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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Author: 도도화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임서율은 가장 먼저 이마에 난 상처를 간단히 정리했다.

거울 속 자신을 한 번 바라보고 아무 말 없이 약을 바르고 반창고를 붙였다.

짐을 정리하려던 찰나, 현관문이 열렸다.

차주헌이었다.

“왜 이렇게 일찍 왔어?”

임서율은 무표정한 얼굴로 짧게 물었다.

그는 열쇠를 무심히 탁자에 툭 던지고 양복 재킷을 벗으며 그녀를 바라봤다.

“그냥 잠깐 다녀왔어.”

차주헌은 냉장고에서 물병을 꺼내 들고 그녀 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의 시선이 멈춘 곳은 이마에 붙은 반창고였다.

그는 표정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

차주헌은 아무 말 없이 무릎을 반쯤 꿇고 상처를 조심스레 살폈다.

“...어디서 다친 거야?”

걱정이 묻어 있는 목소리였지만 임서율은 멍하니 그를 내려다봤다.

‘진짜 걱정일까. 아니면 연기일까.’

만약 연기라면 이쯤 되면 상 줘야 할 정도로 능숙했다.

“별거 아니야. 그냥 넘어졌어.”

임서율은 더 이상 진실을 말하고 싶지 않았다.

임유나와 정설아, 그 이름들을 끄집어내는 것 자체가 의미 없게 느껴졌다.

그는 더 이상 그녀의 뒤에서 막아줄 우산이 아니었다.

차주헌은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

“...혹시 네 동생이랑 새엄마가 그런 거야?”

임서율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시선이 여전히 그녀를 붙잡고 있었다.

그 순간, 그녀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만약 그렇다 해도 당신이 뭘 해줄 수 있는데? 대신 싸워줄 거야?”

그 말에 차주헌의 입이 굳었다.

예전에 한종서가 그녀를 모욕하고 짓밟던 그때도 그는 한 번도 나서지 않았고 끝까지 외면했었다.

하지만 하도원은 달랐다.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사람’이 상처받는 걸 앞에 두고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에 비해 차주헌은 늘 계산했다.

관계와 위치 그리고 미래.

그런 그에게 중요한 존재가 아닌 임서율은 언제든 희생될 수 이는 카드에 불과했다.

“내가 네 편 들어서 따지고 들면 지금은 네가 좋을지 몰라도... 나중엔 그 사람들이랑 사이가 완전히 틀어질 수도 있어. 정말 괜찮겠어?”

말은 그녀를 위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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