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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Penulis: 도도보
지나윤은 이날 저녁, 뜻밖의 풍경을 마주하게 되었다.

채연서는 원래 유시진이 도착하면 당당히 VIP 통로로 들어갈 생각이었다.

유시진에게 초대장이 없더라도, 그 사람의 지위와 얼굴이면 어디든 통행증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파티 시작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유시진은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결국 채연서는 오희나와 송려화를 데리고 직원 통로로 발걸음을 옮겼다.

직원 구역에서 회장 안으로 들어선 뒤 채연서는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지나윤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아까 그 지나윤 분명 배달하러 온 거야. 초대장은 절대 본인 게 아닐 거야.”

오희나가 코웃음을 쳤다.

“그러니까. 대학교 졸업도 못 했는데 FY주얼리 파티에 초대? 말도 안 돼.”

송려화도 맞장구쳤다.

두 사람의 비웃음에 채연서는 조금 안심한 숨을 내쉬었다.

FY주얼리는 전 세계에서도 손에 꼽히는 하이엔드 브랜드였다.

이번 연회 역시 네 해 연속 매출 1위를 차지한 피아노 시리즈의 성과를 기념하는 자리였다.

업계 최고의 특허 기술에 예술적인 디자인, 대중의 반응까지 모두 완벽했던 그 시리즈는 지금도 하이엔드 주얼리의 상징처럼 취급됐다.

“오늘 그 피아노 시리즈의 디자이너도 여기 온다는 말이 있어.”

그 말에 채연서가 눈을 반짝였고 그 표정엔 설렘과 동경이 가득했다.

“그 사람 되게 신비롭다며?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아무도 모른대.”

오희나가 덧붙였다.

“연서야, 너도 이제 FY 직원이잖아. 너도 모르는 거야?”

송려화가 묻자 채연서는 아쉽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서명은 BYC로만 남겨져 있고, 다른 건 나도 모르지. 우리 팀장도 모른다더라.”

2층 VIP 라운지에서는 피터가 지나윤을 맞이했다.

FY주얼리의 공동 창립자이자 현 대표인 남자였다.

“3년 만이네요. 더 예뻐졌어요.”

그러고는 커피 한 잔을 조용히 내밀었다.

사실 지나윤은 그게 단순한 예의라는 걸 잘 알았다.

유시진과 살던 지난 3년 동안 지나윤은 부엌과 집안일에 파묻혀 살았다.

자신을 돌보는 시간도 꾸미는 여유도 없었다.

그런 일상에서 더 빛나기는 어려웠고, 오히려 시간이 모든 걸 갉아먹었다.

무엇보다 남편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아내는 더욱 빛이 바랠 뿐이었다.

게다가 자신은 그보다 더한 삶을 살아왔으니까.

3년을 헌신했지만 돌아온 건 남편의 배신, 그리고 고작 두 달 만에 세상을 떠난 아이였다.

그 아이를 떠올리자 커피잔을 쥔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우리 BYC 님. FY주얼리로 돌아올 생각은 없어요?”

피터의 부드러운 말투가 지나윤의 생각을 끊었다.

이에 지나윤은 잠시 피터를 바라보았다.

피터의 눈에는 4년 전과 똑같은 기대가 담겨 있었다.

다만 이번에는 ‘와서 일해 볼래요?’가 아니라 ‘다시 돌아올래요?’라는 말이 붙었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은 FY주얼리에서 정식으로 일한 적이 없었다.

그녀가 대학교 1학년이던 시절, 피터는 A대학교에서 신인 디자이너를 찾고 있었다.

그때 지나윤은 캠퍼스 한구석에서 피아노를 모티프로 한 스케치를 그리고 있었고, 그 디자인은 피터의 눈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주얼리가 유명해지면서 BYC라는 가명도 함께 유명해졌지만, 정작 그 기획과 기술을 만든 사람은 언제나 뒤에 숨어 있었다.

피터는 그 시절과 다름없이 말했다.

“나윤 씨, 나한테 한 번만 기회를 줘요.”

그 말투가 지나윤을 웃게 했다.

“과한 말씀이네요. 그때 피아노 시리즈는 그냥 떠오른 아이디어였을 뿐이에요. 그리고 나는 주얼리 디자인 좋아하지도 않잖아요.”

“그래도 나윤 씨는 천재예요. FY주얼리 디자이너들 백 명이 평생 가져도 못 가질 감각을 그냥 가지고 태어났으니까요.”

그녀는 말없이 미소만 지었다.

“계약서는 미리 다 준비해 놨어요. 오고 싶으면 언제든지 와요. 연봉은 나윤 씨가 적으면 돼요.”

“다른 기타 부가 사항들도 예전과 같고요. FY주얼리의 문은 항상 열려 있으니까요.”

피터가 말끝을 흐리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2층 라운지에서는 1층 홀 전체가 내려다보였다.

그 순간, 유시진이 모습을 드러냈다. 남자가 등장하자마자 주변 공기가 흔들리듯 술렁였다.

사업가가 한둘이 아니었지만 유시진처럼 눈길을 사로잡는 남자는 드물었다.

하얀 수트에 검은 셔츠, 넥타이는 일부러 매지 않아 절제된 분위기에 은근한 여유가 더해졌다.

또렷한 이목구비는 차갑게 보이면서도 아름다웠고, 태생적으로 부드러운 입매는 사람의 시선을 빼앗았다.

유시진이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여자들의 감탄이 잇따랐다.

채연서는 그 장면을 기다렸다는 듯 한자리에서 우아하게 서 있었다.

마치 왕자를 기다리는 공주처럼 고개를 들고 당연한 듯 주목을 받았다.

수많은 질투 어린 눈길이 채연서에게 몰렸는데, 마치 여자가 주인공인 듯싶었다.

지나윤은 유시진이 여기 올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다.

그래서 그저 유시진이 채연서에게 곧장 다가가는 모습을 묵묵히 바라봤다.

지나윤의 기억에 결혼 3년 동안, 유시진은 먼저 어떤 여성에게 다가선 적이 없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 남자를 믿었었다.

그런데 이제 보니, 특별했던 건 자신이 아니라 채연서였다.

두 사람은 그 자리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잘 어울렸다.

능력 좋은 남자와 화려한 여자, 누구라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할 조합이었다.

지나윤은 자신이 있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고, 왠지 깍두기 아닌 깍두기가 된 기분이었다.

연락도 하지 않은 채 헤어진 마지막 대화, 찢겨 버린 이혼 서류, 그리고 여전히 ‘아내’라는 이름이 남은 현실.

그 모든 것들이 연회장 아래에서 벌어지는 열기와는 아무 상관도 없었다.

피터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설마 오자마자 나가려는 건 아니죠?”

지나윤의 표정은 차분했지만 시선은 조용히 흔들렸다.

“피터.”

지나윤은 천천히 피터를 바라봤다.

“지금 내가 선물 하나 해달라고 하면 줄 수 있어요?”

그리고 그 시각, 1층 회장에서는 또 다른 소란이 일어났다.

유시진은 손에 커다란 핑크 장미 꽃다발을 들고 있었는데, 정교한 패키지에 고급 리본까지 묶인 장미였다.

그 꽃을 받아 든 채연서는 얼굴에 달콤한 미소를 띠었다.

그리고 그 옆에서 송려화와 오희나는 거의 탄성을 지르듯 수군거렸다.

“세상에 유시진 같은 남자를 남자친구로 둔 채연서는 전생에 은하계를 구했나 봐.”

“그러니까. 잘생겼지, 돈 많지, 능력 있지. 오늘도 채연서 보려고 중요한 미팅까지 미뤘잖아?”

오희나는 채연서의 드레스를 보며 숨을 삼켰다.

“저 드레스 있지? 엘리 사브 이번 시즌 신상이래. 10만 달러나 하는데 그걸 유시진이 선물했다던데?”

채연서는 주변의 칭찬을 받으며 자기 팔에 자연스럽게 얹힌 유시진의 손을 살짝 잡았다.

그리고 그 표정엔 자부심과 여유가 가득했다.

그때 채연서가 시진에게 몸을 조금 기울였다.

“시진아, 아까 나윤 씨를 본 것 같아.”

그 말에 유시진은 미세하게 눈썹을 올렸다.

채연서가 말한 ‘나윤 씨’가 누구인지 당연히 알고 있었다.

“옷차림이 좀 그랬어. 아마 여기 배달하러 온 게 아닐까 싶어.”

채연서가 조용히 덧붙였고 유시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채연서는 살짝 눈을 내리깔며 목소리를 낮췄다.

“그래도 이름만큼은 네 아내였던 사람인데 이렇게 되는 건 좀 안쓰럽네.”

“그건 스스로 자처한 결과야.”

유시진의 목소리는 차갑게 잘렸다.

학력도, 경력도, 자격도 없는 여자가, 오랫동안 전업주부로만 지냈던 여자가 좋은 직장을 가질 수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랬기에 배달 일을 하게 됐다는 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또 한 번 파티장 안쪽이 들썩였다.

“저기 좀 봐. 피터 대표님 옆에 있는 저 미녀, 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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