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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ผู้เขียน: 이한나
소원은 남자친구 몰래 윤혜인에게 숫자 17을 그렸고 그녀의 손짓을 본 윤혜인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소원의 손짓은 이 남자가 그녀의 어장에 들어온 열일곱 번째 물고기라는 뜻이었다.

“우리 원이가 저한테 혜인 씨 얘기를 자주 했거든요. 근데 이렇게 미인인 줄 몰랐네요. 만나서 반가워요.”

김재성이 손을 뻗어 윤혜인과 악수를 하려고 했다. 윤혜인은 말을 하면서 그녀를 이리저리 훑는 김재성이 눈빛에 왠지 모르게 불편했지만 예의상 가볍게 악수를 했다.

김재성은 악수를 한 뒤, 손을 거두면서 실수인 척 손가락으로 윤혜인의 손바닥을 살짝 긁었고 순간, 윤혜인은 소름이 쫙 돋았다.

윤혜인이 급하게 고개를 들어보니 김재성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소원과 알콩달콩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한참 뒤, 식사를 하던 도중에 김재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고 룸에 둘만 남게 되자 소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혜인아, 너 괜찮아?”

윤혜인은 소원의 뜻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이준혁과의 일에 관해 소원에게 숨김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소씨 가문은 서울에서 알아주는 상류 명문 가문이기에 임세희에 관한 일은 소원이 윤혜인보다 더 많이 알고 있었다.

대답을 하려던 찰나, 윤혜인은 갑자기 속이 울렁거려서 다급하게 화장실로 달려갔다. 한참 헛구역질을 하던 윤혜인이 화장실에서 나오다가 뒤편에서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헤헤, 오늘밤에는 무조건 따먹을 거야. 정 안 되면 술을 많이 먹이지 뭐. 젠장, 이제 슬슬 짜증이 나려고 그래. 멍청한 여자가 계속 잠자리를 거부해. 약을 타볼까 고민중이야. 그리고 절친이라고 데려온 여자가 있는데 엄청 예뻐. 둘을 한꺼번에 잘 수 있으면 완벽한데. 나중에 침대에서 사진도 좀 찍고 동영상도 찍어서 나중에 친구들이랑 같이 즐겨야지. 그땐 반항도 못할 걸?”

그 뒤의 말은 더 역겨운 말들이었고 조용히 듣고 있던 윤혜인이 주먹을 꽉 쥐었다.

통화를 마치고 돌아온 김재성은 윤혜인을 발견하자 당황한 기색도 없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거들먹거렸다.

“우리 혜인 씨를 여기서 딱 마주쳤네요. 제 입이 이래서 문제예요. 속으로 생각한 걸 그대로 입 밖에 꺼내는 게 습관이라, 혹시 불편한 건 아니죠?”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느끼한 김재성을 보며 윤혜인이 싸늘하고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김재성 씨, 예의를 갖추세요.”

김재성은 못 들은 척하며 윤혜인에게 가까이 다가가 계속 말을 이어갔다.

“혜인 씨, 제가 혜인 씨에게 첫 눈에 반한 거 같아요.”

말을 하던 김재성은 야릇한 표정으로 윤혜인의 손을 잡으려고 했지만 윤혜인이 슬쩍 뒤로 피해버린 탓에 헛손질을 했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김재성은 지금까지 수많은 여자와 놀아봤지만 너무 쉽게 넘어온 여자는 조금만 지나면 싫증이 났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윤혜인은 달랐다. 자연스럽게 예쁜 얼굴에 새하얀 피부까지 청순한 그녀의 얼굴은 왠지 섹시하기까지 했기에 김재성은 도무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김재성에게 있어서 싫다고 빼는 여자는 다 내숭일 뿐 속으로는 분명히 좋아할 거라고 여겼다. 그는 몸을 앞으로 기울이더니 느끼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지 말고 우리 장소를 바꿔서 얘기할까요?”

윤혜인은 바퀴벌레를 본 듯한 느낌이 들어 너무 역겨웠다. 그녀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자 김재성은 자신의 매력이 먹혔다고 착각하며 더 가까이 다가가 말을 이어갔다.

“정 부끄러우면 일단 연락처부터 교환해요. 이따가 원이를 집에 보내고 우린…”

김재성의 말에 윤혜인이 조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너무 들뜬 남자는 헤헤 웃으면서 핸드폰을 꺼냈다.

“혜인아, 너 정말 너무 예뻐. 난 널 처음 본 순간 막…”

김재성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윤혜인이 곁에 놓인 주스를 들더니 그에게 홱 뿌려버렸다. 그리고는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말을 건넸다.

“미안해요, 그만 손이 미끄러졌어요.”

주스는 조금 전에 윤혜인이 일부러 가게 직원에게 부탁한 오디 주스였다. 머리와 온몸에 오디 주스를 뒤집어쓴 김재성의 모습은 웃기기도 하고 비참해 보이기도 했다.

분노가 잔뜩 치밀어 오른 김재성은 화를 내려고 하다가 윤혜인의 사과에 분노가 사르르 녹아버렸다. 그는 다시 야릇한 눈빛으로 매너 좋은 척 입을 열었다.

“괜찮아 혜인아, 근데 너 때문에 내 옷이 이렇게 더러워졌는데 그러지 말고 나랑 호텔에 가서 옷 한 벌 사주는 게 어때?”

“김재성 씨, 얼굴이 두껍다 못해 철판을 깔았네요. 어떻게 당신 같은 염치없는 변태가 있죠?”

윤혜인이 속으로부터 올라오는 헛구역질을 가까스로 참으며 비꼬자 농락을 당한 김재성이 버럭 화를 냈다.

“빌어먹을 미친 년이, 좋은 말로 할 때 적당히 알아서 말을 들어야지!”

소리를 지르던 김재성은 손을 들어 윤혜인을 때리려고 했다. 조금 전에 신사다운 척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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