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연미혜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고 계속 세인티의 기술팀 직원과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김태훈의 말을 들은 장건식은 웃으며 말했다.“김 대표님, 이 두 분과 아는 사이예요?”“네.”여하간에 도원시의 상류사회는 대부분 2세대, 3세대였던지라 당연히 두 사람을 알고 있었다. 다만 그들과 걷는 길이 달라 친하지 않을 뿐이다. 염성민과 그들은 김태훈과 인사를 한 뒤 장건식과 한쪽으로 가면서 일 얘기를 했다.임지유는 따라가지 않고 김태훈의 옆에 남아 있었고 당연히 연미혜도 발견했지만 그저 힐끗 보기만 할 뿐 연미혜의 존재를 무시하며
염성민이 물었다.“저 여자랑 친해요?”염성민의 말을 들은 임지유는 키보드를 두드리던 손이 살짝 떨렸다. 연미혜는 확실히 예쁘게 생겼던지라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염성민이 연미혜에게 관심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경매장에서 들었던 대화와 연미혜를 대하던 염성민의 태도를 떠올리면 또 아닌 것 같았다.임지유는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별로 안 친해요. 왜요?”염성민은 연미혜와 김태훈이 사라진 곳을 힐끗 보았다.“김태훈 씨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걸 보니 대단한 사람인 것 같아서요.”임지유는 담담하게 말했다.“전 잘 몰라요.
연미혜는 김태훈의 미소를 보고는 바로 염성민을 남몰래 비꼬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네.”김태훈이 연미혜에게 아주 잘해준다는 것을 발견한 임지유는 미간을 구겼다. 염성민은 비록 저녁 식사 함께할 시간이 없다고 했지만 맴버가 이미 정해졌던지라 연미혜와 김태훈 그들과 함께 회사 로비로 내려가 밖을 나가는 수밖에 없었다.이때 임지유는 누군가의 연락을 받게 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핸드폰을 내려놓았다.“민준 씨가 도착했다고 했으니까 저도 같이 내려가요.”그들이 로비로 내려왔을 때 경민준은 이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그들을 보자
연미혜는 멈칫하며 경다솜에게 물었다.“언제 가고 싶은데?”“그건...”경다솜은 조금 망설이게 되었다. 연미혜는 경다솜이 일부러 임지유와 경민준이 시간이 없을 때 그녀와 가자고 할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하지만 임지유와 경민준이 언제 바쁜지를 몰랐기에 망설이고 있는 것이다.연미혜는 시선을 거두며 말했다.“괜찮아. 가고 싶을 때 엄마한테 말해. 엄마도 시간이 되면 가줄 테니까.”경다솜은 아주 기뻤다.“네!”그녀는 한 주 동안 바쁜 시간을 보냈다.어느새 금요일 저녁이 되고 연미혜는 전보다 일찍 퇴근한 상태였다. 집으로 돌
연미혜와 수연이가 다른 사람과 부딪혀 다치게 될까 봐 걱정된 하승태는 두 사람의 곁에 꼭 붙어있었고 누군가 불안한 모습으로 다가올 때마다 두 사람을 지켜주었지만, 오늘은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그들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두 명의 여자아이와 부딪히게 되었다.수연이는 괜찮았지만 연미혜는 하승태의 위로 넘어지게 되었다. 하승태는 본능적으로 그녀의 허리에 손을 올려 감싸며 그녀를 품에 안아 지켜주었다. 단단한 가슴팍으로 넘어진 연미혜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고 어색한 모습으로 일어나며 그를 밀어내려고 했지만 발이 아픈 느낌이 들었다
하승태와 점심을 먹고 나온 연미혜는 운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차예련의 연락을 받게 되었다.“미혜, 어디야? 나 힘들어 죽겠어. 얼른 나 데리러 와줘. 같이 점심 먹자.”연미혜는 이미 점심을 먹었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어딘데?”“우련 헤리티지.”차예련은 계속 말을 이었다.“몇 년 전에 재개발한 전통 가옥이 있던 그 동네야. 아침 일찍부터 고모가 날 이곳으로 끌고 와 집 보러 다녔어. 정말 힘들어 죽을 것 같아.”“그래. 알았어.”전화를 끊은 후 연미혜는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입력했다. 10분 즈음이 지나자 차예련이 또
“...”연미혜가 화장실에서 나왔을 때는 이미 10분이 지난 뒤였다. 그녀는 차예련과 함께 점심을 먹고 나니 갑자기 요양병원에 가고 싶어졌다. 하지만 연선아의 상태와 아직은 가족과 대화가 불가능하다는 요양병원 원장의 말이 떠올랐지만 그녀의 차는 이미 요양병원 앞에 멈춰 서있었다. 결국 그녀는 들어가지 않고 한참 요양병원을 보다가 집으로 돌아갔다.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방안에 갇혀 바삐 할 일을 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그녀의 핸드폰이 울리고 이번에는 경민준의 연락이었다. 연미혜는 핸드폰 화면을 힐끗 보다가 무시한 채 계속하던 일을
전화를 끊은 후 연미혜는 다시 일에 집중했다.시간이 흘러 어느새 밤 9시가 되었고 지식으로 머리가 가득 찬 연미혜는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이때 김태훈이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왔다.“나와 바람 좀 쐴래?”반 시간 후, 연미혜는 어느 한 바에 도착했다. 김태훈은 바에서 나와 그녀를 맞이하며 물었다.“한잔할래?”연미혜는 뜸을 들이다가 대답했다.“네.”김태훈은 갑자기 그녀에게 바싹 다가갔다.“기분이 안 좋은 거야?”“지금은 나아졌어요.”김태훈은 더는 묻지 않고 그녀를 위해 도수가 낮은 파란색의 칵테일을 주문해 주었다. 연
연미혜도 같은 생각이었다.그녀는 짧고 단호하게 메시지를 보냈다.[바빠. 그리고 약속 지켜. 다솜이 외할머니댁엔 절대 못 가게 해.]잠시 뒤, 경민준에게서 짧은 답장이 도착했다.[알겠어.]이후로 그는 더 이상 아무 연락도 해 오지 않았다.어린이날 연휴 다음 주말은 마침 주말이었다.그날 오후, 연미혜는 가족들과 함께 관광지에서 래프팅을 준비하고 있었다.그때 차예련에게서 사진 한 장이 도착했는데, 사진 속 인물은 임지유였다.차예련은 지금 쿠바나에 머무르며 패션쇼 준비로 한창이었다.사진을 본 연미혜는 메시지를 보냈다.[
‘넥스 그룹이랑 세인티가 해지한 건 알고 계신가요? 교수님의 제자인 김태훈 대표가 요즘 하는 짓을 보면 재능을 믿고 우쭐대는 것도 모자라, 사사건건 여자한테 휘둘려서 점점 판단력도 흐려지고 있던데요. 혹시 그 사실도 알고 계십니까?’염성민은 막 입을 열려다 말았다.곁눈질로 경민준이 있는 걸 본 순간, 목구멍까지 올라왔던 말이 쑥 들어가 버렸다.사실 이 얘기는 전부 임지유와 관련된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 자리에, 임지유의 옆에 경민준이 있었다.염성민의 입장에서 굳이 나서서 이런 말을 할 명분이 없었다.괜히 앞장서서 이런
임지유는 곧바로 해약서에 서명했다.배상금은 계약서에 명시된 기한 내에 전액 납부하겠다고 약속했다.이 소식을 들은 김태훈은 비웃듯 코웃음을 쳤다.“생각보다 행동이 빠릿빠릿해서 좋은걸?”해약 이후의 처리 절차는 변호사가 맡았고, 임지유가 서명한 뒤로는 김태훈과 연미혜 모두 더 이상 그 일에 신경 쓰지 않았다.이삼일 뒤, 유명욱이 휴가를 맞아 오랜만에 두 사람을 불러 모았다. 한동안 얼굴을 못 본 터라, 사제지간에 오붓하게 점심을 함께 하기로 했던 것이었다.연미혜와 김태훈은 회사를 나와 약속 장소인 식당에 도착했는데, 식당 입
임지유는 계약 해지를 결정한 뒤, 곧바로 경민준에게 전화를 걸었다.“경매 날에 김태훈 어머님이랑 얘기하다가, 내가 말을 좀 잘못했어. 그걸 사모님이 딱 집어냈고... 게다가 김태훈 쪽은 아예 세인티랑 엮일 생각이 없어 보여. 만약 소송으로 가서 이긴다고 해도 나중에 또 딴지를 걸어 협력 관계가 틀어지게 만들 가능성이 높아.”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고, 담담히 결론을 내렸다.“그쪽이 처음부터 협력 의지가 없었다면, 괜히 시간 끌기보다 지금 깨고 다른 파트너 찾는 게 낫다고 봐.”경민준은 그녀가 무슨 말을 실수했는지 구체적으로 묻
‘김태훈 어머니가 연미혜를 좋아한다고? 그게 말이 돼? 진짜라면... 어제 김태훈 어머니한테 했던 말들은 대체...’임지유는 갑자기 이미연이 대화 도중 갑자기 통화하러 다녀온 일이 떠올랐다.머릿속에 전화를 받는다며 자리를 비운 장면이 스치자, 묘한 불안감이 다시 가슴을 짓눌렀다.그녀의 낯빛이 안 좋아진 것을 본 경민준이 곁에서 물었다.“왜 그래? 어디 아파?”그 말에 임지유는 정신을 가다듬고 애써 미소를 지었다.“아니야. 나 괜찮아.”그날 저녁, 임지유는 이 사실을 가족들에게 알렸다.이미연이 연미혜를 마음에 들어 하고
다음 날 아침, 경민준은 임지유, 경다솜과 함께 일찍부터 경기장에 도착해 있었다.잠시 후, 하승태와 수연도 도착했다.경다솜이 그들을 발견하고 손을 흔들었다.“승태 삼촌, 안녕하세요!”“수연아, 와줘서 고마워!”수연이 경다솜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이제 곧 경기 시작되잖아. 다솜아, 많이 긴장돼?”경다솜은 고개를 저으며 또렷하게 말했다.“긴장되긴, 당연히 긴장 안 되지!”하승태는 다른 일정이 있어 경기엔 오래 머무를 수 없었다. 그는 수연이를 데려다주러 잠깐 들른 것이었다.경민준이 그의 사정을 알고 먼저 말했다.
김태훈의 부모님이 자리를 뜬 뒤, 경민준이 물었다.“사모님이랑 얘긴 잘했어?”임지유는 옅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응. 그런 것 같아. 고마워.”임지유는 속으론 생각했다.‘방금 사모님 얼굴 보니까 연미혜에 대한 불만이 점점 커지는 것 같던데....’사실 세인티와 넥스 그룹 사이에서 벌어진 일은 이미연도 이미 알고 있었다. 김태훈이 미리 설명을 해뒀기 때문이었다.조금 전 임지유와 이야기를 나눌 때 울린 전화는 사실 존재하지도 않았다. 그녀는 대화를 미리 녹음해 두고, 자리를 비켜선 후 멀리서 경민준과 임지유 쪽을 슬쩍
임지유는 며칠은 기다려야 소식이 올 줄 알았다. 그런데 그날 오후, 경민준에게서 먼저 전화가 걸려 왔다.“김 회장님이랑 사모님께서 내일 경매 행사에 참석하신대. 우리도 같이 가보자.”그 말에 임지유는 미소 지으며 답했다.“좋아.”다음 날 저녁, 경매장에 도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경민준은 임지유를 데리고 곧장 김태훈의 부모님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직접 임지유를 두 사람에게 소개했다.김태훈의 부모는 이미 경민준과 연미혜의 관계를 알고 있었고, 연미혜와 임지유 사이에 있었던 일들도 모두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들은
지현승이 뭔가 생각에 잠긴 듯한 얼굴을 하고 있을 때, 염성민이 다시 물었다.“성민아, 철호 아저씨나 아버지 말고, 네가 아는 사람 중에 유명욱 교수님 연락처 아는 사람 또 없어?”“없는 것 같아.”지현승이 대답했다.그렇게 말한 뒤, 무언가 떠오른 듯 다시 말을 이었다.“근데, 너 전에 임지유 씨가 유명욱 교수님을 만난 적 있다고 하지 않았어? 아마 지유 씨는 교수님이 연락처를 갖고 있을 것 같은데? 교수님한테 직접 연락해서 해결될 일이라면, 임지유 씨가 알아서 연락하지 않았을까?”염성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