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5화

Author: 소경절
서정혁이 긴 팔로 임지민의 잘록한 허리를 받쳐 들고 가늘게 뜬 눈으로 아파서 창백해진 강시원의 얼굴을 노려봤다.

“강시원, 너 뭐 하는 거야?!”

강시원은 그들을 싸늘하게 훑어보고 오른손으로 다친 팔뚝을 움켜쥐었다. 부드러운 뺨을 따라 식은땀 한 방울이 미끄러졌다.

“나는 안 건드렸어. 쟤가 먼저 와서 내 팔을 잡아당겼어.”

강시원의 목소리는 한기만 맴돌았다.

“잠깐 잡아당겼다고 밀었어?”

서정혁은 화를 누르듯 낮게 말했다.

“지민은 네 친동생이야. 우리는 한 가족이라고. 왜 너는 맨날 지민이를 잡아먹지 못해서 안달이야?”

“친동생?”

강시원이 미소를 얇게 그었다. 눈 끝에는 날이 섞여 있었다.

“같은 엄마도 아니고, 같은 성도 아니고. 무슨 친동생? 괜히 엮지 말자.”

원래 그녀의 성도 임씨였다.

하지만 열여덟 살이던 해, 아버지가 어머니의 경시에 있는 옛집을 팔아 그룹 자금 회전에 쓰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그 일로 부녀가 크게 다퉜고, 아버지는 임지민 모녀 앞에서 그녀의 뺨을 후려쳤다. 그날 이후 그녀는 더는 임씨 성을 쓰지 않기로, 어머니 성을 따르기로 결심했다.

서정혁은 미간을 깊게 찌푸린 채 아내를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바라봤다.

오늘 무슨 자극을 받았는지, 마치 전쟁국 대포처럼 닥치는 대로 포를 쏘아대는 모양새였다.

“정혁아, 내가 발을 헛딛었어. 언니가 일부러 그런 건 아닐 거야...”

임지민은 남자의 단단한 품에 기대며 촉촉하고도 억울한 눈을 들었다.

“언니 찾으러 온 건 직접 사과하려고였어. 어쨌든 도훈이가 아픈 건 내 탓이니까, 마음이 너무 불편했어... 언니가 화내는 것도 당연하지.”

“강시원, 지민이한테 사과해.”

서정혁의 차가운 목소리가 명령처럼 떨어졌다. 검은 눈동자가 깊숙이 가라앉아 압박만 흘렀다.

또다시, 그랬다.

지난 5년의 결혼생활 중, 그녀가 이 남자에게 가장 많이 한 말은 ‘미안해’였다.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미안해, 내가 생각이 짧았어. 어머니께 내가 사과할게.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하지만 그녀가 틀렸던가?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었다.

강시원은 남자를 차갑게 응시했다. 눈가가 붉어지며 웃었다.

“사과? 좋아. 그럼 무릎 꿇고 들어.”

임지민의 몸이 남자 품에서 홱 떨렸다.

“강시원, 너무 심한 거 아니야?”

“이게 벌써 심해? 서 대표, 벌써 못 버티겠어?”

강시원의 미소는 서릿발 위에 핀 능소화처럼 차갑고도 도도했다.

“서두르지 마. 더 심한 것도 있어.”

말을 끝내자, 그녀는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성큼성큼 떠났다.

서정혁은 가늘고도 고집스러운 기운이 뻗치는 그 여린 등선을 바라보며, 방금 생전 처음 보인 웃음을 곱씹었다. 눈빛은 한층 더 깊어졌다.

그의 시선이 여전히 강시원이 사라진 쪽에 머무는 걸 본 임지민은 입술을 꼭 다문 채 살뜰하게 채근했다.

“정혁 오빠, 얼른 언니 쫓아가... 난 괜찮아.”

서정혁은 긴 속눈썹을 낮추고 그녀의 허리를 감싸 일으켰다.

“신경 쓰지 마. 일단 너부터 데려다줄게.”

...

오후, 서도훈의 상태가 안정되자 운전기사와 경호원이 그를 연안 빌리지로 모셔 갔다.

오후에 중요한 회의가 있었는데도, 서정혁은 몸이 좋지 않은 임지민을 먼저 집까지 직접 바래다주고서야 그룹으로 향했다.

시간관념이 철저한 그가 드물게 지각을 했고, 십수 명 임원이 한 시간이나 그를 기다려야 했다.

저녁 무렵, 서정혁이 집에 돌아왔다.

문을 들어서자마자 팔에 걸친 재킷을 자연스럽게 앞으로 던졌다.

그런데 그 재킷을 받아 줄 부드러운 손은 없었고, 툭 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서정혁의 눈길이 바닥의 재킷을 스쳤고, 미간에는 먹구름 같은 그늘이 드리웠다.

지난 5년, 그가 집에만 들어오면 강시원은 늘 앞치마를 두르고 서둘러 나와 순한 미소에 약간의 비위를 섞어 재킷을 받아 들고 실내화를 내줬다. 집사보다 더 잘할 수 있도록 더 섬세히 챙겼다.

집사는 고용인이고, 강시원은 그가 맞아들인 아내였다. 마음도 눈도 온통 그에게만 있어서 흠잡을 데 없이 해냈다.

서정혁의 가슴팍에 짜증이 턱 막혔다. “이 집사!”

“도련님, 오셨습니까!”

이 집사가 바로 달려 나왔다.

“저녁은 다 준비했습니다. 작은 도련님은 식당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남자가 휙 둘러본 거실은 썰렁했다.

“강시원은? 들어왔어?”

“사모님은 아직... 저녁은 주방에서 했는데, 입에 맞으실지 모르겠습니다.”

서정혁은 얇은 입술을 일자로 다물고 손끝으로 윈저 매듭을 누르며 성큼 식당으로 걸어갔다.

긴 테이블, 자리는 부자 둘뿐. 말없이 식사가 흘렀다.

진수성찬도 모양새일 뿐 음식의 온기가 없었다. 입안에서는 종잇장을 씹는 것 같았다.

“아빠, 나 다 먹었어.”

서정혁이 아들을 흘끗 봤다.

“그게 다야? 너 고양이야?”

“아니, 아빠... 밥이 엄마가 해 준 것만 못해서 입에 잘 안 들어가... 아빠, 나 엄마가 끓여 주는 닭곰탕 먹고 싶어. 엄마가 해 주는 탕수육이랑 파인애플 등갈비, 마늘치킨 윙도...”

“그만. 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집밥이야. 뭐 그리 대단해?”

서정혁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넌 서정의 후계자야. 겨우 몇 가지 간단한 반찬에 네 마음과 취향이 좌우되면 되겠어?”

서도훈은 겨우 몇 숟갈을 더 뜨고는 입을 다물었다.

서정혁은 냅킨을 들어 단정히 입술을 닦았다.

“도훈아, 엄마한테 전화해. 어디 있는지, 언제 들어오는지 물어.”

“싫어.”

서도훈은 퉁명스레 툭 쳤다.

“오늘 엄마가 너무했어. 이모를 놀라서 울게 만들었잖아! 아직 이모한테 사과도 안 했고! 내가 왜 먼저 연락해. 마치 이모 뒤통수 치는 것 같잖아...”

어린 입에서 ‘뒤통수’ 같은 날 선 단어가 튀었다.

서정혁의 얼굴이 어둑해지고, 막 꾸짖으려는 찰나 이 집사가 소리쳤다.

“도련님, 생각났습니다. 오늘 사모님 생일입니다!”

부자는 동시에 굳으며 눈만 크게 마주쳤다.

“혹시 사모님 생일을 잊으신 탓에, 사모님이 화가 나서 집에 안 들어오시는 건 아닐까요?”

서정혁의 눈이 가늘어졌다. 이제야 퍼즐이 맞았다.

...

두 시간 뒤, 강시원이 거대한 캐리어를 끌고 저택으로 들어섰다.

방에 들어가자마자, 말도 없이 옷장을 열고 옷가지를 캐리어에 꾹꾹 눌러 담았다.

“뭐 하는 거야?”

문간에 선 서정혁의 준수한 얼굴은 설원처럼 차가웠다.

강시원은 등을 돌린 채 재빠르게 손을 놀렸다.

“짐 싸. 나가서 살 거야.”

“나가서 살아? 그럼 도훈이는?”

서정혁은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

“넌 아들 목숨처럼 여기잖아. 네 심장 한가운데 도훈이 있다고. 하루만 안 봐도 못 견디던 네가 이사 간다고? 그게 돼?”

강시원은 동작을 멈추고 곧게 서서 잠깐 생각에 잠겼다.

서정혁이 재능도 없고 발붙일 자리도 없는 여자가 결국은 물러설 거라 여겼을 때, 강시원은 또렷이 심지 굳게 말했다.

“돼.”

남자의 표정이 덜컥 멈췄다.

“나 없이도, 걔에게는 이모가 있잖아. 게다가 이제 더는 내가 필요 없으니까.”

서정혁은 큰 걸음으로 다가와 그녀 곁에 바위처럼 버텼다.

“강시원, 네가 지금 무슨 소리 하는지 알아? 그 애는 네 친아들이야. 버린다 말 한마디면 끝이야?”

“네 눈에 내가 그 정도로 형편없고 엄마 자격도 없다면, 우리 깨끗이 끝내자. 각자 갈 길 가. 서도훈한테 새엄마 골라 줘. 그 애가 좋아할 사람으로...”

말을 다 맺기도 전에 서정혁의 손이 번개처럼 뻗어 그녀의 가느다란 손목을 움켜쥐었다.

“놔...”

손목이 쑤시는 통증에 그녀의 미간이 세게 오므라들었다. 뿌리치려 했지만 남녀의 힘은 달랐다.

본래도 기운이 빠진 몸, 이렇게 끌려다니니 식은땀으로 등이 젖었다.

서정혁은 그녀에게 언제나 거칠었다. 다정함은 없었다.

특히 부부 사이의 일에서는, 결혼 초에 그녀의 몸 여기저기를 멍들게 하고는 했다. 한여름에도 목까지 올라오는 긴소매로 흔적을 가려야 했고, 하인들은 뒤에서 그녀를 비웃었다.

문득 그녀는 생각했다. 서정혁은 임지민에게도 이럴까? 아니었을 것이다.

임지민은 오프숄더를 즐겨 입고, 짧은 치마를 즐겨 입는다. 그녀를 볼 때마다 피부는 껍질 벗긴 여지처럼 희고 매끈했다.

그에게 그녀는 얼마나 조심스러운 존재였을까.

오래 사랑해 온 사람을 어찌 다치게 하겠는가.

그때, 강시원은 손바닥에 무게가 툭 얹히는 것을 느꼈다.

서정혁이 정교한 검은 벨벳 상자를 그녀 손에 쥐여 주었다. 타고난 오만이 배어 있는 냉정한 눈매가 빛났다.

“오늘 네 생일이지? 생일 축하해.”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Comments (1)
goodnovel comment avatar
이호정
2025. 11. 26. AM. 05:10
VIEW ALL COMMENTS

Latest chapter

  • 이혼 후 전설이 된 여자   제421화

    ‘실력? 네게 뭔 실력이 있어! 십수 년 전이라면 네가 엄마 덕분에 여기서 잘난 척할 수 있었지. 그런데 지금은 강부안은 이미 죽었고 넌 아버지에게도 버림받고 남편에게도 사랑받지 못하는 의지할 곳 없는 외로운 여자일 뿐이야. 두 남자가 네 미모에 눈이 멀어 뒤를 봐준다고 한들 뭐 어쩌겠어? 영원 테크는 영원히 내 손에 있어!’여기까지 생각한 강용호는 마음이 조금 놓인 듯 다리를 꼬고 의자 아래에서 떨고 있었다.강시원 곁에 선 유재윤은 오늘 드디어 소문이 자자한 그녀의 삼촌을 처음 만나보았다. 첫눈에 이 늙은 남자 인상이 좋지 않은 것을 느꼈다. 음흉하고 교활하게 꾀를 부리는 느낌이었다.게다가 강시원을 바라보는 눈빛에서도 분명히 적대감이 느껴졌다.이 늙은 놈 아래에서 일하면 강시원의 미래는 말 그대로 살얼음판을 밟는 듯할 것이다.“강 회장님께서 이미 자리를 마련해 주시겠다고 약속하셨잖아요. 안심하고 기다리시면 될 일을, 왜 갑자기 쳐들어와서 이사회를 방해하시나요?”장경진은 강 회장님이 조카를 직접 꾸짖는 것이 불편하다는 걸 알고 충견 역할을 대신하며 입을 열었다.강용호를 똑바로 응시하는 강시원은 장경진 같은 놈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맑고 차가운 눈동자에서 날카로운 냉기가 뿜어져 나왔다.“그래요? 영원 테크 대표이사 자리도 약속하셨나요? 저는 몰랐는데?”“대표이사라니?!”여러 사람들이 깜짝 놀란 듯 경악을 금치 못했다.영원 테크가 대기업은 아니지만 갑자기 대표이사가 낙하산처럼 툭 하고 나타나다니? 그것도 이렇게 젊은 아가씨가...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일이었다.‘이런 젊은 여자한테 회사를 맡기라고? 가족 회사라도 이렇게 함부로 굴 수는 없지!’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진 강용호는 분노를 간신히 누르면서 어른의 태도를 취하며 말했다.“시원아, 너는 내 여동생의 외동딸이지만 사회 초년생이야. 뭔가 업적을 이루고 세우고 싶은 마음은 나도 이해한다. 하지만 대표이사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야. 네가 집에서 애 보는 것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란다. 네가 갑자

  • 이혼 후 전설이 된 여자   제420화

    “무슨 일이야? 지금 회의 중인 거 안 보여!”강용호가 몹시 짜증스러운 얼굴로 버릇처럼 윗사람 행세를 했다.“회장님, 큰일 났습니다.”장경진이 허리를 숙이며 그의 귀에 대고 말했다.“강시원 씨가... 사람들을 데리고 회의실 쪽으로 오고 계십니다.”“강시원이 왔다고?!”순식간에 안색이 확 변한 강용호는 낮은 목소리로 이를 갈며 말했다.“왜 들여보냈어? 사람을 시켜 막지 않고 뭐 했는데?!”“감, 감히 할 수 없었습니다.”장경진은 겁먹은 표정이었다.“어찌 됐든 서 대표님의 아내시고 게다가 서 대표님께서 이제 막 회장님을 도와주셨잖습니까. 그래서 함부로 할 수 없었습니다...”하긴, 강시원에게는 서 대표의 아내라는 또 하나의 신분이 있었다.그들이 결혼 관계를 유지되는 한, 강용호는 그녀에게 적어도 예의는 지켜야 했다.“젠장! 그래도 막아야지, 회의실이 개나 고양이가 마음대로 드나드는 곳이냐?!”강용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회의실 문이 벌컥 열렸다.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문 쪽으로 쏠렸다.날카로운 하이힐 소리와 함께 강력하고 날카로운 강시원이 아우라를 내뿜으며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죄송합니다, 여러분 회의 중에 방해해서요.”강시원이 살짝 웃으며 말했다. 아름다운 붉은 입술, 맑고 차가운 살굿빛 눈동자에는 위엄이 서려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더니 시선이 결국 강용호의 굳은 낯빛에 멈췄다.눈빛에는 상대방을 압박하는 기운이 엄청나게 뿜어져 나왔다.강용호는 의자에 등을 바짝 붙였다. 강시원이 자신에게 일종의 보이지 않는 충격을 가져다줬기 때문이다. 정면으로 덤벼드는 모습에 오랜 세월 풍산고초를 겪어와 노련해진 강용호도 잠시 당황하는 듯했다.지금 눈앞에 있는 검은 정장을 입고 요염한 붉은 입술을 한, 기세등등하게 쳐들어온 이 여자가 정말 자기 약하고 우둔했던 조카딸인지 의심이 갈 지경이었다.정말 하늘과 땅이 뒤바뀔 정도로 변했다.바로 그때 늠름하고 호리호리하며 대나무처럼 곧은 한 남자도 느긋하게 걸어 들어와 강시원 곁에 나란히 섰

  • 이혼 후 전설이 된 여자   제419화

    서정혁 덕분에 보석으로 풀려난 강용호는 또다시 거만해졌다. 병원에서 부상 치료 중에도 비서 장경진을 시켜 성 대표에게서 계속 비취 원석을 사들이라고 지시했다.그러나 매번 대부분은 잃고 조금만 따는 게 일상이었다. 수십억 원짜리 돌을 깐 후 엉망진창인 결과가 나와도 타고난 도박쟁이처럼 즐거워서 어쩔 줄을 몰랐다.회사 경영이 어려워도 일으켜 세우려는 의지라고는 없었다. 다른 대표이사님들은 목숨 걸고 올인해서 파죽지세로 위기를 타파하려고 하지만 강용호는 한 푼도 내지 않고 구경만 하고 있었다.강시원 앞에서는 가난하고 힘들다고 울상을 지으며 짠 내를 폴폴 풍겼지만 수십억 원을 도박이나 원석 베팅에 쾌척하면서 정작 몇억이라도 내서 정식 경로로 부품을 사들이는 것은 죽어도 싫어했다.그래서 강용호가 영원 테크를 손에 쥐고 놓지 않는다면 임성호도 두 발 편이 뻗고 잘 수 있었다.어느덧, 일주일이 지났다.강용호는 상처도 어느 정도 나아서 이제 퇴원할 수 있었다. 지금 회사는 대표이사가 없으니 인심이 흉흉했다. 강용호가 나서서 지휘하지 않으면 몇몇 이사들과 주주들이 들이닥칠 판이었다.물론 보름 동안의 소란 끝에 외부의 여론도 점차 잦아들었다.비즈니스 세계는 워낙 하루하루가 새로운 법이니까...누가 하루가 다르게 몰락해 가는 미래가 없는 조그만 공장을 계속 주목하고 있겠는가?오늘 오전 회사에 온 강용호는 인심을 안정시키기 위해, 임시 이사회를 열기로 결정했다.회의실 안, 몇몇 이사들은 머리에 붕대를 감고 왼팔에 석고 붕대를 한 강 회장을 보자 표정이 매우 복잡했다.“콜록콜록... 여러분, 최근 일어난 일들은 모두 아시리라 생각합니다.”강용호가 목청을 가다듬고 씁쓸하게 웃는 모습은 우는 것보다도 더 보기 싫었다.“우리 회사는 지금 전례 없는 위기에 빠져 있습니다. 게다가 경찰 측에서도 계속 저를 괴롭히고 있고요... 하지만 아무리 큰 압박이라도 지금까지 견뎌온 만큼 앞으로 여러분이 함께 힘을 합쳐 영원 테크가 이 난관을 극복하도록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 이혼 후 전설이 된 여자   제418화

    늦은 밤, 조용한 집안.침대에 누운 강시원은 혼자 생각에 잠겼다. 강용호가 서정혁에 의해 보석으로 풀려나 영원 테크로 돌아왔으니 앞으로 어떻게 그녀와 맞설지 알 수 없었다. 마음 한편으로는 막막함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기대도 되었다.도저히 잠이 오지 않아, 이리저리 뒹굴었다.그때 머리맡의 핸드폰이 진동하자 손을 더듬어 핸드폰을 집었다. 화면에 뜬 것은 다울이의 이름이었다.‘아이가 늦은 시각에 전화하다니, 설마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마음이 철렁 내려앉은 강시원은 바로 몸을 일으켜 바로 전화를 받았다. 마치 전화를 건 이가 자기 친아들이라도 되는 양, 단 1초도 망설이지 않았다.“다울아, 왜 그래? 이모가 도와줄 일 있니?”“이, 이모... 죄송해요... 늦은 시간에 휴식 방해해서...”여리고 약한 배다울의 목소리에 약간 울먹이는 기운도 섞여 있었다.“괜찮아, 졸리지 않아 잠 못 자고 있었어.”강시원은 아이의 상태가 이상한 것을 눈치채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다울아, 무슨 일이라도 있어? 이모한테 말해봐, 이모가 꼭 도와줄게.”배다울은 코를 훌쩍이며 진지하게 물었다.“이모... 정말, 우리 아빠 조금도 좋아하지 않아요?”길고 가느다란 속눈썹을 살짝 떤 강시원은 무의식적으로 이불보를 꽉 쥐었다.“이모...”“다울아, 나랑 너희 아빠는... 가능성이 없어. 우선, 너희 아빠는 너희 엄마를 정말 사랑해. 그리고 나도 네 아빠를 좋아하지 않아.”강시원은 이렇게 말하는 것이 커다란 환상을 품고 있는 다울이에게 실로 잔인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매도 먼저 맞아야 한다고, 아이가 날이 갈수록 희망을 품게 하느니 차라리 일찍 깨닫게 해서 시간이 지남과 동시에 잊게 하는 편이 나았다.다만 이유는 알 수 없었다.이 말을 하고 나니 강시원의 가슴속은 고구마를 가득 먹은 듯 답답하고 숨쉬기가 힘들었다.“시원 이모... 저는... 우리 아빠가 이모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깜짝 놀란 강시원은 눈이 휘둥그레졌다.“오늘 밤, 아빠가

  • 이혼 후 전설이 된 여자   제417화

    배율희가 비웃으며 중얼거렸다.“그 여자라면... 오히려 잘 어울리네.”“말도 안 돼! 기훈이가 어찌 그런 아무것도 아닌 여자를 눈여겨보겠어?!”그러고는 배강수를 보며 말했다.“여보, 내가 전에 너무 지레짐작했어요. 기훈이는 서정혁의 아내에게 그런 마음이 전혀 없어요. 그냥 몇 번 얼굴을 마주친 것뿐이에요.”한효선이 아들을 감싸며 나섰다. 배강수가 배씨 가문의 체면을 중시하고 더 나아가 정략결혼을 중시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배씨 가문의 모든 자식들은 그가 권력이 있는 자들과 인연을 맺고 배강 그룹을 키우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예외라고는 하나도 없었다.만약 배기훈이 그런 여자와 엮인다면 배강수는 배기훈을 더욱 깊이 싫어할 뿐이었다.그렇게 되면 그녀의 아들은 정말 배씨 가문에서 설 자리가 완전히 없어지는 것이었다.“그래, 당신 말이 맞아야 할 거야.”배강수가 차갑게 코웃음 치며 경멸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기훈아, 그런 여자는 설령 서정혁의 아내가 아니라 해도 절대 배씨 가문으로 들어올 수 없다. 앞으로 너와 그 여자에 대해 헛소문이 나지 않도록 조심해. 네가 스스로 배씨 가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나를 아버지로 인정하지 않겠다면 말이야!”...간단한 생일 만찬은 화목하지 못한 답답한 분위기 속에서 겨우 끝을 맺었다.오늘 밤, 배기훈은 이번 생애 처음으로 배씨 가문에 돌아온 것이었다. 처음 얼굴을 보이는 자리인 만큼 목적은 배강수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는 것이었다.그래서 마음속에 아무리 분노가 치솟아도, 손톱이 손바닥을 뚫어 피가 나도 전혀 티 내지 않았다.만약 자신의 희로애락조차 감추지 못하고 감정조절도 못 한다면 돌아올 자격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배씨 가문 남매들과 승부를 겨룰 수도 없었다.배기훈이 아들의 손을 잡고 거실로 걸어가자 황근우가 다가왔다.“대표님, 괜찮으십니까?”황근우는 침울하고 어두운 표정의 배기훈을 보고 걱정이 되어 물었다.배기훈은 마음에 근심이 가득한 채 말했다.“괜찮아.”“셋째야.”순간 미

  • 이혼 후 전설이 된 여자   제416화

    배기훈은 입술을 깨물었다. 긴장한 턱 라인은 감정을 극도로 억누르고 있음을 그대로 드러냈다.‘유부녀라고?!’배명욱과 배율희는 이 말을 듣자 바로 기운이 났다. 배명욱이 잔을 흔들며 가볍게 비웃었다.“이런, 셋째가 이번에 경시에 돌아와서 아버지께 드린 깜짝 선물이 꽤 많네요? 장손자가 생겼을 뿐만 아니라 혼사까지 아버지 걱정을 덜게 하시네요.”배율희가 비웃으며 말했다.“큰오빠 말이 맞아요. 그런데 셋째야, 네가 눈여겨본 그 여자 남편이 아내를 너한테 내줄 것 같아?”“설령 내준다 해도 넌 우리 배씨 가문에 너무 큰 망신 주는 거 아니야? 지금 네가 애 하나 딸린 처지에 배씨 가문 후계자 라인에도 안 들어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넌 배씨 가문 사람이야. 남이 쓰던 중고품을 아내로 맞이할 셈이야? 그건 곧 아버지의 얼굴에 침 뱉는 거나 다름없잖아?”배강수의 안색이 점점 어두워지는 것을 본 한효선은 마음이 조마조마해져 급히 배기훈을 두둔했다.“강수 씨, 오해하지 마요.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에요!”배강수가 냉랭하게 흘겨보며 말했다.“당신, 기훈이가 서정혁 아내와 좀 그런 관계라고 하지 않았어? 그런데 지금은 오해라고?”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배다울은 고개를 들더니 걱정 가득한 눈빛으로 배기훈을 바라보았다.배명욱은 눈을 반쯤 감은 채 여유롭게 레드와인을 마셨다.눈빛은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는 법, 하물며 다섯 살짜리 아이도 저렇게 안절부절못하는데.,.보아하니 배기훈과 서정혁의 아내 사이엔 정말 뭔가 수상한 점이 있는 모양이었다.“뭐? 서정혁 아내라고?!”이런 재벌가의 가십거리에 가장 관심이 많은 배율희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누구야? 운도 테크 임 회장 딸? 그 임 씨?”배기훈이 음울하고 서늘하게 눈을 떴다. 잔을 어찌나 꽉 쥐었는지 다섯 손가락 마디가 살을 뚫고 나올 듯했다.“쯧쯧, 셋째야, 눈이 꽤 높구나. 임씨 가문이 비록 우리 배씨 가문 만큼 큰 가문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나마 명문가 딸이라고 할 수 있지. 생김새도 깨끗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