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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한 전남편이 자꾸 집착한다
이혼한 전남편이 자꾸 집착한다
작가: 비유

1 화

작가: 비유
“이혼하자.”

결혼 3년 만에 연유성이 두 번째로 그녀에게 건넨 말이었다.

첫 번째로는 신혼 첫날밤이었다.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그의 앞으로 다가가 한 바퀴 빙 돌더니 방긋 웃으며 그에게 예쁘지 않으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가 답했다.

“결혼식은 이미 끝났으니 내가 보낸 사람이 널 공항까지 바래다줄 거야.”

그렇게 그녀는 결혼식 끝나자마자 3년간 홀로 해외에 나가 살게 되었다.

다만 그녀는 돌아오자마자 이혼하자는 말을 듣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혼이라. 오늘은 그들의 결혼기념일이기도 했다.

“굳이 꼭 이혼해야 해?”

강하랑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머리카락이 그녀의 얼굴을 가리고 있어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지금은 그저 살짝 울먹이는 듯한 그녀의 목소리만 들려올 뿐이다.

“이렇게 상의도 없이?”

연유성은 칠흑 같은 두 눈으로 그녀를 지그시 보고 있었다. 그는 한 치의 감정조차 묻어나지 않는 목소리로 말했다.

“너도 알잖아. 애초에 할아버지의 병세가 위독하지만 않으셔도 내가 너랑 결혼할 리가 없다는 거.”

3년 전, 그의 할아버지인 연성철은 병세가 위독한 상태였고 임종 전 마지막 유언으로 연유성이 결혼하는 모습을 직접 보고 싶다고 했다.

이 결혼은 애초에 그녀의 결혼이 아니었다. 그녀는 강씨 가문에서 아이를 착각해 잘못 데리고 온 아이였고 진짜 강씨 가문의 딸 강세미는 18살이 되어서야 돌아오게 되었다. 그렇게 강하랑 그녀는 흡사 까치집에 비둘기가 들어 사는 것처럼 강씨 가문의 가짜 딸이 되었다.

그녀가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은 강세미가 응당 누려야 하는 것이었고 부모님의 사랑과 오빠의 걱정, 그리고 연유성과의 결혼까지 전부 강세미의 것이었다.

예전에 연성철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결혼의 근본은 감정이라고. 그녀와 연유성은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죽마고우였고 아무리 그녀의 출신이 전부 가짜라고 해도 연성철은 반드시 연유성이 강하랑과 결혼할 것을 원했다. 게다가 강씨 가문에서는 여전히 그녀를 강씨 가문의 딸로 받아들이고 있었기에 두 가문은 당연히 화목한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그녀와 연유성의 결혼은 현실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강세미가 조울증 진단을 받게 된 후로부터 강하랑의 이름 석 자만 들어도 발작을 일으키며 그녀를 보지 않으려고 했다. 그리고 강하랑이 연유성과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심지어 자살 소동까지 일으키며 반드시 연유성이 그녀의 곁에 있어야만 소동을 멈추겠다고 했었다.

강세미의 조울증 증세가 악화하지 않게 하려고 신혼 두 번째 날에 바로 그녀는 연유성에 의해 해외로 가게 되었고 그렇게 소식을 끊고 살다가 이제야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

연유성은 이혼 합의서를 그녀 앞에 내밀었다.

“이혼 합의서는 이미 내가 변호사랑 작성해 두었어. 한번 살펴보고 다른 문제가 없으면 사인해.”

강하랑은 고개를 떨군 채 서류를 받아 들었다.

“나한테 시간을 좀 주면 안 될까?”

연유성은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두꺼운 앞머리가 그녀의 두 눈을 답답하게 덮고 있었고 해외에 홀로 몇 년간 생활하다 와서 그런지 그녀의 성격도 다소 괴팍하게 변한 것 같았다.

“위자료 액수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으면 바로 말해. 어차피 이 별장도 네 명의로 곧 바뀔 거야. 그러니 생각할 시간 일주일 줄게.”

말을 마친 그는 바로 몸을 틀어 안방을 나서려 했다.

손을 안방 문고리에 올려둔 그는 이내 고개를 돌려 다시 한번 그녀를 보았다. 강하랑의 가느다란 어깨가 살짝 떨리고 있을 뿐, 이혼 서류를 들고 있는 그녀의 자세에는 변함이 없었다.

연유성은 어두워진 얼굴로 문고리를 내렸다.

그가 나가버린 방안엔 고요함이 흘렀다.

그 순간, 환호하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와, 개자식! 드디어 개자식이랑 이혼할 수 있겠네!”

강하랑은 손에 든 이혼 합의서를 뚫어지게 보았다. 그녀는 더는 웃음을 참지 않았고 살짝 떨리던 그녀의 어깨도 더 눈에 띄게 떨려오기 시작했다.

그녀가 해외에서 살게 된 3년 동안, 그녀는 강씨 가문의 관심과 연락을 받은 적이 없었고 서류상 남편인 연유성에서는 그 흔한 안부 인사조차 들은 적이 없었다.

심지어 그녀가 스토킹을 당하고 하마터면 죽을 뻔했을 때마저도 연유성과 연락이 닿지 않았었다.

그녀에게서 사랑은 이미 그 겨울, 사라지고 만 감정이었다.

상쾌한 기분으로 서류에 사인을 한 그녀는 행복한 얼굴로 침대에 이리저리 뒹굴었다. 그녀의 두꺼운 앞머리가 옆으로 갈라지고 아름다운 미모가 드러나게 되었다.

마침 몸을 일으켜 짐을 마저 정리하려던 순간에 그녀의 핸드폰이 울려댔다.

강하랑은 바로 얌전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응, 둘째 오빠.”

그녀의 둘째 오빠가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꺼냈다.

“막내야, 네가 귀국할 때 공항에서 너를 납치하려고 했던 일당들을 잡았어. 조사해보니까 3년 전 스토킹 사건이랑 연루되어 있더라고. 유감스럽게도 모든 증거가 너의 양부모님을 가리키고 있어. 그리고... 네 서류상 남편 또한 연관이 있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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