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전 직원 미팅이 있기에 경민준도 참석할 예정이다.회의실에 도착해서 임직원이 10분 넘게 기다리고 나서야 그는 뒤늦게 나타났다.경민준을 보자마자 서안나는 감탄을 내뱉었고, 눈을 반짝이며 시선을 떼지 못했다.잠시 후 미팅이 시작되고 비로소 정신을 차린 다음 연미혜의 소매를 잡아당겼다.“대표님 너무 잘생겼잖아요.”연미혜는 경민준이 들어올 때만 고개를 들어 힐긋 쳐다보았다.그리고 서안나의 호들갑에 눈길조차 주지 않고 대충 맞장구를 쳐주었다.경민준에게 관심이 없는 연미혜를 보고 서안나는 의아했지만 유부녀에 아이까지 있다는
탕비실에 도착한 강철우가 이 말을 듣고 흠칫 놀랐다.사실 그는 물론 정시원도 연미혜가 진짜 회사를 떠날 리 없으며 어떻게든 남을 기회를 찾으려고 호시탐탐 노린다고 생각했다.어제 업무를 인수받을 서안나가 회사에 출근했을 때 바로 행동을 개시할 줄 알았다.그 정도 미모라면 어디 가서 뒤처질 정도는 아니었으니까.묘령의 여자가 경민준의 곁을 얼쩡거리는데 어찌 걱정하지 않겠는가?하지만 연미혜는 서안나를 인정했을뿐더러 사이좋게 지냈고, 이제 커피 만드는 방법까지 가르쳐주겠다고 했다.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연미혜는 강철우의 생각 따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람들은 각기 다른 표정을 지었다.경민준이 몇 년 전에 결혼했다는 소문이 무성했지만 아내의 정체에 대해서는 아무도 몰랐다.심지어 결혼 자체를 하지 않았다는 사람도 있었다.뭐가 사실인지 알 수 없지만 감히 물어볼 엄두는 내지 못했다.그런데 경민준이 먼저 딸을 언급하자 다들 깜짝 놀랐다.물론 더 자세하게 알고 싶어도 하나같이 말을 아꼈다....저녁을 먹고 나서 경다솜은 연미혜가 집에 오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렸다.하지만 9시가 넘어 샤워까지 마쳤는데도 감감무소식이었다.그녀는 밖에서 나는 인기척에 모든 주
이때, 벨 소리가 갑자기 울렸다.우연히 고개를 돌린 연미혜는 식탁 위에 놓인 경민준의 휴대폰 화면에 뜬 ‘자기’라는 두 글자를 발견했다.사실 딱히 신경 쓰이지 않을 줄 알았다.오랫동안 사랑해온 만큼 쉽게 단념할 수 있는 건 아닌 듯싶었다.유난히 눈에 거슬리는 단어 때문에 황급히 시선을 피했다.경민준은 고개를 드는 순간 상처받은 그녀의 표정을 눈치챘지만 아무렇지 않게 전화를 받고 부드러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왜?”경다솜도 경민준에게 주의를 빼앗겼다.아빠는 항상 지유 이모를 대할 때마다 다정한 모습을 보여주는 거로 기억
“팀장님...”연미혜가 손을 내밀었다.“그동안 감사했어요.”비록 어안이 벙벙했지만 손을 뻗어 악수했다.“별말씀을요.”잠시 후, 연미혜는 짐을 싸서 회사를 나섰다.강철우는 그녀가 떠났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았다.“뭐해?”정시원이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연미혜가 퇴사했어.”정시원은 흠칫 놀랐다.“진짜?”정말 회사를 떠났다고? 그게 말이 되나?이내 코웃음을 쳤다.“지금 떠났다고 해서 나중에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법은 없잖아. 두고 봐, 며칠 뒤에 어르신의 도움으로 복귀할 테니까.”강철우는 묵묵부답했다.이유
다음 날.차예련이 열이 내리고 나서야 연미혜는 집으로 돌아갔다.내일 저녁 모임에 입고 갈 드레스도 얼른 준비해야 했다.오후가 되자 그녀는 집을 나섰다.고급 드레스 숍에 도착하니 점장과 점원 몇 명이 한 드레스를 둘러싸고 분주하게 움직였다.연미혜가 가까이 다가올 때까지 그녀의 존재를 알아채지 못했다.“죄송합니다, 손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좀 둘러볼게요.”“네.”경씨 가문에 시집와서 여태껏 모임에 참가한 적이 거의 없었다.설령 공식 석상에 얼굴을 비칠 일이 있다고 해도 경민준과 심여정은 그녀를 데려가지 않았다.
연미혜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임지유? 오빠가 말한 사람이 임지유였어요? 혹시 얼마 전에 아이리스에서 돌아왔나요?”김태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맞아. 알아?”“제 이복동생이에요.”김태훈은 깜짝 놀랐다.그녀의 가정사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공교로운 줄은 몰랐다.연미혜는 눈빛이 싸늘해지더니 한마디 보탰다.“또한 경민준의 외도 상대이기도 하죠.”차가 급정거했다.김태훈이 휘둥그레진 눈으로 물었다.“뭐?”연미혜가 대답했다.“괜찮아요.”이내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권력
그들이 도착했을 때 연회장에는 이미 손님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외모가 뛰어나고 기품이 있는 연미혜가 연회장에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많은 손님들의 시선을 끌었다.연회 주최자는 김태훈과 아는 사이였기에 두 사람이 들어오는 것을 보자 웃으며 맞이했다.주최자가 김태훈과 연미혜에게 인사를 하려 할 때 연회장 입구에 또 다른 손님이 도착했다.그 손님을 본 주최자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는 듯 멈칫했다.연회장에 있던 다른 손님들도 도착한 사람들을 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연회장 입구를 등지고 있는 연미혜와 김태훈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김태훈 어머니가 연미혜를 좋아한다고? 그게 말이 돼? 진짜라면... 어제 김태훈 어머니한테 했던 말들은 대체...’임지유는 갑자기 이미연이 대화 도중 갑자기 통화하러 다녀온 일이 떠올랐다.머릿속에 전화를 받는다며 자리를 비운 장면이 스치자, 묘한 불안감이 다시 가슴을 짓눌렀다.그녀의 낯빛이 안 좋아진 것을 본 경민준이 곁에서 물었다.“왜 그래? 어디 아파?”그 말에 임지유는 정신을 가다듬고 애써 미소를 지었다.“아니야. 나 괜찮아.”그날 저녁, 임지유는 이 사실을 가족들에게 알렸다.이미연이 연미혜를 마음에 들어 하고
다음 날 아침, 경민준은 임지유, 경다솜과 함께 일찍부터 경기장에 도착해 있었다.잠시 후, 하승태와 수연도 도착했다.경다솜이 그들을 발견하고 손을 흔들었다.“승태 삼촌, 안녕하세요!”“수연아, 와줘서 고마워!”수연이 경다솜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이제 곧 경기 시작되잖아. 다솜아, 많이 긴장돼?”경다솜은 고개를 저으며 또렷하게 말했다.“긴장되긴, 당연히 긴장 안 되지!”하승태는 다른 일정이 있어 경기엔 오래 머무를 수 없었다. 그는 수연이를 데려다주러 잠깐 들른 것이었다.경민준이 그의 사정을 알고 먼저 말했다.
김태훈의 부모님이 자리를 뜬 뒤, 경민준이 물었다.“사모님이랑 얘긴 잘했어?”임지유는 옅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응. 그런 것 같아. 고마워.”임지유는 속으론 생각했다.‘방금 사모님 얼굴 보니까 연미혜에 대한 불만이 점점 커지는 것 같던데....’사실 세인티와 넥스 그룹 사이에서 벌어진 일은 이미연도 이미 알고 있었다. 김태훈이 미리 설명을 해뒀기 때문이었다.조금 전 임지유와 이야기를 나눌 때 울린 전화는 사실 존재하지도 않았다. 그녀는 대화를 미리 녹음해 두고, 자리를 비켜선 후 멀리서 경민준과 임지유 쪽을 슬쩍
임지유는 며칠은 기다려야 소식이 올 줄 알았다. 그런데 그날 오후, 경민준에게서 먼저 전화가 걸려 왔다.“김 회장님이랑 사모님께서 내일 경매 행사에 참석하신대. 우리도 같이 가보자.”그 말에 임지유는 미소 지으며 답했다.“좋아.”다음 날 저녁, 경매장에 도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경민준은 임지유를 데리고 곧장 김태훈의 부모님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직접 임지유를 두 사람에게 소개했다.김태훈의 부모는 이미 경민준과 연미혜의 관계를 알고 있었고, 연미혜와 임지유 사이에 있었던 일들도 모두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들은
지현승이 뭔가 생각에 잠긴 듯한 얼굴을 하고 있을 때, 염성민이 다시 물었다.“성민아, 철호 아저씨나 아버지 말고, 네가 아는 사람 중에 유명욱 교수님 연락처 아는 사람 또 없어?”“없는 것 같아.”지현승이 대답했다.그렇게 말한 뒤, 무언가 떠오른 듯 다시 말을 이었다.“근데, 너 전에 임지유 씨가 유명욱 교수님을 만난 적 있다고 하지 않았어? 아마 지유 씨는 교수님이 연락처를 갖고 있을 것 같은데? 교수님한테 직접 연락해서 해결될 일이라면, 임지유 씨가 알아서 연락하지 않았을까?”염성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나도
염용석이 도와줄 생각이 없자, 염성민은 직접 유명욱에게 연락하려 했다.하지만 문제는, 그에겐 유명욱의 연락처가 없었다.결국 염용석에게 연락처를 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는데, 돌아온 답장은 단 두 글자였다.[꿈 깨.]반응할 틈도 없이, 염용석은 메시지를 하나 더 보냈다.[철호 아저씨 쪽에도 내가 이미 얘기해 뒀으니까, 괜히 힘 빼지 마.]염성민은 그 문자를 보는 순간 진심으로 화가 치밀었다. 마음을 추스르고 곧장 전화를 걸었지만, 염용석은 더 이상 받지 않았다.‘아버지도, 철호 아저씨도 이 일을 도울 수 없다면 누구를 찾아야
아직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염용석이 먼저 말을 잘랐다.“그래서 또 김태훈 대표가 연미혜 편 들어서, 임지유를 괴롭혔다는 거냐?”너무 정확하게 들어맞는 말에 염성민은 순간 놀라서 되물었다.“아버지, 어떻게 아셨어요? 무슨 얘기 들으신 거예요?”“들은 건 없어. 그냥 짐작한 거다.”염용석은 해탈한 듯 나직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잘 생각해 봐라. 너랑 연미혜, 김태훈은 나 때문에 어렵게 얼굴 맞대고 일하는 사이인데, 서로 대놓고 엇나갈 일이 뭐 있겠냐. 네가 일로 문제를 일으킬 사람도 아니고, 두 사람이 괜히 너만 콕 집
김태훈은 다리를 꼬고 앉아 눈을 가늘게 뜬 채 말했다.“교수님께서 어떤 이유로 달가워하지 않으실 거란 말씀이죠? 제가 여자한테 눈이 멀어 이성도 잃고, 옳고 그름도 구분 못 하게 됐다는 말이 하고 싶으신 건가요?”‘아주 잘 알고 있네!’염성민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지만, 입 밖으론 내지 않았다.하지만 김태훈은 마치 그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여유롭게 웃으며 말했다.“근데 말이죠, 제가 보기엔 그렇게 이성 잃고 분별 못 하는 사람은 제가 아니라 따로 있는 것 같은데요.”염성민이 반박할 틈도 없이, 김태훈은 곧바로 말을
김태훈의 변호사는 지난주 세인티와의 계약 해지를 논의하기 위해 직접 회사를 찾았지만, 결국 협의는 결렬되었고 넥스 그룹은 그날 바로 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그 무렵 연미혜와 임지유 사이에 세인티에서 벌어진 마찰은 업계에 이미 소문이 퍼진 상태였고, 당시 김태훈은 지방 출장을 떠나 있었기에 자리에 없었다.김태훈과 아직 직접 대면하지 못했기에, 임지유는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한 듯 보였다.월요일 아침, 출근한 연미혜는 회사 1층에서 다시 임지유와 마주쳤다.두 사람은 서로를 보는 순간, 눈길만 짧게 마주치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