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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Author: 마루콩
부모님댁으로 돌아가는 길에, 강이주는 심원후에게서 전화받았다.

수화기 너머로 거친 호흡의 목소리가 그대로 들려왔다.

[강이주, 지금 당장 병원으로 와서 초아한테 사과해.]

심원후의 목소리 배경에 백초아의 울음소리가 희미하게 섞여 들려왔다.

강이주는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심원후는 백초아가 아픈 게 마음에 걸려서 그 화를 전부 강이주에게 쏟고 있었다.

강이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전화기 너머에서 계속 울려 퍼지는 고함을 그대로 흘려보낸 채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 이후로도 심원후의 전화는 끊임없이 걸려왔다. 병원에 와서 사과하지 않으면 끝까지 물고 늘어질 기세였다.

강이주는 짜증이 치밀어, 결국 심원후의 번호를 차단했다.

전화기가 조용해지자 그제야 숨이 트였다.

...

부모님댁에 도착하자마자 강이주는 표정이 굳어 있는 어머니, 장숙연 여사와 눈이 마주쳤다.

강이주는 인사할 틈도 없었다.

장 여사는 곧장 강이주 앞으로 다가와 화를 억누르지 못한 채 따져 물었다.

“또 원후 기분 상하게 했지? 이주야, 엄마가 몇 번을 말해. 네 마음대로 굴지 말고 원후 잘 달래라고. 넌 다 큰 애가 왜 이렇게 철이 없니.”

“방금 원후한테 전화 왔어. 네가 전화 차단했다더라. 지금 당장 원후한테 전화해서 사과해. 빨리.”

말을 하며 장 여사는 강이주의 핸드폰을 빼앗으려 손을 뻗었다.

예전의 장 여사라면, 절대 강이주를 이렇게까지 몰아붙이지 않았을 것이다.

강씨 집안은 몰락하기 전까지만 해도 심씨 집안과 대등한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3년 전, 강이주의 아버지 강서규의 잘못된 판단으로 강씨 집안은 파산 직전까지 몰렸다.

이후 강서규가 가까스로 강중그룹을 지켜냈지만, 회사는 줄곧 위태로운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강이주와 심원후의 교제는 강중그룹에 남은 유일한 희망처럼 여겨졌다.

심명그룹의 지원이 있었기에 간신히 자본이 유입되고 숨통이 트였다.

그때부터 강이주와 심원후의 연애는 서서히 한쪽으로 기울어진 관계로 변해갔다.

심원후가 조금이라도 불편한 기색을 보이면, 장 여사는 언제나 강이주에게 먼저 고개를 숙이라고 했다.

혹여 심명그룹이 투자를 거두기라도 하면, 강중그룹은 완전히 끝이라는 불안 때문이었다.

강이주는 중풍으로 쓰러져 병상에 누운 아버지와 울고 매달리는 어머니 사이에서 오랫동안 자신의 감정을 접고 살아왔다.

하지만 이제 강이주는 알았다. 아무리 자세를 낮춰도, 아무리 자신을 깎아내려도 심원후는 자신을 돌아보지 않는다는 걸.

심원후는 바로 그 점을 알고 있었기에 아무런 거리낌 없이 강이주에게 상처입혔다.

“엄마, 나 심원후랑 헤어질 거예요.”

강이주는 결국 장 여사에게 자신의 결정을 말했다.

동시에 장 여사가 반대하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말하지 않으면, 이런 일은 앞으로도 반복될 게 분명했다.

장 여사는 ‘헤어지겠다’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폭발했다.

“지금 무슨 소리야? 누가 헤어지래? 난 절대 반대야. 장난하지 마. 당장 원후한테 가서 사과해.”

장 여사는 강이주의 손목을 세게 붙잡았다.

“내가 같이 가주마. 원후한테 가서 제대로 사과해. 그리고 원후가 널 용서하도록 만들어. 내가 뭐랬어, 쓸데없는 감정 부리지 말라 했잖아.”

“엄마!”

강이주는 장 여사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

“제가 뭘 잘못했다고 사과해요? 예전에도 말했잖아요. 심원후 마음 속에 저는 없어요. 이제 그만하고 싶어요.”

헤어지겠다는 말은, 사실 이전에도 꺼낸 적이 있었다.

그때마다 장 여사의 울음과 협박에, 강이주는 어쩔 수 없이 한 걸음 물러났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장 여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강이주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정신 나간 소리하지 마. 원후 도움 없으면 우리가 어떻게 버티겠니? 그리고 원후가 너를 좋아하지 않으면 왜 그렇게 너랑 오래 사귀었겠니?”

“어제 구청에 너 혼자 남겨둔 거? 그 정도는 이해해야지. 원후한테는 중요한 일이 있었던 거야. 왜 이렇게 철이 없어.”

‘역시... 엄마도 알고 있었네.’

강이주는 마음속으로 씁쓸하게 웃었다.

어머니는 강이주의 사정을 다 알고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위로 한마디 건네지 않았다.

오히려 오늘은 강이주에게 먼저 잘못을 인정하라고 했다.

‘난 정말 아무 잘못도 안 했는데...’

강이주는 차분한 눈으로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엄마, 현실 좀 봐요. 심원후가 좋아하는 사람은 백초아예요. 어제는 백초아 때문에 세 번째로 저와의 약속을 저버렸어요. 이제 저도 지쳐요.”

강이주의 눈에는 어떤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왜냐하면 강이주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어떤 말을 해도 장 여사는 결국 또 항상 똑같은 말을 하리라는 걸.

즉, 조금만 참고 넘기라는 그 말.

과연 그랬다.

장 여사는 강이주의 말을 듣자마자 못마땅하다는 듯 딸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콕콕 찍어 밀었다.

“야, 남자 하나 붙잡아 두지도 못하면서 누구 탓을 해? 어쨌든 나는 네가 심원후랑 헤어지는 거 절대 반대야.”

“원후 부모 쪽에서 백초아를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는 사실은 너도 알잖아. 그 정도 상황인데도 원후 마음에서 백초아 하나 못 지우고, 결국 너랑 결혼하게 만들지도 못했으면, 네가 왜 원후를 붙잡지 못하는지부터 반성해야 하는 거 아니야?”

말할수록 장 여사의 목소리는 점점 거칠어졌다.

‘지금 우리 집은 원후한테 기대서 버티고 있는데...’

‘이주는 왜 이렇게 답답한 거야. 정말 속 터지겠네.’

강이주는 그저 씁쓸하게 웃었다.

“엄마, 저는...”

“나를 엄마라고 부르지도 마.”

장 여사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채 날카롭게 소리쳤다.

“네가 나를 아직 엄마로 생각한다면, 엄마 말 들어. 원후랑 헤어지지 마. 난 절대 허락 안 해.”

“강이주, 똑똑히 들어. 네가 심원후랑 헤어져서 우리 강중그룹이 망하면, 나는 네 앞에서 바로 죽어버릴 거야. 귀신이 돼서도 널 절대 용서 안 해.”

장 여사는 분노로 가득 찬 눈으로 강이주를 노려보았다.

이런 말은 처음이 아니었다.

강이주가 헤어지겠다고 조금이라도 내색할 때마다 장 여사는 늘 이렇게 극단적인 말을 서슴없이 내뱉었다.

그리고 언제나 강이주는 결국 물러섰다.

장 여사의 완강한 시선을 마주한 강이주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어머니의 집착 앞에서 마음 한구석이 서늘하게 식어갔다.

어머니에게 중요한 건, 딸의 행복이 아니었다.

강중그룹의 존속이 전부였다.

강이주가 심원후와 결혼해서 행복해질 수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강중그룹이 살아남는 게 최우선이었다.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를 바라본 채 누구도 물러서지 않았다.

강이주가 다시 입을 열려는 순간, 장 여사는 갑자기 미친 사람처럼 딸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그대로 강이주를 끌고 현관 쪽으로 향했다.

오늘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강이주를 데리고 심원후에게 가서 사과를 시킬 생각이었다.

용서를 받아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기세였다.

끌려가던 강이주는 처음에는 거세게 저항했지만, 이내 힘을 빼버렸다.

더 이상 버틸 의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렇게 강이주는 장 여사에게 이끌려 병원에 도착했다.

병실 밖에 서서 안쪽을 바라보는 순간, 강이주의 마음속에서 비웃음이 더 짙어졌다.

병실 안에서는 심원후가 허리를 조금 굽힌 채, 아주 조심스럽게 백초아의 얼굴에 약을 바르고 있었다.

백초아는 몸을 움츠린 채 작은 소리를 냈다.

“아파...”

“안 아파. 내가 불어줄게.”

심원후는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백초아를 달랬다.

그 말에 백초아는 겨우 미소를 지었다.

심원후의 시선이 흔들리듯 움직였고, 그는 몸을 숙여 백초아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백초아는 곧바로 수줍은 듯 심원후를 끌어안았다.

“원후야, 네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심원후는 백초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

“바보.”

그 말이 끝나자 백초아는 몸을 기울여 심원후의 입술에 키스했다.

그 장면을... 문을 열고 들어온 장 여사가 그대로 보게 되었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장 여사의 얼굴에는 당혹감이 스쳤고, 그 안에는 난처함과 어색함이 뒤섞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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