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자매의 약혼자와 강제로 결혼했다 : Chapter 1 - Chapter 10

90 Chapters

1

무언가 말하려고 입을 열었다. 그들에게 따져 묻고 싶었다. 하지만 제이슨과 베카는 이미 내 존재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걸 분명히 보여주고 있었다.그래서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제이슨이 베카의 온몸에 따뜻한 입맞춤을 퍼붓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리고 그녀가 그의 품 안에서 녹아내리며 두 뺨을 발그레 물들이는 것도.저 자리는 원래 내 것이었는데!젠장!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저 사람은 내 남자였다.내 시선이 약혼반지에 닿는 순간까지는 어떻게든 눈물을 참았다. 하지만 그걸 보는 순간, 마지막 방어막마저 산산이 부서져 내렸다.“왜……”흐느낌이 온몸을 뒤흔들었다.제이슨과 나는 5년 넘게 사귀었고, 그중 2년은 약혼한 사이였다. 베카와 나는 일곱 살 때부터 가장 친한 친구였다. 내 인생에서 가장 믿었던 두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나를 배신할 수 있는 걸까?방금 그들이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리고 내가 따져 묻자, 그들은 내 면전에 문을 닫아버렸다.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가슴속의 통증은 점점 더 뜨겁게 타올랐다. 더 이상 아픔이 아니라 분노가 되어버릴 때까지.그때, 프라이빗 부스의 유리문이 미끄러지듯 열렸다. 제이슨이 내 쪽으로 걸어왔다.“아직도 망신이 덜했어? 아니면 내가 경비부터 부를까?”그는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나는 목을 죄어 오는 쓰라림을 억눌렀다.“제이슨…”나는 속삭였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알리나, 제발 가.”내 소위 가장 친한 친구라는 베카도 똑같이 더러운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우리 우정을 생각해서 말하는데, 더 소란 피우거나 더 창피해지기 전에 그냥 보내줄게.”분노가 속에서 들끓었다.바람을 피운 건 저들이었다. 부끄럽고 창피해야 할 사람은 저들이지, 내가 아니었다.나는 주위를 둘러봤다.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베카의 아버지는 이 리조트의 주인이었다. 여기서 싸워 봤자 더 큰 망신만 당할 뿐이었다.결국 무거운 마음으로 발걸음을 돌려 건물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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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다음 30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내게 주어진 준비 시간은 고작 20분이었다.나는 웨딩드레스를 멍하니 바라봤다.이 드레스는 내가 아리아를 위해 직접 디자인한 것이었다. 밤을 새워가며 바느질 하나하나를 확인하면서도, 내가 이 드레스를 입게 될 거라고는 단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애초에 내 취향도 아니었다.드레스를 입고 거울 속의 내 모습을 바라보자, 나는 완벽하게 아리아였다.내 눈에 담긴 슬픔을 읽어낼 만큼 세심한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도 우리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일란성 쌍둥이.많은 사람들이 갖고 싶어 하는 존재일지도 모른다.하지만 나에게는 지난 스물세 해 동안 악몽이었다.아리아의 그림자, 그녀를 대신하는 또 하나의 분신으로만 살아온 삶.“다 됐어요.”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녀는 단 5분 만에 내 얼굴을 손봐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화장은 진하지 않았지만, 어젯밤 내내 울어서 퉁퉁 부은 눈 밑을 가리기에는 충분했다.엄마가 문을 거칠게 밀어 열면서 내 생각은 끊겼다.“마지막으로 하나만.”엄마는 미소를 지으며 아리아가 가장 좋아하는 크랜베리 향수 병을 집어 들었다.그리고 드레스와 내 몸에 아낌없이 향수를 뿌렸다.그 향기는 부모님이 내가 느끼길 바라는 그대로의 기분을 안겨 주었다.나는 나 자신이 아니라, 아리아를 대신하는 대역이었다.“완벽해.”엄마는 만족스럽게 말하며 나를 일으켜 세우려고 손을 내밀었다.하지만 나는 그 손을 잡지 않고 스스로 일어섰다.“빨리 끝내기나 하죠.”나는 낮게 중얼거렸다.교회까지는 10분.시간은 충분했다.아빠는 집 밖 차 옆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내가 눈을 돌리는 순간 도망이라도 칠 것처럼 감시하는 눈빛이었다.제발.난 아리아가 아니에요.예식장에 들어서는 순간, 비로소 현실감이 밀려왔다.장식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호화로웠다.이 장식에 들어간 돈이면 이 마을 사람들의 절반은 몇 달이고 먹여 살릴 수 있을 것 같았다.사방에는 카메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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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남은 저녁 내내 나는 아리아의 삶을 대신 살아야 했다. 부자들의 농담에 억지웃음을 짓고, 내 앞으로 들어오는 선물 상자 하나하나에 감사 인사를 건넸다.음악이 잦아들고 하객들이 하나둘 떠나기 시작하자,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드디어 악몽이 끝났고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된 것이다.내 집이 아니라,에드릭의 집으로.돌아가는 차 안은 숨 막힐 정도로 조용했다.도시의 불빛이 짙게 선팅된 창문을 타고 번져 나가며 그의 날카로운 턱선과 감정을 읽을 수 없는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그는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방식 그대로 운전했다. 정확하고, 냉정하며, 완벽하게 통제된 모습으로.나는 조수석에 앉아 두 손을 무릎 위에서 꼭 쥔 채 밤하늘에 정신이 팔린 척했다. 하지만 내가 느끼는 건 오직 그뿐이었다. 은은하고 깨끗한 그의 향수가 차 안을 채우고 있었고, 그 향기는 원치 않는 속삭임처럼 조용히 내 감각을 스쳐 갔다.그가 기어를 바꿀 때마다 나는 숨을 삼켰다. 그가 나를 만졌기 때문이 아니라, 만약 그 손이 내게 닿는다면 어떤 기분일지 상상했기 때문이었다.우리 사이를 메운 긴장감은 짙고 숨 막혔다. 그는 단 한 번도 나를 바라보지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시선이 닿고 있다는 느낌이 계속 들었다.그리고 그 침묵 속에서 무언가가 변하기 시작했다.희미하고,원치 않았지만,분명히 존재하는 변화.나는 그의 모든 움직임에 심장이 반응하는 것이 싫었다. 우리 사이의 공기가 전류를 머금은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싫었다. 그는 내 사람이 아니었다. 애초에 내 사람이 될 수도 없는 사람이었다.이건 로맨스가 아니었다.그저 내가 휘말려 버린 잔인한 사고일 뿐이었다.그래서 나는 꼼짝도 하지 않은 채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억지로 그에게서 생각을 떼어 놓으려 애썼다.그는 아리아의 남편이었다.그리고 나는 그저...승낙해 버린 바보일 뿐이었다.펜트하우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은 차 안보다 더 견디기 힘들었다.무겁고 어색한 침묵이 공기를 짓눌렀다. 거울로 된 벽에는 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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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아침 햇살이 커다란 창문 사이로 쏟아져 들어와 그대로 내 얼굴을 내리꽂았다.나는 신음하며 몸을 뒤척이다가 그대로 얼어붙었다.나는 아직도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었다.머리는 헝클어져 있었고, 화장은 번져 있었으며, 목은 바싹 말라 있었다.순식간에 공포가 밀려왔다.설마... 지금 몇 시지?나는 황급히 협탁 위에 있던 휴대폰을 집어 들고 화면을 찡그리며 확인했다.오전 9시 30분.“젠장.”나는 이를 악물며 휴대폰을 침대 위로 던졌다.어젯밤 아리아와 만나 아무도 눈치채기 전에 다시 자리를 바꾸기로 했었다.하지만 그녀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아니면...내가 먼저 잠들어 버렸을지도 모른다.어쨌든,난 아직도 여기 갇혀 있었다.심장이 더욱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그때 문이 삐걱거리며 열렸다.에드릭이 안으로 들어왔다.짙은 셔츠와 몸에 꼭 맞는 슬랙스를 입은 그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단정한 모습이었다.그의 시선이 나를 훑었다.차분했지만,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전혀 읽을 수 없었다.“왜 아직 준비가 안 됐죠?”그가 물었다.나는 눈을 크게 떴다.“준비요? 뭘요?”그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어젯밤 내가 한 말 잊었습니까? 아침까지 준비해 두라고 했잖아요.”나는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기억을 더듬기 시작했다.분명 그가 무언가 말하긴 했었다.하지만 그때는 이미 아리아와 자리를 바꿀 거라고 생각해서 귀담아듣지도 않았다.“저... 그게... 이렇게 이른 시간인 줄은 몰랐어요.”“옷 갈아입으세요.”그는 짧게 말한 뒤 그대로 몸을 돌려 나갔다.나는 떨리는 숨을 내쉬며 손바닥으로 가슴을 눌렀다.정말 끝내준다.난 아직도 이 엉망진창 속에 갇혀 있었다.빠르게 샤워를 마친 뒤,심플한 크림색 원피스를 입고 머리를 느슨한 번으로 묶었다.그의 서재로 들어가자 에드릭은 이미 그곳에 있었다.책상에 기대선 채 태블릿 화면을 내려다보고 있었다.그는 모든 것을 통제하는 사람 그 자체처럼 보였다.“앉으세요.”그는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말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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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비행은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 비행기 안에서 보내는 매 순간이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다. 나는 침착한 척 앉아 있었지만, 손은 계속 떨렸다. 제이슨은 불과 몇 좌석 앞에 있었고, 그의 얼굴이 보일 때마다 속이 뒤틀리는 것 같았다.에드릭과 제이슨은 비행 내내 대부분 사업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그들이 하는 말을 거의 알아듣지 못했다. “투자”, “주식”, “프로젝트” 같은 단어들이 두 사람 사이의 공중에 떠다녔다. 나는 그저 에드릭 옆에 조용히 앉아 창밖을 바라보며 흘러가는 구름을 지켜보았다.나는 이 “신혼여행”이 모든 비용이 지불된 여행이라고 생각하고 행복한 척해야 했다. 나는 행복해야 했다. 하지만 어떻게 마음을 놓을 수 있겠는가? 한때 내가 사랑했던 남자가 바로 저기에 앉아 있고, 내가 실수로 결혼한 남자는 내 곁에 있는데?비행 내내 내 심장은 단 한 번도 빠르게 뛰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마침내 기장이 착륙을 시작한다고 알렸을 때, 나는 거의 안도의 한숨을 내쉴 뻔했다. 드디어 이 비행기에서 내릴 수 있었다. 숨 막히는 긴장감과 나를 끊임없이 괴롭히는 기억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도시는 밝고 시끄러웠다. 우리가 밖으로 나오자마자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에드릭의 존재는 늘 그렇듯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그는 신경 쓰는 기색조차 없었다. 그저 침착하고 차가운 모습으로 앞서 걸었고, 제이슨은 우리 짐 일부를 들고 뒤따랐다.나는 말없이 따라가며 에드릭의 긴 걸음을 따라잡으려 애썼다. 호텔에 도착했을 때, 나는 하늘에 닿을 듯 우뚝 솟은 유리 건물을 올려다보았다. 사방으로 조명이 반사되고 있었고, 로비는 영화 속 한 장면 같았다. 하지만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건 오직 이것뿐이었다. 여긴 그 섬이 아니었다.우리 스위트룸 안에서 나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 “우리 바로 섬으로 가는 거 아니었어요?” 나는 조용히 말했다. 내 목소리가 그를 짜증 나게 할까 봐 두려웠다.그는 처음에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넥타이를 풀고 시계를 벗어 드레서 위에 가지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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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에드릭의 시점만약 세상에 미친 사람에게 주는 상이 있다면, 아리아 도슨은 그 상을 전부 휩쓸었을 것이다.아니, 내 아이를 임신한 몸으로 와인을 마시려 해 놓고는 태연하게 나를 보며,“무슨 아기요?”라고 묻다니.정말 이해가 되질 않았다.솔직히 말하면 이렇게 말해 주고 싶었다.'날 결혼으로 몰아넣기 위해 이용했던 바로 그 아기 말이야.'하지만 그렇게 말했다가는 지금 이 자리에서 감당할 수 없는 소동이 벌어질 것이다.이미 모든 사람의 시선이 우리에게 쏠려 있었다.게다가 임신 사실이 공식적으로 언급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순식간에 최고의 가십거리가 됐고, 몇 초 안에 뉴스에 도배될 게 분명했다.테이블에 앉은 모두가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지만,아리아는 여전히 의아한 눈빛으로 나를 빤히 쳐다볼 뿐이었다.정말...내가 이런 여자와 결혼한 건가?이런 엉터리 결혼을 강요한 아버지를 원망할 수밖에 없었다.“제 아내가 많이 피곤한 모양입니다.”나는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그녀는 내 손길이 닿자마자 몸을 굳혔다.마치 내 손이 뜨겁기라도 한 것처럼.그 반응은 무시한 채 나는 거래처 대표를 향해 돌아섰다.“로저 씨, 오늘 함께 식사할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남은 절차는 제이슨이 처리할 겁니다. 계약은 내일 마무리하도록 하죠.”“물론입니다, 베일 대표님.”로저가 공손하게 대답했다.“그럼 오늘은 이만 하겠습니다.”나는 이사진을 향해 인사한 뒤 아리아를 데리고 연회장을 빠져나왔다.걸어 나오는 동안 누군가의 시선이 등에 꽂히는 것이 느껴졌다.고개를 돌리자,제이슨과 눈이 마주쳤다.그는 숨길 생각조차 없는 듯했다.그의 시선은 아리아에게 고정되어 있었고,내가 보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아채지 못한 것 같았다.질투는 아니었다.나는 아리아를 사랑하지 않는다.애초에 그녀를 아내라고 인정한 적도 없다.하지만 내 직원이 그녀를 그런 눈으로 바라보는 모습을 보자,속에서 무언가가 끓어올랐다.설령 그녀가 아버지와 손을 잡고 아이를 이용해 나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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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알리나의 시점잠에서 깨어났을 때, 방 반대편은 비어 있었다.에드릭이 소파에서 덮었던 담요는 그대로 남아 있었지만, 급히 나간 듯 반쯤만 가지런히 접혀 있었다.아침 햇살이 커튼 사이로 스며들며 스위트룸을 부드러운 황금빛으로 물들였다.잠시 동안은 평화로운 아침처럼 느껴졌다.내가 어디에 있는지만 떠올리지 않는다면.그리고...내가 지금 누구인 척하고 있는지만 잊는다면.나는 무거운 몸을 일으켜 욕실로 들어갔다.따뜻한 물줄기가 피부를 타고 흘러내렸다.기분이 좋았다.거짓된 삶을 사는 여자에게는 너무나도 좋을 만큼.샤워를 마친 뒤 여행 가방 안에 들어 있던 고급 실크 가운 하나를 걸쳤다.아마 아리아가 골라 넣은 것이겠지.우리는 오래 머물지 않을 예정이라며 에드릭은 짐을 풀 필요가 없다고 했었다.그때,가볍게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호텔 직원이 아침 식사 트레이를 밀고 들어왔다.팬케이크와 과일,그리고 갓 짜낸 주스.향기만 맡아도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좋은 아침입니다, 베일 부인.”직원은 공손하게 미소 지은 뒤 방을 나갔다.베일 부인.난 이 호칭에 절대 익숙해지지 못할 것이다.애초에 익숙해져서도 안 된다.나는 자리에 앉아 은색 포크를 집어 팬케이크를 한입 베어 물었다.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렸다.버터 향과 달콤한 맛이 퍼졌다.아주 잠깐,내가 처한 엉망진창인 상황을 잊을 뻔했다.정말 잠깐뿐이었지만.그러다 문득,아리아가 떠올랐다.나는 포크를 내려놓고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신호음이 한 번 울리자마자 그녀가 전화를 받았다.“이제야 내가 존재한다는 걸 기억했네.”날카로운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아리아, 시작하지 마.”나는 눈을 굴렸다.“시작하지 말라고?”그녀가 비웃었다.“내 신혼여행을 대신 가 놓고? 그것도 내 자리를 차지해서! 적당히 둘러대면서 출발을 늦출 수도 있었잖아. 그랬으면 내가 갔을 텐데!”“선택의 여지가 없었어.”나는 조용히 말했다.“에드릭은 시간을 끌 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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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알리나목이 바짝 말랐다.심장은 가슴을 미친 듯이 두드렸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에드릭의 시선은 마치 스포트라이트처럼 나를 꼼짝 못 하게 붙들고 있었다.입을 열어 뭐라도 말하려던 순간,제이슨이 먼저 입을 열었다.“대표님.”그가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사실 대표님을 찾아왔습니다. 방금 성사된 계약의 다음 절차에 대해 상의드릴 일이 있어서요.”너무 격식적인 말투였다.너무 떨리는 목소리였다.거짓말이 금방이라도 갈라질 것만 같았다.에드릭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그저 턱을 굳게 다문 채, 제이슨이 말을 하는 내내 나만 바라보고 있었다.한 번도 제이슨을 보지 않았다.속이 뒤틀렸다.그는 믿지 않고 있었다.제이슨도 그걸 느낀 모양이었다.말이 점점 꼬이기 시작했다.“저... 저는 급한 일이라고 생각해서요, 대표님. 그래서 바로 스위트룸으로 찾아왔습니다.”에드릭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침묵이 길게 이어졌다.무겁고 답답한 공기가 방 안을 짓눌러 숨쉬기조차 힘들었다.마침내 그가 제이슨을 바라봤다.“나가.”낮지만 날카로운 한마디였다.제이슨은 그대로 굳어 버렸다.입술이 움찔거렸다.무언가 설명하고 싶은 듯했다.“대표님, 저는...”“나가라고 했다.”그 말에 제이슨은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급히 문으로 향하다가 카펫 끝에 걸려 거의 넘어질 뻔했다.내 심장은 너무 세게 뛰어서 귀에서 쿵쿵 울릴 정도였다.“잠깐.”에드릭의 목소리가 다시 공기를 갈랐다.제이슨이 창백한 얼굴로 돌아섰다.“비행기 표를 예약해.”에드릭이 차갑게 말했다.“넌 해고다.”나는 턱이 툭 떨어졌다.“뭐라고요?”제이슨의 얼굴이 얻어맞은 사람처럼 새하얗게 질렸다.하지만 그는 항변하지 않았다.그저 한 번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용히 걸어 나갔다.굳은 어깨.빠른 걸음.문이 닫히자 나는 헛숨을 들이켰다.젠장.제이슨이 정말 싫긴 했지만,직장을 잃는 건 너무한 처사였다.“에드릭, 굳이 그를 해고할 필요는 없었잖아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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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제9장라일라와 에드릭은 마치 영원히 서로를 보지 못했던 사람들처럼 계속 이야기를 나누었고, 직원들은 계속 오가며 우리의 짐을 안으로 옮겼다.나는 휴대폰으로 무언가를 하며 신경을 돌리려 했지만, 자꾸만 라일라 쪽으로 시선이 갔다. 그리고 이따금 에드릭의 어깨를 스치는 그녀의 손에도.그녀가 떠나자 집 안은 조용해졌다. 공기 중에는 여전히 그녀의 향수 냄새가 남아 있었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향이었다. 마치 자신의 흔적을 한 조각 남겨두고 가고 싶었던 것처럼.에드릭은 나를 쳐다보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문 근처에 서 있었고, 턱에는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나는 소파에 앉아 물잔을 들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휴대폰을 스크롤하며 신경 쓰지 않는 척했다.그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일어나.”나는 그를 올려다보았다.“뭐라고?”“우리 방으로 갈 거야.”우리 방.그 말이 너무나도 이상하게 들렸다. 나는 계단을 올라가는 그의 뒤를 따랐고, 발은 광택이 나는 바닥에 질질 끌렸다. 복도를 지나자 꿈에서나 볼 법한 넓은 침실이 나타났다. 높은 창문, 실크 시트, 금빛 액자들. 서로를 견디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모든 것이 지나치게 완벽했다.그가 나를 돌아보며 무뚝뚝하게 말했다.“당분간은 여기서 지낼 거야. 이곳이 너무 지겨워지면 다른 빌라로 옮겨도 돼.”나는 미간을 찌푸렸다.“우리? 난 따로 방을 쓰고 싶어.”그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그럴 수 없어.”“말이 안 되잖아.” 내가 쏘아붙였다. “여긴 개인 섬이야, 에드릭. 아무도 없는데 우리가 연기할 필요조차 없잖아.”그가 한 걸음 가까이 다가오며 낮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넌 이해를 못 해. 아버지가 우리를 감시할 사람들을 붙여놨어. 이 결혼이 진짜인지 확인하고 있는 거야. 한 번의 실수, 소문 하나만으로도 아버지는 모든 걸 망가뜨릴 거야. 그러니까 네가 그 잘난 연기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얌전히 굴어.”나는 씁쓸하게 웃었다.“그렇지. 내가 그러지 않으면 아빠가 네 상속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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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장나는 파도가 해안에 부드럽게 부딪히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잠시 동안 내가 어디에 있는지 잊고 있었다. 공기에서는 바닷소금 냄새와 무언가 고급스러운 향이 났다. 그러고 나서 기억났다. 에드릭의 개인 섬. 신혼여행. 가짜 결혼. 속이 철렁 내려앉았다.나는 여전히 화가 나 있었다. 어젯밤의 분노가 아직도 가시지 않았다. 엄마가 내 최고의 안티라는 걸 이제야 깨닫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싫었다.에드릭은 여전히 여기 없었다. 그의 쪽 침대는 손도 대지 않은 듯했지만, 정장 재킷은 의자 위에 아무렇게나 걸쳐져 있었다. 역시나. 아마 라일라와 밤을 보냈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다면 왜 우리에게 같은 방을 쓰라고 한 걸까? 나는 한숨을 내쉬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이 모든 것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대리석 바닥, 금빛 커튼, 부드러운 흰색 시트. 아름다웠다. 서로를 견디지 못하는 두 사람에게는 지나치게 아름다웠다.빠르게 샤워를 마친 나는 흰색 선드레스로 갈아입고 발코니로 나갔다. 바다는 상쾌하고 잔잔했으며 푸르렀다. 잠시 동안 나는 마음껏 숨을 내쉬었다. 이곳은 천국이었다. 그런데도 나는 갇힌 기분이 들었다.발소리가 내 주의를 끌었다. 에드릭이었다. 그가 나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그는 흰 셔츠를 입고 있었고, 위쪽 단추 몇 개는 풀려 있었다. 검은 곱슬머리는 바람이 감히 건드린 것처럼 살짝 흐트러져 있었다. 어제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한 남자를 해고했던 사람답지 않게, 자신의 아내에게 온갖 끔찍한 말을 했던 사람답지 않게 너무나 태연해 보였다.“아리아.” 그가 날카롭게 말했고, 나는 거의 움찔할 뻔했다.“원하는 만큼 해변을 즐겨도 돼. 직원들이 네가 필요한 건 뭐든 챙겨줄 거야.” 그가 말하는 동안 그의 시선이 내 눈을 꿰뚫듯 향했다.“문제만 일으키지 마.”참 좋은 아침 인사였다.나는 팔짱을 꼈다. “난 문제를 일으키지 않아.”그가 나를 바라보았다. 동시에 눈을 굴리고 주먹을 날리고 싶게 만드는 그런 눈빛이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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