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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Penulis: 도도보
“누구지? 처음 보는 얼굴인데, 요즘 뜬 연예인인가?”

“아냐, 지금 잘나간다는 신인들보다 훨씬 예쁜데?”

다들 피터 옆에 선 여인에게 시선이 쏠렸다.

피터 곁에 선 여자는 존재감이 굉장히 강했다.

블랙 벨벳 소재의 스트랩리스 드레스는 지나윤의 몸선을 고급스럽게 감싸고 있었다.

그리고 올려 묶은 웨이브 헤어에는 FY주얼리 피아노 시리즈의 최고가 액세서리가 달려 있었다.

흑백 다이아의 강렬한 반짝임이 모든 조명 아래서 한 번도 흔들리지 않는 존재감으로 빛났다.

그때, 얼마 전까지 단 한 번도 여자를 제대로 보지 않던 유시진의 시선이 멈췄다.

“지나윤?”

그러자 옆에 서 있던 채연서, 송려화, 오희나는 동시에 숨을 들이켰다.

피터 옆에서 고개를 돌려 막 미소 지은 지나윤의 얼굴이 드러난 순간, 세 사람의 표정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유시진은 숨조차 고르게 쉬지 못하면서 입술을 꽉 깨물었고, 그 눈빛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낯설만큼 선명하면서 어딘가 뒤늦게 뭔가를 깨달은 것 같은 눈빛이었다.

이때 채연서가 작게 속삭였다.

“정말 생각도 못 했네. 벌써 새 남자를 찾았나 봐.”

부드러운 톤이었지만 말끝엔 시린 기류가 섞여 있었다.

그 말에 유시진의 눈빛이 일순 어두워졌다.

지나윤은 피터에게서 빌린 선물을 착용하고 있었다.

또한 유시진과 채연서가 꽁냥대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지만, 이 자리를 피하지 않기로 스스로 선택한 이상 고개를 숙이고 도망칠 이유도 없었다.

홀 전체에서 퍼지는 시선들 속에서 오직 유시진만이 지나윤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움직이지 못했다.

그러다 이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채연서 곁으로 걸어갔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한 얼굴이었지만, 그 얼굴 아래 감춰진 미세한 긴장과 억눌림은 지나윤만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미소는 결혼 내내 단 한 번도 자신에게 보여준 적이 없던 얼굴이었다.

그 사실에 마음이 더 아팠다.

그녀의 마음속에 피어난 잠깐의 승부욕은 곧 허무함과 싸늘한 상실감으로 바뀌었다.

잠시 뒤, 지나윤은 그저 생각을 좀 정리하고 싶어서 천천히 연회장 한쪽으로 몸을 돌려 화장실로 걸어갔다.

고개를 숙여 발 뒤꿈치를 확인하는 순간, 날카롭게 파고드는 통증이 다시 올라왔다.

익숙하지 않은 하이힐이 뒤꿈치를 심하게 찍은 모양이었다.

발이 흔들리며 중심이 무너질 뻔한 그때, 누군가가 재빨리 여자의 팔을 붙잡았다.

“감사...”

고개를 들자마자 눈앞에 선 사람과 눈이 마주쳤는데 다름 아닌 유시진이었다.

활활 타오르는 듯 깊은 유시진의 눈빛이 그대로 지나윤을 향해 있었고, 가까운 거리에서 마주한 미소 선 입술은 묘하게 불편할 만큼 부드러웠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마주한 건 오랜만이었다.

지나윤은 황급히 팔을 빼려 했지만, 유시진이 잡은 손목의 힘은 생각보다 강했다.

“굳이 나한테 질투심 심어주려고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잖아.”

담담한 목소리, 그리고 얼굴에 비웃음이 실렸다.

“이런 서투른 밀당은 별로야.”

말을 끝내자마자, 유시진은 손을 놓고 마치 준비된 듯 바지 주머니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 건넸다.

그 안에는 투명한 밴드가 들어 있었다.

이름도 부르지 않고 다른 설명도 없이, 그저 건네고 돌아서서 화장실로 사라졌다.

지나윤은 잠시 놀란 채 서 있었지만 결국 유시진이 준 밴드를 붙였다.

뒤꿈치는 조금 편해졌지만 마음은 더 불편해졌다.

홀로 돌아온 뒤, 자기도 모르게 손에 든 접시만 바라 보며 멍하니 서 있었다.

그때 송려화와 오희나가 다가왔다.

“음식이 너무 많아서 뭘 먹어야 할지 모르겠죠? 처음이면 원래 그래요.”

“그렇죠. 이건 고급 캐비어에요. 러시아 블리니랑 같이 먹는 거죠.”

송려화가 잘난 듯 말하자, 오희나가 입꼬리를 올렸다.

“근데 지나윤 씨는 캐비어가 뭔지도 모를 걸? 시장 다니는 게 유일한 외출이라며.”

지나윤이 대꾸도 하기 전에 채연서가 다가와 길을 막았다.

“둘 다 그러지 마. 나윤 씨도 요즘 세상 사람인데 캐비어 정도는 들어봤겠지.”

채연서는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캐비어를 블리니 위에 올렸다.

그 모든 행동들은 친절해 보였지만 눈빛은 그 반대였다.

“그래도 먹어보는 건 처음이겠네요? 그럴 만하죠. 시진이가 워낙 바빠서 밖에 데리고 나갈 일도 없을 테니까요.”

“쪽팔리니까 그런 거겠지. 예전엔 대표님이랑 너랑 여기저기 많이 다녔잖아. 근데 지금은 뭐 고작 고졸 가정주부가 아내니까.”

“그러니까. 한 명은 해외 유학파 박사고, 다른 한 명은 일개 가정주부잖아. 그런데 이런 자리에 와서 이렇게 쪽팔리게 있을 수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지.”

세 명이 지나윤을 둘러싸고 공격하는 모습에 어이가 없는지 피식 웃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채연서 씨, 가방끈이 그렇게 긴 분이 본인이 뜬 캐비어가 흰철갑상어 캐비어고 그냥 먹거나 샴페인이랑 곁들여야 한다는 걸 모르시나 봐요?”

지나윤의 말에 순간 채연서의 미소가 굳어버렸다.

“이런 오세트라 캐비어가 블리니랑 잘 맞죠.”

그렇게 말하고는 지나윤은 옆 접시에서 블리니를 한 장 들어 연어, 사워크림, 오세트라 캐비어를 순서대로 올리고는 채연서에게 건네줬다.

“이게 제대로 된 블리니예요.”

지나윤의 손에 들린 가벼운 블리니와 자신의 손에 있는 두툼한 블리니를 보자, 채연서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

그러자 오희나가 급히 나서며 채연서의 편을 들었다.

“뭐가 그리 대단해서 그렇게 으스대요? 본인이 한 게 무조건 맞다는 보장도 없잖아요.”

“그래요. 그리고 본인이 말이 맞다 한들 어쩔 건데요? 그래 봤자 다른 사람보다 밥을 더 많이 해서 환심을 산 것뿐이잖아요. 뭐 그리 대단한 거라고.”

송려화가 채연서 대신에 말을 하자, 지나윤은 블리니를 접시에 내려놓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저도 잘난 건 없어요. 그래도 최소한 여러분보단 나아요.”

말을 끝내고 뒤돌아 나왔다.

그 순간, 유시진이 다시 채연서 옆으로 돌아왔다.

“얼굴이 왜 그래. 어디 불편해?”

채연서는 얼른 미소를 지으려 했지만 시진의 시선은 이미 캐비어와 블리니 쪽으로 향한 상태였다.

“캐비어 먹고 싶어?”

유시진은 직접 블리니 하나를 만들어주려고 했다.

그리고 유시진이 만든 블리니는 방금 전 지나윤이 만든 것과 똑같은 방식이었다.

잠시 후, 옆에서 한 남성이 중얼거렸다.

“종류가 이렇게 많은데 뭐가 뭔지 구분도 안 되네.”

채연서는 바로 방금 들은 설명을 그대로 따라 하며 말하기 시작했다.

“블리니엔 오세트라 캐비어가 더 맞아요. 향이 과하지 않아서요.”

이에 남성은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젊은데 뭘 많이 아시네요. 대단하세요.”

“다 이 사람 덕분이죠.”

채연서는 유시진 팔짱을 끼며 사랑스러운 척 웃자 사람들은 둘을 향해 말했다.

“정말 잘 어울리네요.”

“완벽한 한 쌍이네요.”

유시진은 무표정이지만 입술 끝이 아주 살짝 올라가며 말했다.

“반대로 말해도 괜찮죠.”

“반대로요? 반대로면 여자가 재능이 많고 남자가 외모가 출중하다는 거네요. 대표님은 참 칭찬도 잘하시네요.”

송려화와 오희나가 옆에서 분위기를 띄우자, 채연서는 약간 부끄러운 듯 배시시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 모습은 마치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로 보였다.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지나윤은 채연서가 자신에게서 들었던 얘기를 마치 자기의 생각인 것처럼 말하는 것을 들었지만 굳이 따지지는 않았다.

어차피 설명을 해봤자 유시진의 눈에 차지 않을 것이고, 자신에게 돌아올 것도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래도 마음은 어딘가 뒤틀려 있었다.

‘왜 약속을 지킨 건 나뿐이었을까?’

‘왜 3년 동안 지켜온 결혼보다 외국에서 돌아온 첫사랑이 더 중요할까?’

지나윤이 손에 들고 있던 잔을 들고 원샷을 하자, 기도에서부터 뜨거워지는 술에 잠시 정신이 맑아졌다.

그녀는 빈 잔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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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제385화

    “지나윤 씨, 지금 사용하신 기술이 BYC의 독점 특허 기술이 맞나요?”주신해는 지나윤을 똑바로 바라보며 진지하게 묻자 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아요.”지나윤이 이렇게 인정하자, 채연서는 기쁨을 참지 못하고 거의 뛰어오를 뻔했다.“관장님, 보셨죠? 제가 말한 게 맞잖아요. 지나윤은 이미 특허를 침해한 거예요. 그러니까 이번 시합은 지나윤이 진 걸로 처리해야 하죠.”채연서는 주신해에게 말한 뒤, 다시 지나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지나윤 씨, 제 스승님의 특허기술을 썼으면 그분께 사용료를 내셔야 하죠.”채연서가 이빨을 드러내듯 몰아붙이는 모습을 바라보는 지나윤의 표정은 조금 복잡했다.특히 채연서가 ‘그분’이라는 표현을 쓸 때, 얼굴이 잠시 굳었다.객석은 금세 조용해지지 않았다.사람들은 서로 고개를 맞대고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며, 이 일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보였다.유시진 또한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앉아 있었다.오른손을 무릎 위에 얹은 채, 검지와 엄지를 천천히 문지르고 있었다.겉으로 보기에는 지나윤이 완전히 몰린 것처럼 보였다.유시진은 힐끗 시선을 돌려 백이천을 바라봤으나 남자는 늘 그렇듯, 부드럽고 온화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BYC의 제자로서 제가 대신 특허 사용료를 받을 권리가 있죠.”채연서는 당당하게 손을 내밀며 말하자 지나윤은 여자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물었다.“계속 BYC의 제자라고 하시는데, 그걸 증명해 줄 사람이 있나요?”채연서는 잠시 멈칫하더니 휴대폰를 꺼냈다.“당연히 있죠.”잠시 후, 한 사람이 도착했다.박시현이 낯선 남자와 함께 나타난 모습을 보는 순간, 지나윤은 어리둥절해졌다.“이분은 누구예요?”지나윤이 조심스럽게 묻자 박시현은 턱을 치켜들고 말했다.“BYC의 개인 변호사예요. 채연서가 정말 BYC의 제자라는 사실과, 그리고...”박시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옆에 있던 남자가 서류가방에서 한 장의 문서를 꺼냈다.“지나윤 씨, 귀하는 제 의뢰인의 독점 특허권을 침해한 혐의가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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