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미혜도 말했다.“다음에 봐요.”말을 마친 연미혜는 주저 없이 차를 운전해 자리를 떴다.연씨 저택에 도착한 뒤 위층으로 올라가자 연이찬은 허미숙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연미혜와 함께 한 사람이 하승태라는 것을 안 허미숙은 매우 놀랐다.하승태는 경민준과 어릴 때부터 친한 친구로 연미혜와는 별 친분이 없던 사람이었는데 어떻게 갑자기...연창훈이 말했다.“안 그래도 하씨 가문이 왜 갑자기 협력하자고 하는지 궁금했어. 하승태가 나를 볼 때마다 아주 적극적이더라고. 이제 보니...”하여진이 말했다.“그럼 정말인가 보
경다솜이 곁에 없자 연미혜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이혼할 거예요.”방아연의 엄마도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다. 연미혜는 딸이 있지만 항상 혼자서 그녀 집 맞은편에 살고 있었으니...게다가 지난번 학부모 회의에 연미혜 대신 섹시하고 예쁜 다른 여자가 왔었다.경민준이 먼저 방아연의 엄마에게 인사를 했다.“안녕하세요.”“안녕하세요...”경민준이 물었다.“서로 아는 사이인가요?”방아연의 엄마에게 한 말이었지만 말을 마치자마자 연미혜에게 시선을 돌렸다.연미혜가 경민준을 무시하자 방아연의 엄마가 바로 말했다.“저는
경다솜이 환한 얼굴로 하이파이브를 하며 연미혜에게 달려왔다.“엄마, 우리가 이겼어!”연미혜가 경다솜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말했다.“그래.”경민준도 연미혜에게 다가와 물었다.“영상 찍었어?”“응.”연미혜는 한마디 대답한 후 영상을 경민준에게 보냈다.의자 차지하기 게임을 마친 뒤 다음 게임은 ‘다함께 차차차’였다.네 가족이 한 팀이 되어 모든 멤버가 긴 원형 띠 안에 서서 긴 띠를 밟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게임이었다. 가장 먼저 결승점에 도착하는 팀이 승리하게 되었다.경민준이 연미혜를 바라보았다.“이번에는 네가 할래?”
경민준이 다시 물었다.“네가 할래, 아니면 내가 할까?”연미혜가 경다솜을 바라보았다.“다솜이 결정해.”“아빠가 해요.”경다솜이 말했다.“엄마가 농구를 잘 못 다루잖아요. 아빠는 농구를 잘하니까.”연미혜는 농구를 할 줄 알았지만 굳이 이런 말까지 하지 않았다.경다솜이 이렇게 결정하자 연미혜가 경민준을 향해 말했다.“당신이 해.”경민준이 대답했다.“그래.”점점 뜨거워지는 햇볕 때문에 실외 온도가 상승하자 경민준이 겉옷을 벗어 연미혜에게 건넸다.“들어줘.”연미혜는 아무 말 없이 겉옷을 받아 잔디밭 위에 놓았다.
아이가 경민준과 친한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다른 부모들은 부모가 아이와 게임을 하는 것을 보며 즐거우면 크게 웃거나 박수를 쳤고 잘하지 못할 때는 안절부절못했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 그들이 한 가족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만 연미혜는 아니었다.연미혜는 아이와 게임을 대할 때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느낌은 조금 달랐다.마치 연미혜는 남편과 아이랑 분리된 것 같았다.하지만 지난번 학부모 회의 때 경다솜이 임지유와 관계가 더 좋았던 것을 생각하면 남편과 딸 사이에 녹아들지 못하는 것이 당연한 일인 것 같기도 했다.자신의 아이가
연미혜가 말했다.“너희끼리 먹어, 난 안 갈래.”경다솜이 말했다.“네? 엄마 안 갈 거예요?”“응.”연미혜는 경다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엄마는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 맛있게 먹어.”“네...”미소를 지으며 한마디 한 연미혜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연미혜의 뒷모습을 본 경민준은 그녀를 붙잡지 않고 경다솜에게 말했다.“우리도 가자.”“네.”차에 타자마자 경민준의 휴대폰이 울렸다.노현숙에게서 전화가 걸려온 것이었다.경민준이 전화를 받자 노현숙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
“말들은 좀 있지만 큰 영향은 없어요. 회사에 좋은 프로젝트가 있으면 회사 주주들이 자기 사람을 넣고 싶어 하죠. 하지만 이런 걸 경 대표님이 직접 정하시는 경우가 드물어요. 경 대표님이 자기 사람을 넣었는데 다른 사람들이 크게 반응할 수는 없죠. 게다가 임씨 가문과 손씨 가문 능력도 꽤 괜찮고 규칙도 잘 아니까 전반적으로 큰 영향은 없어요.”김태훈은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그래요, 그럼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다음에 시간 되면 같이 밥 먹어요.”“그래요.”양 이사가 떠난 후 김태훈이 연미혜에게 말했다.“우리
“그럼 김태훈 씨랑 한번 이야기해 보는 건 어때? 너랑 김태훈 씨, 나름대로 친분이 있잖아?”윤신재의 말에 지현승이 고개를 갸웃했다.“할 수야 있지. 근데 김태훈이가 내 말을 들을 것 같진 않은데.”그날 연미혜가 파트너를 바꾸자는 제안을 받아들였을 때의 표정을 떠올려보니, 연미혜와 김태훈이 단순한 연인 사이는 아닌 듯했다.하지만 분명한 건, 김태훈이 연미혜를 상당히 신경 쓰고 있다는 점이었다.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나서서 염성민과 김태훈 사이의 갈등을 풀어준다고 해서, 김태훈이 곧바로 협력하겠다고 나올 리도 없었다.“그럼
‘김태훈 어머니가 연미혜를 좋아한다고? 그게 말이 돼? 진짜라면... 어제 김태훈 어머니한테 했던 말들은 대체...’임지유는 갑자기 이미연이 대화 도중 갑자기 통화하러 다녀온 일이 떠올랐다.머릿속에 전화를 받는다며 자리를 비운 장면이 스치자, 묘한 불안감이 다시 가슴을 짓눌렀다.그녀의 낯빛이 안 좋아진 것을 본 경민준이 곁에서 물었다.“왜 그래? 어디 아파?”그 말에 임지유는 정신을 가다듬고 애써 미소를 지었다.“아니야. 나 괜찮아.”그날 저녁, 임지유는 이 사실을 가족들에게 알렸다.이미연이 연미혜를 마음에 들어 하고
다음 날 아침, 경민준은 임지유, 경다솜과 함께 일찍부터 경기장에 도착해 있었다.잠시 후, 하승태와 수연도 도착했다.경다솜이 그들을 발견하고 손을 흔들었다.“승태 삼촌, 안녕하세요!”“수연아, 와줘서 고마워!”수연이 경다솜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이제 곧 경기 시작되잖아. 다솜아, 많이 긴장돼?”경다솜은 고개를 저으며 또렷하게 말했다.“긴장되긴, 당연히 긴장 안 되지!”하승태는 다른 일정이 있어 경기엔 오래 머무를 수 없었다. 그는 수연이를 데려다주러 잠깐 들른 것이었다.경민준이 그의 사정을 알고 먼저 말했다.
김태훈의 부모님이 자리를 뜬 뒤, 경민준이 물었다.“사모님이랑 얘긴 잘했어?”임지유는 옅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응. 그런 것 같아. 고마워.”임지유는 속으론 생각했다.‘방금 사모님 얼굴 보니까 연미혜에 대한 불만이 점점 커지는 것 같던데....’사실 세인티와 넥스 그룹 사이에서 벌어진 일은 이미연도 이미 알고 있었다. 김태훈이 미리 설명을 해뒀기 때문이었다.조금 전 임지유와 이야기를 나눌 때 울린 전화는 사실 존재하지도 않았다. 그녀는 대화를 미리 녹음해 두고, 자리를 비켜선 후 멀리서 경민준과 임지유 쪽을 슬쩍
임지유는 며칠은 기다려야 소식이 올 줄 알았다. 그런데 그날 오후, 경민준에게서 먼저 전화가 걸려 왔다.“김 회장님이랑 사모님께서 내일 경매 행사에 참석하신대. 우리도 같이 가보자.”그 말에 임지유는 미소 지으며 답했다.“좋아.”다음 날 저녁, 경매장에 도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경민준은 임지유를 데리고 곧장 김태훈의 부모님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직접 임지유를 두 사람에게 소개했다.김태훈의 부모는 이미 경민준과 연미혜의 관계를 알고 있었고, 연미혜와 임지유 사이에 있었던 일들도 모두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들은
지현승이 뭔가 생각에 잠긴 듯한 얼굴을 하고 있을 때, 염성민이 다시 물었다.“성민아, 철호 아저씨나 아버지 말고, 네가 아는 사람 중에 유명욱 교수님 연락처 아는 사람 또 없어?”“없는 것 같아.”지현승이 대답했다.그렇게 말한 뒤, 무언가 떠오른 듯 다시 말을 이었다.“근데, 너 전에 임지유 씨가 유명욱 교수님을 만난 적 있다고 하지 않았어? 아마 지유 씨는 교수님이 연락처를 갖고 있을 것 같은데? 교수님한테 직접 연락해서 해결될 일이라면, 임지유 씨가 알아서 연락하지 않았을까?”염성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나도
염용석이 도와줄 생각이 없자, 염성민은 직접 유명욱에게 연락하려 했다.하지만 문제는, 그에겐 유명욱의 연락처가 없었다.결국 염용석에게 연락처를 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는데, 돌아온 답장은 단 두 글자였다.[꿈 깨.]반응할 틈도 없이, 염용석은 메시지를 하나 더 보냈다.[철호 아저씨 쪽에도 내가 이미 얘기해 뒀으니까, 괜히 힘 빼지 마.]염성민은 그 문자를 보는 순간 진심으로 화가 치밀었다. 마음을 추스르고 곧장 전화를 걸었지만, 염용석은 더 이상 받지 않았다.‘아버지도, 철호 아저씨도 이 일을 도울 수 없다면 누구를 찾아야
아직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염용석이 먼저 말을 잘랐다.“그래서 또 김태훈 대표가 연미혜 편 들어서, 임지유를 괴롭혔다는 거냐?”너무 정확하게 들어맞는 말에 염성민은 순간 놀라서 되물었다.“아버지, 어떻게 아셨어요? 무슨 얘기 들으신 거예요?”“들은 건 없어. 그냥 짐작한 거다.”염용석은 해탈한 듯 나직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잘 생각해 봐라. 너랑 연미혜, 김태훈은 나 때문에 어렵게 얼굴 맞대고 일하는 사이인데, 서로 대놓고 엇나갈 일이 뭐 있겠냐. 네가 일로 문제를 일으킬 사람도 아니고, 두 사람이 괜히 너만 콕 집
김태훈은 다리를 꼬고 앉아 눈을 가늘게 뜬 채 말했다.“교수님께서 어떤 이유로 달가워하지 않으실 거란 말씀이죠? 제가 여자한테 눈이 멀어 이성도 잃고, 옳고 그름도 구분 못 하게 됐다는 말이 하고 싶으신 건가요?”‘아주 잘 알고 있네!’염성민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지만, 입 밖으론 내지 않았다.하지만 김태훈은 마치 그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여유롭게 웃으며 말했다.“근데 말이죠, 제가 보기엔 그렇게 이성 잃고 분별 못 하는 사람은 제가 아니라 따로 있는 것 같은데요.”염성민이 반박할 틈도 없이, 김태훈은 곧바로 말을
김태훈의 변호사는 지난주 세인티와의 계약 해지를 논의하기 위해 직접 회사를 찾았지만, 결국 협의는 결렬되었고 넥스 그룹은 그날 바로 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그 무렵 연미혜와 임지유 사이에 세인티에서 벌어진 마찰은 업계에 이미 소문이 퍼진 상태였고, 당시 김태훈은 지방 출장을 떠나 있었기에 자리에 없었다.김태훈과 아직 직접 대면하지 못했기에, 임지유는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한 듯 보였다.월요일 아침, 출근한 연미혜는 회사 1층에서 다시 임지유와 마주쳤다.두 사람은 서로를 보는 순간, 눈길만 짧게 마주치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