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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6화

작가: 강노을
의사는 제헌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 문을 나서려다 제헌을 마주한 순간, 그대로 얼어붙었다. 이대로 도망치고 싶은 얼굴이었다.

“조이람 쪽은 이미 다 정리됐어요.”

지후는 말하면서 의사의 손목을 붙잡아 놓고 놓아주지 않았다.

“전화한 건, 형한테 따질 게 있어서예요.”

지후가 제헌의 손목을 잡아 멈춰 세웠다.

“형, 이 상태로 가면 더 문제 생겨요.”

제헌은 낮게 말했다.

“사람 꼴은 하고 가자.”

제헌은 핸드폰을 꽉 쥐었다. 예상대로였다. 이람이 먼저 전화를 걸었다는 건, 절대 좋은 일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이제야 몸 상태가 제대로 느껴졌다. 머리가 어지럽고 시야가 흔들렸다.

이 상태로 이람을 만나러 가는 건 분명 무리였다.

일행은 다시 서재로 들어왔다. 지후는 의사의 어깨를 눌러 앉히며 차분하게 말했다.

“일단 상처부터 봐주세요.”

의사는 제헌의 팔을 확인했다. 상처가 덧나 이미 열이 오르고 있었다. 체온도 정상이 아니었다.

의사는 소독을 다시 하고 소염제와 해열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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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혼 후, 나는 그의 형의 신부가 되었다   제712화

    친구들은 다들 원래부터 관계가 좋았다.남진이 말했다.“이람 씨랑 진 대표님이 먼저 가버리니까, 휴가도 재미가 없더라고요. 서 대표님도 잠깐 있다가 결국 못 참고 당신 보러 가자고 해서요. 저희도 그냥 같이 돌아왔고요. 장 대표님이랑 나솔 씨는 아직 휴가 중이에요.”연훈은 임영에게 바로 용건을 꺼냈다.“병원 검사 결과 나왔어요?”임영은 바로 이람의 서류를 내밀었다.“이건 조 대표님의 혈액 검사 결과고요. 이건 의사 선생님이 처방해 주신 약 목록입니다.”연훈은 서류를 받아 들고 임영에게 미소를 지었다.“고마워요.”연훈은 내용을 빠르게 훑었다. 큰 이상은 없어 보였다. 연훈은 서류를 하준에게 건넸다.하준은 꼼꼼하게 확인했다.다행히 문제는 없었다.하지만 이 모든 일은 애초에 이람이 겪지 않아도 됐을 일이었다.그리고 만약 조금이라도 더 위험한 상황으로 흘러갔다면...이람이 다치는 것 자체를 하준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하준은 서류를 다시 임영에게 돌려주었다.임영에게 하준이 남긴 첫인상은 솔직히 말해 너무 강렬했다. 임영은 하준에게 예의를 갖추는 동시에 깊은 경외심을 느끼고 있었다. 무서웠고, 괜히 말 한마디 잘못해서 대표님께 누가 될까 조심스러웠다.그런데도 임영은 분명히 느꼈다. 하준이 이람을 정말로 아끼고 있다는 걸.그는 외모도 눈에 띄게 뛰어났고, 분위기도 단단했으며, 사람을 대하는 태도도 세심했다. 임영은 속으로 감탄했다. 하준뿐만 아니라 이 자리에 모인 친구들 모두가 이람을 걱정하고 있다는 사실이, 임영에게는 괜히 기분 좋게 다가왔다. 해리가 ‘한번 만나기만 하면 이람의 ‘친정 식구들’은 다 하준 편이 된다’라고 했던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임영도 실제로 보니 딱 그 말 그대로였다.이람은 하준의 상태를 느끼고 있었다.그래서 더 말하지 않았다.이람은 모두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한 사람씩 눈을 마주치며 인사한 뒤 하준과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집으로 가는 내내 하준은 이람의 손을 놓지 않았다.집에 도착하자 이람이

  • 이혼 후, 나는 그의 형의 신부가 되었다   제711화

    지후는 순간 멍해졌다.“형?”그는 웃음이 터질 것만 같았다. ‘제헌이 형이 정말 미친 거 아니야? 서하준을 형이라고 부르다니.’어릴 때부터 쭉 옆에서 지켜본 사람으로서, 지후는 이 형제 둘이 이런 방향으로까지 갈 수 있을 거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지금까지 난 유재원도 썩 마음에 들지 않은데...’‘그런데 제헌 형이랑 서하준이 ‘형제 우애’ 같은 걸 한다고?’‘말도 안 되지.’지후는 확신했다. 제헌은 진짜로 미쳐 있었다.하준은 입술을 단단히 다문 채 시선을 제헌의 뒤통수에 고정하고 있었다.제헌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하준을 한 번 바라봤다. 눈빛은 날이 서 있었고, 처음부터 끝까지 걸려 있던 그 웃음은 차가웠다. 방금 내뱉은 ‘형’이라는 호칭에 좋은 뜻을 담았을 리 없었다.제헌은 말을 마치고 나서 이람을 깊게 한 번 더 바라본 뒤, 그대로 돌아섰다.기성은 경호원에게 이끌려 함께 자리를 떴다.지후와 윤정도 제헌을 따라갔다.하준은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굳게 쥔 주먹은 여전히 그대로였다.재원은 지후에게 몇 마디라도 더 해보려 했지만, 지후가 너무 빠르게 가버렸다.분위기가 이미 최악이라는 것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재원이 입을 열었다.“강제헌 미친 거 아냐? 하준아, 너희 둘 무슨 얘기했어? 갑자기 왜 형이라고 불러?”재원은 이미 이람에게서 이번 일이 제헌과는 무관하다는 걸 들었다. 형제끼리 몸싸움이 안 벌어진 것도 이해는 갔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헌이 갑자기 하준을 형이라고 부를 이유는 없었다. 솔직히 말해 꽤 놀랄만한 일이었다.이람도 고개를 끄덕였다.제헌의 입에서 그 ‘형’이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으니까.하준이 아까 안으로 뛰어 들어간 건 기성 때문에 화가 났기 때문이다.하지만 제헌이 떠나며 남긴 그 한 마디는... 분명 형제 사이에서만 통하는,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팽팽한 힘겨루기였다. 너무 오래 알고 지냈고, 너무 깊이 얽혀 있었으며, 서로에 대한 감정

  • 이혼 후, 나는 그의 형의 신부가 되었다   제710화

    제헌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하준의 말을 들었지만, 왜 이렇게까지 아픈지 알 수 없었다. 가슴이 찢어지는 것처럼 아팠다. 숨을 쉬는 것도 버거웠다.“난 뭐든 네 손을 한 번 거쳐서, 그다음에 내 차례가 되는 게 싫어.”하준은 낮게 말했다.“강제헌, 원래 난 먼저 가질 수도 있었어. 그냥 네 운이 유난히 좋았던 것뿐이야.”하준은 말을 마치고 시선을 기성 쪽으로 옮겼다. 목소리는 더 차가워졌다.“난 미리 손에 쥐는 걸 더 좋아해. 선후? 이번엔 내가 먼저야.”기성은 하준이 제헌에게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머릿속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데, 하준은 갑자기 손목에 차고 있던 고가의 기계식 시계를 풀었다. 시곗줄을 손안에 감아쥐고, 그대로 주먹을 말았다. 시계는 그대로 너클처럼 변했다.그리고 하준은 기성에게 다가왔다.그제야 기성은 알아차렸다.‘아... 이 인간, 지금 뭘 하려는 거지.’공포로 동공이 거의 점처럼 줄어들었다. 비명을 지르거나 애원할 틈도 없었다.복부에 충격이 들어왔다.아까 이람의 경호원들에게 맞았던 두 대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배 안쪽이 전부 뒤틀리는 느낌이었다. 장기가 망가지는 것 같은 통증이 밀려왔다.기성은 신음조차 내지 못했다.하준은 단 한 번만 때리고 멈췄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천천히 시계를 다시 손목에 찼다. 방금 전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이었다.기성을 붙잡고 있던 경호원 두 명도 본능적으로 한 걸음 물러섰다. 하준이 손을 거두고 나서야 정신이 돌아온 듯했다. 얼굴에는 충격이 그대로 남아 있었고,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하준은 고개를 돌려 제헌에게 말했다.“다시는 H시에 이 자식 안 보이게 해.”제헌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제헌은 강씨 집안 사람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존재를 용납하지 않았다. 기성은 그걸 알고도 이런 짓을 저질렀다. 그러니 여기에 더 남겨둘 이유가 없었다.다만 제헌은 하준과 이렇게까지 뜻이 맞는 상황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

  • 이혼 후, 나는 그의 형의 신부가 되었다   제709화

    하준은 룸에 들어서자마자 경호원들에게 붙잡혀 있는 기성을 봤다.‘저 인간이구나.’기성은 이미 정신이 반쯤 나가 있었다. 극도의 공포 속에 있었는데, 하준의 시선이 자신에게 꽂히는 순간, 남아 있던 이성마저 무너졌다. 얼굴은 더 이상 창백해질 수도 없을 만큼 질렸다.제헌에게 맞는 건 각오하고 있었다. 하지만 하준은 달랐다.‘이건 사람에게서 볼 수 있는 눈이 아니잖아...’하준의 시선은, 마치 이미 죽은 존재를 바라보는 것 같았다. 온기가 전혀 없었다. 그 차가움이 오히려 더 소름 끼쳤다.제헌은 그런 하준을 보고 비웃듯 웃음을 흘렸다. 눈에는 오래 쌓인 감정이 그대로 떠올라 있었다.“못 올 줄 알았는데...”제헌은 낮게 말했다.“그래도 결국 늦었네. 쓸모없는 놈.”하준은 제헌을 바라봤다. 시선은 깊었고 목소리는 폭풍이 오기 전의 고요처럼 낮았다.“이 일, 너랑은 상관없지?”“있다고 하면?”제헌은 다시 한번 비웃었다.하준은 제헌을 몇 초 더 바라봤다. 그리고 확신했다. 이 일에 제헌은 직접적으로 얽혀 있지 않다는 걸.“그럼 넘겨.”하준은 짧게 말했다.“이 사람이... 나한테.”기성은 그제야 하준의 말 속 ‘이 사람’이 자기라는 걸 깨달았다. 공포가 한꺼번에 터졌다.“대표님, 제발... 살려주세요...”제헌은 아직 기성에게 풀지 못한 분노가 남아 있었다. 하준에게 바로 넘길 생각은 없었다.“그래, 넘길 수는 있지.”제헌은 천천히 말했다.“근데 뭐든 순서가 있는 거 아냐?”기성은 제헌을 멍하니 바라봤다. 아무리 잘못했어도, 제헌이 하준과의 관계 때문에 자신을 잠시라도 감싸줄 거로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그 순간, 완전히 무너졌다.“대표님... 진짜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제발... 제발 한 번만...”제헌은 시끄럽다는 듯 기성을 내려다봤다.“지금 죽기 싫으면, 입 다물어.”기성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이 상황이 주는 압박은 기성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이제야 느껴졌다.‘아...

  • 이혼 후, 나는 그의 형의 신부가 되었다   제708화

    “없어.”제헌은 이람의 눈을 한참 바라봤다. 시선이 유난히 깊었다. 짧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두 번 정도였다. 그리고 이람의 손목을 놓았다.“가.”그때 윤정이 부른 경호원들이 룸 안으로 들어왔다. 기성을 일으켜 세워 붙잡은 채 한쪽에 세웠다.이람은 제헌을 한 번, 두 번 더 봤다.‘역시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자.’이 정도면 충분했다. 제헌이 이성적으로 대화하고, 감정을 폭발시키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지금의 제헌은 적어도 역할 면에서는 꽤 괜찮은 전남편이었다.이람은 더 말하지 않았다. 뒤돌아 그대로 걸음을 옮겼고, 임영과 경호원 둘이 뒤를 따랐다.그런데 문을 나서 몇 걸음 가지 않아 이람의 발걸음이 멈췄다.앞쪽 복도에 서너 미터쯤 떨어진 곳에 키 큰 실루엣이 있었다.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이었다. 분명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고, 이람을 발견한 뒤에야 속도가 느려졌다.‘설마...’이람은 잠깐 눈을 의심했다.하지만 아니었다.정말로 하준이 나타났다.“당신 왜 돌아왔어요?”놀람이 먼저 올라왔다. 반가움이 분명 있었는데, 곧바로 이상함을 느꼈다.하준의 눈에는 이람이 거의 본 적 없는 날 선 기운이 깔려 있었다. 이람을 보자 그제야 동공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말하는 사이, 하준은 이미 이람 앞까지 와 있었다. 시선이 이람의 얼굴에서 어깨, 팔, 몸 아래로 천천히 훑었다. 다친 곳이 없는지 확인하는 눈길이었다.하지만 눈 안의 냉기는 전혀 가라앉지 않았다.이람은 하준이 이미 자신이 당한 일을 알고 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이렇게 긴장하고, 이렇게 걱정하고 있다는 것도. 이람은 그의 상태를 누그러뜨리려고 먼저 입을 열었다.“나 괜찮아요...”끝까지 말하지도 못했다.하준이 팔을 뻗어 이람을 그대로 끌어안았다.이람은 단단한 벽에 부딪힌 느낌이 들었다. 하준의 몸은 긴장으로 굳어 있었고, 근육은 딱딱했다.‘이렇게까지...’하준의 손은 이람의 등을 강하게 눌렀다. 마치 품 안으로 밀어 넣으려는 것처럼.

  • 이혼 후, 나는 그의 형의 신부가 되었다   제707화

    기성은 죽어도 상상하지 못했다. 이람이 전화 한 통만 했을 뿐인데, 제헌이 직접 여기까지 올 줄은.예전엔 늘 이람이 기다리는 쪽이었다. 제헌이 부르면 가고, 오라면 오고, 무슨 말을 해도 반박 한마디 못 했다. 체면 한 번 제대로 세워준 적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제헌이 직접 찾아왔을 뿐 아니라 윤정까지 함께였고, 지후도 따라왔다.‘언제부터 이렇게까지 이 여자가 중요해진 거지?’기성은 그동안 이람이 제헌 마음속에서 차지하는 자리를 계속 잘못 짚어왔다. 그래서 이람에게 함부로 말했고, 그게 강제헌의 심기를 건드렸다. 그제야 이람이 꽤 중요한 존재라는 걸 어렴풋이 깨달았지만, 지금 보니 그 정도로는 부족했다. 여전히 이람을 과소평가하며 무시했다.만약, 만약 제헌이 이람을 아끼는 정도가 아니라, 사랑의 영역까지 닿아 있었다면...기성은 더는 생각하지 못했다. 등골이 서늘해졌다. 기성은 급하게 윤정을 바라봤다. 윤정의 눈에는 더 이상 경쟁자나 상대를 보는 기색이 없었다. 완전히 끝장난 인간을 내려다보는 시선이었다.그제야 기성은 완전히 무너졌다.‘이보다 더한 굴욕이 있을까?’상대가 자신의 몰락을 똑똑히 보고 있고, 그걸 어리석다고 여기는 순간만큼 괴로운 게 있을까?윤정이 어떤 마음으로 자신의 처참한 패배를 보고 있을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기성은 견딜 수 없었다. 대체 어디서부터 이렇게 잘못된 걸까? 어떻게 한 발 한 발 여기까지 자기 발로 걸어오게 된 걸까?기성은 정신을 붙잡지 못했다. 말이 앞뒤 없이 튀어나왔다. 이람이 먼저 자신을 유혹했다느니, 모든 게 조작이었다느니, 책임을 떠넘기는 헛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이람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 태도는 오히려 무시에 가까웠다. 임영은 참다못해 소리쳤다.“너 같은 인간이 감히?”윤정은 기성에 대한 인식의 바닥이 또 한 번 내려가는 걸 느꼈다.제헌은 계속 침묵하고 있었다. 잠시 지나자, 그 침묵이 끝났다. 제헌은 룸 안에 있던 재떨이를 집어 들어 아무 말 없이 기성의 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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