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제51장
할머니와 벨이 휴식을 취하러 할머니 방으로 들어가면서 저녁 식사는 긴장된 침묵 속에 끝났다. 식탁에는 나와 아지엘만 남았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릇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아지엘이 말없이 도와주는 바람에 내 분노는 조금 수그러들었다. 그가 밖으로 나간 사이 나는 설거지를 했다. 그가 도시로 다시 돌아가는 건지 어쩐지 알 수도 없었고, 솔직히 묻고 싶지도 않았다.
나는 여전히 그의 완고한 태도에 짜증이 나 있었다. 자존심이 얼마나 센지 딜런에 대해서는 대화다운 대화조차 나누려 들지 않았다. 그는 예전에 내가 알던 친구가 아니었다. 브리엘과 사귀기 시작한 이후로 그는 변해버렸고... 그 사실이 나를 미치게 만들었다.
그는 자기가 여자친구를 고를 때 내가 억지로 참아야 했던 상황을 만들었으면서, 내가 딜런과 함께 있는 걸 어떻게 지지해 주지 않을 수가 있지? 생각이라는 걸 하긴 하는 걸까? 내가 브리엘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제71장방 안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거친 숨소리만이 그 정적을 깼다.“미안해.”나는 다니엘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진심으로 반성하는 듯 보였다. “그렇게 말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딜런은 무너져 내리고 있는데 너는 여기서 좋은 집에서 지내고 있는 걸 보니 화가 치밀어서 그랬어. 걘 완전히 망가졌어. 하루 종일 술만 마시고 잠만 자. 우리가 경찰서에 갔는데, 출근도 안 해서 상사들이 잔뜩 화가 나 있어. 집은 엉망이야, 특히 너희 안방은 더더욱. 딜런은 그 방에 발도 못 들여. 카이아, 걘 완전히 폐인이 됐어. 너라도 우리 입장이라면 걱정됐을걸.”“딜런이 얼마나 심각한 상태인지 레이라 아주머니께는 말씀 안 드렸어.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싶지 않아서.” 모리스가 덧붙였다. “데클런 삼촌이랑 랜스한테도 말했는데, 그들이 딜런을 설득하려 했지만 소용없었어. 그저 울고 술만 마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모르겠어. 네가 폰을 집에 두고 가서 연락할 방법도 없었어. 그 쪽지를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아직도 너를 찾고 있었을 거야. 우리가 너무 거칠게 말해서 미안해.”아이버슨이 씩씩거렸다. “난 아직도 왜 하필 세상 천지에 이 집을 골랐는지 이해가 안 가.
제70장“돌려 말하지 않겠어. 네가 우리 사촌을 두고 바람을 피웠어, 카이아?”본능적으로 눈썹이 치켜올라갔다. 쏘아붙이고 싶은 충동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억지로 호흡을 가다듬었다. 후회할 말은 하고 싶지 않았다. 나에게 한없이 다정했던 사람들과의 관계를 그렇게 불태워버리고 싶지는 않았다.딜런을 제외하면, 이 가족은 나를 두 팔 벌려 환영해 준 사람들이었다. 솔직히 말해 그들이 보여준 사랑이 아니었다면 나는 딜런과의 결혼을 고려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에게 내 말을 무기 삼아 상처 입히고 싶지 않았다. 언젠가 내가 뱉은 말 때문에 죄책감에 익사하며 잠에서 깨고 싶지는 않았으니까.하지만 내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건, 그들이 나를 너무 쉽게 판단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들은 정말 내가 그들의 사촌을 배신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그 모든 일을 겪고도?나는 길고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그들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우선 안으로 들어오는 게 어때? 이 일은 사적인 자리에서 이야기해야 해.”“왜 안으로 들어가? 여기서 이야기하면 돼. 예 아니오로 답할 수 있는 질문이잖
제69장아지엘은 길고 떨리는 숨을 내쉬며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사실상 내 최악의 두려움을 확인시켜 준 셈이었다. 나는 말문이 막혔다. 제정신이 아니야!“너 미쳤어?!” 나는 그를 향해 다가가며 소리쳤다. “그래서 나보고 딜런한테 돌아가라고 한 거야? 그 여자를 여기로 데려오려고? 너 괜찮은 거야? 술이라도 마신 거야?!”“카이아—”나는 손을 들어 그의 말을 막았다. “잠깐, 잠깐만. 너 결혼은 끝났다고 했잖아! 그녀가 나와 딜런에게 한 짓 때문에 끝난 거라고 했잖아! 아지엘, 그녀는 내 남편의 정부가 되었을 때 네 약혼녀였다고! 엄밀히 말하면 그녀는 너한테도 바람을 피운 거야! 그녀는 너를 바보 취급했고, 이제야 부모님이 그녀의 실체를 깨닫고 쫓아내니까 여기로 데려오겠다고? 길바닥에 나앉아도 싸!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고!”“카이아, 나는 정말 그게 함정이었던 것 같아서…….”나는 격렬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지엘, 둘 다 우리를 가지고 놀았을 가능성이 아주 커! 그녀를 여기 머물게
제68장“너 정말 끝까지 고집 피울 거야? 심지어 남편을 들여보내지도 않았더라며. 그 사람 밖에서 거의 하루 종일 있었어. 오늘 아침에 내가 나갈 때도 거기 있었고, 오후에 돌아왔을 때도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어. 정말 끝까지 안 들여보낸 거야?”나는 깊은 한숨을 내뱉으며 시선을 돌렸다. “안 들여보냈어.” 내 목소리는 무미건조했다.사실이었다. 그가 몇 시간 동안 내 이름을 부르며 설명할 시간을 달라고 애원할 때도 그랬다.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하지만 커튼 뒤에서 그를 지켜보고는 있었다.“왜 안 그랬어? 그 사람과 이야기조차 해보고 싶지 않아? 그 사람 입장을 들어볼 기회는 줘야 할 거 아냐.”하루의 무게가 어깨를 짓눌러 무릎 위로 시선을 떨어뜨렸다. “지금은 그를 만날 준비가 안 됐어, 아지엘. 나 자신을 잘 알아. 지금 그와 대화하면 나중에 돌이킬 수 없는 말을 뱉어버릴 거야. 아직 이렇게 화가 난 상태에서 그를 마주하면 상황만 더 엉망이 될 뿐이야.”딜런에게 달려 나가 비명을 지르든, 아니면 그를 안아주든, 둘 중 무엇이든 하고 싶어 미칠 것 같았다. 밖은 찌는 듯이 더웠는데 그는 몇 시간 동안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밥은 먹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죄책감이 나를
제67장“당분간 여기서 지내. 아빠가 네가 여기 온 걸 알게 될지도 모르니까 내가 따로 연락해 둘게.” 아지엘이 나를 방으로 안내하며 부드럽게 말했다.“그냥 호텔을 예약할게. 아니면 할머니 댁으로 가는 게 나을지도……”“그래서 뭘 어쩌려고? 이 꼴을 할머니한테 보여드리게?” 그가 말을 자르며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네 할머니는 네 남편을 아주 아끼셔. 그가 바람을 피웠다는 걸 알게 되면 할머니는 충격으로 쓰러지실 거야. 우선 네 마음부터 추슬러, 카이아. 기운을 좀 차리면 그때 할머니 댁에 데려다줄게.”바닥을 내려다보던 내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툭 떨어졌다. “내 마음을 추스르면?”“그래. 준비가 될 때까지 여기 머물러.”“내가 정말 다시 예전처럼 될 수 있을까?” 내가 말을 잘랐다. 아지엘이 조심스럽게 내 턱을 들어 올려 억지로 그의 눈을 맞추게 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아이처럼 오열하며 무너져 내렸다. “너무 아파, 아지엘. 이렇게 아플 줄은 몰랐어…… 미리 알았더라면 네 말을 들었을 거야. 도박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억지로 밀어붙이지 말았어야 했어. 난 그
제66장“미안해…….” 그가 속삭였다. 나는 그의 사과 따위는 원치 않았다. 나는 뒤돌아 걸음을 옮겼다.“사랑해…… 카이아, 제발. 사랑한다고!” 그가 내 뒤에서 소리쳤다.눈물이 더 빨리 흘러내렸지만, 뒤돌아보지 않았다. 계단 난간을 꽉 붙잡았다. 세상이 빙글 돌며 의식을 잃지 않기를 기도했다.몸 상태는 어제보다 더 엉망이었다. 독감 때문인지, 아니면 심장이 찢어지는 고통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내 남편이 바람을 피웠다. 떨리는 입술로 현관문을 잡았지만, 열기도 전에 그가 뒤에서 나를 껴안았다.“놔.” 내 목소리가 차갑게 가라앉았다.“여, 여보, 제발. 사랑해, 제발 자비를 베풀어 줘. 이, 이러지 마. 우, 우리 얘기 좀 해,” 그가 내 머리카락에 얼굴을 묻고 속삭였다.나는 고개를 저었다. “너랑 할 얘기 없어. 그 더러운 손 치워.”대신 그는 더 세게 나를 붙잡으며 내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그의 눈물이 내 셔츠를 적시는 게 느껴졌다. 피 맛이 날 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