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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화. 미끼

Author: 케사르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15 06:00:00

솔은 방금 들은 말을 다시 떠올렸다.

오늘 새벽.

자신들이 열람을 요청한 뒤 움직인 기록.

아직 멀리 가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공작님.”

“왜.”

“본청으로 갔을 때의 미래를 보겠습니다.”

준경이 바로 말했다.

“됐어.”

솔의 손이 멈췄다.

“지금 확인하는 편이 빠릅니다.”

“알아.”

“그럼 보는 게 낫지 않습니까?”

“오늘은 그만 봐.”

솔은 입을 다물었다.

손끝은 아직 조금 둔했다.

주먹을 쥐었다 펴봤다.

한 번 정도는 더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직 가능합니다.”

“알아.”

준경이 손을 내밀었다.

“손.”

솔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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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주받은 공작의 예언자   51화. 공작님이 원하시면요

    서랍장에서 무언가를 꺼냈다.짧은 가죽끈이 달린 승마용 채찍.솔의 시선이 거기에 멈췄다.준경이 돌아왔다.“왜.”“그걸 쓰실겁니까?““응.”솔은 채찍을 보고 다시 준경을 봤다.“무서워?”“조금은요.”“싫으면 말해.”솔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채찍 끝을 한번 더 봤다.“……해보고 싶습니다.”준경이 고개를 끄덕였다.“치마 올려.”솔의 손이 치맛자락으로 갔다.천을 천천히 허리 위까지 걷어 올렸다.허벅지가 드러났다.준경의 시선이 아래로 한번 내려갔다.“탁자 잡고 엎드려.”솔이 탁자 앞으로 갔다.양손으로 가장자리를 잡고 몸을 숙였다.치마는 허리에 걸린 채였다.엉덩이가 훤히 드러난 자세.솔은 괜히 탁자만 봤다.뒤에서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준경은 한동안 그대로 있었다.솔의 손가락이 가장자리를 조금 세게 쥐었다.고개를 돌리려는 순간.“앞 봐.”“예.”솔이 다시 고개를 바로 했다.“허리 조금 더 내려.”따랐다.“그래.”잠깐의 정적.언제 올지는 몰랐다.짝—몸이 크게 움찔했다.“읏……!”숨이 막혔다.맞은 자리가 뜨겁게 올라왔다.준경은 바로 두 번째를 치지 않았다.솔의 거친 숨만 방 안에 남았다.

  • 저주받은 공작의 예언자   50화. 네 입으로

    저택으로 돌아온 뒤에도 한동안 사람이 끊이지 않았다.폐성에서 가져온 기록은 에드윈에게 넘겼고, 먼저 복귀한 기사들의 보고까지 받고 나서야 문이 닫혔다.방이 조용해졌다.솔도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럼 저도 돌아가겠습니다.”준경은 대답하지 않았다.잔을 들었다가 입도 대지 않고 다시 내려놨다.“솔.”문으로 가던 걸음이 멈췄다.“예.”“어딜 가.”솔이 돌아봤다.준경이 손가락으로 불렀다.“이리 와.”앞까지 가자 다시 말했다.“더.”한 걸음.준경은 의자에 앉은 채 솔을 올려다봤다.“폐성에서 왜 나 안 놨어.”솔의 눈이 조금 커졌다.“예?”“예언 끝나고. 계속 잡고 있었잖아.”그제야 알아들었다.솔의 시선이 아래로 갔다.“걱정돼서 그랬습니다.”“내가?”“예.”“뭐가 걱정됐는데.”솔이 다시 그를 봤다.“다치실까 봐요.”“내가 다치는 게 싫어?”질문이 묘하게 한 칸 더 들어왔다.솔은 금방 답하지 않았다.“……좋아할 이유는 없지 않습니까.”“에드윈 다쳐도 걱정하잖아.”“그렇습니다.”“똑같아?”입이 다물렸다.준경은 기다렸다.솔의 손가락이 옷자락 끝을 눌렀다.“……아닙니다.”“뭐가 다른데.”이번에는 솔이 바로 그를 봤다.“공

  • 저주받은 공작의 예언자   49화. 이리 와

    솔은 금속판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하르젠.그 옆에는 라엔의 예언자.두 사람의 이름 사이에서 시작된 선이 아래로 내려가다 갈라져 있었다.한쪽은 하르젠에게.다른 한쪽은 예언자에게.솔이 손끝으로 선을 따라갔다.“이 예언의 대가.”준경이 옆으로 다가왔다.“둘이 나누게 되어 있습니다.”“지금 우리처럼?”솔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금속판을 다시 한번 살폈다.“비슷합니다.”“같은 건 아니고?”“거기까지는 모르겠습니다.”준경은 더 묻지 않았다.솔이 금속판 아래쪽을 살피다가 손을 멈췄다.끝이라고 생각했던 자리였다.그런데 돌판과 금속판 사이에 가느다란 틈이 있었다.손끝을 넣어 당겼다.얇은 판 하나가 앞으로 밀려 나왔다.“공작님.”준경이 몸을 숙였다.처음 것보다 훨씬 작았다.표면도 많이 닳아 있었다.솔은 남은 글자부터 찾았다.날짜.조금 전 기록과 같았다.그 아래에도 두 사람의 이름이 있었다.하르젠.라엔의 예언자.그리고 그 밑.희미하게 남은 글자.처리 결과.솔의 손이 멈췄다.준경이 물었다.“왜.”솔은 대답하지 않고 처음 금속판을 옆에 가져왔다.두 장을 나란히 놓았다.첫 기록.두 갈래.두 번째 기록.하나.

  • 저주받은 공작의 예언자   48화. 같이 가겠습니다.

    솔의 입술이 굳었다.“지금요?”“응.”“제가 반대해도요?”“응.”대답이 너무 쉽게 나왔다.솔의 눈썹이 조금 모였다.준경이 그 얼굴을 보다가 물었다.“화났어?”“아닙니다.”너무 빨랐다.준경의 입가가 움직였다.“그럼 그 얼굴은 뭔데.”솔은 잠시 버텼다.“……조금은 화난 것 같습니다.”준경이 웃었다.솔은 더 굳었다.“웃으실 일 아닙니다.”“알아.”“안 그러신 것 같습니다.”그 말에는 준경도 입을 다물었다.잠깐 뒤 손이 올라와 솔의 뺨을 한번 쓸었다.“여기 있어.”솔이 바로 물었다.“공작님은요?”“내가 열어볼게.”“싫습니다.”준경의 손이 멈췄다.솔 자신도 조금 놀란 얼굴이었다.그래도 말을 고치지는 않았다.“같이 가겠습니다.”“위험하다며.”“그러니까요.”준경이 눈을 가늘게 떴다.“그게 무슨 말이야.”“저도 모릅니다.”솔은 잠깐 입술을 깨물었다.“그래도 공작님 혼자 들어가는 건 싫습니다.”이번에는 준경이 웃지 않았다.둘이 잠시 마주 봤다.“알았어.”그가 먼저 문 쪽으로 돌아섰다.솔도 따라갔다.한 걸음 뒤가 아니라 바로 옆에 섰다.문에 가까워지자 준경의 저주가 다시 짙어졌다.솔

  • 저주받은 공작의 예언자   47화. 그래도

    18화. 그래도한참 뒤 솔이 먼저 몸을 뗐다.준경의 옷을 쥐고 있던 손도 그제야 풀렸다.숨은 많이 가라앉아 있었다.“괜찮아?”“예.”대답하고도 솔은 바로 물러서지 않았다.준경의 손목을 봤다.검은 선은 평소보다 짙었다.다행히 예언에서 본 것처럼 위로 번지지는 않았다.솔이 손을 뻗었다.검은 선의 가장자리를 손끝으로 조심스럽게 눌렀다.준경이 그 손을 내려다봤다.“뭘 봤어.”손끝이 멈췄다.“정확히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정확한 거 말고. 본 거.”솔은 기억을 더듬었다.순서를 맞추려 하지 않았다.“문이 열렸습니다.”준경이 봉인문을 봤다.“아래로 계단이 있었고요.”“응.”“공작님의 저주가 짙어졌습니다.”솔의 손끝이 그의 손목에 남아 있었다.“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더 올라왔습니다.”준경이 자기 손을 한번 내려다봤다.“또.”솔의 입술이 다물렸다.바닥에 쓰러져 있던 준경.불러도 움직이지 않던 사람.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공작님이 쓰러져 있었습니다.”준경이 솔을 봤다.“죽었어?”솔의 눈이 흔들렸다.“모르겠습니다.”“확인 못 했고?”“예.”준경은 잠깐 말이 없었다.솔이 이어 말했다.“그런데 다음에는 다시 서 계셨습니다.”“내가

  • 저주받은 공작의 예언자   46화. 그냥요

    솔 혼자 어둠 속에 남았다.오른쪽 눈 아래가 불에 덴 것처럼 아팠다.솔이 얼굴을 감쌌다.손끝이 떨렸다.숨을 들이마셨는데 가슴까지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너무 깊이 들어왔다.솔은 눈을 감았다.현실을 떠올렸다.철문.에드윈.기사들.바로 옆에 있던 준경.다시 눈을 떴다.어둠.한 번 더.여전히 그대로였다.솔의 얼굴에서 핏기가 빠졌다.“……공작님.”대답은 없었다.이번에는 준경의 얼굴을 떠올렸다.목소리.손.자기를 부르던 방식.솔.순간 손목에 무언가가 닿았다.솔이 눈을 떴다.준경의 손이었다.언제 나타났는지는 알 수 없었다.솔은 생각도 하지 않고 붙잡았다.어둠이 깨졌다.숨이 한꺼번에 터졌다.몸이 앞으로 무너졌다.“솔.”이번에는 진짜 목소리였다.준경의 팔이 몸을 받아냈다.대답하려 했지만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시야도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준경이 얼굴을 들었다.“나 봐.”초점이 흔들렸다.“솔. 나 봐.”목소리를 따라 겨우 눈을 들었다.준경의 얼굴이 보였다.숨이 조금 들어왔다.“……공작님.”“응.”솔의 손이 움직였다.준경의 손목을 찾았다.잡았다.검은 선은 있었다.하지만 번지고 있지는 않았다.솔은 그대로 눈을 감았다.“다행입니다.”준경의 표정이 굳었다.“뭘 봤어.”솔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아직 숨이 엉켜 있었다.그리고 대가도 끝나지 않았다.솔은 준경의 손목을 잡은 채 한동안 숨을 골랐다.머릿속 울림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눈 아래도 여전히 화끈거렸다.준경이 물었다.“대가는.”솔이 눈을 감았다.잠깐 기다렸다.필요한 것이 조금씩 잡혔다.표정이 굳었다.“많습니다.”“얼마나.”“접촉으로만 하려면…….”솔은 말을 끊었다.이 정도는 처음이었다.“시간이 좀 필요합니다.”“그럼 해.”준경이 손을 내밀었다.솔은 그 손을 봤다.잡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고개를 저었다.“손으로는 안 됩니다.”“그럼?”솔은 한 걸음 다가갔다.준경의 가슴에 손을 올렸다.잠깐 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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