 도도화
웨딩 샵.

직원은 차주헌을 보더니 곧바로 두 사람을 데리고 탈의실로 향했다.

차주헌이 나왔을 때 직원들은 하나 같이 입을 떡 벌리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는 원체 키가 큰 데다 꾸준한 운동으로 몸까지 탄탄해 마치 런웨이 위를 걷는 모델 같았다.

차주헌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한 번 보고는 이내 흥미가 떨어진 듯 소파에 앉아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셔츠 단추 하나를 풀고 다리를 꼬았다. 그 모습은 꼭 영화 속 장면 같았다.

잠시 후, 드디어 임서율도 밖으로 나왔다.

임서율은 소파에 앉아 있는 차주헌의 뒷모습을 보고는 아무 말 없이 그의 뒤편으로 걸어갔다. 그러고는 말을 걸려는데 띠링 소리와 함께 그의 휴대폰 상단에 메시지 알림 하나가 떴다.

[주헌아, 나 위가 조금 아파서 그러는데 지금 바로 여기로 와줄 수 있어?]

차주헌의 바람 상대였다.

[아... 오늘 웨딩 사진 찍는다고 했었나? 됐어. 내가 알아서 할게. 신경 쓰지 마.]

차주헌의 바람 상대는 두 번째 메시지까지 보낸 후 대뜸 두 개 메시지 모두 삭제해 버렸다.

임서율은 상대방의 수법에 기가 막힌 듯 속으로 헛웃음을 쳤다. 보냈던 메시지를 굳이 삭제하는 건 관심을 달라는 뜻이었다.

차주헌은 3초 정도 고민하다가 금방 다시 손가락을 움직이며 답장을 보냈다.

[이따 상황 봐서 갈 테니까 위치 보내.]

답장을 본 임서율은 심장이 마구 짓밟혀지는 기분이 들고 숨도 잘 쉬어지지 않아 저도 모르게 가슴을 세게 움켜쥐었다.

어떤 답장을 할지 대충 예상은 했지만 두 눈으로 확인하고 나니 심장이 아파 견딜 수가 없었다.

차주헌은 휴대폰을 내려놓은 후 그제야 이상함을 감지하며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는 고통스러운 얼굴로 거의 주저앉다시피 한 임서율을 보더니 화들짝 놀라며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 곁으로 다가갔다.

“율아, 왜 그래?! 어디 아파? 병원으로 갈까?”

임서율은 그의 걱정이 그저 가소로울 뿐이었다.

이렇게 연기를 잘하는 남자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 지금도 분명 자신이 아닌 위가 아프다고 했던 진짜 사랑 쪽을 더 걱정하고 있을 게 뻔했다.

“요즘 잠을 좀 설쳤더니 피곤하네? 나 이만 집으로 가서 쉬고 싶어.”

“그래, 알았어. 이만 가자.”

차주헌은 직원에게 뭐라 얘기를 건넨 후 임서율을 데리고 웨딩 샵을 나왔다.

그런데 나오자마자 다시금 알림음이 울렸고 그는 메시지 내용을 확인하더니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율아,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겨서 너 데려다 준 뒤에 바로 회사로 돌아가야 할 것 같아.”

미안한 표정으로 수화하는 그를 보며 임서율은 속이 다 울렁거렸다. 차주헌의 이중적인 태도가 참을 수 없이 역겨웠다.

“그럼 빨리 가봐. 나는 택시 타고 가면 돼.”

“아무리 바빠도 너 집에 데려다 줄 시간은 돼.”

차주헌은 두 눈 가득 그녀를 담으며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이에 임서율은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나야말로 정말 괜찮아. 그러니까 얼른 회사로 가. 너 기다리겠다.”

차주헌은 임서율의 얼굴색이 좀 돌아온 걸 확인하고 나서야 안심하며 다시 수화했다.

“그럼 돌아가서 푹 쉬어. 일 끝나는 대로 돌아갈게.”

“응.”

임서율은 차주헌의 차량과 어느 정도 거리가 벌어졌을 때쯤 택시를 잡고 운전 기사에게 말했다.

“앞에 있는 차 좀 따라가 주세요.”

날이 어두워질 무렵, 차주헌의 차량이 멈추고 곧바로 임서율을 태운 택시도 뒤따라 멈췄다.

차주헌이 차에서 내리자 한 여자가 망설임 없이 그의 품에 뛰어들었다.

여자의 얼굴을 확인한 임서율은 눈을 크게 뜨며 주먹을 꽉 말아쥐었다.

‘강수진...?’

강수진은 차주헌의 첫사랑이었다.

두 사람은 대학생이었을 당시 학교 전체를 떠들썩하게 할 정도의 뜨거운 사랑을 했지만 강수진이 갑자기 해외로 떠나면서 모든 것이 끝나버렸고 그 후로는 서로 연락 한번 주고받지 않았다.

그런데 떠났던 그녀가 다시 돌아왔다.

강수진은 세상을 다 가진 듯한 얼굴로 차주헌을 꼭 끌어안고는 젖은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와줄 줄 알았어.”

차주헌은 그녀의 상태를 살피며 다급하게 물었다.

“괜찮아? 아프다며?”

“네가 와주니까 하나도 안 아픈 것 같아. 네가 내 만병통치약인가 봐.”

장난기 어린 강수진의 말에 차주헌은 그제야 표정을 풀며 다정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다시는 그러지 마.”

“보고 싶은데 그럼 어떡해. 혹시 내가 웨딩 사진 찍는 거 방해했어?”

강수진은 볼을 부풀리며 투정을 가장한 애교를 부렸다.

“방해는 무슨. 다음부터는 그냥 보고 싶다고 해. 금방 달려올 테니까.”

“헤헤, 알았어.”

강수진은 차주헌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생긋 웃었다.

“따라와. 너한테 줄 선물이 있어.”

두 사람은 깍지를 낀 채 해안가 근처의 오두막으로 들어갔다.

모든 것을 지켜본 임서율은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꽉 말아쥔 손바닥은 손톱이 파고들어 어느새 피가 맺혀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심장을 난도질하는 것 같았다. 이렇게까지 비참하고 가슴이 아플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를 사랑했던 감정들이 여전히 몸 군데군데 박혀 있었다.

차주헌과 함께한 시간 동안, 임서율은 그에게서 넘쳐 흐를 정도의 마르지 않는 사랑을 받았고 늘 그의 애정과 관심에 잔뜩 절여져 있었다.

차주헌은 정말 다정하고 좋은 남자였다.

아직 결혼하기 전, 스킨십 중에 분위기가 그쪽으로 무르익을 때도 그는 꾹 참으며 버드 키스로 끝을 냈다.

“첫날밤까지 널 아껴주고 싶어. 널 위해서라면 난 얼마든지 참을 수 있어.”

그리고 드디어 다가온 첫날 밤, 차주헌은 그녀의 반응을 세심하게 살피며 그녀에게 잊지 못할 로맨틱한 밤을 선물해주었다.

“율아, 사랑해. 평생 너만 사랑할 거야. 그러니까 너도 약속해. 너도 평생 내 곁에만 있겠다고.”

그 순간 임서율은 모든 게 다 값지다고 생각했다. 차주헌이라는 남자와 함께라면 평생이 행복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다른 여자를 품에 안고 그 여자의 이름을 부르며 그 여자에게 사랑을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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