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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1장
“그래서, 결혼은 언제 한대니?”
엄마의 질문이 귀에 들어온 순간, 딜런은 웃음을 멈추었다. 그는 시선을 올려 마치 답을 기다리듯 자신을 유심히 바라보는 엄마를 마주했다. 딜런은 여자친구의 허리를 팔로 감싸 안으며 입꼬리를 살짝 올려 미소를 지었다.
“그저 적당한 때를 기다리는 중이에요, 엄마.” 그가 부드럽게 말했다.
엄마의 눈썹이 즉각 일그러졌다. “너나 브리엘이나 이제 더 이상 어린 나이가 아니다, 아들아. 도대체 뭘 더 기다린다는—”
“아이를 너무 달달 볶지 마시오, 레이라.”
아빠의 목소리가 엄마의 말을 끊었고, 딜런은 참지 못하고 풋 하고 미소를 지었다.
“딜런도 다 알아서 결정할 거요.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고. 게다가 브리엘도 딱히 서두르는 눈치가 아닌데 뭘. 그렇지, 브리엘?”
아빠의 질문에 딜런은 여자친구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는 그녀를 바라보며 조용히 대답을 기다렸다. 브리엘 클락슨이 그의 시선을 받아쳤다. 딜런은 그녀가 부모님을 향해 달콤한 미소를 짓기 전, 입술을 삐죽 내미는 세심한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
“그럼요, 아버님. 저는 딜런을 기다릴 수 있어요. 딜런이 일 때문에 바쁘다는 건 잘 알고 있으니까요. 딜런이 준비될 때까지 기다릴게요.” 그녀가 다정하게 대답했다.
딜런은 입술을 다물고 고개를 살짝 저었다. 그녀의 말속에 숨겨진 답답함과 좌절이 느껴졌다. 그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는 알고 있었다.
“그래. 듣자 하니 딜런 네가 새로운 사건을 맡았다고 하던데,” 엄마가 얼른 화제를 바꾸며 말했다. “누구 사건이라고 했지?”
딜런은 안도감을 숨길 수 없었다.
결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그를 숨 막히게 만들었다. 아직은—그 대화를 나눌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는 고개를 천천히 nod하며 엄마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상원의원 사건이에요, 엄마. 그 양반이 끝까지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있어서 앞으로 몇 달간은 꽤 바빠질 것 같아요.”
“클레멘테 상원의원 말이니?” 아빠가 물었다. “며칠 전에 뉴스에서 봤다만.”
딜런이 고개를 nod했다.
“데이먼 삼촌이 담당 검사냐?”
“네,” 딜런이 다시 한번 고개를 nod하며 대답했다. “며칠 동안 데이먼 삼촌 집에 머물게 될지도 몰라요, 아빠. 거기서 얘기하는 게 방해도 안 받고 더 편할 테니까요. 아이비 숙모한테는 미리 말씀드렸어요.”
데클란 폰타니야가 나지막이 허허 하고 웃었다.
“아들아, 너도 이제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다. 그런 일로 나와 네 엄마한테 일일이 허락을 구할 필요는 없어.” 아빠가 농담조로 말했다.
딜런은 고개를 저었다.
“그냥 미리 귀띔해 드리는 거예요. 제가 집에 안 찾아오고 제 집에서도 안 보인다고 어디 가서 살해당한 건 아닌지 걱정하실까 봐요.” 그가 농담을 던졌다.
하지만 웃기는커녕 두 부모님의 표정이 순간 엄숙해졌다.
그는 헛기침을 하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어-엄마! 랜스가 도넛 만들었다면서요. 도넛 어디 있어요?” 화제를 돌려보려 그가 황급히 지껄였다.
부모님이 동시에 고개를 내저었고, 딜런은 다시 한번 뒷목을 문질렀다. 부모님 앞에서는 이런 농담을 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다. 경찰관이 되겠다고 부모님을 설득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엄마는 그가 근무 중에 다치거나 죽을까 봐 몹시 두려워했었다. 마침내 부모님이 동의했을 때, 그는 절대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했었다.
“네 남동생이 네가 온다는 걸 알고 어젯밤에 빵을 구웠단다,” 엄마가 자리에서 일어나 냉장고 쪽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하지만 오늘 일하러 가야 해서 결국 얼굴도 못 봤구나.”
엄마가 더 이상 꾸짖지 않자 딜런은 나지막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빠는 준비를 하겠다며 자리를 비웠다. 사촌의 생일이라 점심을 먹고 그곳으로 갈 예정이었다. 엄마는 테이블 위에 도넛을 놓아두고 남편을 따라 위층으로 올라갔다.
부모님이 자리를 비우자 식탁에는 딜런과 브리엘만 남겨졌다. 딜런은 즉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도넛으로 손을 뻗어 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옆에서 브리엘이 고개를 내젓는 것을 발견하고는 단번에 행동을 멈추었다.
그는 한쪽 눈썹을 올려 세우며 그녀를 돌아보았다.
“무슨 문제 있어?” 그가 무심하게 물었다.
놀랍게도 브리엘은 쉭 소리를 내며 날을 세웠다.
“당신 아까 나 망신 줬어.” 그녀가 그의 시선을 피하며 짜증스럽게 말했다.
딜런의 눈썹이 다시 위로 올라갔다.
“무슨 소리야? 내가 뭘 잘못했다고—”
“잘못했어!” 그녀가 큰 소리로 쏘아붙였다.
딜런은 위층에서 부모님이 내려와 이 광경을 보게 될까 봐 본능적으로 2층 쪽을 힐끗 둘러보았다.
그는 숨을 크게 내쉬고 눈을 감으며 스스로를 가라앉히려 애썼다.
“목소리 낮춰. 엄마랑 아빠가 들으실라.”
브리엘은 눈을 흘기며 팔짱을 꼈다.
“아까 그분들 앞에서 이미 수치를 당했는데, 이제 와서 뭘 더 걱정한다는 거야?”
“난 너한테 망신 준 적 없어—”
“ 줬다고!” 그녀가 다시 소리쳤다. “결혼하기에 적당한 때를 기다린다는 건 도대체 무슨 소리야? 당신이 말하는 그 적당한 때가 언제인데? 딜런, 난 결혼하고 싶어. 난 당신만 기다려 왔다고.”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그녀의 손을 잡으려 손을 뻗었다.
“자기야, 난 아직 할 일이 남아있잖아—”
“또 그 소리!” 그녀가 말을 막아섰다. “그깟 쓸데없는 직업이 나보다 더 중요해? 어차피 당신 것이 되었어야 할 회사를 물려받으면 그만인데, 왜 아직도 거기서 구르고 있는 건데? 원래 '이나라'는 당신 거여야 했던 거 아니야? 하지만 당신이 그 푼돈 버는 직업을 고집하는 바람에, 당신 사촌은 여왕처럼 살고 있고 당신은 내내 일에만 갇혀 살잖아!”
딜런의 턱에 힘이 들어갔다. 자신의 직업을 깎아내리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는 참아냈다. 여기서 다퉈봤자 상황만 악화될 뿐이었다.
그는 다시 한숨을 쉬며 그녀의 손을 다정하게 문질러 달래려 했다.
“결혼하고 싶어?” 그가 부드럽게 물었다.
브리엘이 고개를 빠르게 nod했다.
그는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었다.
“알았어. 이 사건만 마무리 짓게 해줘, 그러고 나서 계획을—”
“언제?” 그녀가 그를 막아섰다. “전에도 똑같이 말해놓고 한 번도 지킨 적 없잖아. 결혼할 마음이 없으면 그냥 지금 말해, 더 이상 기다리지 않게!”
“브리엘, 당연히 너랑 결혼하고 싶지. 다만 내 일이—”
“항상 일 타령이지!” 그녀가 쏘아붙였다. “딜런, 당신 인생에서 나는 뭐야? 날 정말 사랑했다면 진작에 나와 결혼했을 거야.”
그는 대답하기 전 잠시 눈을 감았다.
“브리엘, 사랑해. 너도 알잖아. 하지만 내 일을 그냥 내팽팽개칠 수는 없어. 우리가 결혼하고 나면, 내가 일하지 않는데 생활비는 어디서 구해? 너의 그 생활 방식은 어쩌고? 네 아버님도 더 이상 너한테 돈을 주지 않으실 거야, 브리. 난 아버님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
이해해 주기는커녕 그녀는 코웃음을 쳤다.
“말했잖아—당신 사촌한테서 회사를 빼앗으라고. 그건 원래 당신 거였어야 해! 그 직업에 계속 머물러 있으면서 어떻게 부자가 될 생각을 해?”
딜런은 다시 고개를 저었다.
“내 직업은 싸구려가 아니야, 자기야. 내 앞에서 내 일을 비하하지 마.” 그가 단호하게 말했다.
“어찌 됐든 상관없어. 당신이 그 일에서 사직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당신과 함께할 수 없을 것 같아. 당신은 나한테 쓸 시간 같은 건 전혀 없잖아. 당신 관심 구걸하는 것도 지쳤어. 이런 구조도 이제 질려, 딜런!”
“ 그래서 결혼하고 싶다는 거야?” 그가 물었다. “브리, 결혼을 하든 안 하든 바뀌는 건 없어. 결혼 후에는 더 열심히 일해야만 해. 우리를 위해 돈을 모아야 하니까—”
“상관없어!” 그녀가 또다시 그의 말을 잘라버렸다. “내 친구들은 다 결혼하고 있단 말이야! 왜 당신은 나랑 결혼 안 해주는데? 아까 당신 엄마 말대로 우리도 이제 애가 아니잖아. 왜 당장 결혼할 수 없는 건데?”
딜런은 좌절감에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결혼에는 책임감이 따르는 법이야.” 그가 침착하게 말했다. “그리고 시간이 걸려. 서두를 필요 없어—이건 경주가 아니잖아. 일단 결혼하면 넌 내 책임이야. 내가 돈이 떨어져서 너한테 밥 한 끼도 못 먹이면 네 아버지가 뭐라고 하시겠어? 난 그 누구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 브리엘.”
그녀는 대답 대신 홱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노려보았다.
“그냥 솔직히 말해. 나랑 결혼하기 싫은 거잖아.” 그녀는 분노에 차서 말하더니 그에게 등을 돌렸다.
“자기야! 어디 가? 아이버슨 생일이잖아—”
“당신 사촌들 앞에서 가짜 미소 짓고 싶지 않아. 날 그냥 혼자 내버려 둬.” 그녀가 쏘아붙이고는 집 밖으로 폭풍처럼 나가버렸다.
홀로 남겨진 딜런은 고개를 내저으며 길고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의자에 기대어 관자놀이를 마사지했다. 브리엘이 왜 갑자기 떠났는지 부모님께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막막했다.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었지만, 그는 스스로를 강제로 가라앉혔다.
“너는 그녀를 사랑하잖아, 딜런. 사랑한 대가가 이런 거지 뭐.” 그가 낮게 중얼거리더니 앞에 놓인 초콜릿 도넛으로 손을 뻗었다.
“진짜로?” 그가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내 도넛 바로 앞에서?”
그는 한 입 베어 물었다. 몇 분 전의 기억이 머릿속에서 되풀이되자 그의 표정이 찌푸려졌다. 그는 다시 고개를 저으며 눈살을 찌푸렸다.
언젠가는, 그녀도 마침내 자신을 이해해 줄 날이 올지도 모른다.
어쩌면 말이다.
제83장“이 나쁜 년.” 나는 이를 갈며 난간을 꽉 쥐었다. “내가 널 얼마나 증오하는지 알기나 해? 우리 결혼 생활을 거의 파탄 낼 뻔했어—”“그게 목적이었으니까!” 그녀가 소리쳤다. “너희 둘 사이를 갈라놓고 싶었어, 알겠어? 성녀처럼 굴 생각 없어. 그 사람 떠나고 나서 난 비참했단 말이야! 아지엘 때문에 그를 떠났지만, 결국 아지엘은 나 대신 너를 원했어. 그게 얼마나 아픈지 알기나 해? 그래서 널 증오했어. 그리고…… 어차피 너희 둘은 서로 진심으로 사랑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지…….”“우린 부부야.” 나는 눈시울이 다시 붉어지며 단호하게 말했다. “우린 부부라고, 브리엘. 네가 무슨 짓을 저지른 건지 알기나 해? 넌 하마터면 불륜녀가 될 뻔했어—”“어차피 이미 악역이 된 거, 끝까지 가보자 싶었지! 내가 행복할 수 없다면 너도 그럴 수 없어! 카이아, 네가 너무 질투 났어! 딜런이 너랑 결혼했다는 걸 알았을 때 내 심정이 어땠을지 상상이나 해봐. 난 수년 동안 그에게 결혼하자고 애원했지만 그는 항상 준비가 안 됐다고 했어. 그런데 널 만나고 몇 달 만에 결혼한다고? 누가 안 화가 나겠어?”나는 침묵을 지켰다. 그녀가 이 정도까지 나올 줄은 몰랐다.
제82장나는 울음을 참으며 마른 침을 삼켰다. 멀리 떨어져 있어서 다행이었다. 만약 그들과 같은 방에 있었다면, 난 아마 완전히 무너져 내렸을 것이다.“젠장, 브리엘. 걔 임신했다고 말하라고 했지, 겁주라고 했어?”아지엘의 목소리에 귀가 쫑긋했다. “이거 몰래카메라야? 만약 그렇다면, 헤엄쳐서라도 도시에 돌아가서 너희 둘 다 죽여버릴 거야.” 나는 협박하듯 쏘아붙였다.“몰래카메라? 아니. 나 진짜 임신했어! 네 친구한테 물어봐.” 브리엘이 쏘아붙였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딜런도 알고 있을까? 어젯밤…… 우리가 함께 있을 때…… 그는 자신이 다른 누군가를 임신시켰다고 생각하며 알고 있었을까? 만약 그가 그랬다면, 난 절대 그를 용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는 또다시 나를 바보로 만들었으니까.“그래, 임신했다니 축하해. 출산 잘하고, 뭐랄까…… 죽지나 마.” 나는 비꼬듯 말하며 전화를 끊을 준비를 했다.
제81장전화를 다시 가방에 넣으려는데 곧바로 벨이 울렸다.“아가씨, 그냥 받아요. 다들 짜증 나잖아요.” 한 승객이 불평했다.나는 한숨을 내쉬며 어색하게 웃어 보였고, 바람을 쐬며 거리를 두기 위해 갑판 쪽으로 걸어갔다. 망설여졌지만 전화를 받았다. 혹시 중요한 일일지도 모르니까.“여보세요? 누구세요?” 나는 지루하다는 듯이 물었다.“카이아니?”눈살이 찌푸려졌다. 낯익은 목소리였다. “그래. 누구시죠?”“내 목소리도 몰라? 정말로?”나는 코웃음을 치며 가슴에 팔짱을 꼈다. “원하는 게 뭐야, 브리엘?”“진정해. 내 목소리 겨우 1초 들었는데 벌써 그렇게 날을 세우니. 나중에 나를 직접 보면 어떨지 상상이 안 가네.”나는 심호흡을 하며 눈을 굴렸다. “너를 만나면 대머리가 될
제80장착륙까지 장장 4시간이 걸렸다. 나는 비행기 안에서 죽은 듯이 잠들었다. 전날 밤 딜런의 품에 안겨 그의 심장 박동을 느끼느라 한숨도 자지 못했기 때문이었다.자는 척을 했었다. 내 눈에 서린 의심을 그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고, 떠나기로 한 내 선택을 그가 후회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딜런은 내가 그의 울음소리를 듣고 있다는 걸 몰랐다. 그는 내가 볼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나를 더 꽉 껴안고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울고 있었다. 그는 생각보다 둔했다. 나는 그의 떨리는 숨결을 하나하나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소리 없이 울고 있었다.그는 계속 입술을 달싹이며 무언가를 속삭였다. 사과였고, 만약 정말 상황이 보이는 것과 같다면 자신을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당신을 너무 사랑하지 않았다면, 절대 보내주지 않았을 거야.”그 말을 직접 듣자…… 가슴 한구석이 무너져 내렸다. 어쩌면 그래서 잠을 잘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가 나를 신경 쓰지 않았다면, 체면치레를 위해서라도 나를 억지로 붙잡으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내가 걸어 나가게 두었다. 내가 나 자신을 다시 찾아야 한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보내준 것이다.&n
제79장“전화해도 돼? 아니면 문자라도? 그래도 될까?”나는 먹던 것을 멈추고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나랑 말 안 하면 죽기라도 해?” 비꼬듯 물었지만, 그는 웃어넘기기는커녕 진심 어린 눈으로 나를 응시했다.“응.”나는 멍하니 눈을 몇 번 깜빡였다. 뭐라고? 목에 걸린 무언가를 삼키고는 물컵으로 손을 뻗었다. 그가 한숨 쉬는 소리가 들렸다. “응. 당신이랑 말 안 하면 죽을 것 같아. 그러니까…… 그냥 문자라도 하게 해 줘, 응? 아니면 전화라도. 당신 목소리를 듣고 싶어. 단 1초라도. 제발?”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안 돼’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마음 한구석이 찔렸다. 그는 정말로 고통스러워 보였다. 나는 웃음을 참으려 눈썹을 치켜올렸다.글쎄, 난 카이아 클레멘테다. 그가 나 없이는 못 산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가 정말로 바람을 피운 게 아니라면 말이다.&ldquo
제78장“짐을 왜 이렇게 많이 챙겨? 다시 들어오려고?”내가 안으로 발을 들이자마자 딜런이 던진 첫 질문에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넥타이를 매느라 바빴다. 어디 나갈 준비를 하는 모양인데…… 도대체 왜 그렇게 차려입었는지 알 수 없었다.나는 천천히 고개를 저어 아니라는 신호를 보냈다. 순간 그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시는 것이 보였다. 짐을 가져온 것만 보고 내가 다시 돌아온 줄 알고 기대했을 줄은 몰랐다. 아지엘은 이런 상황을 경고해주지 않았기에 딜런의 표정을 마주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사실 내일 떠나.”“떠난다고?”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뒤에서 가방을 끌며 그를 스쳐 지나갔다. 내일 아침에 움직이기 편하도록 계단 아래쪽에 가방을 밀어 넣었다.“해안가 쪽으로 가려고. 거기서 한동안 머물 거야.” 나는 거짓말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