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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2화

作者: 도도보
“그럼 그 자문해 주신 분이 정말 대단한 분이구나. 나 대신 감사 인사 좀 전해 줘.”

그렇게 말하고 난 지나윤은 백이천의 표정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치상 HF그룹이 위기를 넘긴 지금, 백이천 역시 자신처럼 안도감을 느끼며 기뻐해야 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백이천의 표정은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고, 누가 봐도 마음에 짐이 있는 모습이었다.

“이천아, 무슨 일 있어?”

지나윤의 부름에 백이천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옅게 웃었다.

웃음은 여전히 부드러웠지만 평소보다 어딘가 어색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 고진수라는 사람, 아니 고진수 신분을 도용한 산업 스파이 생각을 좀 했어.”

백이천의 말을 듣자 지나윤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백이천이 건넨 서류 안에는 조사 자료가 하나 있었는데, 세이만 테크놀러지의 회사가 사실은 M국에 등록된 레이즈그룹의 자사라는 내용이었다.

M국은 지나윤에게 좋지 않은 기억이 있는 곳이었다.

과거 납치를 당해 죽을 고비를 넘겼던 곳이 바로 그곳이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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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제626화

    WWYS컴퍼니.이 컴퍼니는 기업, 특히 등록지에 실제 사무실이 없는 회사에 법정 등록 주소, 행정 지원, 문서 처리, 통신 관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 서비스 기관이었다.다르게 말하면, 지나윤과 백이천이 찾아온 이 레이즈그룹 역시 껍데기뿐인 회사라는 뜻이었다.회사에 등록된 모든 정보는 이 WWYS컴퍼니에서 제공한 것이고 실제 정보가 아니라는 것이었다.즉, 이곳에서 가짜 고진수를 찾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지나윤이 바람 빠진 풍선처럼 실망한 모습을 보이자, 백이천이 여자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여기까지 왔으니까 일단 들어가 보자. 어쩌면 뭔가 정보를 얻을 수도 있잖아.”“응, 그래.”백이천의 격려에 힘입어 지나윤은 WWYS컴퍼니 사무실 안으로 들어간다.이와 동시에, 건물 맞은편에는 검은색 마이바흐 한 대가 서 있다.운전석에 앉아 있던 장우영이 고개를 돌려 뒷좌석의 유시진에게 말한다.“대표님, 경찰 쪽 조사는 큰 성과가 없지만, 진짜 고진수는 용안파 손에 죽은 것으로 확인했어요.”“용안파...”유시진은 시선을 살짝 내린다.이런 조직이 M국에 존재하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곰곰이 떠올려 봐도 HF그룹이나 자신이 용안파와 어떤 연관이나 갈등이 있었는지는 생각나지 않는다.하지만 채연서는 용안파 사람이었다.자발적이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분명 용안파에 의해 통제되었었다.그리고 진짜 고진수 역시 용안파 사람의 손에 죽었다.다르게 말하면, 가짜 고진수는 용안파에서 보냈을 가능성이 높았다.어쨌든 용안파와는 분명히 관련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장 비서, 용안파를 조사해.”유시진은 단호하게 지시를 내렸고 장우영은 무엇을 조사해야 하는지 묻지 않는다.유시진이 알고 싶어 하는 것은 용안파에 관한 모든 것일 테니까.다만 용안파는 M국에서 일정한 세력을 가진 조직이었다.게다가 이곳은 용안파의 본거지가 아니기 때문에 조사에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따랐다.“대표님, 최대한 해볼게요.”장우영은 끝까지 확답하지 않고, 유시진도 이에 대해

  • 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제625화

    “너 이름이 이쁜이야? 그러면 본명은 뭐야?”“말하기 싫어. 그 이름은 쓰고 싶지 않아.”“그럼 안 물을게. 성이 뭐든 상관없이 너는 너야. 이쁜이, 예쁘네.”“난 유시진이야. 앞으로는 내가 널 지켜줄게.”“널 보호시설에 보낸 건 반성하고 새사람 되라고 한 건데, 어린 나이에 거기서 다른 건 하나도 못 배우고 연애만 배워왔구나!”“황 도령이 말했잖아. 이 아이가 계속 이 집 안에 있으면 우리 집안이 망한다고! 원호야, 채윤화 화 먼 친척이 말했던 거 기억 안 나니?”“자기 친구가 애도 없고 남편도 죽었다고 성이 지 씨였던 것 같은데?”지나윤은 눈을 번쩍 떴다.눈앞에는 호텔 객실의 천장이 보였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혀 있었다.‘꿈이야.’지나윤은 거칠게 숨을 두 번 몰아쉬었고 심장은 부정맥이 온 것처럼 빠르게 뛰고 있었다.“내가 왜 아직도 이런 꿈을 꾸지?”지나윤은 주먹으로 자신의 머리를 두드렸다.낮에 생각한 일이 밤에 꿈으로 나온다고들 하지만 이건 이미 몇 년도 더 된 옛일이다.그래서 지나윤은 진작에 잊었다고 생각했다.지나윤은 간단히 나갈 채비를 마치고 로비로 내려가 백이천과 만났다.“나윤아, 너 안색이 왜 이렇게 안 좋아?”“별거 아니야. 악몽 꿨어.”지금까지도 머리가 아픈 지나윤은 쓴웃음을 지었다.“무슨 꿈이었어?”백이천이 궁금한 듯 묻자 지나윤은 잠시 생각했다.사실 어젯밤 꿈은 끊기고 이어지고, 조각난 것처럼 흩어져 있어서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았다.다만 막 깨어났을 때는 희미하게 남아 있을 뿐이었다.꿈속에는 전부 자신의 과거였는데 그 가운데 좋은 것도 있었고 나쁜 것도 있었다.나쁜 건 여전히 나쁜 기억이었고 좋았던 기억조차 지금의 자신에게는 어쩌면 나쁜 것일 수도 있었다.백이천은 지나윤의 표정이 좋지 않다는 걸 눈치채고 급히 말을 돌렸다.“꿈 얘기는 그만하자. 우리가 연락해 둔 국제 탐정이랑 경호 업체 사람들이 이미 레이즈그룹 건물 앞에 도착해 있어.”“응, 우리도 바로 가자.”타국, 그것도 상대의 영역

  • 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제624화

    지나윤의 눈빛은 곧았고 거절의 말은 직설적이었으며, 그 말이 유시진에게 주는 상처 또한 꽤 컸다.유시진은 시선을 내리며 쓴웃음을 지었다.“지금 난 가진 것도 없고 시간은 많아.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건 하게 둬.”“그건 알아서 해.”지나윤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객실 안에는 적막이 흘렀고 그저 쿠키를 씹는 소리만이 들렸다.“HF그룹은 이제 괜찮지?”“응, 이천이 덕분에.”유시진의 손끝에 힘이 들어가자, 쿠키가 그대로 부서져 가루가 됐다.“HF그룹을 구할 수 있는 건 너만이 아니야. 결과적으로 보면 이천의 말 들은 것도 좋은 결과였어.”지나윤은 그렇게 말하며 시선을 떼지 않고 유시진의 옆얼굴을 바라봤다.각진 그 얼굴은 마치 그을린 듯 어둡게 굳어 있었다.지나윤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유시진에게 현실을 똑바로 보게 하기 위해서였다.자신과 다시 잘되는 건 절대 불가능하다는걸.“그래서 그 보답으로 남자랑 단둘이 외국까지 와서 호텔방 잡은 거야?”유시진의 눈빛은 다시 예전처럼 차갑고 냉혹하게 돌아갔다.또한 눈에는 노골적인 질투가 불타고 있었다.“방은 두 개 잡았어. 그리고 백이천은 나한테 뭘 해줘도 보답을 바라지 않아.”“말하는 거 보니까 내가 은혜를 빌미로 뭔가 요구하는 사람처럼 들리네.”“나한테 은혜 베푼 적 있어?”지나윤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유시진의 가슴이 순간 조여왔다.서로 눈이 마주치자 유시진은 지나윤의 눈가가 이전보다 더 붉어진 것처럼 느껴졌다.“네가 한 행동들 보상하려는 거 아니야?”‘보상.’그 한 단어가 칼날처럼 날아와 유시진의 심장에 박혔다.“채연서한테 속았다는 걸 깨닫고 나서야 과거에 나한테 했던 일들이 떠오른 거겠지. 그래서 지금 하는 행동은 그냥 보상하려는 마음일 뿐이고.”“진심으로 날 사랑해서가 아니라. 유시진, 나도 이제 너 안 사랑해. 그 가짜 고진수 문제만 해결되면, 백이천 고백 받아주고 만나려고.”“그때도 내 비서 하고 싶으면 말리진 않을게. 힘든 건 결국 너니까.”지나윤은 단호하게

  • 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제623화

    눈앞의 룸서비스 카트 위에는 크고 작은 그릇과 접시들이 놓여 있었다.하지만 지나윤은 그 직원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얼굴만 한 커다란 마스크를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웰컴 과일과 디저트입니다.”지나윤은 문을 열어 줘 직원이 카트를 안으로 밀고 들어오게 했다.그런데 직원은 들어오자마자 곧바로 문을 닫았다.“여자 혼자 있으면서 이렇게 경계심이 없어?”지나윤은 등을 돌린 채, 상대가 본래 목소리로 말하는 것을 듣고 어깨를 으쓱하며 웃었다.“누군지 알고 있으니까.”유시진은 잠시 멈칫하더니 마스크를 벗자 강하면서도 단정한 얼굴이 드러났다.지나윤이 몸을 돌려 자신과 마주 서 있는 모습을 바라봤는데 그 눈동자에는 놀라움이 전혀 없었다.처음부터 자신을 알아봤다는 뜻이었다.이에 유시진은 조금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지나윤이 문을 열어주지 않을까 봐 일부러 호텔 직원으로 변장했고, 심지어 프릴이 달린 앞치마까지 둘러멘 상태였다.이런 차림의 유시진은 지나윤에게도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그래서 나한테 무슨 볼일 있어?”지나윤의 말투와 표정은 여전히 차분했지만 속마음을 읽기 어려웠다.도어스코프로 밖을 확인했을 때, 아무리 두툼하고 단단히 가린 마스크를 쓰고 있었어도 그 눈을 보는 순간 바로 누구인지 알아봤다.지나윤 스스로도 자신이 이 정도로 유시진을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그럼에도 거리낌 없이 문을 열어준 이유 역시, 유시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만약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면, 유시진은 분명 더 극단적인 방법으로라도 자신에게 접근했을 것이다.유시진은 그럴 사람이었다.적어도 지나윤이 알고 있는 유시진은 그랬다.지나윤은 유시진을 자극하는 것이 오히려 자신에게 번거로운 일이라고 판단했고, 차라리 들어오게 해서 무슨 말을 하려는지 들어보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이에 유시진은 말을 꺼내려다 멈칫했는데 지난번 두 사람은 좋지 않게 헤어진 일이 생각이 났다.유시진은 자신이 강제로 입을 맞춘 일로, 지나윤이 아직도 화가 나 있는지 알

  • 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제622화

    “그럼 그 자문해 주신 분이 정말 대단한 분이구나. 나 대신 감사 인사 좀 전해 줘.”그렇게 말하고 난 지나윤은 백이천의 표정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이치상 HF그룹이 위기를 넘긴 지금, 백이천 역시 자신처럼 안도감을 느끼며 기뻐해야 할 상황이었다.하지만 백이천의 표정은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고, 누가 봐도 마음에 짐이 있는 모습이었다.“이천아, 무슨 일 있어?”지나윤의 부름에 백이천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옅게 웃었다.웃음은 여전히 부드러웠지만 평소보다 어딘가 어색했다.“아무것도 아니야. 그 고진수라는 사람, 아니 고진수 신분을 도용한 산업 스파이 생각을 좀 했어.”백이천의 말을 듣자 지나윤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백이천이 건넨 서류 안에는 조사 자료가 하나 있었는데, 세이만 테크놀러지의 회사가 사실은 M국에 등록된 레이즈그룹의 자사라는 내용이었다.M국은 지나윤에게 좋지 않은 기억이 있는 곳이었다.과거 납치를 당해 죽을 고비를 넘겼던 곳이 바로 그곳이었기 때문이다.“우리 M국 한번 가볼까?”지나윤이 물었다.상대가 M국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만큼, A국 증권 감독위원회의 문서를 들고 간다고 해도 현지 사법기관이 협조할지는 불확실했다.차라리 경호원과 사설탐정을 데리고 직접 레이즈그룹을 찾아가는 편이 나을 수도 있었다.운이 좋다면 고진수 행세를 하는 그 산업 스파이를 직접 만날 수도 있을 테니까.“그래, 좋아.”백이천이 고개를 끄덕였다.사실 조금 전까지 백이천이 떠올리고 있던 사람은 고진수가 아니라 유시진이었다.백이천은 언젠가 지나윤이 진실을 알게 될까 봐 두려웠다.‘지나윤이 회사를 되찾는 데 도움을 준 사람이 사실은 내가 아니라 유시진이라는 걸 알게 된다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게 될까?’이러한 생각이 든 백이천은 소리 없이 한숨을 내쉬었다.두 사람은 그날 밤 바로 M국으로 향했다.이 시간에 레이즈그룹을 찾아가도 직원이 있을 리 없었다.“일단 하룻밤 묵을 곳부터 정하자.”백이천의 제안에 두 사람은 결

  • 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제621화

    오현준은 온몸이 굳어버렸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혔다.이안영이 가리킨 방향을 따라 시선을 옮기자 그곳에는 꽃잎이 흩뿌려진 커다란 침대가 놓여 있었다.이안영은 오현준이 이 스위트룸에 들어오는 순간 이미 자신의 의도를 알아차렸을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겉보기에는 무표정하고 냉정한 사람이라, 자신의 유혹에도 특별히 들뜬 기색은 없었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거부하거나 불쾌해하는 기색도 없었다.그렇게 이안영은 오현준의 넥타이를 잡아끌며 남자를 침대 옆으로 데려갔고, 그대로 부드러운 침대 위에 눕혔다.남자의 욕망은 요염한 여자의 자극에 금세 들끓기 시작했다.그러나 오현준의 옷이 거의 다 벗겨졌을 때, 이안영은 움직임을 갑자기 멈췄다.이미 욕망에 휩싸인 오현준으로서는 견디기 힘든 상황이었다.“아가씨...”“오 변호사님, 저를 원하세요?”이안영은 아무렇지 않게 금빛 웨이브 머리를 쓸어 넘겼다.“원, 원해요.”오현준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이 순간, 이성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고 인간은 결국 본능을 따르는 존재였다.이안영은 살짝 미소 지으며 몸을 숙여 달아오른 오현준 몸 위에 기대듯 올라탔다.그리고 오현준의 귓가에 바짝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그럼 먼저 알려주세요. 유언장에는 어떤 내용이 적혀 있나요?”A시, HF그룹.백이천이 서류를 지나윤에게 넘긴 지 30분도 채 되지 않아, H섬의 세그닉스바이오 컴퍼니가 공지를 발표했다.HF그룹의 유통 주식을 전부 주당 3만 2천 원에 공개 매수하겠다는 내용이었고, 청약 기간은 30일이었다.이 공지가 발표되자마자, A국 재계 전체가 지진이라도 난 듯 크게 흔들렸다.이미 HF그룹을 손에 넣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여겼던 조커는 용안파 본부에서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동시에 지나윤은 주주총회를 열어 세그닉스바이오 컴퍼니를 백기사로 도입하는 계획을 모든 주주에게 알렸다.스캔들이 터지기 전, HF그룹의 주가는 주당 2만 4천 원이었는데 지금은 8천 원까지 떨어진 상태였다.그런데 세그닉스바이오 컴퍼니가

  • 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제124화

    지나윤과 피터는 아주 각별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알고 지낸 세월은 제법 있었다.지나윤의 기억 속에서 피터는 늘 사람 좋고 온화한 인상이었고, 학자 같은 차분함이 느껴지는 사람이었다. 쉽게 감정을 드러내거나 언성을 높이는 법도 거의 없었다.하지만 곧 지나윤은 피터가 지금 연기하고 있음을 알아차렸다.자신의 남자친구처럼 보이기 위해, 일부러 감싸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걸.반면 유시진은 달랐다.유시진은 연기하지 않았고 채연서를 대할 때의 그 보호와 편애는 늘 그래 왔다.한창 즐겁던 홈파티 분위기는 어느새 팽팽하게 얼어붙어 있었다

  • 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제111화

    “아버지가 우리 둘더러 이혼하라고 하셨어.”주행 중에 스며드는 바람 소리 때문에 유시진의 차분한 목소리는 또렷하지 않았다.지나윤은 고개를 돌렸는데 방금 말을 제대로 들은 건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유시진은 그저 전방만 바라보고 있었고 흠잡을 데 없는 얼굴은 바람이 없는 호수처럼 고요했다.지나윤은 입을 열었다가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저 신선한 공기만 들이마셨다.유시진은 차를 운정힐즈로 몰았는데 지금 이 상태로는 선택지가 없었다.다시는 오고 싶지 않은 곳이었지만 이미 도착한 이상 씻는 것부터 해야 했다.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 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제108화

    지나윤은 골프 실력이 뛰어난 편은 아니었지만, 홀인원이 이 스포츠에서 가장 짜릿한 순간이라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었다.다만 그 영광의 주인공이 채연서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시진아.”채연서는 흥분한 얼굴로 유시진을 향해 골프채를 흔들었지만, 발걸음은 한 발짝도 옮기지 않았다.곧 유시진이 먼저 움직여 채연서 쪽으로 걸어갔다.초록빛이 짙은 언덕 위에서 채연서는 연핑크와 아이보리 톤이 섞인 칼라 폴로셔츠에 같은 색감의 골프 스커트를 입고 있었다.머리는 포니테일로 묶여 있었고, 전체적인 인상은 귀여우면서 운동을 꽤 하는 느

  • 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제107화

    지나윤도 퇴근하려 했지만, 유시진에게서 메시지가 왔는데 회사에서 기다리라는 내용이었다.이에 지나윤은 짧게 답했다.[공적인 일? 아니면 사적인 일?]곧바로 답장이 왔다.[사적인 일.]그래서 지나윤은 기다리지 않았다.오늘은 야근이 없었기에 원래는 사내 셔틀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갈 생각이었다.그런데 결정을 내리기도 전에 검은색 파사트 한 대가 지나윤 앞에 멈춰 섰다.운전석에는 장우영이 앉아 있었다.“나윤 씨, 타시죠.”“괜찮아요.” 지나윤은 정중히 거절했다. “지하철 타고 가면 돼요.”“모셔다 드리려는 게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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