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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감사관이 온데요!

Author: 라온하제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28 13:31:45

국장실을 다녀온 다음 날부터, 사무실 분위기가 미묘하게 달라졌다.

다들 대놓고 티는 안 냈지만, 바리가 지나갈 때마다 눈치를 살피는 게 느껴졌다. 평소 같으면 인사를 건네던 사람들도 오늘따라 슬쩍 시선을 피했고, 몇몇은 아예 자리를 옮겨 앉기까지 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팀장님 사모님'이라며 스스럼없이 굴던 재무팀 최 주임조차, 오늘은 눈이 마주치자마자 급하게 컴퓨터 화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덕순마저 평소보다 목소리를 낮추고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바리 씨, 오늘 감사관님들 오신대요."

"벌써요? 국장님실 다녀온 지 하루밖에 안 됐는데."

"원래 이런 건 빠르게 처리하는 편이에요. 근데 저도 이번 감사관님들 소문만 들었지 실제로 뵌 적은 없어서."

"소문이요? 어떤 소문인데요?"

덕순은 주위를 한번 살피고는 목소리를 더 낮췄다.

"엄청 깐깐하시대요. 서류 하나라도 삐끗하면 바로 지적한다고. 저희 팀 다들 지금 서류 정리한다고 난리예요. 저 어제 야근했잖아요, 혹시나 몰라서."

"그 정도예요?"

"네, 게다가 이번엔 국장님이 직접 배정하신 감사관이라던데. 원래 이런 큰 건은 지방 지부 감사관이 오는 게 보통인데, 이번엔 본청 소속이래요."

바리는 그 말에 목이 살짝 마르는 걸 느꼈다. 본청 소속이라는 게 뭘 의미하는지는 몰라도, 덕순의 표정을 보니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했다.

바리는 자리로 돌아와 앉으며 무장승 쪽을 살폈다. 그는 평소보다 훨씬 많은 서류를 책상에 쌓아두고 있었다. 손끝은 바쁘게 페이지를 넘기는데, 표정은 여전히 무표정이었다. 다만 넥타이를 몇 번이나 고쳐 매는 걸 보니, 저 사람도 긴장하고 있다는 게 티가 났다.

"팀장님, 저 뭐 준비할 거 있어요?"

"...가만히 있으시오. 준비는 내가 하겠소."

"저도 뭔가 하고 싶은데요. 저 관련된 감사잖아요."

"...당신이 나서면 오히려 감사관들 눈에 더 띄오. 지금은 조용히 있는 게 최선이오."

바리는 입을 삐죽였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결국 자리에 앉아 평소처럼 업무를 처리하는 척했다. 하지만 손은 서류를 넘기는데 머릿속은 딴생각으로 가득했다. 감사관이라니, 대체 뭘 캐물으러 오는 걸까.

시간이 더디게 흘렀다. 평소 같으면 덕순이 옆자리에서 조잘조잘 떠들며 시간을 때워줬을 텐데, 오늘은 그마저도 눈치를 보는지 조용히 자기 일만 하고 있었다. 사무실 전체가 숨죽인 듯 고요했다.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 서류 넘기는 소리만 간간이 들릴 뿐이었다.

바리는 몇 번이나 시계를 쳐다봤다. 아홉 시 오십분, 아홉 시 오십오분. 시침이 열 시를 향해 다가갈수록 심장이 조금씩 빨리 뛰었다. 옆자리 무장승을 슬쩍 보니, 그는 서류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였지만 같은 줄을 세 번째 읽고 있는 게 보였다. 저 사람도 지금 집중이 안 되는구나, 싶었다.

오전 열 시가 되자, 사무실 문이 열리며 검은 정장을 입은 두 사람이 들어왔다. 한 명은 안경을 쓴 마른 남자, 다른 한 명은 서류 가방을 든 여자였다. 두 사람 다 표정이 없다시피 해서, 사무실 안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관문통과심사팀 맞습니까."

안경 쓴 남자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무장승이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갔다.

"그렇습니다. 무장승입니다."

"바로 시작하죠. 임시직 바리 씨는 어디 계십니까."

모든 시선이 바리에게 쏠렸다. 바리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애써 태연한 척했지만, 손끝이 살짝 떨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저예요."

여자 감사관이 서류 가방에서 두꺼운 파일을 꺼내며 다가왔다. 표정 하나 바뀌지 않은 채로, 파일을 펼쳐 바리 앞에 내밀었다.

"손등 보여주시겠습니까."

바리는 얼떨결에 손을 내밀었다. 여자 감사관은 그 손등을 뚫어지게 들여다보더니, 옆에 있던 기계 같은 걸 꺼냈다. 명함 케이스만 한 작은 기계였는데, 표면에 낯선 문자들이 새겨져 있고 가운데엔 동그란 렌즈 같은 게 박혀 있었다. 그녀는 그 렌즈를 바리의 손등 위에 조심스레 갖다 댔다.

삐- 하는 소리와 함께 화면에 뭔가가 떠올랐다.

감사관의 표정이 처음으로 흔들렸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는 게 바리 눈에도 보였다.

"...이거, 상부에 바로 보고해야겠는데요."

옆에 있던 안경 쓴 감사관도 화면을 들여다보더니, 눈이 커졌다. 방금까지의 사무적인 태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이 수치가 맞습니까? 다시 측정해보시죠."

여자 감사관이 기계를 다시 손등에 갖다 댔다. 삐- 소리가 한 번 더 울리고, 화면에 같은 숫자가 떠올랐다. 두 사람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그 침묵이 사무실 전체를 무겁게 짓눌렀다.

바리는 심장이 쿵쾅거리는 걸 느끼며 무장승을 슬쩍 쳐다봤다. 그는 이미 그쪽으로 다가와 있었는데, 화면을 보는 순간 얼굴이 눈에 띄게 굳었다.

"...이게 무슨 수치입니까."

무장승이 낮게 물었다. 안경 쓴 감사관은 잠깐 망설이다가, 결국 짧게 답했다.

"인연 지수가 만점입니다. 지금까지 이런 수치, 본 적 없습니다."

사무실 안이 순간 술렁였다. 여기저기서 낮은 웅성거림이 번졌다. 바리는 그 말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 몰랐지만, 주변 반응만으로도 보통 일이 아니라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저기, 인연 지수가 뭔데요? 만점이면 좋은 거예요, 나쁜 거예요?"

바리가 다급하게 물었지만, 여자 감사관은 대답 대신 파일을 서둘러 닫았다.

"이 부분은 저희 선에서 답변드릴 사항이 아닙니다. 상부 보고 후 별도 통보드리겠습니다."

"아니, 그래도 뭔지는 알아야—"

"협조 감사합니다. 오늘 조사는 여기까지입니다."

두 감사관은 그렇게 말하고는 서둘러 짐을 챙겨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남은 건 무거운 침묵과, 여전히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한 직원들의 시선뿐이었다.

한참 만에 덕순이 조심스레 다가왔다. 평소의 밝은 표정은 사라지고, 걱정스러운 얼굴이었다.

"바리 씨, 괜찮아요? 방금 그거, 저도 처음 보는 반응이었어요. 감사관님들이 저렇게 당황하시는 거."

"저도 무슨 상황인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그냥 인연 지수가 만점이라는 것만 들었는데."

"인연 지수라는 말 자체를 저도 오늘 처음 들어봤어요. 저희 팀에서 그런 거 측정하는 건 한 번도 없었거든요."

덕순의 목소리에는 걱정과 호기심이 뒤섞여 있었다. 바리는 그 반응을 보며, 이게 정말 이 관리국 안에서도 전례 없는 일이라는 걸 실감했다.

바리는 자기 손등을 내려다봤다. 아무 흔적도 없는 평범한 손등인데, 그 안에 대체 뭐가 들어있길래 저렇게까지 놀라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옆에 선 무장승을 올려다보니, 그는 여전히 문 쪽을 응시한 채 표정을 굳히고 있었다.

"팀장님, 인연 지수라는 거, 팀장님은 아세요?"

무장승은 한참 만에야 낮게 입을 열었다.

"...알고 있소. 하지만 지금 여기서 말할 사항은 아니오."

그 말투에서, 바리는 뭔가 심상치 않은 진실이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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