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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화 꿈에서 만난 아버지

Author: 라온하제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1-02 13:26:32
"꿈 면회 신청서는 사 부를 작성하셔야 합니다. 원본 한 부, 사본 세 부, 본인 서명은 파란색 볼펜으로요."

접수 창구의 직원이 서류 뭉치를 밀어 내며 말했다. 인사팀 옆 별관에 이런 창구가 있다는 것을 바리는 오늘 처음 알았다. 벽에는 '이승 가족 면회는 수면 중에 한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대기 의자에는 베개를 안은 영혼들이 졸린 눈으로 줄을 서 있었다. 바리는 서류를 받아 들고 무장승을 돌아보았다.

"팀장님, 이거 꿈에서 만나는 거래요."

"...들었소."

"아버지 병원에 가는 게 아니라, 아버지 꿈에 들어가는 거고요."

"입원 중인 이의 의식이 수면 상태일 때 접속하는 방식이오. 접속 시간은 이십 분. 길례가 사유서를 올려 주었소."

"길례 씨가요?"

"입회인이 직접 올리면 심사가 빠르다 하였소. 그리고..."

"그리고?"

"짚신을 직접 전달하지 않으면 15관문을 마칠 수 없다 하였소."

짚신은 투명한 비닐봉투에 들어 있었다. 무장승이 두 손으로 받쳐 들고 있었다
라온하제

꿈 면회 신청서는 사 부, 파란색 볼펜으로 서명. 바리와 무장승은 짚신 한 짝을 들고 오구의 꿈속 한옥에 들어선다. 마루로 걸어 나온 아버지는 딸의 맨발을 보고 다른 이름을 부른다. 서운하지 않은 자신이 더 무서운 바리, 그리고 오백 년 전 그날을 말하는 오구. 그분이 말하지 말라 했다고 한다. 입 밖에 내면 네가 지워진다고. 그분은 네가 이미 만난.. 문장은 끝내 끊긴다. 꿈이 연기처럼 흩어지는 마지막 순간, 통과 확인서에 남은 먹 번진 서명이 말한다. 거래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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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곱째 공주, 저승 서방님을 길들이다   84화 접힌 종이에 적힌 이름

    종이를 펴는 데 걸린 시간은 오 초도 되지 않았다. 바리는 그 오 초가 평생처럼 길었다고 나중에 기억하게 된다.종이 한가운데에 먹으로 쓴 글자가 단 두 개 있었다.길례.그 아래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날짜도, 사유도, 서명도 없었다. 바리는 글자를 한 번 읽고 한 번 더 읽었다. 첫 번째로는 뜻이 들어오지 않았고, 두 번째로는 뜻이 너무 선명하게 들어왔다. 입회인 자리에 서서 놀라지 말라고 말하던 사람. 봉투를 건네며 이름은 입 밖에 내지 않는다고 하던 사람. 그 이름을 부르던 소리가 기다리는 소리였다고 말하던 사람."...본부장님.""읽으셨습니까. 이름이 맞는지는 저도 모르지만요."한 본부장의 목소리가 갈라져 있었다. 그는 찻잔을 두 손으로 감싼 채 몸을 의자 등받이에 깊이 묻었다. 얼굴이 창백했다. 그런데 사라지지 않았다. 바리는 그제야 그가 이름을 입으로 말하지 않았다는 것을 떠올렸다. 읽는 쪽은 바리였으니까. 한 본부장이 숨을 길게 내쉬며 중얼거렸다."이십 년 만에 처음으로 이 방이 조용해졌습니다.""본부장님은 이 이름이...""모릅니다. 저는 읽지 못했습니다. 말씀드린 그대로예요."문이 벌컥 열렸다. 무장승이 서 있었다. 이마에 땀이 맺혀 있었고 도포 자락이 흐트러져 있었다. 열 걸음이라고 말하던 사람은 어느새 열 걸음을 지나 방 한가운데에 와 있었다. 바리는 손에 든 종이를 말없이 내밀었다. 무장승이 받아 읽었다.그의 얼굴에서 표정이 빠져나가는 데는 일 초가 걸렸다. 바리는 그것을 정면에서 보았다. 오백 년 동안 서 있던 사람의 얼굴이 아주 조용하게 비어 갔다. 종이를 쥔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렸다."...길례.""네.""어찌하여...""저도 몰라요. 같이 가서 물어봐요.""바리 씨는 여기 계시오. 이것은 내가...""아니요. 같이 가요."바리가 그의 소매를 붙잡았다. 무장승이 고개를 돌렸다. 눈이 붉었다. 바리는 그 눈을 똑바로 마주 보았다."팀장님이 혼자 가시면 팀장님은 뭘 물어봐야 할지 몰라서 서류를 먼저 찾으

  • 일곱째 공주, 저승 서방님을 길들이다   83화 본부장의 차

    "차를 드시겠습니까. 이번에는 제대로 우렸습니다."한 본부장이 찻주전자를 기울이며 말했다. 본부장실은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늘 서류로 가득하던 책상이 비어 있었고, 벽을 따라 놓인 서가에는 낡은 장부들이 가지런히 꽂혀 있었다. 창밖으로는 저승의 밤하늘이 은빛 가루를 흩뿌린 듯 번져 있었다. 바리는 의자 끝에 걸터앉아 찻잔을 내려다보았다. 맑은 연둣빛이었다. 향도 괜찮았다. 그게 오히려 불안했다."본부장님이 직접 우려 주신 차는 처음이에요.""맛이 어떨지는 장담하지 못합니다.""장담하지 못하는 차를 왜 권하세요.""할 이야기가 길어서요. 마시면서 하면 덜 어색하지 않겠습니까."바리는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쓰지 않았다. 입안에 은은한 단맛이 돌았다. 한 본부장이 그 표정을 보고 작게 웃었다."이십 년 연습했습니다.""이십 년이요?""해온 관측자님께 처음 대접하던 날, 이름 모를 풀 맛이 난다는 평을 들었거든요.""그랬군요."문밖에서 인기척이 났다. 문틈 아래로 그림자 하나가 길게 드리워 있었다. 무장승이었다. 복도 한복판에 서서 문과 정확히 이십 센티미터 거리를 두고 있었다. 선을 지키는 것인지 선 위에서 기다리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한 본부장이 그쪽을 흘끗 보고 말했다."팀장님은 들어오셔도 됩니다."문이 열리지 않았다. 대신 낮은 목소리가 문 너머에서 들렸다."...바리 씨가 혼자 들어갔소. 나는 여기서 기다리겠소.""그렇습니까.""바리 씨가 나오라 하면 곧바로 들어가겠소.""참 믿음직한 분이지요. 오백 년을 문 앞에서 기다리던 분다운 방식입니다. 기다리는 일만은 누구보다 잘하시니까요."한 본부장의 목소리에는 장난기가 없었다. 그는 찻잔을 내려놓고 두 손을 깍지 낀 채 바리를 바라보았다. 미소는 그대로였는데 눈이 달랐다. 오래 쌓인 피로가 눈가에 내려앉아 있었다."바리 씨. 오늘 운동장에서 민 주임이 본 수치에 대해 묻고 싶으실 겁니다.""인연 지수 백이요.""네. 그 수치는 거래 조항 제칠 항을 발동시킵니다.

  • 일곱째 공주, 저승 서방님을 길들이다   82화 16관문: 이인삼각은 규정에 있다

    "이인삼각은 규정에 있습니다. 규정 제삼십이 조 이항, 부서 대항 체육대회 종목 가운데 하나로요."덕순이 응원단 깃발을 휘두르며 외쳤다. 관리국 옥상 정원은 하루 만에 운동장으로 바뀌어 있었다. 바닥에는 흰 석회로 트랙이 그려져 있었고, 국장실이 후원한 사탕 포장지가 만국기처럼 줄에 매달려 펄럭였다. 16관문의 제목은 '단합 행사 참여'. 무장승은 서류를 두 번 읽고 한 번 더 읽었다. 그리고 낮게 말했다."...이인삼각이라는 종목은 처음 듣소.""두 사람이 다리 하나씩을 묶고 같이 달리는 거예요, 팀장님.""왜 묶는 것이오.""그게 종목이라서요.""묶지 않고 달리면 안 되오?""그럼 그냥 달리기죠.""그냥 달리기가 더 효율적이지 않소.""팀장님, 그게 이 종목의 핵심이에요!"덕순이 깃발 끝으로 땅바닥을 콕콕 찔렀다. 바리는 옆에서 운동복 소매를 걷고 있었다. 오늘은 관사에서 가져온 곰 인형도 벤치에 앉혀 놓았다. 어제 꿈에서 돌아온 뒤로 마음이 아직 어수선했지만, 몸을 움직이는 일이 오히려 낫겠다 싶었다. 바리는 무장승 곁에 서서 속삭였다."팀장님, 그냥 하세요. 지는 것도 괜찮아요.""지면 단합 점수가 부족하여 관문 미통과이오.""그럼 이기면 돼요.""이길 방법이 있소?""저랑 발을 맞추면 돼요. 하나, 둘, 하나, 둘.""...그것을 어떻게 맞추오."바리는 대답 대신 허리를 굽혀 끈을 집어 들었다. 무장승의 오른발목과 자신의 왼발목을 천으로 묶었다. 매듭을 지을 때 손끝이 그의 복사뼈에 닿았다. 무장승이 숨을 아주 조금 멈추었다. 바리는 모른 척하고 일어섰다. 어깨가 맞닿았다. 무장승의 팔이 어색하게 바리의 허리 근처에서 멈춘 채 갈 곳을 몰랐다."팀장님, 팔을 어깨에 두르세요. 제 어깨요.""...규정상 허용되오?""종목 규칙이에요.""그렇다면."그의 팔이 바리의 어깨를 감쌌다. 닿는 순간 바리의 귀가 달아올랐다. 심판석에서 호루라기가 울렸다. 출발선에는 총 여섯 조가 서 있었다. 제3팀의 선희와 도윤 조, 총무팀

  • 일곱째 공주, 저승 서방님을 길들이다   81화 꿈에서 만난 아버지

    "꿈 면회 신청서는 사 부를 작성하셔야 합니다. 원본 한 부, 사본 세 부, 본인 서명은 파란색 볼펜으로요."접수 창구의 직원이 서류 뭉치를 밀어 내며 말했다. 인사팀 옆 별관에 이런 창구가 있다는 것을 바리는 오늘 처음 알았다. 벽에는 '이승 가족 면회는 수면 중에 한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대기 의자에는 베개를 안은 영혼들이 졸린 눈으로 줄을 서 있었다. 바리는 서류를 받아 들고 무장승을 돌아보았다."팀장님, 이거 꿈에서 만나는 거래요.""...들었소.""아버지 병원에 가는 게 아니라, 아버지 꿈에 들어가는 거고요.""입원 중인 이의 의식이 수면 상태일 때 접속하는 방식이오. 접속 시간은 이십 분. 길례가 사유서를 올려 주었소.""길례 씨가요?""입회인이 직접 올리면 심사가 빠르다 하였소. 그리고...""그리고?""짚신을 직접 전달하지 않으면 15관문을 마칠 수 없다 하였소."짚신은 투명한 비닐봉투에 들어 있었다. 무장승이 두 손으로 받쳐 들고 있었다. 아흔아홉 개를 돌려주고 남은 한 개. 반납 단말기의 오류 메시지는 길례가 확인한 뒤 '정상'으로 판정했다. 주소가 이승 병원으로 나오는 것은 오류가 아니라는 뜻이었다."그럼 아버지가 정말 이 신발 주인이에요?""주인은 맞소. 그 외의 것은 가 보아야 아오."서류 작성에 한 시간이 걸렸다. 수속이 끝나자 직원이 두 사람을 접견용 침상이 놓인 방으로 안내했다. 하얀 이불이 덮인 침상 두 개가 나란히 붙어 있었다. 머리맡에는 은빛 향로가 놓여 있었다. 바리가 침상에 눕자 무장승이 옆 침상에 앉았다. 곰 인형이 필요하냐고 직원이 물었다가, 바리가 고개를 젓자 말없이 물러갔다."팀장님, 같이 가시는 거 맞죠?""입회인과 동행자는 같은 꿈에 들어갈 수 있소.""그럼 이상한 데 있으면 제 손 잡아 주세요.""...알겠소.""저 손 놓지 마세요.""놓지 않겠소."향이 피어올랐다.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바리는 어디선가 어묵 국물 냄새를 맡았다. 오구가 늘 밤 열 시에 끓여 먹던

  • 일곱째 공주, 저승 서방님을 길들이다   80화 15관문: 한 짝 분인 것들

    "이 상자는 뭐예요? 라벨에 '바리 씨 열람 금지'라고 적혀 있는데요."바리가 상자 뚜껑에 손을 얹은 채 물었다. 무장승의 어깨가 눈에 띄게 굳었다. 분실물 보관소는 관리국 지하 삼 층, 형광등이 절반만 켜진 긴 창고였다. 선반마다 우산, 안경, 한 짝뿐인 장갑, 열쇠 꾸러미, 이름 모를 편지가 번호표를 달고 줄지어 있었다. 15관문의 제목은 '분실물 주인 찾기'. 이승에서 떠나온 영혼들이 흘리고 간 물건 백 개를 하루 안에 주인에게 돌려줄 것. 바리는 서류를 받자마자 한숨부터 쉬었다. 백 개를 하루에, 라고 적혀 있었다."...분류 작업을 미리 해 두었소.""저한테 보여 주면 안 되는 걸요?""기억을 건드릴 위험이 있는 물품이오. 안전 조치요.""준비가 금지된 건 14관문이었잖아요. 오늘은 괜찮은 거죠?""...그렇소.""그럼 열어 봐도 되겠네요.""바리 씨, 그것은 위험..."바리는 이미 뚜껑을 열고 있었다. 안에서 나온 것은 양은냄비였다. 그 밑에 국자, 밥주걱, 놋숟가락 세 개, 사기 국그릇 두 개, 작은 전기밥솥, 그리고 컵라면 한 박스가 깔려 있었다. 바리는 상자를 내려다보았다. 무장승은 천장 형광등을 올려다보았다."...이게 다 뭐예요.""국과 관련된 물품은 전부 넣었소.""컵라면은요?""국물이 있었소.""전기밥솥은요?""...국을 데울 수도 있지 않소.""그건 안 데워져요, 팀장님."바리의 어깨가 떨리기 시작했다. 입술을 깨물었지만 소용없었다. 웃음이 먼저 터져 나왔다. 창고 구석에서 선반을 닦던 덕순이 소리를 듣고 달려왔다. 상자 안을 들여다보더니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팀장님 이거 어젯밤에 만드셨어요? 새벽 두 시 반에 총무팀 문 두드리시길래 뭐 하시나 했더니!""...사전 분류를 하였소.""저는 분류를 도와 달라는 줄 알고 다용도실에서 냄비를 찾아 드렸다고요! 이게 이런 용도인 줄은...""덕순 씨.""네, 입 닫겠습니다.""이미 늦었소."바리는 눈가를 훔치며 상자를 도로 덮었다. 무장승의 귀

  • 일곱째 공주, 저승 서방님을 길들이다   79화 거래 조건

    "거래 조건이라니요."바리의 목소리는 생각보다 멀쩡하게 나왔다. 그게 이상했다. 손가락 끝은 이미 감각이 없었다. 철문 안 책상 앞에 서서 서류철의 마지막 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글자는 몇 번을 읽어도 같은 말을 했다. 연이는 바리와 같은 영혼이다."이 서류, 누가 썼어요? 서명이 없잖아요."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위원들은 문밖에 선 채 서로 눈치만 보았다. 길례가 입회인 자격으로 한 발 들어왔다. 해온이 휠체어를 밀어 철문 문턱에 걸쳤다. 하령이 뒤에서 잡아 주었다."엄마. 이거 엄마도 몰랐어요? 엄마는 관측자였잖아요.""관측자는 보기만 해. 서류는 쓰는 사람이 따로 있고.""몰랐어."해온의 대답은 짧았다. 서류철을 집으려던 손이 중간에 멎었다. 그 손끝이 파르르 떨렸다."20년 전 내가 4장을 열려고 했을 때, 이 장은 봉인되어 있었어. 그냥 비어 있다고 했어. 그날 눈 속에서 같이 지켜본 사람도 4장은 내용을 모른다고 했고. 그런데 먹 번진 이 글씨는 보여.""이 글씨체, 어젯밤 공지문 아래 적혀 있던 거랑 같죠.""같아. 같은 먹이야. 번지는 모양까지."한 본부장이 문밖에서 찻잔을 들고 서 있었다. 잔 위로 김이 오르지 않았다. 식은 찻물이 잔 가장자리에서 찰랑였다. 바리는 그의 손가락을 보았다. 첫 번째 마디에 먹물 같은 것이 묻어 있었다. 보았다가 시선을 돌렸다. 확신이 없었다. 확신 없는 의심은 쓸모가 없었다. 한 본부장이 시선을 느낀 듯 먼저 입을 열었다."기록 보관은 제 소관이 아닙니다. 저는 차 담당이라서요.""본부장님은 본부장이시잖아요.""본부장은 차 담당 겸직입니다."아무도 웃지 않았다. 한 본부장은 찻잔을 입에 가져가려다가 식은 줄 알고 내려놓았다. 그 손이 아주 조금 오래 허공에 머물렀다."일단 다음 장을 넘겨 보겠소."무장승이 말했다. 목소리가 낮았다. 서류철 위에 손을 얹었다가 바리를 돌아보았다."함께 읽으시겠소?""네."둘이 같이 장을 넘겼다. 종이가 눅눅하게 손가락에 붙었다. 다음 장 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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