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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Penulis: 강노을
민서의 첫 반응은 KU그룹과 엮였다는 불안감이 아니었다.

그보단 훨씬 본능적인 충격이었다.

“강제헌이... 하유리한테 그런 것까지 해줄 수 있는 사람이었어?”

말이 나오고 나서야, 민서는 자기 말에 깨달았다.

이람 역시 과거 제헌의 가족들 앞에서 수없이 무시당했고, 정작 제헌은 이람 편을 들어주기는커녕, 상처만 남긴 사람이었다.

‘이람 들었을 텐데... 기분 나빴겠다.’

하지만 이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망설임도, 의심도 없이.

“할 수 있어.”

민서가 예상했던 것처럼 감정에 잠기지도 않았다.

이람은 차분하게 해결책을 생각 중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곧장 말했다.

“내일 밤, 루미에르 팰리스에서 자선 만찬이 있어. 방법을 써서 초대장 하나 구해. 그때 와서 나 찾아.”

이람은 잠깐 말을 멈췄다가, 이어서 조용히 말했다.

“내가 최대한 네가 서하준 대표 곁에 오래 머무는 것처럼 보이게 할게. 사람들이 너랑 서하준 사이를 어느 정도로 보는지만으로도 강제헌이 함부로 못 나올 거야. 세진 씨한테도 미리 얘기해둘게.”

하지만 그렇게 하면, 결국 하준을 ‘이용'하게 되는 셈이었다.

‘서하준... 화내진 않을까?’

이람은 잠시 고민했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민서는 자기 대신 나서준 거고, 이람은 단지 도움이 되고 싶을 뿐이었다.

제헌과 정면으로 맞설 힘은 없었지만, 하준의 이름을 빌릴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했다.

‘나중에 하준이 대가를 요구하더라도... 감당하겠어.’

민서는 이람의 의도를 얼추 파악했다.

제헌이 몇 개 계약을 막을 순 있겠지만, 반대로 서하준의 영향력 때문에 오히려 새로운 파트너가 생길 수도 있었다.

“그동안은 서하준 대표랑 아무 사이 아니라더니, 오늘은 꽤 친한 사이처럼 들리네?”

민서가 슬쩍 눈을 가늘게 뜨며 장난스럽게 물었다.

이람은 짧게 침묵했다가,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월요일에 AI 포럼 있었잖아. 너 그때 출장 중이었지. 얘기 깜빡했는데, 서하준 대표가 SY그룹의 진짜 총수야. 내일 자선 파티는 나도 참석해. 현장 게스트들 배경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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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람은 고개를 끄덕였다.“저희가 뵈러 오는 게 맞지요.”서주연은 이람에게서 느껴지는 그 차분하고 냉정한 기운이 마음에 들었다.입으로는 늘 하준을 못마땅해했지만, 사실 아들 하준이 잘생겼다는 건 서주연도 인정하는 부분이었다.그만큼 여자들에게도 인기가 많을 텐데, 이람은 하준 앞에서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아주 담담했고, 자연스러웠다.하준을 아주 좋아하지 않아서일 수도 있었고, 아니면 원래 그런 성격일 수도 있었다.어쨌든... 작은 일에 마음을 쓰는 타입은 아니었다.서주연이 웃으며 말했다.“이람 씨는 나한테는 별로 관심 없고, 하준이 얘기 듣는 게 더 좋지?”이람은 서주연이 자신과 하준을 진짜 연인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연기를 떠나서, 자신은 이미 하준에게 과거의 일부를 털어놓았고, 그러니 하준에 대해서도 알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조금은 듣고 싶어요.”이람은 일부러 고개를 돌려 하준을 한 번 보고, 다시 서주연을 바라봤다.“하준 씨가 평소엔 자기 얘기를 잘 안 해요.”서주연이 바로 하준을 흘겨봤다.“못 해 줄 말이 있어?”하준이 담담하게 말했다.“어머니 이미지에 타격이 가서요.”“내 이미지가 뭐가 있는데?”하준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전부 어머니 흑역사잖아요.”서주연은 말문이 막혔다.잠시 침묵이 흐른 뒤, 서주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나도 처음 엄마가 돼 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고, 그게 너한테 상처가 됐어. 지금은 고치려고 노력 중이야. 네가 용서 안 해도 상관없어. 어차피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니까.”하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래도 하준은 분명히 느끼고 있었다.서주연이 아주 조금이나마 변하고 있다는 걸.그렇지 않았다면, 그는 진작에 완전히 등을 돌렸을 것이다.이람이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물었다.“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서주연은 짧게 한숨을 쉬었다.“어릴 때 집에 있던 고용인들이 하준이를 괴롭혔어. 하준 성격이 워낙 고집 세서 나한테 말도 안 했고, 나는 바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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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준은 마음이 아파 얼굴 근육이 굳고, 시선도 잠시 멈췄다.이람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 준 뒤, 그는 몸을 바로 세우고 눈을 감았다.하준은 이람이 자신의 눈빛에서 무엇인가를 읽어 내는 걸 원하지 않았다.사실 강씨 집안에 있었을 때부터, 하준은 이성을 잃고 무언가를 해 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 있었다.하지만 그렇게 했다가는 분명 이람을 놀라게 했을 것이다.오늘 서주연은 하준에게 물었다.이미 알고 있었다면, 왜 더 일찍 이람을 데려가지 않았느냐고...이제 하준은 그 질문에 대한 분명한 답을 가질 수 있었다.만약 3년 전, 이람이 제헌 곁에서 그렇게 상처받을 걸 미리 알았다면, 그때의 하준이 이람을 좋아하고 있는지조차 확신하지 못했더라도, 그는 주저 없이 이람을 빼앗았을 것이다.심지어 이람의 의사와 상관없이, 억지로라도.그런 비겁하고 이기적인 생각은, 하준 혼자만 품고 갈 감정이었다.이람에게는 절대 들키지 않을 생각이었다.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이람이 과거에 겪은 고통을 알게 된 순간부터 하준은 더 이상 거리를 유지하고 싶지 않았다.집에 돌아가 각자 방으로 흩어져, 마치 서먹한 동거인처럼 서로를 모른 척하는 건 견딜 수 없었다.그래서 오늘 하준은 욕심을 냈다.서주연에게 일부러 부탁해, 자신과 이람을 남게 만들었고, 이람 곁에 머물 수 있는 명분을 만들었다.이람이 거절하지 못하도록, 아주 자연스럽게.‘이람 씨가 아직 나를 사랑하지 않을 때는, 나도 이렇게 비열해질 수밖에 없어.’‘언젠가 이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부디 날 원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제헌이 차를 몰아 이람을 쫓은 건 계산이 아니라 본능이었다.그저 붙잡아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하지만 곧 이람은 그를 알아차렸고, 속도를 올려 거리를 벌리기 시작했다.고속으로 달리던 차가 그대로 커브를 도는 순간, 제헌은 눈앞이 새하얘질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분노는 곧 공포로 바뀌었다.‘조이람은 나를 피하려고 목숨까지 내놓은 거야?’그 순간, 제헌은 숨을 제대로 쉴 수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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