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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8화

Author: 도도화
임서율이 다시 호텔에 도착했을 때, 손에는 와인 두 병이 들려 있었다.

그녀는 이미 마음을 굳혔다. 도망칠 수 없다면 차라리 취해버리자고.

그래야 이 상황을 조금이라도 쉽게 넘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방 앞에 도착하자, 그녀는 문 앞에서 크게 심호흡했다. 머릿속으로 수십 번 시뮬레이션을 돌리며 마음을 다잡은 뒤, 카드키를 꺼내 갖다 댔다.

문이 열렸고 임서율은 조심스레 들어가며 작은 목소리로 안쪽을 향해 불렀다.

“재훈 씨, 계세요?”

차가운 남자의 목소리가 안쪽에서 울렸다.

“들어와요.”

순간 임서율은 목소리가 평소와 조금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곧 상대방도 긴장했겠다고 생각하며 별일 아니라고 넘겼다.

방 안으로 들어가자, 주재훈은 욕실에서 샤워 중이었다. 호텔 욕실 특유의 반투명한 유리벽 너머로 흐릿한 실루엣만 보였다.

자세히 볼 수는 없었지만 희미한 그림자와 물소리만으로도 상황은 충분히 상상됐다.

임서율은 황급히 시선을 돌리고 발코니 쪽 의자에 앉았다.

술병을 세게 움켜쥔 손가락에 힘이 잔뜩 들어갔고 머릿속에서는 수많은 생각이 뒤엉켜 서로 싸우고 있었다.

주재훈의 의도는 너무나도 분명했고 성인인 그녀도 그 정도는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에겐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이미 사람을 시켜 알아본 결과, 아버지 사건을 직접적으로 맡고 있는 사람은 김도현이었다.

설령 당장 누명을 벗길 수 없더라도 시간을 벌 방법은 필요했다.

아버지의 몸 상태로는 오래 버티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러니 아버지가 감옥에서 생을 마감하게 둘 수는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임서율의 눈동자에 단단한 빛이 스쳤다. 아버지를 위해서라면 이번 한 번은 모든 걸 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쉽지 않았다. 겨우 한 번 본 남자와 잠자리를 갖는 건 머리로는 알겠지만 마음은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시선을 돌리니 테이블 위의 술병이 눈에 들어왔다. 술은 용기를 준다고 했던가, 조금이라도 마시면 머리가 흐릿해지고 감각도 무뎌질 것이다.

임서율은 차라리 그게 낫다고 스스로를 설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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