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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화

Author: 디어파이어
“됐어. 시간도 늦었는데. 저 두 사람이 계속 있다가는 저녁까지 먹고 가게 생겼어.”

남지혜가 다급히 일깨우듯 말했다.

이연우의 미간이 곧바로 깊게 찌푸려졌다.

남지혜 말이 틀린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손님을 어떻게 내쫓는단 말인가.

두 사람은 문을 열고 천천히 거실로 나왔다.

그런데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두 사람은 그대로 굳어 버렸다.

넓은 소파에는 이미 네 명의 남자가 차지하고 앉아 있었다.

방현준, 서지훈.

그리고 어느새 심형빈과 서환희까지 와 있었다.

강문수는 구석에서 쭈뼛 서 있었는데 손에는 갓 따른 차를 올려둔 쟁반을 들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주인을 시중드는 하인 같았다.

꽤 넓다고 생각했던 거실이 이 순간만큼은 사람들 때문에 숨 막히게 좁아진 듯했다.

“연우야,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왜 이 사람들이 너희 집에 있는 거야?”

이연우가 나오자 심형빈이 벌떡 일어서며 물었다. 원래도 어두웠던 얼굴은 한층 더 싸늘해져 있었다.

“서 대표님과 방 대표님이 찾아오셨죠. 왜요? 문제라도 있어요?”

이연우는 고개를 살짝 들며 심형빈을 똑바로 바라봤다. 거리를 두려는 기색이 목소리에도 묻어났다.

“저 사람들 눈빛이 손님 대접 받으러 온 것 같아 보여? 넌 대체 왜 이렇게 생각이 없는 거야!”

심형빈의 시선이 서지훈과 방현준을 스쳐 지나갔다. 그의 눈빛엔 날카로운 경계심이 번뜩였다.

두 남자가 이연우를 바라보는 시선은 마치 그녀를 통째로 삼켜버릴 듯 뜨거웠다.

하지만 이연우는 아무런 방패도 없이 그들 앞에 선 순한 토끼 같아 보였다.

“형빈 씨, 우리 이미 이혼했잖아요. 쓸데없는 말은 그만해요.”

이연우는 차갑게 쏘아붙이며 눈을 부라렸다.

속으로는 분노가 치밀었다. 대체 누가 이 눈치 없는 사람들을 안으로 들인 건지.

베이랜드는 보안으로 유명한 아파트 단지였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이렇게 쉽게 들어올 수 있다니.

이연우는 경비실에 정식으로 항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 대표도 참 바쁘게 사네. 애인 챙기랴, 전처 문제까지 나서서 간섭하랴.”

방현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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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이 되자 남지혜는 들뜬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이연우의 팔을 덥석 잡아끌며 방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문을 닫자마자 남지혜는 호기심 어린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연우야, 밖에 있는 두 남자 말이야. 어떻게 생각해?”“사업하는 사람들 중에서는 정점에 선 엘리트들이잖아. 상위 1% 상류층이니까 그야말로 끝내주지.”이연우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었다.남지혜는 곧바로 눈을 흘기더니 손바닥으로 이연우의 이마를 가볍게 툭 쳤다. 워낙 친한 사이여서 그런지 거리낌이 없었다.“내가 물은 건 그게 아니잖아! 서지훈하고 방현준 중 누구한테 마음이 더 끌리냐고?”남지혜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연우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그녀의 눈빛 속에 숨겨진 답을 캐내려 했다.“끌리긴 뭐가 끌려! 도대체 하고 싶은 말이 뭔데?”이연우는 남지혜의 손바닥에 맞은 이마를 문질러가며 눈살을 살짝 찡그렸다. 괜히 화난 척 눈을 흘기기도 했다.사실 마음속으로는 남지혜의 뜻을 알아채고 있었다. 다만 대답하기가 몹시 난감할 뿐이었다.남지혜는 체념한 듯 침대에 털썩 앉아 다리를 꼬았다. 이번엔 한껏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이연우, 설마 모르고 있는 건 아니지? 두 사람 다 너한테 호감 있잖아. 그걸 눈치 못 챘다고?”그 말을 듣는 순간, 이연우는 제자리에 얼어붙었다.그러더니 고개를 들어 닫힌 방문을 한참 동안 바라봤다.마음이 복잡해졌다.방현준과 서지훈이 자신에게 특별한 태도를 보여온 걸 이연우가 모를 리 없었다.하지만 이연우는 평범한 이혼녀일 뿐이었다.반대로 그 두 사람은 비즈니스계의 정점에 서 있는 집안의 후계자들이었다.현실적으로 이연우와 두 사람 사이에는 도저히 건널 수 없는 벽이 있는 거나 다름없었다.이연우는 과거 심형빈과 결혼하기 전, 세상 남자들이 다 다를 거라 철석같이 믿었다.하지만 그 실패한 결혼 생활은 그녀의 모든 환상을 산산조각 냈다.지금 방현준과 서지훈도 그저 잠깐의 호감이 생겼을지도 모른다.게다가 두 사람은 계속 신경전을 벌였으니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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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연우는 남지혜의 마음을 읽은 듯 입술을 삐죽 내밀더니 고개를 살짝 저었다.괜한 오해는 하지 말라는 무언의 신호였다.그때 서지훈이 웃음을 띠며 남지혜를 바라보았다. 눈빛에서 호감이 느껴졌다.“남 기자님, 이 비서님과 친구 사이셨어요? 반갑네요.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 회사 전담 기자를 맡아주시면 어떻겠어요?”남지혜의 두 눈이 순간 별빛처럼 반짝였다.갑작스러운 제안에 너무 놀라 입이 떡 벌어졌다.전담 기자라니.그건 지금껏 남지혜에게 너무나도 먼 자리였다.그런데 이렇게 우연히, 그것도 이연우 덕분에 꿈같은 기회가 찾아오다니.역시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서 대표님,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술 따라드리겠습니다.”남지혜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맥주병 하나를 집어 들었다.펑 소리와 함께 병뚜껑을 따더니 고개를 젖혀 시원하게 들이켰다.호쾌하게 술을 마시는 남지혜의 모습에 서지훈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역시 이연우 곁에 있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그런 남지혜를 보던 강문수는 얼굴이 굳어졌다.눈썹을 미세하게 찌푸렸는데 눈빛에는 언짢은 기색이 서려 있었다.곧장 걸음을 재촉하듯 앞으로 나아가 남지혜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그 움직임에는 불안한 초조함과 소유욕이 묻어났다.남지혜는 강문수가 마음속에서 이미 점찍어둔 ‘미래의 여자친구’와 같은 존재였다.그런 그녀가 다른 남자 앞에서 그렇게 환하게 웃는 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그때 이연우가 고개를 들어 강문수와 남지혜 두 사람을 빠르게 훑어보며 물었다.“두 사람은 식사하셨어요?”“네, 먹고 왔습니다. 지혜 씨가 이 비서님에게 음식을 가져다주자고 해서 왔어요.”강문수는 부드러운 미소를 띠며 정성스럽게 포장해 온 우설 요리를 내밀었다.남지혜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을 거들었다.“네가 우설을 제일 좋아하잖아. 우리는 밥 먹고 왔어. 그리고 네 것도 포장해 왔지.”강문수의 시선이 슬쩍 식탁 위로 향했다.이미 음식이 가득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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