共有

제5화

作者: 마루콩
심원후 역시 병실 밖의 소란을 들었다.

방금까지 미소를 띠고 있던 남자의 얼굴은 강이주를 보는 순간 서서히 굳어졌다.

차가운 시선에는 불쾌함과 노골적인 질책이 섞여 있었다.

강이주도 그 시선을 느꼈지만 아무 표정 없이 장 여사의 뒤에 조용히 서 있었다.

“원후야, 오늘 일은 다 우리 이주가 철이 없어서 그랬어. 내가 대신 사과하려고 데리고 왔다.”

장 여사는 얼굴에 억지로 웃음을 걸고, 말끝마다 비위를 맞추는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면서 강이주의 등을 밀어 심원후 앞으로 내세웠다.

심원후는 그 모습을 묵묵히 지켜볼 뿐, 입을 열지 않았다.

그는 강이주가 먼저 고개를 숙이고 사과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까지 그래 왔으니까.

둘이 다투기만 하면, 결국 먼저 화해의 손을 내미는 쪽은 늘 강이주였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

그렇게 여기자 심원후의 마음은 조금 가라앉았다.

강이주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장 여사는 초조해져 강이주의 팔을 툭 치며 눈짓했다.

“이주야, 얼른 사과해.”

강이주는 입꼬리를 아주 살짝 올렸다.

“내가 뭘 사과해야 하지?”

강이주는 심원후를 똑바로 바라봤다.

“약속을 계속 어긴 건 너야, 내가 아니야. 그렇게까지 백초아를 놓지 못하겠으면, 그냥 너희 둘이 잘 해봐. 내가 비켜줄게.”

심원후의 눈빛이 더 날카로워졌지만, 강이주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두 여자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거 안 힘들어? 난 보기만 해도 피곤한데.”

“백초아를 못 놓겠으면, 처음부터 솔직히 말했으면 됐잖아. 난 매달리는 사람 아니야. 잘못한 건 내가 아니고, 사과할 생각도 없어. 헤어지자는 것도 충분히 생각하고 내린 결정이야.”

심원후의 얼굴에 분노가 스며들었지만, 강이주는 더 이상 개의치 않았다.

“너랑 백초아가 어떤 비극적인 사랑 놀이를 하던 그건 너희 문제야. 난 그 사이에 끼어서 이용당할 사람 아니야.”

“이유 없어. 그냥 역겨워.”

강이주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두 사람의 민낯을 까발렸다.

그 말이 끝나자 심원후는 참았던 분노를 터뜨렸다.

“강이주, 나랑 초아 사이에는 아무 일도 없어.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더러운 관계 아니야. 화를 내도 정도가 있지.”

“여자가 다른 여자 명예를 이렇게 더럽혀도 되는 줄 알아? 명예가 얼마나 중요한지 몰라? 당장 초아한테 사과해.”

그 말과 함께, 백초아는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이주 씨, 어떻게 저를 그렇게 몰아가요? 저를 못 믿겠다면, 원후도 못 믿는 건가요?”

“원후랑 제가 사귀었던 건 예전 일이에요. 지금은 친구로서 도와주는 것뿐이에요. 기분이 나쁘다고 제 명예를 이런 식으로 짓밟으시면 안 되잖아요.”

백초아는 울면서 얼굴이 벌게질 정도로 감정을 쏟아냈다.

“이주 씨는 무슨 의도로 저를 이렇게 모함해요? 그럼 제가 앞으로는 원후한테 아무것도 부탁 안 하면 되잖아요. 이제 거리 둘게요.”

“근거 없는 소문 퍼뜨린 건, 저한테 사과하셔야 해요. 저... 저...”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백초아는 얼굴이 창백해지며 그대로 병상 위로 쓰러졌다.

몸을 곧게 뻗은 채, 의식을 잃었다.

“초아야!!”

심원후는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급히 호출 버튼을 눌렀다.

의사와 간호사들이 곧 병실로 들어왔고, 검사 끝에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일시적인 실신’이라는 진단을 남긴 뒤 자리를 떠났다.

병실에 남은 심원후의 얼굴은 어둡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는 분노에 찬 눈으로 강이주를 노려봤다.

강이주가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심원후의 손이 올라갔다.

강이주는 재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 등 뒤에 있던 장 여사가 강이주의 움직임을 막았다.

오히려 강이주의 등을 밀어, 심원후 쪽으로 내보냈다.

짝!

건조하고 날카로운 소리가 병실에 울렸다.

심원후는 손을 뻗은 직후 이미 후회하고 있었다. 분노에 휩쓸려 손이 나갔고, 바로 거둬들이려 했다.

하지만 강이주가 갑자기 앞으로 밀려 들어오며, 그 손바닥은 그대로 강이주의 뺨에 닿고 말았다.

심원후의 손은 허공에 멈춘 채 떨렸다.

“나...”

심원후는 말하려 했다. 자신은 고의가 아니었다고.

그러나 고개가 옆으로 기운 강이주의 얼굴, 그 위에 선명하게 남은 손자국을 보는 순간, 어떤 말도 나오지 않았다.

‘사과’라는 두 글자가... 심원후의 목 끝에서 막혀버렸다.

강이주의 얼굴이 얼얼했고 통증이 퍼졌지만, 그보다 더 아픈 건 마음이었다.

마치 날카로운 칼로 깊숙이 베어낸 것처럼.

강이주는 알고 있었다. 장 여사가 심원후의 마음을 붙잡아, 집안을 살리려 한다는 걸.

하지만 몰랐다. 딸인 자신을 지키기는커녕, 친어머니가 직접 자신을 밀어 이렇게까지 만들 줄은.

장 여사도 자신이 한 행동을 깨달았다. 강이주를 바라보는 눈에 아주 짧게 죄책감이 스쳤다.

장 여사는 두 손을 꽉 쥔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병실 안의 공기는 말 한마디 없이도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강이주는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심원후가 손을 뻗어 자신에게 닿으려는 순간, 강이주는 곧바로 남자의 손을 쳐냈다.

“손대지 마.”

손등에 통증이 전해지자 방금까지 남아 있던 심원후의 미미한 죄책감은 순식간에 불쾌함으로 바뀌었다.

조금 전 자신이 강이주를 걱정했다는 사실도 되레 우스워졌다.

손을 거둔 심원후는 주먹을 꽉 쥐고, 차갑게 강이주를 내려다봤다.

“강이주, 이건 네가 초아한테 진 빚이야.”

그 말을 들은 강이주는 헛웃음을 흘렸다.

차갑게 얼어붙은 심원후의 눈을 똑바로 마주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심원후, 마지막으로 말할게. 우리 헤어져.”

강이주가 거듭 이별을 입에 올리자 심원후의 표정은 서서히 일그러졌다.

“분수를 알아야지. 네가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먼저 헤어지자고 해?”

“나랑 헤어지면, 예전처럼 너희 집 도와줄 거라고 생각하지 마. 너 이제 더 이상 강씨 집안의 귀한 따님 아니야. 말도 안 되는 공주병 좀 버려.”

“내가 너를 챙겨줄 수도 있지만, 그만큼 언제든 내 호의를 다 거둬들일 수도 있어.”

심원후는 강이주에게 자신의 처지를 똑똑히 보라는 듯 말했다.

마치 강이주가 심원후 없이 살 수 없다는 전제라도 깔린 것처럼.

그 말은 강이주를 거칠게 긁었다.

장 여사는 심원후의 말을 듣고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황급히 나섰다.

강이주가 헤어지는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다는 듯, 연신 변명하며 상황을 수습하려 했다.

강이주는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

“나를 챙겨줘? 심원후, 네 양심에 손 얹고 말해 봐. 그 말, 너도 믿어져?”

강중그룹에 일이 터진 뒤, 심명그룹이 손을 내밀고 나서부터 심원후는 늘 강이주 앞에서 우위에 서 있었다.

사람들 앞에서 강이주를 깎아내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고, 심지어 친구들과 강이주를 두고 내기를 한 적도 있었다.

기분이 상하면, 이유 없이 화풀이한 것도 다반사였다.

백초아가 돌아온 뒤에는 더했다.

심원후는 늘 백초아의 편에 섰고, 강이주를 대하는 태도는 예전보다도 못했다.

그가 말하는 ‘챙김’이나 ‘애정’을... 강이주는 단 한 번도 제대로 느껴본 적이 없었다.

강이주의 비아냥을 알아차린 심원후는 가슴이 답답해졌다.

자신의 행동이 스쳐 지나갔다.

‘생각해 보니, 내가 이주한테 잘해주긴 했나?’

하지만 곧 생각을 밀어냈다.

‘그래서 뭐? 강중그룹은 우리 집안을 필요해. 강이주는 결국 또 돌아오겠지.’

그렇게 생각하자, 남아 있던 찝찝함도 사라졌다.

심원후는 아무 표정 없이 강이주를 바라봤다.

강이주의 굽히지 않는 태도는, 그의 눈에 거슬렸다.

“강이주, 헤어지는 건 나는...”

심원후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하려는 순간, 강이주가 말을 끊었다.

“난 통보하는 거야. 네 의견 묻는 거 아니야.”

심원후의 얼굴이 굳었다.

체면이 상한 그는 이를 악물었다.

“그래, 헤어져. 어디 한번 보자. 나 없이 너랑 강씨 집안이 어떻게 버티는지.”

끝까지 강씨 집안을 들먹이며, 강이주를 압박했다.

하지만 강이주는 이미 아무렇지 않았다. 붉은 입술이 천천히 열렸다.

“그건 네가 걱정 안 해도 돼.”

그 말을 남기고 강이주는 장 여사의 고함과 붙잡는 손을 무시한 채 돌아섰다.

그리고 그대로 병실을 나갔다.

남겨진 심원후의 얼굴은 어둡게 가라앉아 있었다.

강이주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눈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심원후는 믿지 않았다. 강이주가 정말로 장 여사의 뜻을 거슬러, 자신을 떠날 거라고는...

그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장 여사를 한 번 바라봤다.

귀에는 장 여사가 연신 고개를 숙이며 ‘돌아가서 이주를 꼭 설득하겠다’라고 다짐하는 말이 들려왔다.

심원후는 그저 비웃듯 입꼬리를 올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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