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 connecter서른을 앞둔 평범한 회사원 키리시마 슌은 무료한 일상 속에서 주식 투자에 빠져든다. 작은 수익이 만들어낸 감각은 점점 그의 삶을 잠식해간다. 그러던 어느 날, 같은 회사 신입사원 아마네 미호와 마주친다. 단정한 외형과 달리 어딘가 위태로운 그녀. 두 사람의 관계는 돈과 욕망, 통제와 파괴가 얽히며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Voir plus어른이 된다고 해서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어린 시절에는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가. 서른 살이 되면, 집이 있고, 차가 있고,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고 있을 거라고. 그게 보통의 사람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스물아홉 살이다. 도쿄 외곽에서 태어나, 평범하게 자랐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평범하다. 집은 말할 것도 없고, 매일 아침 8시 전철에 몸을 실어 출근한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은 커녕, 연애조차 없다. 아니, 그보다도— 통장 잔고를 확인할 때마다 한숨부터 나오는 삶에 익숙해진 내가 있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여자친구가 있었다.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다가 슬슬 결혼 준비를 시작하는 게 어떻겠냐는 얘기를 꺼냈는데, 그녀의 대답은 계획 밖이었다. "넌... 뭔가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 같아."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나이프로 접시 위의 음식을 천천히 잘랐다.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나는 한참 동안 앉은 자리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 같다는 그녀의 말. 잠시 뜸을 들이다 완전히 인정하지도 부정하지도 못한 채로 내뱉었다. "그럴지도..." “그래서… 나도 더는 기다릴 수 없을 것 같아.” 그녀는 끝까지 내 눈을 보지 않았다. 접시 위의 음식은 아직 많이 남아 있었지만, 더 이상 배가 고프지 않았다. 그리고 2년이 지났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하지만 그 사이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어른의 시간이라는 건 원래 그렇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대학 시절까지는 달랐다. 가만히 있기만 해도 학년이 올라갔다. 주어진 공부를 하고, 과제를 하고, 그 나이대에 맞는 과정을 밟아가며 마치 성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인생이 게임이라면, 대학 시절까지는 튜토리얼이다. 그 이후부터가 본편이다. ...어쩌면 나는, 그 게임에 적성이 없는 걸지도 모른다. 현관문을 열면 아무도 없다. 이 집에는 나 혼자 살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지만. 사이타마의 주택가에 있는 다소 허름한 1K 원룸이다. 침대와 얇은 이불, 그 옆에는 작은 책상과 컴퓨터가 있다. 주방이 있지만 거의 쓰지 않는다. 주로 컵라면과 편의점 음식을 먹기 때문이다. 이 집에서 그나마 장점이라고 한다면 근처 역까지 멀지 않다는 점 정도. 이제야 생각이 났는데, 택배 상자를 버리기로 해놓고 그냥 출근해버렸다. 지금 버려도 되겠지만— 귀찮으니 내일 버릴까. 오늘은 쌓여 있는 빨래부터 해결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지금이 몇 시지. 휴대폰을 켰다. 이 시간에도 아직 해가 떠 있는 걸 보면 슬슬 여름이 가까워지고 있는 모양이다. 빨래를 대충 세탁기에 넣어두고, 전원을 눌렀다. 돌아가는 소리를 잠시 듣다가, 자연스럽게 책상 앞에 앉았다. 컴퓨터는 이미 켜져 있었다. 화면에는 오늘의 종가(終價)가 떠 있었다. 화면 속 숫자는 이미 움직임을 멈췄지만, 시선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장이 끝난 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나는 여전히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오늘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아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게 더 정확할지도 모른다. 마우스를 움직여 종목 하나를 눌렀다. 오늘 하루 종일 눈에 밟히던 종목이었다. 이유는 없었다. 그저 몇 번이나 차트를 열어봤다는 것만으로,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내일은 오를 것 같다. 근거는 없었다. 뉴스도, 실적도, 아무것도 확인하지 않았다. 그래도 이상하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커서를 매수 버튼 위에 올려놓는다. 손이 멈췄다. 이 정도 금액이면 큰 부담은 아니다. 잃어도 괜찮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이상하게도, 손가락 끝이 쉽게 내려가지 않았다. 심장이 조금 빨리 뛰고 있었다. 이건 단순한 클릭 한 번일 뿐인데. …아니, 어쩌면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 나는 잠시 숨을 고르고, 아무도 없는 방 안에서 괜히 주변을 한 번 둘러봤다. 그리고— 클릭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화면에는 ‘주문 완료’라는 문구가 떴다. 그것뿐이었다. 그런데도, 나는 한동안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었다. 앨범 CD를 컴퓨터에 넣었다. 곡 제목은 시이나 링고의 마루노우치 새디스틱(丸の内サディスティック). 음악이 흘러나오며 내 손은 책상을 가볍게 톡톡 치고 있었다. 늘 듣던 음악인데도, 오늘따라 이상하리만큼 가사가 마음에 와닿았다. 보수는 입사 후 거의 평행선이고, 도쿄는 사랑해도 아무것도 없고, 지금 수입으로는 미래에 원하는 만큼 풍족하게 생활할 수도 없다. 참으로 목표도 없고 희망도 없는 인생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지난주부터 문득 내 눈을 사로잡아버린 것이 있었으니... 화면 한쪽에 켜져 있던 증권 프로그램이었다. 장은 이미 끝났는데도, 차트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아무 의미도 없는 선들이 오르내리고 있을 뿐인데— 이상하게도 시선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것이 바로 주식이었다. 화려했던 버블이 끝나고, 세기말을 지나 21세기에 들어선 지금, 사람들은 여전히— 인생이 한 번쯤은 바뀔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도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같은 시간에 눈을 뜨고, 같은 전철을 타고, 같은 자리 근처에 서 있었다.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보면서도, 머릿속에는 어제 보던 차트가 떠올랐다. 그 종목— 오늘은 오를까. 아무 의미 없는 생각이었다. 어제도, 그 전날도,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니까. 그런데도 신경이 쓰였다. 점심시간. 식당 한쪽에 앉아 휴대폰을 꺼냈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확인해보고 싶었다. 화면에는 빨간 숫자가 떠 있었다. 잠시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오른 건가. 다시 한 번 숫자를 확인했다. 분명, 어제 내가 매수했던 가격보다 위에 있었다. 심장이 조금 빠르게 뛰었다. 금액은 크지 않았다. 점심 한두 끼 정도의 차이. 그런데도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물을 마시고 식당에서 나와 회사로 돌아가려는데, 뒤에서 동료의 목소리가 들렸다. “무슨 좋은 일 있냐?” 나는 잠시 말을 고르다가, “아니, 그냥.” 짧게 대답하고는 시선을 피했다.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아니, 설명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야.” 동료의 다시 입을 열었다. “이번에 우리 부서에 신입 들어온대. 진짜 예쁘다던데?” 나는 잠시 그 말을 듣고도,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머릿속에는 아직도 아까 봤던 숫자가 남아 있었다. “…그래?” 건성으로 대답하고는, 다시 휴대폰 화면을 내려다봤다. 이미 시세는 변해 있었지만, 그래도 한 번 더 확인해보고 싶었다. 퇴근길도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같은 전철, 같은 풍경. 집에 도착해 계단을 올라가는데, 복도에 낯선 짐들이 놓여 있었다. 이사인가. 잠깐 그렇게 생각하고는, 별다른 관심 없이 지나쳤다. 현관문 앞에서 열쇠를 꺼내려는데, 옆집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나와 비슷한 타이밍에 집에 들어오는 모양이었다. 힐끗 옆을 봤다. 처음 보는 여자였다. 서로 눈이 마주쳤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신발을 벗어던졌다. 불을 켜지도 않은 채, 곧장 책상 앞으로 향했다. 컴퓨터 전원 버튼을 누른다. 잠깐의 로딩. 그 짧은 시간이, 이상하게 길게 느껴졌다. 화면이 켜지자마자, 나는 곧바로 증권 프로그램을 실행했다. 화면 속 숫자는 이미 한 번 나를 스쳐 지나간 적이 있었다. 오늘 낮에 봤던 그 가격. 그때 샀더라면— 그런 생각이, 뒤늦게 떠올랐다. 차트를 다시 열었다. 조금 더 올라 있었다. 이유는 없었다. 왜 오른 건지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도 알 수 없었다. 그래도 이번에는 망설이지 않았다. 마우스를 움직인다. 매수 버튼 위에 커서를 올려놓고, 잠깐 숫자를 확인했다. 어제보다 조금 더 큰 금액. 이 정도면 괜찮겠지. 스스로에게 묻는 동시에, 이미 답은 정해져 있었다. 클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주문 완료’라는 문구가 뜬다. 그걸 확인하고 나서야, 나는 의자에 등을 기대었다. 심장은 어제보다 조금 더 빠르게 뛰고 있었다. 오랜만에 늦잠을 잤다. 알람 시계를 실수로 30분 늦게 맞춰놓고 자버린 것이다. 급하게 출근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서는데, 어제 처음 봤던 여자와 또 다시 눈이 마주쳤다. “안녕하세요.” 여자는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나는 잠깐 멈칫하다가, “…아, 네.” 어색하게 대답했다. 그걸로 끝이었다. 더 이어질 말은 없었다. 오늘은 다른 날보다 30분이나 늦었기 때문에, 전철 역까지 최대한 속도를 높혀 뛰어갔다. 좋아, 이 정도면 지각은 면할 수 있겠지. 라고 생각하고 고개를 드는 순간, 아까 그 여자의 뒷모습이 눈앞에 있었다. 같은 방향이었다. 그녀도 전철을 기다리고 있는 모양이었다. 일정한 속도로 앞서 걷고 있는 뒷모습을 보며, 나는 괜히 그녀를 주시하고 있었다. 따라갈 생각은 없었지만— 이상하게도, 시야에서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어깨를 조금 넘는 길이의 웨이브펌을 하고 있었다. 밝은 갈색으로 염색한 머리였지만, 흐트러짐 없이 정돈되어 있었다. 회색 정장에 검은색 하이힐. 특별할 것 없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회사원 차림이었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눈에 밟혔다. 걸음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았다. 딱 출근 시간에 맞춰 움직이는 사람의 속도였다. 그리고 전철이 들어왔다. 밀려 들어가듯 사람들 틈에 섞여 올라타고 나서야, 다시 그녀를 발견했다. 문 옆, 손잡이를 잡고 서 있는 모습이었다. 나는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별다른 생각 없이 그쪽을 바라봤다. 그때— 전철이 흔들리며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순간, 시선이 마주쳤다. ...생각보다, 굉장한 미인이다. 그걸 인식하는 데까지는 별로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나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시선을 돌렸지만, 이미 한 번 본 얼굴이 쉽게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회사에 도착했을 때쯤에는, 아까의 일은 이미 지나간 일처럼 느껴지고 있었다. 늘 그렇듯이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켰다. 별다른 일은 없었다. 메일을 확인하고, 오늘 처리해야 할 업무 목록을 훑어본다. 그러다 문득, 아까 전철에서 봤던 얼굴이 떠올랐다. 생각보다 굉장한 미인이었다. 그 정도로 정리하고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으려 했다. 커피를 한 잔 뽑아 들고 자리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사무실 한쪽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게 보였다. “오늘부터 같이 일하게 된 신입입니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별생각 없이 그쪽을 바라봤다. 그리고— 멈췄다. 아까 전철에서 마주쳤던, 그 여자였다. 같은 회색 정장. 같은 표정. 다만 이번에는, 더 가까운 거리였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녀가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 짧은 인사 한마디가, 이상하게 또렷하게 들렸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커피를 들고 선 채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이상한 기분이었다. “자기소개 한 번 해주실래요?” 누군가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녀에게로 쏠렸다. 그녀는 잠깐 고개를 들었다가, 이내 시선을 정리하듯 아래로 내렸다. “…” 짧은 침묵. 그리고— “아마네 미호입니다.” 담담한 목소리였다. 그 한마디로 충분하다는 듯, 그녀는 더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어딘가에서 들어본 적 있는 이름 같았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귀에 남았다. 나는 그 이름을 속으로 한 번 되뇌었다. 아마네 미호. 그 순간, 아까 전철에서 마주쳤던 얼굴과, 지금 눈앞에 있는 사람이 완전히 같은 사람으로 이어졌다.카페는 회사에서 몇 분 떨어진, 평범한 곳이었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라 그런지, 안은 비교적 한산했다. 창가 쪽 자리에 앉았다. 마주 보는 자리. 주문은 간단했다. 나는 아메리카노, 그녀는 아무 말 없이 같은 걸 골랐다. 커피가 나오기까지, 대화는 없었다. 시선을 둘 곳이 애매했다. 창밖을 보다가, 테이블을 보다가, 결국 다시 그녀를 보게 된다. 아마네 씨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앉아 있었다. “자주 오세요?”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니요.” 짧은 대답. 그걸로 끝이었다. 다시 조용해졌다. 커피가 나왔다. 컵을 내려놓는 소리가, 생각보다 크게 들렸다. 나는 아무 의미 없이 컵을 들어 올렸다. “…손해 보고 있죠.” 손이 멈췄다. 그녀는 커피에 손도 대지 않은 채, 나를 보고 있었다. “…뭐가요.” 괜히 물었다. “어제 산 거요.” 시선을 피했다. 굳이 대답할 필요는 없었다. 그런데— “조금.” 입이 먼저 움직였다. 그녀는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계속 들고 갈 거예요?” 질문이라기보다는, 확인에 가까웠다. 나는 잠깐 망설이다가 “…아마도요.” 그렇게 답했다. 그녀는 잠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럼 더 손해 보겠네요.” 담담하게 말했다. 나는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다. “그럼, 팔아야 하나요.” 반쯤 농담처럼 던진 말이었다. 그녀는 이번엔 바로 대답했다. “아니요.” 짧고 단정적인 부정. “지금 팔면, 제일 손해예요.”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이상하게도, 조금 안심이 됐다. 왜일까. 나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쓴맛이 입 안에 퍼졌다. “그럼 언제요.” 자연스럽게 물었다. 그녀는 컵을 손에 들었다가, 그대로 멈췄다. 그리고— “알려드릴게요.” 그 말은 너무 가볍게 나왔다. 나는 잠깐 말을 잇지 못했다. “대신—" 그녀가 처음으로, 아주 조금 웃었다. “대가를 받아야겠죠.” 컵을 내려놓는 소리가, 아까보다 더 크게 들렸다.
전철에 올라탄 지 얼마나 지났을까. 창문 밖 풍경이 몇 번이나 바뀌었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정신을 차려보면, 언제나 도쿄에 도착해 있었다.사람들 틈에 섞여 플랫폼으로 내려섰다.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발걸음들. 누구 하나 멈추지 않고, 누구 하나 뒤돌아보지 않는다. 그 흐름에 몸을 맡긴 채, 나도 아무 생각 없이 걸었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그렇게 생각했는데. 시야 한쪽에, 낯익은 머리색이 스쳤다. 밝은 갈색. 어깨를 넘는 길이의 웨이브 머리.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 아마네 씨였다.어제와 같은 정장. 같은 표정. 아무 일도 없는 듯한 얼굴로, 사람들 사이에 섞여 서 있었다. 그저 우연히 마주친 것뿐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시선을 돌리려 했는데— 이상하게도, 발걸음이 멈췄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다시 한 번 그녀를 봤다.…이상하다. 분명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서 있는데, 어딘가 미묘하게 어긋나 있는 느낌이었다. 시선이 잠깐 아래로 떨어졌다. 셔츠 단추가 하나, 살짝 어긋나 있었다. 아주 사소한 차이.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를 정도의 어긋남. 그런데— 그게 이상하게 눈에 밟혔다. 그 순간, 전철이 도착했다.밀려 들어가듯 사람들 사이에 끼여 올라탔다. 몸이 자연스럽게 안쪽으로 밀려 들어간다. 숨 쉴 공간도 없이, 서로의 체온이 느껴질 만큼 가까운 거리. 그리고— 바로 앞에, 그녀가 있었다. 손잡이를 잡고 선 채, 고개를 살짝 숙이고 있었다. 머리카락이 옆으로 흘러내리며 목선을 가리고 있었다. 너무 가까웠다. 손을 조금만 뻗으면 닿을 것 같은 거리.나는 괜히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볼 필요도 없는 광고판을 바라보며, 아무렇지 않은 척 숨을 골랐다. 그런데도—의식이, 자꾸 그쪽으로 쏠렸다. 전철이 흔들렸다. 사람들의 몸이 한쪽으로 기울었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그 순간, 그녀의 어깨가 아주 잠깐— 내 팔에 닿았다.…의도한 건 아니었다. 그저, 스친 것뿐이다. 그런데도—이상하게,
회사에 출근해서도 주식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가지 않았다. 해야 할 일들을 잠시 미뤄둔 채, 나는 아무 의미도 없이 화면만 바라보고 있었다. 눈은 분명 업무용 메일을 읽고 있었지만, 머릿속에는 어제 봤던 차트가 계속 떠올랐다.테이블 위에 커피 한 잔을 올려놓고, 간단한 업무부터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손이 먼저 움직였다. 키보드를 두드리고, 파일을 열고, 숫자를 정리한다. 익숙한 작업이었다. 몸은 자동으로 움직이고 있었지만, 집중하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몇 번이나 같은 문장을 다시 읽고 나서야, 내가 방금 무슨 내용을 처리했는지조차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그러던 중, 문득 시야 한쪽에 누군가가 스쳐 지나갔다. 고개를 들었다. 별 생각 없이 따라간 시선 끝에는, 어제의 그 신입 사원 아마네 씨가 있었다.외형은 분명 단정했지만, 어딘가 설명하기 어려운 위화감이 있었다. 옅은 화장 속에 가려져 있어 멀리서 보면 별로 눈에 띄지는 않았다. 가까이에서 보면, 피부는 지나치게 창백했고 눈 밑에는 희미하게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사람 특유의 건조한 느낌이었지만, 이상하게도 눈빛만은 또렷했다. 피로와 각성이 동시에 남아 있는 듯한, 모순된 표정이었다.머리는 어제처럼 흐트러짐 없이 정리되어 있었고, 회색 정장은 몸에 맞게 단정하게 떨어졌다. 구김 하나 없는 셔츠와 가지런히 정돈된 소매 끝까지, 어디 하나 흐트러진 곳은 없었다. 그런데도— 어딘가,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부자연스러웠다. 마치 일부러 그렇게 만들어 놓은 것처럼.“아마네 씨.” 옆자리 직원이 가볍게 그녀를 불렀다.대답은 바로 돌아오지 않았다. 잠깐의 정적. 길다고 하기에는 애매했지만, 그렇다고 자연스럽다고 보기도 어려운 시간이었다.“…네.”한 박자 늦게,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시선이 정확히 상대를 향하기까지 또 한 번의 미묘한 지연이 있었다. 마치 방금 전까지 전혀 다른 곳을 보고 있다가, 뒤늦게 현실로 돌아온 사람처럼.“이거 자료, 오전 회의 전에
어른이 된다고 해서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어린 시절에는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가. 서른 살이 되면, 집이 있고, 차가 있고,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고 있을 거라고. 그게 보통의 사람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스물아홉 살이다. 도쿄 외곽에서 태어나, 평범하게 자랐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평범하다. 집은 말할 것도 없고, 매일 아침 8시 전철에 몸을 실어 출근한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은 커녕, 연애조차 없다. 아니, 그보다도— 통장 잔고를 확인할 때마다 한숨부터 나오는 삶에 익숙해진 내가 있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여자친구가 있었다.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다가 슬슬 결혼 준비를 시작하는 게 어떻겠냐는 얘기를 꺼냈는데, 그녀의 대답은 계획 밖이었다. "넌... 뭔가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 같아."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나이프로 접시 위의 음식을 천천히 잘랐다.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나는 한참 동안 앉은 자리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 같다는 그녀의 말. 잠시 뜸을 들이다 완전히 인정하지도 부정하지도 못한 채로 내뱉었다. "그럴지도..." “그래서… 나도 더는 기다릴 수 없을 것 같아.” 그녀는 끝까지 내 눈을 보지 않았다. 접시 위의 음식은 아직 많이 남아 있었지만, 더 이상 배가 고프지 않았다. 그리고 2년이 지났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하지만 그 사이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어른의 시간이라는 건 원래 그렇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대학 시절까지는 달랐다. 가만히 있기만 해도 학년이 올라갔다. 주어진 공부를 하고, 과제를 하고, 그 나이대에 맞는 과정을 밟아가며 마치 성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인생이 게임이라면, 대학 시절까지는 튜토리얼이다. 그 이후부터가 본편이다. ...어쩌면 나는, 그 게임에 적성이 없는 걸지도 모른다. 현관문을 열면 아무도 없다. 이 집에는 나 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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