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 connecter구기빈은 꽤 진지한 태도로 약속했다.“제 행동은 깊이 반성할게요. 앞으로 제가 부족한 점이 있으면, 이주 씨도 오늘처럼 바로 말해 줘요. 이주 씨 감독 아래에서 열심히 고쳐 볼게요.”그 말을 들은 강이주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강이주는 구기빈이 이렇게 은근히 유머가 있고, 말이 통하는 사람일 줄은 몰랐다.역시 다른 사람 입에서 나온 말만 믿으면 전부 고정관념이 되는 법이었다. 결국 사람은 직접 겪어 봐야 알 수 있었다.조금 떨어진 곳에 있던 구희라와 유예준은 서로를 마주 보았다. 그리고 두 사람의 시선은 동시에 구기빈과 강이주에게 향했다.구희라가 유예준의 귀에 가까이 대고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내가 잘못 본 거 아니지? 우리 오빠가 왜 이주랑 저렇게 얘기하고 있어?”게다가 두 사람의 분위기는 제법 괜찮아 보였다. 그냥 대화를 나누는 정도가 아니라 꽤 자연스러워 보이기까지 했다.유예준은 강이주의 웃는 모습을 보고 목소리를 낮췄다.“네가 나한테 물어보면 나도 모르지. 예전에는 말도 안 섞는 사이 아니었어? 설마, 우리 기빈이 좋아한다는 사람이 네 절친인 거 아니야?”‘세상에!!!’유예준은 대단한 비밀이라도 알아낸 사람처럼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었다. 유예준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옆에 있는 구희라를 바라보았다.정말 그렇다면, 구기빈의 친동생이자 강이주의 오랜 절친인 구희라가 그 사실을 몰랐다는 뜻이었다.세상에 그런 동생이 어디 있고, 그런 친구가 어디 있단 말인가?유예준의 눈빛에는 깊은 질책이 담겨 있었다.구희라는 유예준의 눈빛을 마주하며,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를 의심하기 시작했다.‘설마 둘이 진짜 나 몰래 뭐가 있었던 거야?’구희라의 얼굴에는 커다란 물음표가 떠오른 듯했다.하지만 곧 구희라는 고개를 저었다.말이 안 됐다.구기빈이 정말 강이주를 좋아했다면, 아무 기척도 없었을 리가 없었다.심지어 두 사람은 몇 년 동안 사이가 좋지 않다는 소문까지 달고 다녔다.‘자기가 좋아하는 여자가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모습을
강이주의 눈동자에서 구기빈은 마침내 다른 감정을 읽어 냈다.그제야 구기빈은 자신도 모르게 감정을 강이주에게 드러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강이주의 표정에는 서운한 기색이 어려 있었다.‘내가 너무 티를 냈나?’구기빈은 나지막하게 헛기침을 했다.“제가 화난 건 맞아요. 심원후가 먼저 저한테 손을 댔고, 저는 정당방위였어요. 그런데 제가 심원후를 좀 때리면 안 되는 거예요?”구기빈은 억눌렀던 말을 꺼내듯 이어 말했다.“제가 심원후를 때린 게 뭐가 그렇게 문제예요? 이주 씨가 말해 봐요. 뭐가 문제였어요? 이주 씨는 저를 말렸잖아요. 그러면 저는 화도 못 내요?”결국 구기빈은 자신이 화가 난 이유를 강이주에게 바로 털어놓았다.구기빈이 보기엔, 강이주가 자신을 막은 행동은 심원후의 편에 선 것과 다르지 않았다.그래서 바로 그 점에 화가 나 있었다.그렇게 말하자, 강이주는 곧바로 구기빈의 속뜻을 알아차렸다.‘그러니까 지금 내가 심원후를 때리지 못하게 막아서 화가 난 거야?’ ‘내가 심원후를 안쓰럽게 생각한다고 오해한 모양인 것 같은데...’강이주는 억울했다.‘내가 심원후를 걱정했다고? 말도 안 돼.’그녀는 진지한 표정으로 구기빈에게 설명했다.“우선 분명히 말할게요. 제가 말린 건 심원후가 안쓰러워서 그런 게 아니에요.” “기빈 씨가 아까 너무 화가 나 있었고, 안 말렸으면 정말 사람을 크게 다치게 할 것 같았어요. 그런 쓰레기 때문에 기빈 씨까지 손해 보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강이주는 그때 분명히 그렇게 생각했다. 자신은 심원후의 입장에서 생각한 적이 없었고, 다만 구기빈이 괜한 일에 휘말리지 않기를 바랐을 뿐이었다.조금 전까지 화가 나 있던 구기빈은 강이주의 말을 듣고 나자 바로 화가 싹 풀렸다.구기빈의 입가에 가벼운 미소가 스쳤지만, 너무 순간적이라서 알아차리기도 어려울 정도였다.다만 한결 가벼워진 말투만큼은 감출 수 없었다.“그러니까 심원후를 걱정한 게 아니라 저를 걱정한 거네요.”구기빈은 목을 가다듬고, 강이주를
그때 유예준은 강이주를 두고, 이렇게 예쁜 여자가 대체 왜 눈을 빤히 뜨고도 심원후 같은 미친개를 선택했는지 모르겠다며 혀를 찬 적도 있었다.유예준이 심원후를 욕하는 말을 듣자, 구희라는 드물게 유예준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그 말만큼은 구희라의 마음에 쏙 들었다.유예준은 구희라에게 ‘이 정도면 내가 꽤 잘 맞춰 줬지?’ 하는 듯한 거만한 눈빛을 보냈다.강이주와 구기빈은 처음부터 끝까지 침묵을 지킨 채, 두 사람의 대화를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조금 어색해진 강이주는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감을 잡지 못했다.강이주의 곤란함을 알아차린 구희라가 바로 유예준의 팔을 잡아 끌며 말했다.“예준 오빠, 이리 와 봐. 나한테 말해 봐. 우리 오빠가 좋아한다는 사람이 누구야? 나 진짜 궁금해서 죽겠거든.”유예준은 구희라의 호칭을 듣자마자 비명을 지르듯 항의했다.“아이고, 희라 아가씨. 왜 갑자기 이렇게 다정해졌어? 또 나한테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 거야?”구희라는 기다렸다는 듯이 다정하게 ‘예준 오빠’를 몇 번 더 불렀고, 유예준의 항의가 뒤따랐다.유예준을 끌고 VIP룸 구석으로 간 구희라는, 구기빈이 좋아한다는 사람이 대체 누구인지 알아내려는 듯 유예준을 집요하게 캐묻기 시작했다.그쪽을 제외하면, 이제 이쪽에는 강이주와 구기빈만 나란히 앉아 있었다. 다만 두 사람 사이는 사람 둘은 더 앉을 수 있을 만큼 거리가 벌어져 있었다.구기빈은 입술을 굳게 다문 채, 먼저 말을 꺼낼 생각이 없어 보였다.그럼에도 구기빈의 시선은 강이주에게 머물러 있었다.구기빈의 시선을 알아차린 강이주는 마른침을 삼켰다. 잠시 망설이던 강이주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방금 일은... 고마워요.”“됐어요.”구기빈은 나지막하게 코웃음을 쳤다.“딱히 이주 씨 때문도 아니었어요. 심원후가 먼저 손댄 거니까요.”강이주는 입 밖으로 꺼내려던 걱정의 말을, 구기빈의 퉁명스러운 대꾸에 그대로 삼킬 수밖에 없었다.강이주는 그렇게 조용히 구기빈을 바라보았다.‘
구희라가 강이주를 데리고 구기빈을 찾아왔다.문을 막 열었을 때, 문틈 사이로 구기빈이 진짜 좋아하는 사람 생겼냐고 묻는 꽤 충격적인 말이 흘러나왔다.‘뭐라고?’구희라는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고 눈만 깜빡거렸다.‘오빠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그런데 왜 내가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지?’‘어떡하지? 어떡하지? 어떡하지?’구희라는 가슴속에서 호기심이 활활 타오르는 것을 느꼈다. 오빠의 연애 이야기를 제일 앞자리에서 듣고 싶은 마음이 벌써부터 들썩거렸다.‘우리 오빠가 좋아하는 사람이라니. 이건 절대 그냥 지나칠 수 없지.’구희라는 흥분한 채 강이주의 손을 꽉 붙잡았다. 그러더니 제일 앞자리에서 소식을 듣겠다는 듯이 강이주를 끌고 VIP룸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하지만 구희라는 뒤에 있는 강이주의 표정이 미묘하게 달라진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그런데 왜 나에게 혼인신고를 하자고 했을까?’강이주는 당연히 구기빈이 좋아하는 그 사람이 자신일 거라고 착각할 만큼 자의식이 강한 사람은 아니었다. 다만 이해할 수 없었다. ‘따로 마음에 둔 사람이 있는데, 나와 혼인신고를 하겠다니... 대체 뭐지?’‘나는 그 선택 안에서 어떤 의미였을까?’그런 마음을 품은 채, 강이주는 구희라에게 이끌려 VIP룸 안으로 들어갔다.유예준의 말이 스피커를 타고 울려 퍼진 직후, 구기빈의 발은 이미 유예준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거의 강이주와 구희라가 들어오는 타이밍과 동시에, 구기빈에게 걷어차인 유예준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유예준은 그대로 두 사람이 서 있는 방향으로 몸을 숙인 꼴이 되었다.마치 정중하게 큰절이라도 하는 듯한 모습이었다.유예준이 그렇게 바닥에 엎어지자, 강이주와 구희라는 깜짝 놀라 뒤로 물러났다.바닥에 엎드린 유예준이 버럭 소리쳤다.“야, 구기빈! 진짜 미쳤냐? 친구 죽이려고 작정했어?”말이 끝나자마자, 유예준은 고개를 들었다. 유예준의 시야에 구희라와 강이주의 모습이 들어왔다.유예준은 곧바로
강이주는 구희라가 자신 때문에 심원후에게 이렇게까지 큰 반감을 품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가볍게 웃으며 구희라의 흥분한 마음을 달래 주었다.강이주의 말을 들은 구희라는 뭔가 떠올랐다는 듯 다시 말을 이었다.“솔직히 말해서, 나 우리 오빠가 그렇게까지 화내는 거 처음 봤어. 내가 너랑 우리 오빠를 아예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어느 정도 아니까 망정이지.”“그렇지 않았다면 나도 심원후 그 쓰레기처럼 생각했을지도 몰라. 너랑 우리 오빠 사이에 뭐가 있는 게 아닌지 말이야.”구희라는 잠시 입술을 삐죽이다가 곧장 다시 말을 쏟아 냈다.“물론 나도 네가 우리 오빠랑 잘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해. 근데 우리 오빠가 사람을 때릴 정도로 두 사람이 가까운 사이는 아니잖아.”“봐 봐. 심원후가 얼마나 재수 없는 인간이면, 평소에 쉽게 화내거나 손 올리는 일 없는 우리 오빠까지 못 참고 나섰겠어. 맞아도 싸지, 심원후는...”구희라는 참지 못하고 손뼉까지 치며 통쾌해했다.“우리 오빠가 어쨌든 네 대신 분풀이를 해 준 셈이네. 아주 잘했어. 역시 내 오빠답다니까.”조금 전까지만 해도 강이주와 구기빈이 혹시 자신 몰래 연락을 주고받은 건 아닌지 의심하던 구희라는 신기할 만큼 스스로를 납득시키고 있었다.구희라는 그저 심원후가 너무 심하게 굴어서 구기빈마저 더는 보고 넘길 수 없었다고 여겼다.구기빈이 곧 자신의 아내가 될 강이주를 위해 화를 낸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그렇다고 구희라를 탓할 수도 없었다.지금까지 아무 접점도 없어 보였던 두 사람이, 각자의 이익 때문에 혼인신고를 하겠다는 사실을 말한다 해도 믿을 사람이 많지 않을 테니까.‘설마 희라가 알면 얼마나 놀랄까?’‘아직은 말할 수 없어. 지금은 다른 게 먼저야.’강이주는 눈앞에서 아직도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친구를 바라보다가, 구희라의 말을 받아 조심스레 물었다.“저기, 네 오빠 아직 여기 있는지 알아? 내가 가서 좀 보고 싶어. 오늘 밤 일도 그렇고, 감사 인사도 하고 싶어.”강이주
강이주의 마음은 쉽게 정리되지 않았다.‘내가 찾아가 봐야 하나?’‘지금이라도 그 사람의 상태를 확인해야 하는 거 아닐까?’구기빈이 떠날 때, 얼굴에도 맞은 자국이 남아 있었다.생각하면 할수록 강이주는 걱정이 커졌다.그래서 구희라가 옆에서 심원후를 수도 없이 욕하는 소리를 전혀 듣지 못했다.강이주의 마음은 처음부터 끝까지 구기빈의 상처에 가 있었다.한참을 혼자 말하던 구희라는 구기빈과 심원후가 주먹다짐을 벌였던 일까지 꺼냈다.솔직히 말하면, 구희라도 꽤 놀랐다.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구희라의 기억 속에서 구기빈은 늘 차가운 표정을 하고 있는 사람이긴 했지만, 사람을 대하거나 일을 처리할 때 그렇게까지 막 나가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렇게 사납고 거친 모습은 구희라도 처음 봤다.룸 안에서 구기빈과 심원후가 서로 주먹을 주고받던 장면을 떠올리기만 해도 구희라는 아직도 가슴이 철렁했다.특히 마지막에 온몸으로 냉기를 뿜어내듯 자존심 상한 모습으로 나가던 구기빈의 뒷모습은 꼭 누군가에게 화가 난 사람 같았다.‘아니, 잠깐...’그제야 뒤늦게 깨달은 구희라는, 이제야 왜 계속 이상하다고 느꼈는지 떠올릴 수 있었다.구기빈은 어찌 됐든 강이주 편을 들어준 셈이었다.물론 심원후라는 쓰레기 같은 남자가 먼저 손을 댔지만, 일의 시작이 강이주에게 있었던 건 사실이었다.구희라는 고개를 돌려 강이주를 살폈다. 그러다 다시 의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너랑 우리 오빠, 예전에는 진짜 안 맞았던 거야?”하지만 구희라가 며칠 동안 지켜본 바로는... 강이주와 구기빈은 서로를 못마땅해하는 사이처럼 보이지 않았다.‘대체 바깥의 소문이 잘못된 걸까?’‘아니면 이주하고 오빠가 너무 그럴듯하게 연기하고 있었던 걸까?’구희라는 지금 머릿속에 커다란 물음표가 떠올라 있었다. 구희라에게는 강이주의 답이 절실했다.강이주는 구희라의 말에 겨우 생각을 거두었다.이 질문에 강이주는 대체 뭐라고 대답해야 좋을지 몰랐다.두 사람은 원래 있던 룸으로 돌아왔지만, 구희라의