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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Auteur: 마루콩
백초아는 강이주가 들고 있던 커피를 갑자기 낚아채더니, 그대로 자신의 얼굴에 끼얹었다.

이어 아무 망설임도 없이 스스로 뺨을 세게 한 번 때렸다.

그러고는 연약해 보이는 몸을 버티지 못한 것처럼 바닥으로 넘어졌다.

이마가 테이블 모서리에 부딪히며 시야 앞이 금세 축축해졌다.

따뜻한 액체가 눈앞을 흐렸다.

“죄송해요... 제가 잘못했어요. 원후를 붙잡고 늘어진 제 잘못이에요. 사과할게요. 만약 이주 씨 마음이 풀린다면, 저를 때리셔도 괜찮아요. 저는 절대 피하지 않을게요.”

백초아는 바닥에 주저앉은 채 고개를 흔들며 울먹였다.

그 소란은 계단 위까지 그대로 전해졌다.

심원후는 식당 쪽에서 들려오는 큰 소리에 걸음을 재촉해 내려왔다.

눈에 들어온 광경은 처참했다.

커피로 젖은 백초아의 모습, 귀에 박히는 흐느낌 섞인 말들.

순식간에 심원후의 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초아야!!”

심원후는 곧장 백초아 곁으로 달려갔다.

백초아의 얼굴에는 커피 자국과 피가 섞여 있었고, 뺨에는 손바닥 자국이 또렷했다.

그 장면을 본 순간, 심원후의 분노는 억제되지 않았다.

심원후는 강이주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미쳤어? 초아한테 당장 사과해.”

강이주는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가 안 그랬다면, 믿을 거야?”

강이주는 기다리고 있었다.

심원후가 내릴 판단을.

“설마 나한테 초아가 스스로 커피를 뒤집어쓰고, 자기 뺨을 때리고, 혼자 넘어졌다고 말하려는 거야?”

심원후는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비웃듯 말했다.

“강이주, 내가 직접 봤어. 내 눈이 먼 줄 알아?”

그 몇 마디로 충분했다.

심원후는 강이주를 믿지 않았다.

이미 예상하고 있던 결과였지만, 그 말을 직접 듣는 순간, 강이주의 가슴은 여전히 저릿하게 아팠다.

‘그래도... 조금쯤은...’

그 찰나, 심원후는 강이주의 눈에 스쳐 지나간 감정을 보았다.

아주 짧게 지나간, 슬픔 같은 것.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심원후의 마음이 잠시 흔들렸다.

“원후야... 나 너무 아파. 얼굴... 혹시 화상 입은 거 아니야?”

백초아가 비틀거리며 일어나 심원후 쪽으로 몸을 기댔다.

뜨거운 커피 때문인지, 뺨에는 작은 물집이 이미 올라와 있었다.

백초아는 급하게 심원후의 옷을 붙잡았다.

그 행동 하나로 심원후의 시선은 다시 백초아에게로 돌아갔다.

방금 느꼈던 흔들림은 금세 사라졌다.

심원후는 다시 강이주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는 분노만이 남아 있었다.

“사과해.”

“괜찮아. 이주 씨가 조금이라도 풀리신다면, 이 정도 상처와 억울함은 참을 수 있어.”

백초아는 애처롭게 심원후를 올려다보았다.

일부러 손바닥 자국이 남은 뺨을 심원후에게 보이며 참고 견디는 사람처럼 굴었다.

그 말에 강이주를 보는 심원후의 표정은 더 차가워졌다.

강이주는 그 모든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백초아의 연기, 그리고 어젯밤부터 이어진 심원후의 무조건적인 질책.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완전히 식어버렸다.

강이주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입가에 희미하게 조소했다.

“정말로... 내가 사과하길 원해?”

강이주의 말에는 분명한 비아냥이 담겨 있었다.

조금만 귀를 기울였다면, 심원후도 알아차렸을 것이다.

하지만 심원후의 마음은 이미 백초아에게로 기울어 있었다.

그는 강이주의 뉘앙스를 알아듣지 못했다.

백초아 역시 강이주가 결국 굴복할 거라 믿었다.

심원후가 보지 못하는 각도에서, 백초아는 입꼬리를 올리며 강이주를 바라보면서 눈빛에는 노골적인 승리가 담겨 있었다.

“사과해.”

심원후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강이주는 그저 가볍게 웃었다.

그리고 두 사람 앞에서 등을 돌려 주방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강이주는 다시 커피 한 잔을 들고나왔다.

심원후와 백초아는 의아한 표정으로 강이주를 바라봤다.

무엇을 하려는지 짐작하지 못한 눈빛이었다.

다음 순간, 강이주는 아무 망설임 없이 답을 내놓았다.

차가운 얼굴로, 손에 들고 있던 커피를 백초아를 향해 그대로 끼얹었다.

“아!”

백초아는 심원후가 지켜보는 앞에서 강이주가 정말로 커피를 얼굴에 뿌릴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뜨거운 커피가 정면으로 쏟아지자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강이주는 이어서, 다치지 않은 쪽 뺨을 향해 손바닥을 힘껏 휘둘렀다.

찰싹-

소리와 함께 백초아의 얼굴이 옆으로 돌아갔다.

강이주는 백초아를 심원후의 품에서 거칠게 떼어낸 뒤, 그대로 밀어냈다.

심원후의 눈앞에서, 백초아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백초아의 머릿속은 새하얘졌고, 전혀 예상치 못한 일들이 연달아 벌어지자 어안이 벙벙해졌다.

심원후 역시 마찬가지였다.

강이주의 행동이 너무 갑작스러워, 반응할 틈조차 없었다. 그저 눈앞에서 벌어지는 장면을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바닥에 쓰러진 백초아를 보고서야, 심원후는 정신을 차렸다.

그는 허리를 숙여 백초아를 안아 올렸다.

강이주는 팔짱을 낀 채 두 사람을 내려다보며 담담히 말했다.

“됐어. 이제 죄는 확실히 성립됐네. 사과할게.”

그러고는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백초아 씨, 미안해요. 이미 저한테 이것저것 죄목을 씌워 놨잖아요. 이렇게라도 실제로 해줘야 이 사과가 의미가 있지 않겠어요?”

“오히려 이런 기회 줘서 고마워요.”

강이주는 분명히 분노로 떨고 있는 백초아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백초아는 분노에 눈을 부릅떴다.

그 시선은 당장이라도 강이주를 찢어버릴 듯했다.

심원후는 백초아를 안고 있지 않았다면, 이미 강이주에게 달려들었을지도 몰랐다.

그 살기 어린 눈빛을... 강이주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강이주는 그저 가볍게 두 사람을 훑어보고, 마치 호의라도 베푸는 듯 말했다.

“아, 백초아 씨. 얼굴 상처는 병원 안 가봐도 되겠어요? 너무 늦으면 저절로 자연치료 될 텐데.”

잠시 멈췄다가, 덧붙였다.

“아니면... 흉터가 좀 남을 수도 있겠네요.”

강이주는 부드럽게 웃었다.

“그럼 앞으로는 사람 속이기 쉬운 그 순하고 청순한 얼굴 잃을 텐데요. 참 아쉽네요.”

그 말에 백초아는 심원후의 품에 얼굴을 묻고 울부짖었다.

“나 망가졌어... 너무 아파... 내 얼굴, 진짜 다 망가진 거 아니야... 흐으윽...”

심원후는 급히 백초아를 달래며 말했다.

“괜찮아. 지금 바로 병원 가자.”

그러면서도, 강이주를 향해 분노를 눌러 담은 목소리로 경고했다.

“이 일, 절대 그냥 안 넘어간다. 돌아와서 다시 이야기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심원후는 백초아를 안은 채 급히 밖으로 나갔다.

강이주는 그 뒷모습을 보며 여전히 비웃는 듯한 눈빛을 유지했다.

심원후의 경고는 강이주의 마음에 조금도 남지 않았다.

예전 같았으면, 강이주는 어떻게든 심원후를 붙잡고 설명했을 것이다.

억울하다고, 자신이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이젠 정말 상관없어.’

강이주는 모든 것을 완전히 내려놓은 뒤에야 깨달았다.

모든 일을 자기 기준으로 생각하니, 마음이 훨씬 가벼워졌다는 걸.

예전의 강이주는 어리석었다.

사랑이라는 이름에 눈이 멀어, 자신을 계속 낮췄다.

하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을 생각이었다.

기분이 한결 나아진 상태로 외출 준비를 하려던 찰나, 부동산 공인중개사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아파트를 보고 싶다는 사람이 있다는 연락이었다.

강이주는 바로 답했다.

“네, 괜찮아요. 집 구하시는 분 데리고 오셔도 됩니다.”

전화를 끊고, 강이주는 공인중개사에게 현관 비밀번호를 전송했다.

강이주는 부모님댁에 다녀올 생각이었다.

아파트는 최대한 빨리 정리하기 위해, 거의 최저가로 내놓았다.

가구도 모두 두고 가기로 했다.

거의 집을 통째로 넘기는 셈이었다.

공인중개사에게 집을 맡길 수 있었던 건, 심원후가 낮에 집에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백초아와 관련된 일 앞에서는, 심원후는 늘 다른 건 보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이 기회였다.

강이주는 심원후가 자신이 집을 판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 두렵지 않았다.

다만 더 이상 심원후와 백초아와 얽히고 싶지 않을 뿐이었다.

이미 내려놓았는데, 미련을 남길 이유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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