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 제188장에드릭의 시점눈을 뜨자 곁에 바짝 붙어 잠든 알리나의 온기가 느껴졌다.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평온하게 누워 있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자 어젯밤 잠들 때까지 가슴을 짓누르던 답답함이 조금씩 풀렸다. 이제 가슴속에는 가벼운 설렘만이 남아 있었다.나는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 위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 주려 했다.그녀가 움찔했다. 아주 조금.이내 눈을 뜬 그녀의 눈동자에 찰나의 공포가 스치는 것을 분명히 보았다."나야."나는 낮게 속삭였다."미안해."그녀의 눈빛이 부드러워졌다. 내 팔을 끌어당기더니 가슴에 몸을 기대 왔다.그러고는 이내 작은 흐느낌이 새어 나왔다.나는 잠시 얼어붙은 채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이해하려 애썼다.그녀의 입술 사이로 흘러나오는 흐느낌 하나하나가 내 가슴에 금을 냈다.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으리라는 걸 알았다. 그래서 그녀를 더 가까이 끌어당겨 내 턱 아래에 얼굴을 묻도록 했다. 그리고 고통스러운 리듬처럼 이어지는 그녀의 울음소리를 가만히 들었다.몇 분이 흘렀고, 어느새 나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리고 있었다."미안해요."그녀가 훌쩍이며 말했다."아니야. 그러지 마. 그럴 필요가 있었잖아."나는 그녀의 머리를 들어 올리고 손바닥으로 눈물을 닦아 주었다.충혈되고 지친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더 많은 걸 해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가슴속에 박힌 고통을 대신 없애 줄 수 있다면. 그녀가 행복하고 자유로워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그냥……."그녀의 목소리가 갈라졌다."그 애가……."나는 떨리는 그녀의 두 손을 꼭 잡았다."클로버요. 사람들이 클로버를 다치게 했어요."그녀는 공포에 질린 눈으로 겨우 말을 이었다. 마치 그 말을 입 밖에 내는 순간 현실이 되어 버리기라도 할 것처럼."아니야. 악몽이었어. 클로버는 괜찮아. 약속할게."나는 그렇게 말하며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아이들을 돌봐 주는 선생님에게 전화를 걸었다."좋은
### 제187장아리아의 시점나는 달리고 또 달렸다.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는데도 멈추지 않았다.제이슨의 아파트에서 충분히 멀어졌다고 확신한 뒤에야 속도를 늦췄다.발이 너무 아파서 감각조차 느껴지지 않았다.어디로 가야 할지, 다음에는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지 여전히 막막했다. 내가 아는 건 단 하나였다. 절대로 그들에게 잡히지 않겠다는 것.휴대전화를 들여다보았다. 이제 쓸모없는 물건이었다. 하지만 버렸다가 누군가 주워 경찰에 가져가기라도 하면 문제가 될 수 있었다. 위치를 추적해 나를 찾아낼 테니까.내가 너무 예민하게 구는 걸까?그럴지도 몰랐다.하지만 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었다.문득 엄마가 떠올랐다. 내게 남은 유일한 가족이었다. 엄마에게도 나는 유일한 가족이었다. 하지만 내가 알리나를 죽였다는 소식을 엄마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믿을 수 없었다. 게다가 경찰이 이미 집 주변을 포위했을지도 몰랐다. 분명 내가 그곳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물이 필요했다. 목이 너무 말라서 말을 하려고 해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것 같았다.딱 5분만 쉬고 싶었다. 잠깐이라도 쉬면 다음에 뭘 해야 할지 생각이 날지도 몰랐다.나는 좌우를 살핀 뒤 인도에 주저앉았다. 엉덩이가 바닥에 닿는 순간 등에서 뚝 하는 소리가 났다.하지만 그게 가장 심각한 문제는 아니었다.발이었다. 아무리 움직여도 통증이 가라앉지 않았다. 발이 젖어 있었다. 처음에는 계속 뛰어다닌 탓에 땀이 난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양이 너무 많았다. 어쩌면 물일지도 몰랐다. 신발이 낡았으니 달리다가 물웅덩이를 밟았을 수도 있었다.확인하려고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제야 신발 밑창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몇 시간째 맨발로 달리고 있었던 것이다.젖은 액체를 손가락으로 찍어 가로등 불빛에 비춰 보았다.붉은색.피였다.발에서 피가 나고 있었다.여기저기 멍도 들어 있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통증이 더 심해져 나도 모르게 얼굴을 찡그렸다.이쯤 되자 정말 모든 걸 포기하고 싶었다.
### 제186장아리아의 시점계획이 틀어졌다. 택시 기사가 죽어 버렸으니까.나는 차를 세운 뒤 운전석으로 옮겨 앉았다.이미 피로 얼룩진 옷에 피를 더 묻히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최대한 조심스럽게 그의 몸을 조수석으로 밀어 옮겼다.차 안에는 낡고 더러운 걸레가 하나 놓여 있었다. 나는 그것을 집어 운전석과 핸들에 묻은 피를 최대한 깨끗하게 닦아 냈다.남자를 한 번 더 바라보았다. 벌어진 목에서 흘러나온 피가 서서히 말라 가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살면서 이렇게 많은 피를 본 적은 없었다.억지로 시선을 돌리고 시동을 걸었다.앞으로 곧장 가지도, 후진하지도 않았다.왼쪽으로 방향을 틀었다.지도 앱에 따르면 그쪽으로 계속 가면 탁 트인 커다란 호수가 나온다고 했다.그리고 앱의 안내는 틀리지 않았다. 15분쯤 지나자 실제로 넓은 호수가 눈앞에 나타났다.나는 가속 페달을 세게 밟았다. 호수에 가까워질수록 페달을 더욱 깊이 밟았다. 차가 멈출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에 도달했다고 확신한 순간이었다.물까지 몇 피트 남지 않았을 때 차 문을 열고 뛰어내렸다. 그 충격으로 바닥을 구르며 등을 부딪쳤다. 몸을 일으켜 차가 호수 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차가 물속으로 가라앉았다.차가 완전히 사라지자마자 메스꺼움이 밀려왔다. 나는 비틀거리며 가장 가까운 나무로 가 거친 나무껍질에 몸을 기댄 채 속에 든 것을 전부 게워 냈다.입가를 닦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감정을 추스를 시간은 없었다. 하지만 벌어진 남자의 목과 끊임없이 흘러나오던 피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그래도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더는 망설이지 않고 도시로 이어지는 방향을 향해 숲속을 가로질러 걷기 시작했다.아직 한참을 걸어야 했다. 저 멀리 보이는 높은 건물들에 도착했을 때도, 이제 겨우 여정이 시작됐다는 걸 알 수 있었다.헤일로 스트리트로 가야 했다.이 모든 상황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아야 했다.다른 택시를 잡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마
### 제185장알리나의 시점나는 베일 저택의 넓은 거실에 앉아 에드릭을 기다리고 있었다.발끝으로 대리석 바닥을 톡톡 두드리고, 손가락으로 허벅지를 두드리며 초조함을 달랬다.에드릭과 한나는 안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안나가 사건에 대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듣기 위해 그 자리에 함께 있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면 거짓말일 것이다.하지만 안나는 가족하고만 이야기하고 싶어 했다. 나는 그녀를 탓할 수 없었다. 그럴 권리는 충분히 있었으니까.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소파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이 일이 끝나면 어떻게 되는 걸까?아리아는 붙잡힐까? 그리고 그다음에는?안나는 법정에서 증인으로 남게 되는 걸까?에드릭과 나는 어떻게 되는 거지?우리는 마침내 함께할 수 있을까, 아니면 내가 너무 큰 꿈을 꾸고 있는 걸까?“당신은 누구요?”날카로운 목소리가 나를 상념에서 끌어냈다.눈을 뜨자 내 앞에 서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에드릭의 아버지, 베일 씨였다. 얼굴에는 몹시 못마땅한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나는 몸을 일으켰지만 그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딱히 할 말이 없었다. 그는 이미 나를 리아나 베넷으로 알고 있었고, 그걸로 충분했다.“내 가족을 망치러 온 거겠지.”그가 덧붙였다.“아니에요.”내 목소리는 생각했던 것보다 낮게 흘러나왔다.“당신이 에드릭과 아리아 사이에 끼어들었어. 두 사람이 그토록 애써 쌓아 온 결혼 생활을 망쳤지. 그런데도 아니라고?”그는 내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그의 시선에 온몸이 긴장되는 것을 느꼈다.나는 에드릭이 이야기를 마치고 언제라도 계단을 내려오기를 바라며 계단 쪽을 바라보았다.“당신이 나타나기 전까지 우리 가족은 아무 문제 없었어. 그런데 이제 온갖 의혹이 쏟아지고 있지. 이 모든 일의 배후에 당신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가 뭘까? 당신이 에드릭과 아리아 사이를 갈라놓았어. 안나와 아리아 사이까지도.”베일 씨의 말이 맞았다. 내가 에드릭에게 안나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면, 그는 안나가 마약을
184장아리아의 시점내가 제일 아끼던 SUV가 나무에 들이박혔다. 그 장면은 끔찍했어야 했지만, 나는 더 중요한 것들을 생각해야 했다. 더 걱정해야 할 것들. 여기서 빠져나가는 것. 감옥에 가지 않는 것.시간이 전혀 없었다. 그들이 나를 잡으면 끝이다. 안나가 법정에서 증인이 될 것이고, 더 많은 쓰레기들이 파헤쳐질 것이고, 나는 알리나 때문에 감옥에 갈 것이다.이미 재가 된 알리나.나는 길에서 지나가는 첫 번째 차를 세웠다. 다행히 그는 친절한 늙은 농부였다.“어르신, 제가 꼼짝없이 갇혔어요. 가장 가까운 가게까지 데려다주실 수 있을까요?”남자는 인상을 찌푸렸다. 방금 사고를 당한 사람이 가게에 뭘 하러 가는지 의아해했을 테지만, 묻지는 않았다.그는 트럭 앞문을 열어주었고, 나는 올라탔다.운전은 길었다. 고맙게도. 사고 현장에서 멀어질수록 그들이 나를 추적하기 더 어려워질 테니까.늙은 남자는 지붕이 무너져 가는 먼지투성이의 낡은 가게 앞에 나를 내려주었다. 밖에 걸려 있는 ‘영업 중’ 간판이 아니었다면, 그가 나를 버려진 건물로 데려와 해치려는 건가 생각했을 것이다.그래도 나는 그가 떠나고 나서야 안으로 들어갔다.안도 먼지투성이였다. 일종의 중고 옷 가게 같았다. 안에는 계산대에 앉아 있는 늙은 여자 한 명뿐이었다.나는 그녀를 무시하고 바로 옷 코너로 갔다.역시 중고 가게였다. 옷들은 역겨웠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나는 회색 후드 재킷 하나와, 코를 막아야 할 정도로 냄새가 지독한 낡은 운동화 한 켤레를 집어 들었다. 가게가 비어 있어서 선반 사이에서 갈아입고, 내 드레스는 다른 중고 옷들 사이에 던져 넣었다.다른 코너로 갔더니 다행히 낡았지만 날카로운 칼 하나를 찾았다. 큰 도움은 안 되겠지만, 적어도 스스로를 지킬 수는 있을 터였다.계산대의 늙은 여자를 확인했다. 꽤 졸린 표정이었다. 기회였다. 계획은 그냥 뛰쳐나가서 뒤도 돌아보지 않는 것이었다. 하지만 계산대 위에 있는 돈 단지가 눈에 들어온 순간, 계획이 바뀌
### 제183장에드릭의 시점“저희 부하들이 가능한 모든 흔적을 추적해 봤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행방을 찾을 만한 단서는 없습니다.”존이 바닥에 남은 발자국을 가리키며 말했다. 발자국은 차가 있던 곳에서 시작해 도로까지 이어져 있었다.“택시를 잡아탄 걸까요?”알리나가 물었다.그럴듯했다. 차를 들이받은 뒤 택시를 잡아탄 것이다. 이제 그녀를 붙잡는 일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워졌다.“에드릭, 아직 아리아가 그 일을 저질렀다는 걸 어떻게 알게 됐는지 설명하지 않으셨습니다. 어떤 증거를 가지고 계십니까? 정식 체포 영장을 발부받으려면 진술이 필요합니다.”나는 입을 다물었다. 머릿속에는 다시 안나의 모습이 떠올랐다.“목격자 중 한 명이 자백했습니다.”“그렇다면 정식 진술을 받을 수 있도록 그 사람을 경찰서로 데려와 주십시오. 그동안 저희는 계속 그녀를 수색하겠습니다.”나는 고개를 끄덕였다.알리나와 나는 다시 차에 올라 길을 나섰다.베일 저택으로 돌아오는 데 또 한 시간이 걸렸다.“안나는 어디 있지?”거실에 있던 한나에게 물었다.그녀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에드릭.”한나는 눈물을 참으며 입을 열었다.“삼촌이 안나가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셨어. 그래서 아침부터 자기 방에 틀어박혀 문을 잠그고 있어.”알리나와 나는 계단으로 향했다. 한나도 우리 뒤를 따라왔다.“정말 안나가 걱정돼. 제발 너무 심하게 대하지 말아 줘.”나는 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돌아보았다.“그동안 이 모든 일을 알고 있었어?”안나가 얼마나 많은 것을 숨겨 왔는지 생각하면, 이제는 이 집에 있는 누구도 믿을 수 없었다.“아니. 아니야. 전혀 몰랐어.”한나가 고개를 저었다.“안나가 마약에 중독된 것도 몰랐다고?”“정말 몰랐어!”“아리아가 저지른 범죄도?”이번에는 한나의 얼굴이 굳어졌다.“내가 그런 범죄를 숨겼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제발, 에드릭. 정말 아무것도 몰랐어!”그녀가 소리쳤다.나는 다시 안나의 방으로 향했다.한나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