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제02장
“중위님, 아까 상원의원 딸이 찾아왔었습니다.”
딜런은 동료의 목소리에 생각에서 깨어났다. 그는 고개를 들어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어디 있는데? 왜 날 찾은 거래?” 그가 물었다.
크리드 에스트레야 하사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여기서 폰타니야 변호사님을 만나서 밖에서 얘기하더라고요.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겠는데 방금 막 나갔습니다.” 그가 설명하자 딜런이 고개를 끄덕였다.
“따라가 봐야겠다. 일단 삼촌한테 먼저 전화해 볼게.” 딜런이 자신의 숙부이자 검사인 데이먼 폰타니야를 가리키며 말했다. “무슨 일 생기면 전화해. 클레멘테 상원의원 딸이 아버지를 면회하러 온 건가, 아니면—”
“아닙니다, 중위님. 정말로 중위님만 찾았습니다. 그러다 폰타니야 변호사님이 오셔서 대신 이야기를 나누시더라고요. 그 여자, 자기 아버지 쪽은 둘러보지도 않아서 왜 왔는지 물어보지도 못했습니다.” 에스트레야 하사가 다시 대답했다.
딜런이 고개를 끄덕였다. “너랑 엘리야, 에이든이 일단 여기 일 좀 처리하고 있어. 오래 걸리지 않을 거야.”
크리드 에스트레야 하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장난스레 경례를 건넸다. “알겠습니다, 보스.”
딜런은 그 모습에 고개를 내젓지 않을 수 없었다. 가방을 내려놓고 막 나가려던 참에 크리드가 다시 말을 거는 바람에 그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중위님… 어제 브리엘 님과 함께 계셨습니까?”
딜런의 눈썹이 즉각 일그러졌다. 그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크리드를 바라보았다. “아니. 왜?”
“아— 아닙니다. 제가 잘못 본 모양입니다.” 크리드가 고개를 저으며 황급히 말했다.
여전히 의아했지만 딜런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아마도 크리드가 브리엘을 그녀의 남사친들이나 경호원들과 함께 있는 것을 본 모양이었다. 어깨를 살짝 으쓱한 그는 경찰서를 나섰다.
그는 전화를 걸어 삼촌의 번호를 눌렀다. 신호음이 오래 가지 않아 전화가 연결되자 딜런은 나지막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딜런.” 수화기 너머로 삼촌의 인사가 들려왔다.
“삼촌.” 딜런이 대답했다. “애들 말이 클레멘테 상원의원 딸이 들렀다면서요. 이야기해 보셨어요?”
“아, 그 일이라면— 그래. 지금 같이 이야기하는 중이다. 너 아직 경찰서니? 근처니까 오고 싶으면 오렴.”
“네, 삼촌. 안 그래도 쫓아가려던 참이었어요. 어디 계세요?”
그는 주변을 둘러보며 두 사람이 어디에 있을지 가늠해 보았다. 때마침 그의 시선이 경찰서에서 몇 미터 떨어진 카페에 닿았다. “카페예요, 삼촌?” 그가 덧붙였다.
“그래, 맞다. 서둘러라— 클레멘테 상원의원 딸이 막 자리를 뜨려던 참이다.”
잠시 정적이 흘렀고, 딜런은 전화가 끊긴 줄 알았다.
“바쁘신가요, 클레멘테 양?” 수화기 너머로 삼촌이 누군가에게 묻는 소리가 들렸다.
“딱히 그렇진 않아요.” 부드러운 대답이 돌아왔다.
딜런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자세를 바로잡았다. “지금 가는 중이에요, 삼촌.”
“알겠다. 여기서 기다리마.” 삼촌이 전화를 끊기 전에 말했다.
딜런은 깊은숨을 내쉬고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길을 건너 삼촌과 클레멘테 상원의원의 딸이 기다리고 있는 카페로 향하기 전 제복을 매만졌다. 어쩌면— 정말 어쩌면— 그녀가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될지도 몰랐다. 그녀가 자발적으로 증인으로 나설 확률은 희박했지만, 그래도…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하는 법이었다.
그는 금세 카페에 도착했고 안쪽에 앉아 있는 데이먼 폰타니야 변호사를 발견했다. 그의 맞은편에는 딜런에게 등을 돌린 채 한 여자가 앉아 있었다. 그녀의 얼굴이 보이지 않자 그는 가까이 걸어갔다.
“오래 기다리셨어요, 삼촌?” 그가 삼촌 옆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여자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그는 굳어버렸다.
그녀는 명백히 그보다 어린 모습이었다— 아마도 그의 여자친구와 비슷한 나이대인 듯했다. 스물여섯, 아니면 스물일곱 정도. 흰색 블라우스를 입고 길고 곱슬거리는 머리를 어깨 위로 늘어뜨린 그녀는… 순수해 보였다. 그의 여자친구와는 완전히 거리가 먼 부류의 사람이었다.
“클레멘테 상원의원 딸이시겠군요.” 딜런이 말했다. “저는 딜런 폰타니야 중위입니다. 아까 저를 찾으셨다고 하니 제 이름은 이미 알고 계시겠죠?”
그녀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의 시선이 그에게 머물자, 그는 순간 스스로를 의식하게 되었다. 잠시 후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시선을 돌렸다. “저— 저는 카이아 클레멘테라고 해요.”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가 자신을 소개했다.
딜런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를 찾으셨다고 들었습니다. 무슨 일이죠? 아버지 일 때문이라고 지레짐작해도 되겠습니까?”
카이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저 우리 아-아빠가 정말 감옥에 가는지 물어보고 싶어서요. 혹시… 이 일을 해결할 방법은 없는 건가요?” 몹시 긴장한 기색으로 그녀가 물었다.
딜런은 실망감을 느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말투로 보아 아버지 대신 선처를 구하려는 것처럼 들렸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정부 검찰관들이 귀하의 부친을 상대로 부정부패 혐의를 적용해 고발했습니다, 클레멘테 양. 오용된 의회 자금만 수십억 달러에 달합니다. 수십억 달러요.” 그가 강조했다. “게다가 마약과 성매매에도 관여되어 있습니다. 빠져나갈 방법은 없습니다.”
그는 그녀가 침을 삼키는 모습을 보았다. 마침내 혐의가 얼마나 엄중한지 실감이 나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솔직히, 그녀는 그 훔친 부를 누리며 살아온 사람처럼 보였다. 옷차림만 봐도 품위 유지비가 엄청나게 들 것 같았다. 딜런은 보면 알 수 있었다— 그의 사촌도 똑같은 방식으로 옷을 입었으니까.
그녀의 아버지가 감옥에 가면 그 돈도 사라질 터였다. 그녀가 여기에 온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얼-얼마나… 얼마나 오래 감옥에 있게 되나요? 그러니까, 유죄 판결을 받는다면요?”
딜런은 그녀의 얼굴을 유심히 살폈다. 그녀는 이제 시선을 아래로 내리깐 채 테이블 위에 손을 올려놓고 있었다— 그 손은 눈에 띄게 떨리고 있었다.
“15년입니다.” 삼촌이 그를 대신해 대답했다. “혐의가 무겁습니다. 쉽게 나오지는 못할 겁니다—”
“그것밖에 안 돼요?”
딜런의 몸이 굳어졌다. 그는 천천히 그녀를 돌아보았다. “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그녀가 그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달콤하고, 너무나 달콤한 미소였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찾아가지 않았으니 절 찾고 계실지도 모르겠네요. 전 더 이상 그 인간을 만날 생각이 없다고 전해 주세요. 그 인간한테 무슨 짓을 하든 마음대로 하세요. 상관없으니까.”
“아버지를 두고 하는 말씀치고는 아버지를 좋아하는 것처럼 들리지 않는군요.” 딜런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만약 증언하기로 결정하신다면—”
“됐어요.”
그녀가 단번에 그의 말을 잘랐다. 가방을 어깨에 메며 그녀는 무언가를 찾는 듯 가방을 열었다. “전 그런 사람들과 엮이는 거 싫어해요. 이미 문제거리가 차고 넘치거든요. 더 이상 늘리고 싶지 않네요.”
“하지만—”
“뭔가 기대하셨던 거죠, 그렇죠?” 그녀가 가볍게 말했다. “내가 우리 아빠 좀 풀어달라고 빌기라도 할 줄 알았나요? 세상에. 경찰관들이 이렇게 순진할 줄은 몰랐네요.”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딜런이 날카롭게 물었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카페 안을 둘러보았다. “아까 우리를 본 기자 한 명을 알거든요. 내가 빠르고 연기를 잘해서 천만다행이죠. 안 그랬으면 사람들은 내가 우리 아빠가 감옥에서 썩기를 바라는 끔찍한 딸이라고 생각했을 테니까요. 난 너무 똑똑해서 그들의 덫에 걸리지 않아요.” 그녀가 침착하게 말을 이어갔다. “내가 당신한테 아빠를 풀어달라고 뇌물을 주려 했다는 소문이 퍼진다면, 그건 당신 책임이에요. 알아서 수습하세요.”
딜런은 충격으로 입을 벌렸지만, 그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그녀는 테이블 위에서 자신의 고급 가방을 집어 들었다.
“우리 아빠를 마침내 철창신세 지게 만들면 그때 전화하세요.” 그녀가 말했다. 그러더니 아무런 예고도 없이, 그녀는 그의 손을 잡아 무언가를 쥐여주었다.
딜런은 침을 꼴깍 삼켰다.
그녀는 돌아서서 걸어가기 전 마지막으로 그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딜런은 망연자실한 채 거기에 앉아 있었다.
“맙소사.”
“그게 뭐냐?”
삼촌이 딜런의 손을 가리키며 말을 걸자 그는 정신을 차렸다. 딜런은 천천히 시선을 내렸다.
그것은 명함이었다.
카이아 클레멘테.
제83장“이 나쁜 년.” 나는 이를 갈며 난간을 꽉 쥐었다. “내가 널 얼마나 증오하는지 알기나 해? 우리 결혼 생활을 거의 파탄 낼 뻔했어—”“그게 목적이었으니까!” 그녀가 소리쳤다. “너희 둘 사이를 갈라놓고 싶었어, 알겠어? 성녀처럼 굴 생각 없어. 그 사람 떠나고 나서 난 비참했단 말이야! 아지엘 때문에 그를 떠났지만, 결국 아지엘은 나 대신 너를 원했어. 그게 얼마나 아픈지 알기나 해? 그래서 널 증오했어. 그리고…… 어차피 너희 둘은 서로 진심으로 사랑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지…….”“우린 부부야.” 나는 눈시울이 다시 붉어지며 단호하게 말했다. “우린 부부라고, 브리엘. 네가 무슨 짓을 저지른 건지 알기나 해? 넌 하마터면 불륜녀가 될 뻔했어—”“어차피 이미 악역이 된 거, 끝까지 가보자 싶었지! 내가 행복할 수 없다면 너도 그럴 수 없어! 카이아, 네가 너무 질투 났어! 딜런이 너랑 결혼했다는 걸 알았을 때 내 심정이 어땠을지 상상이나 해봐. 난 수년 동안 그에게 결혼하자고 애원했지만 그는 항상 준비가 안 됐다고 했어. 그런데 널 만나고 몇 달 만에 결혼한다고? 누가 안 화가 나겠어?”나는 침묵을 지켰다. 그녀가 이 정도까지 나올 줄은 몰랐다.
제82장나는 울음을 참으며 마른 침을 삼켰다. 멀리 떨어져 있어서 다행이었다. 만약 그들과 같은 방에 있었다면, 난 아마 완전히 무너져 내렸을 것이다.“젠장, 브리엘. 걔 임신했다고 말하라고 했지, 겁주라고 했어?”아지엘의 목소리에 귀가 쫑긋했다. “이거 몰래카메라야? 만약 그렇다면, 헤엄쳐서라도 도시에 돌아가서 너희 둘 다 죽여버릴 거야.” 나는 협박하듯 쏘아붙였다.“몰래카메라? 아니. 나 진짜 임신했어! 네 친구한테 물어봐.” 브리엘이 쏘아붙였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딜런도 알고 있을까? 어젯밤…… 우리가 함께 있을 때…… 그는 자신이 다른 누군가를 임신시켰다고 생각하며 알고 있었을까? 만약 그가 그랬다면, 난 절대 그를 용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는 또다시 나를 바보로 만들었으니까.“그래, 임신했다니 축하해. 출산 잘하고, 뭐랄까…… 죽지나 마.” 나는 비꼬듯 말하며 전화를 끊을 준비를 했다.
제81장전화를 다시 가방에 넣으려는데 곧바로 벨이 울렸다.“아가씨, 그냥 받아요. 다들 짜증 나잖아요.” 한 승객이 불평했다.나는 한숨을 내쉬며 어색하게 웃어 보였고, 바람을 쐬며 거리를 두기 위해 갑판 쪽으로 걸어갔다. 망설여졌지만 전화를 받았다. 혹시 중요한 일일지도 모르니까.“여보세요? 누구세요?” 나는 지루하다는 듯이 물었다.“카이아니?”눈살이 찌푸려졌다. 낯익은 목소리였다. “그래. 누구시죠?”“내 목소리도 몰라? 정말로?”나는 코웃음을 치며 가슴에 팔짱을 꼈다. “원하는 게 뭐야, 브리엘?”“진정해. 내 목소리 겨우 1초 들었는데 벌써 그렇게 날을 세우니. 나중에 나를 직접 보면 어떨지 상상이 안 가네.”나는 심호흡을 하며 눈을 굴렸다. “너를 만나면 대머리가 될
제80장착륙까지 장장 4시간이 걸렸다. 나는 비행기 안에서 죽은 듯이 잠들었다. 전날 밤 딜런의 품에 안겨 그의 심장 박동을 느끼느라 한숨도 자지 못했기 때문이었다.자는 척을 했었다. 내 눈에 서린 의심을 그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고, 떠나기로 한 내 선택을 그가 후회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딜런은 내가 그의 울음소리를 듣고 있다는 걸 몰랐다. 그는 내가 볼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나를 더 꽉 껴안고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울고 있었다. 그는 생각보다 둔했다. 나는 그의 떨리는 숨결을 하나하나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소리 없이 울고 있었다.그는 계속 입술을 달싹이며 무언가를 속삭였다. 사과였고, 만약 정말 상황이 보이는 것과 같다면 자신을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당신을 너무 사랑하지 않았다면, 절대 보내주지 않았을 거야.”그 말을 직접 듣자…… 가슴 한구석이 무너져 내렸다. 어쩌면 그래서 잠을 잘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가 나를 신경 쓰지 않았다면, 체면치레를 위해서라도 나를 억지로 붙잡으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내가 걸어 나가게 두었다. 내가 나 자신을 다시 찾아야 한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보내준 것이다.&n
제79장“전화해도 돼? 아니면 문자라도? 그래도 될까?”나는 먹던 것을 멈추고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나랑 말 안 하면 죽기라도 해?” 비꼬듯 물었지만, 그는 웃어넘기기는커녕 진심 어린 눈으로 나를 응시했다.“응.”나는 멍하니 눈을 몇 번 깜빡였다. 뭐라고? 목에 걸린 무언가를 삼키고는 물컵으로 손을 뻗었다. 그가 한숨 쉬는 소리가 들렸다. “응. 당신이랑 말 안 하면 죽을 것 같아. 그러니까…… 그냥 문자라도 하게 해 줘, 응? 아니면 전화라도. 당신 목소리를 듣고 싶어. 단 1초라도. 제발?”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안 돼’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마음 한구석이 찔렸다. 그는 정말로 고통스러워 보였다. 나는 웃음을 참으려 눈썹을 치켜올렸다.글쎄, 난 카이아 클레멘테다. 그가 나 없이는 못 산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가 정말로 바람을 피운 게 아니라면 말이다.&ldquo
제78장“짐을 왜 이렇게 많이 챙겨? 다시 들어오려고?”내가 안으로 발을 들이자마자 딜런이 던진 첫 질문에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넥타이를 매느라 바빴다. 어디 나갈 준비를 하는 모양인데…… 도대체 왜 그렇게 차려입었는지 알 수 없었다.나는 천천히 고개를 저어 아니라는 신호를 보냈다. 순간 그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시는 것이 보였다. 짐을 가져온 것만 보고 내가 다시 돌아온 줄 알고 기대했을 줄은 몰랐다. 아지엘은 이런 상황을 경고해주지 않았기에 딜런의 표정을 마주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사실 내일 떠나.”“떠난다고?”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뒤에서 가방을 끌며 그를 스쳐 지나갔다. 내일 아침에 움직이기 편하도록 계단 아래쪽에 가방을 밀어 넣었다.“해안가 쪽으로 가려고. 거기서 한동안 머물 거야.” 나는 거짓말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