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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화. 이 새끼 누구야?

Author: 월야
last update Petsa ng paglalathala: 2026-09-21 18:48:33
오전 열한 시가 넘어서야 강재헌은 강성 본사 대표실로 돌아왔다.

오세진은 기다렸다는 듯 태블릿과 결재판을 들고 따라 들어왔다. 재헌이 재킷을 벗어 의자에 걸어두는 동안 오후 전략회의와 미뤄둔 계약 건을 차례로 보고했지만, 재헌은 책상 앞에 서서 휴대전화부터 확인했다.

밤사이 쌓인 메시지와 부재중 전화 사이에 서윤의 이름은 없었다.

어젯밤까지만 해도 화가 풀리면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다. 아침이 지나고 오전 일정까지 끝났는데도 연락 한 통 없다는 게 거슬렸지만, 재헌은 휴대전화를 엎어놓고 의자를 당겼다.

“두 시 회의 그대로 진행해.”

“네. 미래사업본부 쪽에서 하나 더 올라왔습니다.”

오세진이 결재판 아래 보고서를 꺼냈다.

“도원에너지테크에서 공동개발 관련 자료를 보내왔습니다. 국가과학전략청 연계 차세대 에너지 저장 시스템 프로젝트입니다.”

재헌은 별다른 관심 없이 첫 장을 넘기다가 손을 멈췄다.

보고서 중앙에 익숙한 이름이 있었다.

[총괄책임연구자: 한서윤]

“……한서윤?”

오세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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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목소리에 짜증이 묻어났다.“이제 와서 혼자 연구한 것처럼 주장하면 곤란하지.”전화를 끊은 정우석은 곧바로 대학 홍보실에 연락했다. 다음 날 예정된 학술 행사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준비해 달라는 지시였다.홍보실 직원이 발표 내용을 묻자 정우석은 잠시 망설이지도 않았다.“최근 언론에 소개된 한서윤 박사의 연구 성과와 관련해서입니다. 사실관계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겠어요.”통화를 끝낸 정우석은 다른 번호를 눌렀다.상대는 국가 연구과제 심의에 여러 차례 참여했던 오랜 동료였다.“김 교수, 나 정우석이야. 이번에 한서윤이라는 연구자한테 독립 연구 지원이 들어간다는 이야기 들었지?”정우석은 의자에 등을 기대며 상대의 대답을 들었다.“아직 확인되지 않은 부분이 좀 있어. 내 연구실에서 시작한 기술인데 본인 혼자 만든 것처럼 알려지고 있거든.”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목소리를 낮췄다.“내가 무슨 지원을 막자는 건 아니야. 다만 국가 예산이 들어가는 일인데 연구 성과의 귀속 관계부터 확인해야 하지 않겠어? 자네가 아는 심의위원들에게도 그 정도는 이야기해 줄 수 있잖아.”상대가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답하자 정우석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그래, 괜히 서둘렀다가 문제가 생기면 서로 곤란하니까.”전화를 끊은 뒤에도 그는 몇 사람에게 더 연락했다.오랫동안 함께 연구과제를 수행했던 교수와 학회 임원, 정부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선배까지. 정우석은 누구에게도 노골적으로 한서윤의 지원을 막아달라고 말하지 않았다.대신 국가 예산과 연구윤리, 검증되지 않은 성과라는 말을 반복했다.그 정도면 충분했다.그날 밤, 정우석은 자신이 발표했던 논문들과 과거 연구실 운영 기록을 다시 검토했다.오래된 연구실 자료에는 한서윤의 이름이 남아 있었다. 연구실 소속 학생 명단과 장비 사용 기록, 교수에게 제출한 중간보고서까지.그는 한서윤의 이름이 적힌 보고서를 한동안 바라보다가 옆으로 밀어놓았다.“학생이 교수 연구실에서 배운 걸 가지고…….”혼잣말을 중얼거리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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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서윤이 제출한 설계서를 책상 위에 내려놓으며 말했다.“이런 연구에 매달리다가는 졸업도 못 해. 현실적인 주제를 찾아.”서윤은 그 말을 듣고도 한동안 연구를 포기하지 못했다. 실험실 사용 시간이 끝나면 남는 장비를 빌려 테스트했고, 연구비를 지원받지 못해 필요한 부품을 직접 구입한 적도 있었다.그러다 졸업을 앞두고 정우석의 지시로 관련 자료를 연구실 서버에 제출했다.그것이 마지막이었다.“박사님, 이 논문 발표 시점이 이상합니다.”현석이 화면을 가리켰다.“박사님이 졸업하고 3년쯤 지난 뒤에 발표됐어요. 그런데 여기 적힌 초기 설계 원리가 지금 보여주신 자료랑 거의 같습니다.”서윤은 논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다.정우석은 자신이 오랜 기간 연구해온 독자적인 원천기술이라고 설명하고 있었다. 연구의 출발점과 발전 과정까지 자세하게 적혀 있었지만 어디에도 한서윤이라는 이름은 없었다.참고문헌에도, 연구 기여자 명단에도.“관련 논문이 더 있나요?”현석이 검색창에 정우석의 이름을 입력하자 여러 편의 후속 논문이 나타났다. 학회 발표 자료와 정부 연구과제 보고서, 기업 공동개발 실적까지 줄줄이 이어졌다.그중 하나는 지난해 국가 우수 연구성과로 선정된 자료였다.서윤은 천천히 화면을 넘겼다.7년 전 자신이 연구 노트에 적어두었던 가설이 다른 사람의 대표 업적으로 성장해 있었다.“이건 그냥 비슷한 연구라고 보기 어려운데요.”현석의 목소리가 낮아졌다.“박사님 이름이 어디에도 없어요. 처음부터 정우석 교수 혼자 연구한 것처럼 되어 있습니다.”서윤은 논문 마지막 페이지를 확인한 뒤 자신의 오래된 연구 파일을 다시 열었다.“원자료부터 확인해 봐야겠어요. 정확히 어디까지 사용됐는지 알아야 하니까요.”“지금 바로 문제 제기하실 생각은 아니시고요?”서윤은 대답 대신 논문 두 편을 나란히 띄웠다.현석은 무언가 더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서윤의 얼굴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지만 마우스를 움직이는 손끝이 평소보다 조금 느렸다.7년 전 자신의 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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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의실을 나온 서윤은 서류를 가방에 넣으며 복도를 걸었다.휴대전화가 짧게 울렸다.재헌이었다.[오늘 저녁 시간 있어?]서윤의 입가가 자신도 모르게 조금 올라갔다.정말 다시 물었다.엘리베이터 앞에 멈춰 답장을 보냈다.[오늘도 안 돼요.]문이 열리기도 전에 답이 왔다.[알았어.]끝이었다.누구를 만나는지 묻지 않았고 어디로 가는지도 확인하지 않았다.서윤이 화면을 끄려는 순간 다시 진동이 울렸다.이번에는 도준이었다.[오늘 저녁도 시간 있습니까?]서윤은 메시지를 보자마자 피식 웃었다.[어제 먹었잖아요.]답이 금방 왔다.[하루 한 끼만 먹습니까?]서윤은 걸음을 멈추고 답장을 쳤다.[그 말이 아니잖아요.][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한 번 더 물어보는 겁니다.]서윤이 웃으며 화면을 두드렸다.[대표님 요즘 많이 한가한가 봐요.]이번에는 답이 조금 늦었다.[한가하지 않습니다. 한서윤 씨한테 쓸 시간은 만들고 있고.]서윤의 손가락이 멈췄다.어제 저녁부터 권도준은 이런 식이었다.웃게 만들다가 어느 순간 아무렇지도 않게 한 걸음 들어왔다.서윤은 입술을 깨물며 답장을 썼다.[오늘 메뉴는 내가 정해요.]곧바로 답이 왔다.[좋습니다. 어제보다 발전했네요.][뭐가요?][오늘은 거절부터 안 했잖아요.]서윤이 화면을 빤히 바라봤다.또 당했다.[지금이라도 거절할까요?][이미 늦었습니다.][왜요?]잠시 뒤 도준의 답이 도착했다.[기분 좋아졌으니까 취소 안 받습니다.]서윤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복도를 지나던 직원이 그녀를 한번 돌아봤다.그 순간 또 한 줄이 도착했다.[그리고 오늘은 어제 못 한 얘기도 할 겁니다.]웃음이 조금씩 잦아들었다.서윤의 손끝이 화면 위에 머물렀다.[꼭 해야 해요?]이번에는 한동안 답이 없었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빠져나왔다.서윤이 안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휴대전화가 다시 울렸다.[싫으면 안 합니다.]그 한 줄 아래로 조금 뒤 또 다른 메시지가 나타났다.[대신 내가 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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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윤도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지 않고 수저를 들었다.“그런데 내가 원하는 걸 할 수 있는 곳이 없으면요?”도준은 밥을 한 숟갈 뜨다가 자연스럽게 대답했다.“없으면 만들면 되죠.”서윤이 눈을 가늘게 떴다.“또 시작이네요.”“뭐가요?”“연구소 만들어준다는 얘기.”도준은 진지하게 생각하는 표정을 지었다.“그게 별로였습니까?”“누가 연구소를 저녁 메뉴처럼 말해요.”“그럼 규모부터 진지하게 이야기할까요?”서윤이 웃음을 터뜨렸다.“권 대표님, 지금 돈 자랑하는 거죠?”“아니요.”도준은 서윤 쪽으로 반찬 접시를 밀어놓으며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쓸 수 있는 방법을 검토하는 중입니다.”서윤의 젓가락이 허공에서 멈췄다.도준은 그대로 밥을 먹었다.몇 초 뒤 서윤이 천천히 젓가락을 내려놓았다.“방금 뭐라고 했어요?”도준은 수저를 든 채 그녀를 바라봤다.“연구소 규모를 검토한다고.”“그 앞에요.”“돈 자랑 아니라는 거?”서윤이 눈을 가늘게 떴다.도준의 입꼬리가 결국 올라갔다.“듣고 싶은 말이 따로 있습니까?”“됐어요.”서윤이 다시 젓가락을 집자 도준의 낮은 웃음소리가 들렸다.“왜 그렇게까지 해요?”이번 질문에는 장난기가 조금 빠져 있었다.도준의 손도 자연스럽게 멈췄다.그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조용한 방 안으로 접시 부딪히는 소리가 희미하게 스며들었다.도준이 서윤을 바라봤다.“그걸 정말 몰라서 묻습니까?”서윤은 입을 열지 않았다.시선을 피하지도 않았다.둘 사이의 웃음기가 천천히 가라앉았다.도준은 한동안 그녀를 바라보다 먼저 수저를 들었다.“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죠.”서윤의 눈썹이 올라갔다.“왜 또 혼자 끝내요?”“더 말하면 한서윤 씨 또 도망갈 것 같아서.”서윤이 물잔을 들며 피식 웃었다.“제가 언제 도망갔다고.”도준의 시선이 그녀에게 돌아왔다.“그럼 다음에는 안 도망갑니까?”서윤은 물을 한 모금 마셨다.잔을 내려놓고도 대답하지 않았다.대신 도준이 자신의 앞에 놓아둔 반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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