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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화. 반지부터 찾아

Penulis: 루니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11-06 08:17:15

“설마 당신이 숨겼어요?”

강태오가 베개를 뒤집으며 서리를 돌아봤다. 방금 전까지 ‘내 유일한 여자’라며 웃던 남자는 사라지고, 침대 위엔 시트와 베갯잇만 어지럽게 쌓여 있었다. 서리는 벗어 둔 가디건을 집어 들었다. 어젯밤 다른 여자와 보내겠다며 반지를 스스로 빼 놓은 사람이, 이제 와 도둑이라도 맞닥뜨린 얼굴이었다.

“제가 대표님 반지로 뭘 하겠어요? 사모님께 갖다드리기라도 할까요?”

“농담할 때 아니에요. 분명 여기 넣었는데.”

태오는 베개 아래 손을 집어넣고 매트리스까지 들어 올렸다. 옆 탁자 서랍을 열었다 닫는 사이 영수증과 충전선이 바닥에 쏟아졌고, 서리는 창가에 걸친 커튼부터 걷었다. 햇빛이 들어오자 침대 아래로 굴러간 물잔 받침이 보였다. 그 바로 옆, 침대 다리 뒤쪽에서 반짝이는 작은 원이 눈에 들어왔다.

서리는 모른 척 수건을 개기 시작했다. 태오가 허리를 숙였다 일어나는 모습을 조금 더 보고 싶었다. 한서리였을 때는 반지를 끼고 다니지 않는 남편을 붙잡고 이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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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벌집 전처가 미쳤다   78화. 취소된 밤

    “내일은 네 밤.”서리는 화면에 뜬 5글자를 보고 휴대폰을 식탁에 내려놓았다. 방금 전까지 아내의 손을 잡고 계단을 올라가던 남자가 어느새 다음 여자 몫의 밤을 통보했다. 약속 시간을 정하는 데 서리의 의사는 한 번도 묻지 않았다. 태오에게 두 여자는 달력에 번갈아 적어 두면 되는 이름인 모양이었다.서리는 수첩에 문자를 옮긴 뒤 답장을 썼다.‘내일은 안 만나요. 개인 일정이 생겼습니다.’곧바로 화면 위에 ‘읽음’ 표시가 떴다. 태오의 전화가 이어졌지만 받지 않았고, 한참 뒤 도착한 ‘무슨 일인데요?’라는 메시지에도 답하지 않았다. 그동안 자신이 그를 기다렸던 시간만큼 되돌려 줄 생각은 없었다. 기다림에 무슨 값이 매겨지는지, 하루만 직접 알아보게 하고 싶었다. 예전에는 태오가 약속을 취소해도 서리가 먼저 일정을 비워 놓았다. 이제 그가 자신의 시간을 당연하게 차지하려 들 때마다, 수첩의 날짜 사이에 끼어 있던 빈칸이 떠올랐다. 그 빈칸을 채울 사람은 자신이었다.다음 날 아침 서리는 평소보다 일찍 청소 도구를 챙겼다. 식당 식탁보를 갈고 복도 끝 진열장 유리를 닦는 동안 휴대폰은 직원 사물함에 넣어 두었다. 태오가 내려오는 시각을 알고 있었으나 일부러 고개를 들지 않았다. 구두가 지나가는 소리가 2번 멈췄고, 물을 가지러 가던 태오는 진열장 앞을 돌아 나갔다가 다시 들어왔다.“시아 씨, 어젯밤 문자 봤어요?”“봤습니다. 먼지 때문에 손이 바쁜데요.”“오늘 밤 약속, 정말 취소예요?”“급해요? 사모님 방에 가서 사랑 고백 재활용하세요.”태오는 주위에 사람이 없는지 살피더니 웃음을 거뒀다. 그가 뭔가 더 말하려 하자 서리는 닦던 유리의 얼룩을 가리켰다. 어제와 같은 자리인데 오늘은 태오가 먼저 움직여 그녀의 시야 안으로 들어왔다. 서리는 진열장 가장자리에 남은 손자국을 끝까지 닦았다. 태오는 직원이 지나다닐 때마다 한 발 물러났다가 사람이 사라지면 다시 말을 붙였다. 아내 앞에서는 자신을 별 관심 없는 직원으로 만들던 사람이, 지금은 누가 볼까

  • 재벌집 전처가 미쳤다   77화. 대답 없는 여자

    “너, 그 사람하고 잤지?”백세나의 입술이 귓가에서 떨어졌지만 서리는 곧장 대답하지 않았다. 세나의 손끝에는 조금 전 몸싸움으로 부러진 손톱이 남아 있었고, 태오는 소파 옆에서 머리핀을 재킷 주머니에 밀어 넣고 있었다. 그가 그 작은 물건을 감출수록 세나가 봐야 할 것은 더 분명해졌다. 그런데 세나는 남편의 손이 아닌 서리의 얼굴을 놓지 못했다.“왜 말을 못 해? 아니면 아니라고 해 봐.”“남편에게 직접 물으세요. 방금까지 바로 저기 계셨잖아요.”“그 사람이 거짓말하면 어쩌라고!”“그걸 왜 저한테 따지세요? 사모님도 남편이 거짓말한다는 건 아시네요.”세나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서리는 주머니에 들어 있는 자신의 머리핀을 떠올렸다. 일부러 가방에 남긴 물건이었으므로 세나가 의심하는 이유까지 부정할 수는 없었다. 다만 여기서 잠자리를 인정하면 복자가 지키기로 한 이름과 자신이 쌓아 온 기록을 한꺼번에 위험에 빠뜨릴 수 있었다. 서리는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가는 대신 복자의 손이 닿는 자리에 멈춰 섰다.서리는 세나의 시선을 피해 탁자 위 물잔을 보았다. 두 사람이 소파에서 엉키는 바람에 잔 밑에 물기가 번졌고, 누군가 급히 내려놓은 휴지가 흠뻑 젖어 있었다. 이 집은 언제나 이런 식이었다. 누가 일을 벌였는지 따질 새도 없이 닦아야 할 자국부터 늘어났다. 서리는 물잔에 손대지 않았다. 오늘 닦아 주면 태오는 또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아내 곁으로 돌아갈 테니까.“지금 나 갖고 놀아? 확답 안 하는 게 답이잖아!”“원하시는 답을 정해 두셨으면 제 입까지 빌릴 필요 없겠네요.”세나는 다시 서리의 팔을 잡으려 했으나 복자가 사이로 들어왔다. 바닥에는 아까 소파에서 떨어진 쿠션이 그대로 놓여 있었다. 복자는 쿠션을 발끝으로 밀어 길을 비우고, 세나에게 손톱부터 치료하자고 했다. 세나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오 여사, 비켜요. 직원이 내 남편하고 무슨 짓을 했는지 묻는 거야!”그때까지 구경하던 태오가 두 사람 앞으로 걸어왔다. 웃음을 참느라 움직이던 입

  • 재벌집 전처가 미쳤다   76화. 남의 머리핀

    “여자 머리핀이 왜 당신 여행 가방에서 나와? 내 것도 아닌데.”백세나는 손바닥에 올린 작은 머리핀을 강태오의 코앞으로 들이밀었다. 욕실에서 막 나온 남편의 머리에서는 물방울이 떨어졌고, 세나의 발치에는 가방에서 꺼낸 셔츠가 구겨져 있었다. 태오는 머리핀보다 먼저 열린 가방을 봤다. 지퍼 안쪽에 걸린 분홍색 끈까지 보이자 그제야 수건으로 머리를 문지르던 손이 멈췄다.“남의 가방은 왜 뒤져?”“남의 가방? 여기가 누구 집인데! 대답부터 해. 어떤 여자가 당신 짐에 이걸 넣었어?”태오는 손을 내밀었으나 세나가 핀을 움켜쥐고 물러섰다. 어젯밤 자신을 끌어안으며 아내는 하나뿐이라고 말했던 남자였다. 오늘은 그 아내 앞에서 머리핀 하나의 주인조차 설명하지 못했다.“행사 준비하다 직원 물건이 섞였겠지. 회의실이든 대기실이든 사람이 얼마나 많이 드나드는데.”“그 많은 직원 중에 하필 여자 머리핀이 당신 속옷이랑 한 가방에 들어와?”“속옷 아니야. 갈아입을 셔츠야.”“아주 잘났다. 셔츠랑 여자 머리핀은 한 쌍이냐?”태오가 가방을 닫으려 하자 세나는 지퍼를 붙잡았다. 한쪽은 덮고 한쪽은 열어젖히는 통에 가방이 옆으로 쓰러졌고, 세나는 그 틈에서 윤시아의 이름을 꺼냈다. 태오는 대답 대신 시계를 확인했다. 서리는 곁에 없는데도 두 사람이 그 이름으로 다투고 있었다.그 시각 직원 숙소에서 서리는 머리를 풀어 빗고 있었다. 어제 라운지에서 태오가 아내의 메시지에 답하느라 가방에서 손을 뗀 사이, 자신이 쓰던 머리핀을 열린 지퍼 틈에 밀어 넣었다. 남자가 여자들의 밤을 순서대로 정하면서 물건 하나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다는 걸 확인하고 싶었다. 하지만 작은 핀이 세나에게 어떤 밤을 안길지는 짐작할 수 있었다. 서리는 머리카락을 묶던 손을 내려놓고 수첩에 ‘가방, 머리핀’이라고 적었다. 누구 물건인지 알아보지 못하면서 아내를 달래는 데는 그토록 능숙한 남자였다.숙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렸다. 복자가 문밖에 서 있었고, 그녀의 뒤로 세나가 밤옷 차림으로 다가왔다.

  • 재벌집 전처가 미쳤다   75화. 남편 당번표

    “밤마다 여자를 바꿔 만나면서, 이 인간은 자기 일정표가 완벽하다고 믿겠지.”서리는 부엌 한쪽에서 휴대폰을 뒤집어 놓고 수첩을 펼쳤다. 조금 전 태오에게서 도착한 ‘오늘 밤, 지난번 그 방’이라는 문자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손님용 라운지에서 보낸 밤 다음에는 세나의 침실, 그다음에는 다시 윤시아. 그는 날짜를 헷갈리지 않는 것만으로 두 여자를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서리는 저장해 둔 메시지를 날짜순으로 옮겼다. 결혼기념일 저녁의 2인 코스, 새벽 1시 전화, ‘내일은 당신 차례’, 그리고 오늘의 호출까지. 세나를 달랜 다음 날이면 자신에게 연락이 왔고, 자신과 만난 다음에는 아내에게 더 다정한 남편 행세를 했다. 기록을 나란히 놓자 그의 애정 표현은 시간까지 정해진 업무 같았다. 아내에게 사랑을 맹세한 뒤에는 자신을 찾았고, 들킬 만하면 업무를 핑계로 댔다. 서리는 날짜 옆에 작은 표시를 해 두었다. 빈칸은 남겨 두었다. 짐작까지 기록해 태오에게 빠져나갈 구멍을 줄 생각은 없었다.수첩 맨 아래에 서리는 한 줄을 더 썼다. ‘시간을 바꾸면 어떻게 행동하는지 확인.’ 그리고 태오에게 답장을 보냈다.‘약속 30분 당겨요. 그때 못 오시면 오늘은 안 만나요.’답장은 금방 도착했다.‘갑자기? 지금 준비 중인데.’‘그럼 다음 차례에 뵙죠.’곧 전화가 걸려 왔으나 서리는 받지 않았다. 재킷과 꽃다발은 몇 번씩 바꿔 줄 수 있어도 시간은 늘릴 수 없는 법이었다. 그녀는 시계를 확인하고 복도를 지나 직원 출입문으로 향했다. 작은 머리핀으로 흘러내리는 옆머리를 고정하고 외투 깃을 여미자 창문에 비친 얼굴이 달라 보였다. 태오가 칭찬하던 얼굴보다 휴대폰 속 날짜들이 더 선명했다. 그 남자가 자기 뜻대로 시간을 옮길 수 없다는 사실을 오늘 한 번은 보여 주고 싶었다.그 시각 태오는 침실 욕실에서 샤워를 끝내던 참이었다. 물기를 닦을 새도 없이 휴대폰을 집어 든 그는 메시지를 읽고 수건을 허리에 두른 채 밖으로 나왔다. 침대 위에는 세나가 준비해

  • 재벌집 전처가 미쳤다   74화. 두 번째 침대

    “찢으면 없던 일이 돼? 그럼 결혼반지도 찢어 버리지 그래!”백세나가 식단 메모 조각을 남편의 구두 앞에 걷어찼다. 종잇조각이 식탁 아래로 흩어지는 동안 강태오는 허리를 굽히지도 않았다. 손가락을 움직여 재킷 주머니 속 반지를 더듬을 뿐이었다. 한서리는 쟁반을 든 채 그 손을 보았다. 조금 전까지 남의 주머니를 뒤지겠다던 세나 앞에서 정작 확인해야 할 것은 남편 주머니에 들어 있었다.“종이 하나 가지고 왜 이래. 당신이 싫다니까 버린 거잖아.”“누가 버리래? 왜 윤시아한테 직접 식단을 적어 줬냐고 물었지!”태오는 그제야 반지를 꺼냈다. 어제 운동하다 잠시 벗었다는 말을 되풀이하며 세나의 손바닥에 올려놓았지만, 세나는 반지 안쪽에 새긴 결혼 날짜를 확인하고도 웃지 못했다. 반지가 돌아왔다는 사실보다 그것을 어디에서 벗었는지 모른다는 사실이 더 괴로운 모양이었다. 태오는 그런 아내의 얼굴을 보고서야 식당 문 앞에 모인 직원들을 물렸다. 세나는 직원들이 사라진 뒤에도 반지를 내려다봤다. 조금 전 자신이 윤시아를 도둑으로 몰아붙였다는 말은 입 밖에 내지 않았다. 남편이 어디에 있었는지 묻는 순간마다 다른 사람을 의심하게 되는 자신도 싫었지만, 그걸 인정하면 태오가 또 모든 일을 자신의 질투 탓으로 돌릴 게 뻔했다.서리는 바닥의 종이부터 주웠다. ‘아침은 커피 대신 물’이라는 문장이 반쯤 잘려 있었다. 태오가 전처와의 결혼생활을 설명할 때도 저렇게 마음대로 잘라 냈을까. 자신이 챙겨 준 식사는 지우고, 외로웠던 밤만 남겨 놓고, 끝내 노력한 사람은 자기였다고 우기던 얼굴이 떠올랐다.그날 저녁, 세나를 위해 저택 식당이 다시 꾸며졌다. 식탁보가 바뀌고 작은 촛대가 놓였으며, 태오는 외부 일정을 취소했다는 말을 세나에게 몇 번이나 들려주었다. 서리는 부엌 문가에서 와인 대신 탄산수를 준비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어제 찢어 버린 식단 메모의 내용이 그대로 식사 준비에 쓰이고 있었다. 태오는 다 찢어 놓고도 정작 음식 취향은 서리가 기억해 주길 바랐다. 그녀는 주방

  • 재벌집 전처가 미쳤다   73화. 앞치마 검문

    “손 떼세요. 제 주머니가 궁금하다고 몸까지 뒤지실 권리는 없습니다.”세나의 손끝이 서리의 앞치마에 닿기 직전, 서리가 손목을 막았다. 아침 식탁 앞에서 몸이 엉키자 찻잔이 흔들렸고, 의자를 밀고 일어난 태오의 재킷 주머니가 식탁 모서리에 걸렸다. 반지는 그 안에 있었다. 그런데도 세나의 눈은 엉뚱한 곳에 꽂혀 있었다.“네가 훔쳤으니까 못 보여 주는 거잖아! 우리 집에 도둑이 있어!”식당 문을 지나던 직원 둘이 멈췄다. 세나는 기다렸다는 듯 그들을 불러 세웠고, 식기 정리를 하던 직원까지 돌아보자 서리의 얼굴이 뜨거워졌다. 예전 이 집 안주인이었을 때도 태오는 사람들 앞에서 그녀의 말을 끊었다. 이제는 직원의 몸을 뒤지는 일까지 구경거리가 되고 있었다. 서리는 문 앞에 선 직원들의 신발을 차례로 바라봤다. 누구도 세나를 말리지 못했다. 자신 역시 예전엔 그들에게 아무 도움도 주지 못한 안주인이었다는 사실이 떠올라 얼굴이 더 달아올랐다.“우리 남편 결혼반지가 없어졌어. 아침부터 얘가 자꾸 반지처럼 생긴 걸 내밀었잖아. 수상하지 않아?”“그건 포크 받침입니다. 아까 직접 확인하셨고요.”“그럼 주머니 까 봐. 떳떳하면 못 할 이유 없지?”세나가 다시 손을 뻗자 서리는 몸을 한쪽으로 틀었다. 앞치마 끈이 팽팽해지며 허리가 당겼지만, 더는 물러서지 않았다. 여기서 세나가 제멋대로 옷을 뒤지게 두면 내일은 숙소 서랍까지 열어 보겠다고 할 것이다.“확인은 하겠습니다. 대신 제 몸에 손대지 마세요. 오 여사님 입회 아래 제가 직접 꺼내겠습니다.”복자가 두 사람 사이로 들어왔다. 서리는 그녀가 가까이 있는 것만으로도 조금 숨이 트였다. 어젯밤 자기 이름을 확인하고도 비밀을 지켜 준 사람이었다. 복자는 세나에게 직원들 앞에서 물건을 검사할 이유부터 설명하라고 요구했으나 세나는 손뼉을 치며 사람들을 더 불러 모았다.“다들 똑똑히 봐. 나중에 이 여자가 억울하다고 떠들지 못하게.”서리는 식탁 끝의 빈 쟁반을 끌어왔다. 손바닥을 펴 보이고 앞치마 오른쪽 주머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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