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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6년이다. 조은서는 유선우를 6년 동안 좋아했다.

힘이 빠진 조은서는 그냥 그대로 눈을 감았다.

...

유선우가 아직 돌아오지 않은 금요일 저녁, 조은서의 친정에는 큰일이 생겼다.

조씨 가문의 장남인 조은혁이 JH 그룹의 경제 범죄 사건 때문에 징역 10년 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10년은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치기 충분한 시간이다.

그날 밤, 조은서의 아버지는 급성 뇌출혈로 병원에 실려 갔고 상황이 긴급해 수술이 필요했다.

조은서는 병원 복도에 서서 계속 유선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이나 전화를 걸었지만 유선우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조은서가 포기하려고 할 때, 유선우가 문자를 보냈다.

여전히 짧은 문자였다.

「H시에 있어. 일이 있으면 진 비서에게 연락해.」

조은서가 또 전화를 걸자 유선우는 전화를 받았다. 조은서는 급하게 입을 열었다.

“선우 씨, 지금 우리 아빠가...”

유선우는 그런 조은서의 말을 끊었다. 귀찮아하는 기색을 드러내며 얘기했다.

“돈이 필요한 거잖아? 몇 번을 말해. 돈이 급한 거면 진 비서를 찾아가라고. 조은서, 듣고 있어?”

...

조은서는 고개를 들어 무표정으로 스크린을 쳐다보았다. 스크린에서는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YS의약 그룹 대표 타워랜드 대절, 이성 친구를 위한 불꽃 축제」

화면 속에는 불꽃이 예쁘게 터지고 있었다.

젊은 여자가 휠체어에 앉아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리고 조은서의 남편인 유선우는 바로 그 휠체어 뒤에서 핸드폰을 쥔 채 그녀와 통화하고 있었다.

조은서는 눈을 깜빡였다.

그러다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선우 씨, 지금 어디예요?”

유선우는 잠시 멈칫했다. 조사받는 기분이 좋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그저 대충 대답했다.

“바빠. 별일 없으면 이만 끊을게. 진 비서한테 연락해.”

유선우는 울먹이는 조은서의 말투를 눈치채지 못했다. 다만 고개를 숙여 옆의 사람을 바라보는 눈빛이 꽤 다정했다.

조은서는 눈앞이 까매지는 기분이었다.

아, 유선우에게도 부드러운 면이 있구나.

등 뒤에서는 새엄마인 심정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우한테 연락했어? 이 일은 꼭 선우한테 도와달라고...”

심정희의 목소리가 굳어버렸다. 그녀도 스크린에 나오는 영상을 봤기 때문이다.

한참 지난 후에야 심정희가 입을 열었다.

“또 H시에 갔어? 은서야, 난 여전히 믿을 수 없어. 유선우가 의식불명이었을 때, 저 백아현이라는 여자의 바이올린 연주를 듣고 깨어났다고? 정말이라고 해도 저렇게까지 할 일이니? 선우는 네 생일도 기억하지 못하잖아!”

...

말을 하면 할수록 심정희는 화가 났다. 또 조씨 가문의 상황을 생각하니 눈물이 떨어졌다.

“은서야, 정신 차려. 이런 시기에 유선우랑 갈라서면 안 돼.”

조은서는 주먹을 꽉 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깊이 파고들었지만 아프지 않았다.

유선우와 갈라선다고?

절대 그럴 일은 없다. 이 자리를 지키고 싶어서가 아니다. 조은서는 그럴 자격도 없었다.

사랑받지 못하는 아내에게 있어 그 자리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니까.

조은서는 불꽃을 보며 담담하게 얘기했다.

“불꽃이 저렇게 많으니까... 돈을 엄청 많이 썼겠네요.”

심정희는 조은서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시선을 내린 조은서는 진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야심한 밤에 연락해서 부탁한다는 것은 꽤 불편한 일이다.

진 비서는 유선우의 옆을 오랜 시간 지켜왔으니 지위가 높았다. 그리고 유선우가 조은서를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도 잘 알았다. 그래서 조은서의 말을 듣고 차가운 말투로 얘기했다.

“사모님, 일단은 신청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유 대표님이 사인을 해야 수표를 가질 수 있어요. 사모님의 주얼리들도 등기하고 사용하는 거잖아요. 사모님, 제 뜻 아시겠죠?”

...

조은서는 통화를 마쳤다.

고개를 숙인 그녀는 가만히 있다가 다시 고개를 들어 유리에 비친 본인의 모습을 향해 천천히 손을 들었다.

가느다란 약지에는 결혼반지가 있었다.

이건 그녀의 몸에 있는 주얼리 중, 유일하게 유선우에게 신청하지 않고 진 비서가 등기하지 않아도 되는 주얼리였다.

이 사모님 자리는 쉬운 자리가 아니었다. 오히려 비참했다.

조은서는 천천히 눈을 깜빡이고 얘기했다.

“사람을 찾아서 이 결혼반지를 팔아야겠어요. 도와주세요.”

심정희는 놀라서 굳어버렸다.

“은서야, 너 미쳤어?”

조은서는 천천히 몸을 돌려 사람 없이 조용한 홀로 걸어갔다. 그녀의 걸음 소리마저 처량하게 울려 퍼졌다.

얼마 가지 않아 멈춰 선 조은서가 굳건하게 얘기했다.

“어머니, 전 멀쩡해요. 이렇게까지 정신이 맑은 건 처음이네요.”

유선우와 이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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