共有

제4화

作者: 소경절
병원 원장이 얼굴 가득 웃음을 띠고 들어와, 강시원을 스쳐 지나 곧장 서정혁과 임지민에게 다가갔다.

“사모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도련님은 제가 직접 우리 병원 전문가들을 이끌고 회진했고, 이미 큰 문제 없다고 확인됐습니다. 조금만 더 쉬면 곧 퇴원할 수 있어요.”

자신을 착각한 걸 알았지만, 임지민의 볼만 붉어졌을 뿐 곧바로 정정하지는 않았다.

그들 뒤에 서 있던 남자도 차갑게 있을 뿐이었고, 막 입을 떼려는 순간 강시원이 먼저 말을 붙였다.

“의사 선생님, 제가 도훈이 엄마예요.”

그녀는 스스로를 ‘사모님’이라 부르지 않았다. 그녀의 마음속에서 이미 저 냉정한 남자와는 아무 관계도 아니었으니까.

순간 공기가 쏟아져 내리는 듯 민망함이 머리끝을 스쳤다.

원장은 놀란 눈으로 소박한 운동복 차림의 강시원을 훑어보고, 다시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차린 임지민을 보고는 머리가 웅 하고 울렸다. 그는 서둘러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죄송해요 사모님! 아드님은 괜찮습니다. 마음 놓으셔도 됩니다!”

임지민은 속눈썹을 내리깔고 입술을 꼭 다물었다.

조금의 복수를 한 기분이었다.

“도훈이는 대체 무엇 때문에 천식이 왔나요?”

강시원이 단호하게 물었다.

“도련님은 폐 기능이 약하고 선천성 천식을 앓고 있습니다. 평소 식단을 특히 조심해야 하고, 견과류나 해산물은 심한 발작을 유발할 수 있어요. 제때 응급 처치를 해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위험했을 겁니다!”

서정혁은 창백한 아들의 얼굴을 의심스레 훑었다.

“도훈이 식단은 항상 특별히 관리해. 견과나 해산물은 절대 못 만지게 하고, 학교 선생님들께도 이미 당부했어. 그런데 어떻게 이런 걸 먹을 수가 있지?”

말을 이어 남자는 서늘한 원망을 눈 끝에 실어 강시원을 콕 찔렀다.

“확인하는 건 간단해.”

강시원의 칼날 같은 시선이 사람 좋은 얼굴을 한 임지민에게로 스르르 옮겨갔다.

“서씨 집안 위아래로 도훈이가 천식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어. 도훈이한테 군것질이니 지저분한 건 감히 건넬 사람도 없고. 오늘 학교 가기 전에 도훈이가 누구를 만났는지만 보면 알레르기 원인은 바로 나와.”

입으로 단 한 번도 임지민이라 부르지 않았지만 문장마다 그녀를 콕 집었다.

임지민은 서도훈을 꽉 껴안았다. 심장은 북처럼 쿵쾅거렸다.

“도훈아, 너 뭐 먹었어? 누가 준 거야?”

강시원이 아이를 똑바로 보며 물었다.

서도훈이 태어난 순간부터 당당한 서정 그룹의 후계자였다.

엄하게 가르쳐야 마땅했지만, 서정혁은 업무로 늘 집을 비워 아버지 역할에 빠져 있었고, 서정혁의 어머니는 손자를 하늘처럼 떠받들었다. 서씨 집안 모두가 서도훈을 작은 황제처럼 모셨다.

그렇게 어린 나이에 버르장머리가 사나워졌고, 꼭 작은 마왕이 떨어진 듯했다.

한편, 모든 신경을 쏟아 아들을 염려하며 아버지이자 어머니로 뛰던 강시원은 아이의 눈에 참견 많은 잔소리꾼으로만 비칠 뿐이었다.

“도훈아,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서정혁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서도훈의 까만 눈동자가 굴렀고 입술이 딱 다물렸다.

말할 수 없었다. 학교 가는 길에 이모가 피스타치오 맛 아이스크림을 사 준 탓이라는 걸. 그렇게 말하면 이모가 아빠에게 꾸중을 들을 테니까.

이모는 자기에게 그렇게 잘해 주는 사람인데 그럴 수는 없었다.

“지... 진 기사야!”

서도훈의 말이 빨라졌고 얼굴은 벌게졌다.

“아이스크림은 내가 사 오라고 했어. 그냥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었을 뿐이야. 안에 견과류가 있는 줄 몰랐어!”

임지민은 여전히 소년의 손을 다독였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서정혁의 미간에는 깊은 골이 팼다.

“진 기사?”

진 기사는 서씨 집안에서 운전을 한 지 20년. 성실하고 점잖았다. 집안 사정을 이 집사 다음으로 잘 아는 사람인데 어떻게 이렇게 규정을 어길 수 있을까?

강시원은 믿기지 않는 눈으로 서도훈을 보았다. 가슴 저 깊은 곳에서 소리 없이 미세한 통증이 번졌다.

한순간, 품에서 길러낸 아이의 낯빛이 낯설게 멀어졌다.

그녀는 아주 어릴 때부터 아이에게 가르쳤다. 당당하고, 정직하게, 신용을 지키는 사람으로 살라고. 무슨 일이 있어도 거짓말은 절대 하지 말라고.

서도훈이 기억하는 내내, 오늘이 처음 하는 거짓말이었다.

그런데 임지민을 지키려고였다.

“진 기사님!”

강시원의 눈가가 살짝 붉어지며 그를 불렀다.

“네, 사모님.”

미리 바깥에서 대기하던 진 기사가 병실로 들어와 서정혁에게도 고개를 숙였다.

“도련님.”

서도훈은 흠칫 어깨를 움찔했다.

서정혁이 놀란 눈을 강시원에게 돌렸다.

“진 기사는 왜 불렀어?”

강시원은 남자의 험한 낯을 무시하고 부드럽게 물었다.

“도훈이가 오늘 아침 학교 가는 길에 먹은 피스타치오 아이스크림을 기사님이 사 줬다고 하는데 사실이에요?”

진 기사는 허겁지겁 손을 저었다.

“아이고, 사모님 분부 없이 제가 어떻게 도련님께 아무거나 드리겠습니까! 아이스크림은 사실...”

“사실... 내가 샀어!”

임지민의 목소리가 떨렸다. 결국 버티지 못했다.

서정혁은 눈을 크게 뜨고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맑은 얼굴을 바라보았다.

서도훈은 임지민의 손을 덥석 붙잡았다. 걱정이 가득했다.

“이모, 이모 탓 아니야!”

“정혁아, 다 내 잘못이야...”

임지민의 작은 콧끝이 활짝 붉어지며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도훈이가 길가 아이스크림을 그렇게나 애타게 보는데, 마음이 아파서 내가 마음대로 사 줬어. 도훈이가 견과류 알레르기인 줄 몰랐어... 정혁아, 도훈아... 전부 내 잘못이야. 미안해...”

서정혁은 잠시 침묵하더니 가볍게 한숨을 쉬고 부드럽게 말했다.

“됐어. 너는 도훈이 사정을 몰랐고,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잖아. 다음부터 조심해.”

임지민은 눈물을 머금고 하얀 얼굴을 들었다.

“정혁아...”

서도훈은 금세 얼굴이 환해졌다.

“됐다! 역시 아빠는 이모를 안 혼내. 아빠는 이모가 제일 좋아!”

서정혁은 감정이 비치지 않은 얼굴로 말없이 서 있었다.

아들의 말이 사실이라 해도, 강시원은 이미 오래전에 그 잔혹한 진실을 조용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럼에도 지금 이 순간 그녀의 가슴은 서늘한 오한으로 번졌고, 온몸의 피가 거꾸로 흐르는 듯했다.

그녀는 문득 예전의 한순간을 떠올렸다.

서정혁에게 커피를 가져다주러 서재로 들어갔을 때였다. 결재를 방해하지 않으려고 신발도 벗고 맨발로 살금살금 걸어가 컵을 책상에 내려놓았다.

그런데 프로젝트 문제로 신경이 곤두서 있던 서정혁이 손을 내리치면서 커피가 책상 위로 와르르 쏟아졌다.

“누가 이런 쓸데없는 일을 하래? 나가.”

명백히 그의 실수였는데, 모든 화를 그녀에게 퍼부었다.

그날 밤, 그녀는 조용히 컵을 씻으며 오래도록 눈물을 흘렸다.

지금 임지민 앞의 서정혁은 온화하고 인내심 있고 너그러웠다.

눈앞의 이 여자가 자기 아들을 진짜로 큰일 날 뻔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르는데도 말이다.

사랑하는 것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이렇게나 또렷했다.

강시원은 단호히 돌아서 병실을 빠르게 걸어 나갔다. 더 머무는 매초가 자신의 눈을 모욕하는 일이었다.

“정혁아, 언니가 많이 속상한가 봐. 나가서 봐야겠다.”

임지민은 황급히 눈물을 훔치고 일어나 그녀를 뒤따랐다.

...

얼마 가지 않아, 강시원은 무릎에 통증이 치받고 몸에 기운이 쑥 빠지는 걸 느끼며 걸음을 멈췄다.

“언니.”

임지민이 비웃는 듯 미소를 입가에 걸고 불러 세웠다.

“언니, 왜 그렇게 빨리 가? 마치 정혁 오빠랑 부부 사이가 아주 험악해진 것처럼 보이잖아.”

누가 봐도 떠보는 말투였다.

“임지민, 그게 그렇게 자랑스러워?”

강시원은 그녀를 정면으로 응시했다. 아몬드 빛 눈동자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다섯 살 아이를 네 편들려고 거짓말하게 만들고, 마음은 남의 남편과 남의 아이에게만 쏠려 있네. 아는 사람은 너를 아이비리그 컴퓨터과의 수재라고 하겠지만, 모르는 사람은 어디 명문가 꼬시는 학원에서 방금 나온 줄 알겠어...”

‘싸게 굴기는.’

하지만 강시원은 바르게 교육받은 사람이었다. 공공장소에서 임지민과 저잣거리 싸움을 벌일 수는 없었다.

그녀는 곧고, 교양 있고, 체면을 지키는 사람이었다. 임지민 모녀처럼 남의 것을 뻔뻔하게 빼앗고도 당연한 척 굴어 본 적이 없었다.

임지민은 깍지 낀 손가락에 힘을 주더니 붉은 입술을 끌어올렸다.

“언니, 나를 왜 이렇게 몰아붙여? 도훈이 거짓말은 엄마인 언니가 아이랑 소통이 부족하고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탓이야. 나랑 무슨 상관인데? 그거 뭐라고 하더라... 귓가에 스며드는 본보기. 아이는 새하얀 종이야. 언니가 어떻게 선을 긋느냐에 따라 달라지지. 언니가 평소에 더 조심해서 말하고 행동하면 되잖아.”

“임지민, 속에 든 건 아무것도 없는 주제에 말만 번지르르하네. 결혼도 안 해 봤으면서 감히 나한테 엄마 노릇을 가르쳐?”

강시원은 화내기보다 비웃었다. 예전처럼 말 더듬는 법이 없었다.

“아이를 낳아 본 적도 없으면서 아줌마처럼 잔소리하네. 그렇게 굴면 네 정혁 오빠가 너한테 질리지 않겠어?”

임지민의 입가가 파르르 떨렸고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몸이 좋지 않은 강시원은 더 말 섞기 싫어 돌아서 걸음을 떼었다.

그러나 모욕을 삼키지 못한 임지민이 불시에 그녀의 팔을 확 잡아챘다.

“읏.”

강시원이 낮게 신음을 흘렸고 매끈한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임지민이 움켜쥔 곳은 칩을 구하려다 다친 자리였다. 지금도 붕대가 감겨 있었다.

“놔!”

강시원은 이를 악물고 팔을 뿌리쳤다.

“꺄악!”

임지민이 비명을 지르며 가녀린 몸이 뒤로 꺾였다.

하지만 바닥에 나동그라지지는 않았다. 언제 다가왔는지 모를 서정혁이 두 팔을 활짝 벌려 그녀를 단단히 받쳐 안았기 때문이다.

この本を無料で読み続ける
コードをスキャンしてアプリをダウンロード
コメント (1)
goodnovel comment avatar
이호정
2025. 11. 26. AM. 05:04
すべてのコメントを表示

最新チャプター

  • 이혼 후 전설이 된 여자   제705화

    통화를 마친 윤슬은 일이 잘 해결되었다는 소식을 강시원에게 서둘러 전했다.“임지민이 꽤 조심스럽고 신중한 사람인데 어쩐 일인지 오늘은 평소답지 않게 아주 부주의하더라고요. 설희가 단번에 그 여자의 혈액 샘플을 손에 넣었어요.”“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고 이미지까지 무너졌잖아. 지금은 머릿속이 엉망진창일 테니 예전만큼 조심하지 못하는 게 당연하지.”강시원은 연필을 손에 쥔 채 손끝을 능숙하게 움직이며 설계도 위를 오갔다.“윤슬 씨, 황 비서에게 연락해서 샘플을 넘기고 검사하도록 해.”황근우의 이름이 나오자 윤슬의 얼굴이 발그레해졌다.“네, 지금 바로 연락할게요!”고개를 살짝 든 강시원은 윤슬을 바라보며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요즘 바쁜 일들이 다 끝나면 내가 직접 요리할 테니 윤슬 씨는 옆에서 도와줘. 배 대표님과 황 비서를 초대해서 제대로 식사 한 끼 대접하자. 우리 집에서 한 끼 먹는 거야.”“저, 정말요? 좋아요!”윤슬은 놀이공원에 가게 된 어린아이처럼 기뻐하며 펄쩍펄쩍 뛰었다.강시원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없이 미소 지었다.그녀는 윤슬이 황근우를 마음에 두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요즘 관찰한 바로는 황근우 역시 윤슬에게 조금은 남다른 마음이 있는 듯했다.서로 마음이 통하고 무척 잘 어울리는 두 젊은이를 보고 있자니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강시원은 두 사람을 이어 주어 관계가 한 걸음 더 발전하도록 돕고 싶었다.하지만 그저 윤슬과 황근우를 이어 주려는 마음만 있는 것일까?사실 강시원에게도 조금은 사심이 있었다.윤슬이 황근우를 만나고 싶은 만큼 강시원 역시 배기훈을 만나고 싶었다.매번 배기훈이 직접 만든 음식을 얻어먹기만 했으니 이번에는 그녀도 정성껏 한 상 차려 그를 제대로 대접하고 싶었다.그때 배다울도 데려오면 좋을 것 같았다. 그 아이를 만난 지도 꽤 오래되어 무척 보고 싶었다.반면 자신의 아들인 서도훈은...오랫동안 연락하지 않다 보니 어느새 정말로 마음마저 멀어진 것 같았다.“아, 참

  • 이혼 후 전설이 된 여자   제704화

    분노와 짜증에 휩싸인 임지민은 곧바로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엄마! 집안에 배신자가 있어요! 지난주와 그 전 주의 CCTV 영상을 확인해서 누가 뒤에서 나를 엿 먹였는지 찾아내요! 집에 돌아가면 반드시 그 자식을 죽여 버릴 거예요!”“지민아, 엄마가 확인해 봤는데 김소정이라는 가정부였어!”박영주 역시 몹시 화가 난 상태였다.“그런데 그 여자가 지난주에 이미 사직했더라고. 집사에게 전화해 보라고 했더니 전화번호까지 바꿨고 사람을 보내 집에도 찾아가 봤는데 집주인이 벌써 세를 내놓고 이사 갔다고 하더라. 지금은 사람을 찾을 수가 없어!”“빌어먹을 년!”임지민은 미친 듯이 발을 굴렀다. 속이 타들어가자 또다시 담배 생각이 났다.그뿐만이 아니었다. 문득 자신의 손이 제멋대로 떨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하지만 지금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상태였기에 그저 너무 화가 나서 이러는 것이라고만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엄마, 약이 거의 다 떨어져 가요. 빨리 좀 더 구해다 줘요!”“엄마도 알아. 오늘 밤에 직접 나가서 약을 가져올게.”박영주는 거듭 당부했다.“요즘은 반드시 얌전히 행동해야 해. 절대로 또 문제를 일으켜서는 안 돼. 알겠니? 사람 시켜 강시원의 경통삼 병원 진료 기록을 전부 삭제해 놓기는 했지만 그래도 방심해서는 안 돼. 서 대표가 의심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오후가 되자 임지민은 잔뜩 굳은 얼굴로 연구개발팀에 돌아왔다. 보기만 해도 재수가 없을 정도였다.직원들은 감히 그녀에게 다가가지 못했지만 뒤에서는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일로 그녀를 두고 수군거리며 손가락질했다.평소 임지민이 직원들의 공을 빼앗거나 꾸지람을 퍼붓는 게 일상이었기에 직원들 역시 마음속으로 불만이 가득했다. 이제 그녀의 이미지가 무너지자 모두가 속이 다 후련하다고 생각했다.사무실로 돌아온 임지민은 가죽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려 했지만 머릿속은 온통 뒤죽박죽이었다.그때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여직원 한 명이 들

  • 이혼 후 전설이 된 여자   제703화

    “대표님, 임 부장님이 오셨습니다. 대표님과 할 말이 있다고 합니다.”서정혁이 시선을 내리깔자 얼굴에 어두운 빛이 드리워졌다.대표의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을 본 한수현은 이번에야말로 임지민이라는 나쁜 여자가 제대로 고생하겠다고 생각했다.그런데 그 순간 서정혁이 차갑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들어오라고 해.”한수현은 말문이 막혔다.‘한심해... 서 대표는 왜 이렇게 한심한 거야!’임지민이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안에 들어서자마자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흘러내렸고 두 눈은 빨갛게 부어 있었다.“오빠...”한수현은 속으로 조용히 한마디 내뱉었다.‘흥! 이것도 연기겠네! 이번에도 어떻게 연기하는지 두고 보자!’“무슨 일이야?”서정혁은 임지민을 한 번 흘끗 보더니 긴 속눈썹을 내리깔고 다시 책상 위의 서류로 시선을 돌렸다. 태도는 이전보다 확연히 거칠었다.“다음 주 금요일이면 신차 발표회야. 지금쯤 연구개발팀에 있으면서 신차의 최종 조정을 진행하고 모두가 신제품에 온 힘을 집중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지. 날 찾아올 때가 아닌 것 같은데?”그야말로 상사가 부하 직원을 대하는 태도였다.“오빠... 나한테 화난 거야?”임지민이 천천히 남자 앞으로 걸어갔다. 눈물에 흠뻑 젖은 속눈썹에 눈물이 맺혀 있었고 눈을 깜빡일 때마다 눈물이 후드득 떨어졌다.“그 사진들...”“그 사진들 전부 사실이야?”서정혁의 목소리는 그녀를 불안하게 할 만큼 차가웠다. 서정혁은 고개조차 들지 않았다.임지민은 더는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계속 숨겼다가는 오히려 그가 자신을 바보 취급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결국 이를 악물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응...”“지민아, 네 몸을 위해 내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정성과 노력을 쏟았는지 알고 있어? 네가 이렇게 스스로 몸을 아끼지 않는 건 나의 관심을 저버리는 행동이야.”남자의 목소리에는 원망과 분노가 섞여 있었다.“앞으로 또 발병하면 네가 알아서 해결해. 자기 몸도 제대로 돌보지 않고 제멋

  • 이혼 후 전설이 된 여자   제702화

    강시원은 임지민이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는 말을 듣자마자 휴대전화를 보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다. 고개를 숙인 채 설계도를 수정하며 말했다.“뭘 볼 게 있다고 그래. 어차피 임지민이 서정혁이랑 데이트하다 찍혔거나 서정혁이 또 무슨 선물을 해 줬는데 그걸 자랑하려고 꺼내 보인 거겠지. 재미없어.”“아니에요. 이번에는 부정적인 소식이에요!”윤슬은 황급히 휴대전화를 그녀의 눈앞에 가져다 놓았다. 통쾌한 웃음이 얼굴 가득 피어올랐다.“대체 어떤 능력자가 임지민이 몰래 담배 피우고 술 마시는 사진을 인터넷에 올렸는지 모르겠어요. 사진 속 꼴이 완전 깡패나 산적 두목 같아요! 평소 지적이고 우아한 여신이라는 이미지가 완전히 박살 났어요! 얼마나 많은 열성 팬들이 충격을 받겠어요! 아, 그런데... 몸이 안 좋다면서요? 바람만 불어도 날아갈 것처럼 굴더니 왜 갑자기 이런대요? 영상에서는 담배도 엄청 세게 빨고 술도 아주 신나게 마시더라고요. 아픈 사람이라고는 전혀 생각되지 않던데요.”“애초에 아프지 않으니까.”강시원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그 말에 깜짝 놀란 윤슬은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뭐라고요? 아프지 않다고요? 그럼 그동안 그렇게 골골대던 건... 설마 서 대표님 앞에서 연기한 거예요?”강시원은 웃기만 할 뿐 대답하지 않았다.“세상에... 진짜 연기를 하려면 끝까지 제대로 할 것이지... 정말 끼리끼리네요.”윤슬은 의아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오랜 세월 동안 서 대표님 앞에서 한 번도 꼬리를 밟히지 않았잖아요? 하긴, 병이란 게 잠깐 속일 수는 있어도 그렇게 오랫동안 속이는 건 어려우니까요. 근데 병원에 한 번만 가도 들통났을 텐데.”“그 여자만의 비법이 있거든. 매번 아주 잘 통했지.”강시원은 아름답게 눈웃음을 지으며 웃었다. 임지민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덕분인지, 아니면 성수연을 해치려 했던 배후를 잡은 덕분인지 아무튼 기분이 좋았다.“내가 일 끝내고 시간 나면 알려 줄게.”...임지민이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는 추태는 순식간에

  • 이혼 후 전설이 된 여자   제701화

    심화영은 경악하며 비명을 질렀다. 온몸이 전기가 통하는 것처럼 떨리자 겁에 질려 울음을 터뜨렸다.“아빠... 배가 너무 아파요... 살려 줘요... 빨리 살려 줘요!”심태수는 순간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는 것 같았다. 격분한 듯 고래고래 소리쳤다.“다들 뭘 멍하니 서 있는 거야? 당장 구급차 불러!”...고연경과 공명수는 경찰에게 연행되었다.하체가 온통 피투성이가 된 심화영은 구급차에 실려 갔다. 집안 가장인 심태수도 어쩔 수 없이 딸의 곁을 지켜야 했기에 체면을 내려놓은 채 구급차에 올라탔다.심씨 가문 전체가 하룻밤 사이에 발칵 뒤집혔다.김호진이 가정부들을 돌려보냈다. 그러다 보니 거대한 저택은 싸늘하고 적막했다. 마치 한기가 가득한 빈 성처럼 느껴졌다.자정 무렵 하늘에서 폭설이 쏟아졌다.눈송이가 솜을 찢어 흩뿌리는 듯 어지럽게 날리며 내려왔다.서정혁은 섣불리 자리를 떠나지 않고 심지경의 곁을 지켰다. 심지경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극단적인 행동을 하고 스스로를 다치게 할까 봐 걱정되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심지경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저 텅 빈 거실 한가운데 굳은 듯 서 있을 뿐이었다. 마치 침울한 표정으로 깊은 여운을 남기는 조각상 같았다.“지경아, 오늘 밤은 많은 일이 벌어졌으니 충격 많이 받았지. 하지만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야. 반드시 버텨야 해.”서정혁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어떤 어려움이 생기든 나한테 말해. 우리 친형제나 다름없잖아. 무슨 일이 있어도 힘껏 도와줄게.”심지경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무거운 발걸음으로 천천히 저택 문을 나섰다.고개를 들어 드넓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온 하늘에 하얀 눈이 흩날리고 있었다.작년 이맘때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검은 우산을 받쳐 들고 단호 별장 뒤뜰에 서서 흰색 패딩을 입은 성수연이 두 손으로 능숙하게 커다란 눈사람을 만드는 모습을 바라보았었다.그 눈사람은 분명 새하얗고 귀여우면서도 어딘가 어수룩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분위기 파

  • 이혼 후 전설이 된 여자   제700화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자 심지경의 얼굴에 반가운 기색이 떠올랐다. 그는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정혁아!”한수현을 뒤에 대동한 서정혁은 여유로운 걸음으로 심지경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묵직한 손으로 그의 어깨를 두어 번 두드렸다.“그동안 그렇게 많은 일이 있었는데 왜 나한테 한마디도 안 했어? 나를 친구로 생각하긴 해?”서정혁의 깊고 어두운 눈동자를 바라보는 심지경은 눈시울이 뜨거워졌다.심지경은 바로 알아차렸다. 서정혁이 모든 것을 알게 되었음을...남운시에서 일어난 모든 일까지도.서정혁은 한숨을 내쉬었지만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날카로운 시선으로 얼굴이 창백해진 고연경을 바라봤다.“사모님, 병원에 사람을 보내 성수연을 죽이려 한 배후가 사모님인가요?”사방이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다. 깜짝 놀란 사람들은 턱이 빠질 정도로 입을 떡 벌렸다.“정혁아... 그게 무슨 말이야?”심지경의 핏발 선 눈동자가 순식간에 휘둥그레졌다. 온몸의 피가 심장으로 몰리는 듯했고, 가슴이 오르내리는 것조차 잊어버렸다.“수연이를... 죽이려 했다고? 지금은 어때? 괜찮은 거야!”“걱정하지 마. 성수연은 무사해. 다행히 신 선생님이 제때 도착해서 구해 주셨어. 지금 범인은 경찰에 붙잡힌 상태고, 성수연도 그 일로 의식을 되찾았어. 다만 지금은 다시 혼수상태에 빠졌지만, 한 번 깨어났으니 곧 회복하겠지.”성수연이 깨어났다는 말을 들은 심지경은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우는 것 같기도 하고 웃는 것 같기도 한 표정을 지었다.하지만 신우민이 그녀를 구했다는 사실을 알고 나자, 자신을 한 대 후려치고 싶은 심정이었다.어쩌면 성수연에게 평생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다운 모습을 제대로 보여 주지 못할지도 몰랐다.자기 여자도 보호할 줄 모르다니, 성수연에게 심지경은 늘 자격 미달이었다.그는 성수연에게 어울리지 않는 남자였다.심태수는 순간 얼굴이 굳더니, 이내 고연경을 원망스럽게 노려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조금의 걱정도 없었다. 오직 혐오와 원망만이 가득했다.

続きを読む
無料で面白い小説を探して読んでみましょう
GoodNovel アプリで人気小説に無料で!お好きな本をダウンロードして、いつでもどこでも読みましょう!
アプリで無料で本を読む
コードをスキャンしてアプリで読む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